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96화 (96/172)

◈ 96화. SSS급 나무꾼.

우드득 우드득.

몸을 푼 궁수는 어느새 신기전을 소환해둔 상태였다.

[쒜에에에엣 나왔냐고~!]

[환경파괴!환경파괴!환경파괴!환경파괴!환경파괴!]

[신기전!신기전!신기전!신기전!신기전!신기전!]

[거 나무 좀 태울 수도 있지!]

[괜찮아 우린 남이니까!]

ㄴ 괜찮아 저건 나무니까!

“펑펑 화르륵!”

“쓰흡! 내가 먼저 간다!”

궁수의 마력을 한껏 머금은 신기전이 타오르며 적들을 향해 화살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투타타타타타!

“자, 잠깐 네놈 뭐하는 거냐!”

“동족 학살, 이 새끼야아악!”

쾅! 쾅!

당황한 위그드가 몸을 던져 궁수의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화르르륵!

끄아아아아악!

주변의 엔트들이 불꽃에 타오르며 단말마를 내뱉었다.

궁수의 마력을 연료 삼아 타오르는 불꽃은 갈수록 그 크기를 키웠다.

“안돼애애애!”

“돼!”

타오르는 불꽃은 엔트들을 집어삼키며 그 덩치를 키웠다.

“안돼! 동료들이! 안된다! 안돼!”

“캬하하하하! 죽어! 죽어!”

“이런 극악무도한 인간 같으니!”

“크하하하 일가족을 다 죽여주마!”

평온이 감돌던 숲에서 엔트들의 비명소리가 감돌며 서서히 불꽃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누가 악당이지.]

[어… 음… 내가 미안해…]

[ㅈ간이 미안해 ㅠㅠ]

[마물인데 존나 찝찝하네;]

[뭐가 미안해 씨발 다 죽여.]

[나궁수 ( 아마도 정의의 편 )]

“닥쳐! 마물 죽이는데 무슨 동정이야!”

궁수의 입가에 미소가 만연했다. 불이 붙은 엔트들이 고통에 날뛰며 더욱 불꽃이 옮겨 붙었다.

“네노오오오옴!”

무참히 쓰러져가는 동족들을 보며 진노한 위그드가 궁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표정을 와락 구긴 그는 살기를 담아 진심으로 궁수를 향해 주먹을 내려치려 했다.

그러나.

“쾅쾅쾅!”

캐스팅이 끝난 법사가 궁수의 옆을 지키며 마법을 일으켰다.

서걱!

먼저 새빨간 사선이 위그드의 위로 그어졌다. 마치 차원이 베인 것처럼 붉은 선이었다.

“펑펑!”

법사의 손짓과 동시에 붉은 사선이 타오르기 시작하며 성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선을 따라 이어진 화려한 폭발은 위그드에게 엄청난 대미지를 주었다.

“그아아아악!”

위그드의 왼팔이 산산조각나며 놈의 몸통 절반가량이 성대하게 터졌다.

그러나 놈은 아직 죽지 않고 버티며 다시 한 번 법사와 궁수에게 달려들었다.

“네 놈들은 기필코 죽여주마!”

“응? 아직 안 죽었네?”

초록빛 안광이 번뜩이며 위그드가 발을 굴렀다.

전신에는 금이 가 당장에라도 바스라질 듯 하였으나 적들을 향해 피어오르는 살기만큼은 굳건하였다.

그러나 산 넘어 산이라고 궁수와 법사를 넘어 그 옆에는 티아라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 굳이 싸우기 싫었는데.”

그녀는 귀찮은 듯 손을 풀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전신에서 황금빛 마력이 끓어오르며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손에 들린 대검 또한 그녀의 마력을 받아 고고히 빛나고 있었다.

오른 발을 앞으로 한걸음 뻗은 그녀는 양손으로 검을 들어올렸다.

황금빛의 마력에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가 더해지자 마치 그 자체로 신성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ᛞᚭᛎᛟᚱᚡ”

캐스팅을 외우는 그녀의 등 뒤로 황금빛 갑주를 입은 기사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렁이는 기사의 모습은 왕명을 받은 고고한 기사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상처 입은 기사의 모습, 마치 주인을 잃고 방랑하는 기사의 모습이었다.

“ᚢᚻᚼᛃ”

짤막한 캐스팅과 함께 그녀의 검이 위그드를 베었다.

“끄아아아아악!”

위그드의 거대한 체구가 절반으로 갈라지며 몸이 나눠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글거리던 안광이 꺼졌다.

정확히는 그녀 뒤로 만들어진 황금빛의 기사가 벤 것이지만 말이다.

황금빛을 잔뜩 머금어 일렁이는 기사는 검을 갈무리하며 서서히 흩어졌다.

“우왕 개쩐다.”

“느헤헤헿!”

“말도 안되는구만….”

“도대체 뭐하는 여자야?”

[와…]

[내가 뭘 본거지?]

[궁수야 졌다…]

[대박.]

[저긴 ㄹㅇ 역전의 용사인데 여긴 무슨 개망나니가 하나 있네.]

채팅창은 오죽 놀랐는지 채팅도 제대로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뭐해?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한 10년 정도.”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와.”

그녀는 그러던 말던 상관치 않고 위그드가 쓰러진 곳에 다가갔다.

위그드가 쓰러진 위치에는 바깥으로 향하는 포탈이 열려있었다.

“흠…. 이게 전부인가?”

“구조는 다르긴 해도 보스를 잡으면 된다는 건 같네.”

어두컴컴한 동굴이 아닌 숲이었기에 조금 넓은 감이 있긴 하였으나, 일반적인 게이트와 구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잠시 위그드의 시체를 바라보던 힐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그러면 코어형 게이트도 있다는 거로군?”

“잠깐만, 그러면 이 넓은 곳에서 코어를 찾아야한다는 거잖아.”

비교적 간단한 구조의 동굴과는 달리 이 곳은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방대한 숲이다.

필시 코어형 게이트가 나온다면 상당히 귀찮아질 것이다.

“일단은 나가자, 우리끼리 고민하고 있어봐야 해결되는 것도 없어.”

티아라의 결정에 따라 멤버들은 게이트 바깥으로 나왔다.

혹시나 바깥에는 다른 것이 있나 싶었으나 딱히 바뀐 것은 없었다.

“진짜 그냥 게이트 구조만 바뀐 건가….”

게이트 바깥으로 나옴과 동시에 궁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헌터님! 지금 바로 와 주실 수 있나요!?”

“네? 왜요?”

그는 몹시 급한 일인 듯 다급히 궁수를 불렀다.

“변종 게이트 입니다!”

“네? 변종이요?”

방금 변종 게이트를 처리하고 왔는데 또 변종이라니.

궁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저도 방금 변종 하나 처리했는데요.”

“아무래도 새로운 유형이다보니 헌터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빨리요!”

“왜요 그래봐야 숲이잖아요.”

“네? 숲이요?”

“엥? 아니에요?”

이은우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말끝을 올리며 궁수의 말을 받아쳤다.

은우는 서류를 펄럭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먼저 들어간 헌터들의 정보를 보자면 황무지였습니다.”

“네? 황무지요?”

“예, 모래바람이 부는 황무지요.”

“그럼 먼저 들어간 헌터들이 알아서 하겠구만 왜요.”

이쯤 되면 궁수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미 주섬주섬 무기를 챙긴 궁수는 당장에 서울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위치나 찍어줘요.”

“늘 감사합니다.”

***

“허억! 허억! 저런 게 있다는 말은 못 들었다고!”

“….”

적은 한명이었다.

시가를 물고 카우보이 모자를 쓴 적.

얼핏 보기에는 인간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의 전신은 새까만 어둠 그 자체였다.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어둠은 바람에 휘날리며 섬뜩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휘이이이잉!

아무것도 없는 황야에서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함께한 멤버 중 셋은 벌써 놈의 권총에 당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헤드샷.

자신은 그나마 맨 뒤에 빠져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다른 동료들과 끝을 함께했을 것이다.

“하아…. 하아…. 크흐으윽!”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그를 농락이라도 하듯 적의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황무지에 울려 퍼졌다.

끼히히히히히히히!

“총을 쏘는 괴물이라니! 말이 되냐고!”

탕!

“끄아아아악!”

도망치기도 잠시 그의 허벅지에 총탄이 관통했다. 납탄이 아닌 어둠을 뭉쳐 만든 총알이었다.

“끄흐으으윽!”

이성이 끊어질 듯한 고통이 그를 휘감았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피가 질질 흘러 바지가 축축해졌으나 그런 것 따윈 조금도 상관없다.

이대로 발을 멈춘다면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키히힣!

타앙!

“끄아아아악!”

나름 몸을 날리며 총을 피하려고 했으나 적은 그것 또한 알고 있다는 듯 너무나도 간단하게 그의 왼쪽 어깨를 적중시켰다.

철퍼덕!

결국 그는 통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철퍼덕 쓰러지고 말았다.

까끌까끌한 모래가 입안에 씹히며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주마등이라고 하던가.

여태껏 살아온 기억들이 오버랩되며 하나 둘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키히힣!

괴물은 마지막으로 그의 숨통을 끝장내기 위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아아.”

놈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요새화!”

쿠콰콰콰콰쾅!

바닥에서 올라온 거대한 돌들이 그를 감싸며 적의 공격을 막아주었다.

키아아아아아악!

바깥에서 괴물의 분노에 찬 노성이 들려왔다.

“여물어 이 새끼야!”

그리고 유쾌한 궁수의 쌍욕 또한 들려왔다.

사냥을 방해받은 것엣 성질이 났는지 괴물은 날카로운 이빨을 쩌억 벌리며 궁수를 위협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궁수가 고작 그 정도에 겁 먹을 리 없었다.

“힐은 저 사람 치료 부탁해요!”

“알겠네!”

“내가 먼저 들어간다!”

서울까지 따라온 티아라가 먼저 검을 치켜세우고 놈에게 돌격했다.

전신에 황금빛 마력을 두르고 돌격하는 그녀는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속도를 더했다.

변종에 대한 또 다른 게이트가 나왔다는 말에 그녀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궁수를 따라나섰다.

탕탕탕!

돌격하는 그녀를 향해 괴물이 연신 총을 발사하였다.

팅! 팅팅!

“와 뭐야.”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마력을 씌운 손으로 날아온 총알의 옆면을 쳐내며 놈에게 돌진했다.

권총이 먹히지 않는 걸 확인했는지 놈은 품에서 동그란 어둠 구체를 꺼내 들었다.

놈은 그대로 그것을 티아라에게 투척했다.

“에헤이 어디서 장난질이야.”

콰아아앙!

그러나 미리 대기하고 있던 궁수가 공중에 날아오던 그것을 맞추며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캬.]

[이거지 ㅋㅋㅋㅋㅋ]

[방송 볼 때마다 느끼는데 괴물이 더 불쌍하냐;;]

[적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저격하는 놈인데 뭘 ㅋㅋㅋㅋㅋ]

ㄴ 머리카락이 없으면!?

ㄴ 빛나서 맞추기 더 좋겠네 ㅋㅋㅋㅋㅋㅋ

ㄴ 어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땡큐!”

“빨리 죽여!”

땅을 박차고 돌진하는 그녀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그녀가 딛은 땅이 움푹 파이며 쩌억 갈라질 정도였다.

키히히히….

“늦었어!”

놈을 향해 도약한 티아라가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순식간에 품속에서 무언갈 꺼낸 놈이 바닥을 항해 투척했다.

퍼어어어엉!

“콜록 콜록! 뭐야!”

“연막탄?!”

일반적인 연막탄의 배는 넓은 범위를 연기로 채워버린 나머지 적의 위치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궁수는 이미 트루 스나이핑을 활성화한 상태였다.

“이 새끼 봐라?”

은밀하게 티아라의 뒤로 이동하려는 놈을 발견한 궁수는 곧바로 대지의 기운을 담은 화살을 적에게 발사했다.

콰드드드득!

키이이이이익!?

티아라를 죽일 생각에 신나있던 놈은 갑작스럽게 들어온 훼방에 당황하여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단단하게 묶인 궁수의 속성 화살은 순순히 놈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윈드 웨이브!”

그리고 캐스팅을 마친 법사가 바람을 일으켜 적의 연막을 완전히 다 날려버렸다.

궁수의 속박, 법사의 보조, 괴물의 목숨은 더 이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잡았다!”

콰아앙!

발바닥에 모아둔 마력을 터트리며 돌진한 그녀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놈의 배를 관통했다.

“버스트!”

확인 사살을 하겠다는 듯 그녀는 마력을 터트리며 적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 버리고 말았다.

적을 깔끔하게 처리한 그녀는 검을 탁탁 쳐내며 검에 묻은 어둠을 털어내었다.

스으으으으윽.

그러나 흩어진 어둠이 일렁이며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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