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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93화 (93/172)

◈ 93화. 용용 죽겠지.

콰아아아앙!

호쾌하게 돌격한 궁수가 땅을 박차고 회전하여 분쇄자를 휘둘렀다.

“크흐윽!”

“더 깝쳐봐 도마뱀 새끼야!”

흑기룡의 주먹과 궁수의 분쇄자가 격돌하며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크르르르…. 길동무로 삼아주마.”

“닥쳐 혼자 죽어.”

드래곤의 적안과 궁수의 눈이 맞았다. 불이 붙을 듯 강렬한 기싸움도 잠시.

콰아아아아앙!

“잠깐 멈춰.”

갑자기 하늘에서 낙하한 여성이 궁수와 용 사이를 틀어막았다.

“뭐, 바쁘니까 꺼져.”

“허, 많이 컸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좆밥이었는데.”

다름 아닌 에티오피아에서 도움을 주었던 여자였다. 그녀는 순백의 대검을 쥐고 잠시 궁수를 뜯어말렸다.

“반반 나눠.”

“뭐?”

“저거 전리품, 절반 나눠달라고.”

“아하, 우리 친구는 입으로 똥을 싸는 재주가 있네요?”

“칫…. 역시 안되나.”

[???뭐하는 년임 저거 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등장해서 반띵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

[용은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ㅋㅋㅋㅋㅋㅋ]

[눈 앞에서 자기 시체 절반 달라함ㅋㅋㅋㅋㅋ]

[인신매매 직거래 ㄷㄷㄷㄷㄷ]

[궁수가 안 줘서 쟤네집 오늘 굶음 ㅅㄱ]

ㄴ 씨발 집에 케로베로스를 처 키우나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저번에는 방송을 껐었지.’

채팅창에서는 그녀가 누군지 모르기에 초당 수백 개의 채팅들이 물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물론 그녀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뜸 절반이나 뚝 때주라고 한들 궁수가 순순히 이를 내어줄 리 없었다.

“아니면 꺼져, 나 바쁘니까.”

그녀는 당장에라도 궁수를 향해 달려들 것처럼 매섭게 쏘아보았다.

피아식별이 불가능한 상황 속 궁수는 조금도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

“치잇….”

먼저 물러선 것은 다름 아닌 그녀였다.

워낙에 사람들의 이목이 몰리기도 했고 방금 전의 일격으로 마력을 뭉텅이로 소모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궁수는 포션을 잔뜩 마셔 아직 마력에 여유가 있었다.

전신은 만신창이가 되어 너덜너덜한 상태였지만 궁수의 또라이 정신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감히…. 감히…. 이 몸을 앞에 두고!”

화아아아아악!

죽어가는 용으로부터 검은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안개처럼 일렁이는 마력은 서서히 그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입 닥쳐, 다 죽어가는 도마뱀 새끼야!”

그러나 궁수는 놈이 뭘 하도록 기다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녀를 재친 궁수는 땅을 박차고 용에게 돌진했다.

“함께 가자꾸나!”

“혼자 뒤져!”

쏴아아아아아!

갑작스럽게 일어난 어둠이 궁수와 용을 집어삼켰다.

“궁수!”

“괜찮아!”

방금 전에도 당했던 기술이다. 그때야 불가능했지만 지금이라면 충분히 놈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계산을 마친 궁수는 어느덧 칠흑의 결계 속에 갇히고 말았다.

***

궁수가 사라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고작 헌터 한명이 사라진 것이지만 그가 가진 존재감은 고작 헌터 한 명의 존재감이 아니었다.

“쯧…. 귀찮게 됐군.”

그 마탑주도 절로 안색을 찡그릴 정도로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상대는 자신을 뛰어넘는 마법적 실력을 가진 드래곤이다.

설사 그 뿔이 잘렸다 하더라도 궁수 혼자로는 다소 상대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저 여자.

다른 헌터들은 몰라도 마탑주는 똑똑히 보았다. 하늘에서 성검이 떨어질 때 그녀의 마력을.

정확히는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의 마력을 말이다.

“흐음…. 후계자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오랫동안 보지 못한 옛 동료의 얼굴이 순간 머릿속을 스쳤다.

***

“하 니가 니 매를 버는구나.”

“크흐흐흐 내 레어에 들어오고도 멀쩡한 인간은 네가 처음이다.”

“오냐 미디움 레어로 구워줄게 이리와.”

화르르륵!

궁수의 분쇄자에 불이 붙으며 칠흑 같은 어둠 속 한줄기 찬란한 빛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살통에 1.5미터가 넘어가는 화살 몇 발이 만들어졌다.

마력을 불어 넣으니 창끝에 몰아치는 바람이 생겨났다. 적을 꿰뚫는 힘이 실린 돌풍이었다.

엉성한 폼에 엉성한 자세.

궁수는 그대로 놈을 향해 화살을 투척했다.

어디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폼이었으나 궁수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은 이를 가능케 하였다.

쐐애애애액!

그렇지 않아도 강력한 바람은 세차게 어둠을 해치고 놈에게 날아갔다.

“잔재주를!”

터엉!

적이 주먹을 내지름과 동시에 궁수의 화살이 산산조각 났다.

그러나 곧바로 궁수 또한 돌격하여 놈의 주먹을 후려쳤다.

콰아아앙!

“크흐으윽!”

“캬 내구성 좋고!”

용의 주먹과 궁수의 분쇄자 사이에 터져 나온 충격은 순간 검은 공간이 일렁일 정도였다.

적은 뿔이 모두 잘린 드래곤, 그러나 방심은 없다.

자신의 화살이 적의 심장을 꿰뚫기 전까지, 분쇄자가 놈의 머리통을 으깨버리기 전까지는 방심할 수 없었다.

“종족에도 급이 있다는 걸 알려주마!”

“어딜 도마뱀이 인간한테 덤벼!”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치열한 기싸움.

잔여 마력이 애매하기 때문에 쉐도우 파트너는 사용할 수 없었다.

원거리 공격은 잘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큰 공격을 날리기에는 놈이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제압하여 한 번에 죽이거나 육탄전으로 차차 죽이던지 해야만 했다.

잠깐의 생각 후 궁수의 선택은.

콰아아앙!

육탄전이었다.

날개를 피고 날아든 드래곤이 손톱을 세워 궁수에게 돌격했다.

가뿐히 몸을 틀어 피한 궁수는 그대로 놈의 복부에 무릎을 꽂아 넣었다.

빠각!

“크흑!”

과연 드래곤의 비늘.

마치 철판을 후려친 듯한 쨍한 고통이 들이닥쳤으나 여유롭게 회복을 기다릴 시간은 없었다.

궁수의 니킥을 맞은 놈의 몸이 조금 떠올랐다.

궁수는 그대로 분쇄자로 놈의 등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뚜두둑!

놈의 왼쪽 날개가 부러지며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니 새끼 날개도 뜯어줄게!”

“크허어억!”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놈은 그새 날개를 틀어 궁수의 가슴팍을 긁었다.

촤아악!

“크흐으윽!”

궁수의 가슴팍 사이 긁힌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하.”

쫘아악!

궁수는 웃옷을 찢어버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옆집 고양이가 긁었나? 얇다 얇어.”

‘존나 아프네.’

“하! 고양이에게 고전하는 인간이 있군?”

‘인간 주제에 더럽게 쌔군.’

각자 속마음과는 정반대되는 말을 뱉은 둘은 다시금 무기를 들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집사는 주인을 이기지 못하니까.”

당장에 궁수의 가슴팍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으나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다.

오히려 땀에 젖은 궁수의 근육이 더욱 탐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날개도 부러졌는데 이를 어째?”

“생쥐를 잡는데 발톱 하나쯤이야.”

콰아아앙!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덤벼 좆밥아!”

드래곤의 발톱이 궁수의 코앞을 스쳤다. 마력이 담긴 발톱은 철판이라도 쉽게 베어버릴 듯 날카로웠다.

그러나 공격은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무기가 좋아도 쓸모가 없는 법.

발톱을 가뿐히 피한 궁수가 팔꿈치를 세우고 놈에게 돌격했다.

빠악!

“커허어어억!”

팔꿈치로 놈의 턱을 후려친 궁수는 곧바로 드래곤의 멱살을 쥐었다.

“뒤져어어어엇!”

궁수는 그대로 놈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내려 꽂아버렸다.

화르륵!

불꽃을 두른 몽둥이로 궁수는 찰나의 틈도 없이 계속해서 쓰러진 용을 패고 있었다.

“네놈의 경험치는 무슨 맛이냐!”

“끄아아아악! 그만! 그만 해다오!”

“그래 ‘그’ 만 할 거다 씹새끼야!”

콰아아앙!

“어?”

순간 드래곤이 두근거리며 전신에서 붉은 기운이 화악 뿜어져 나왔다.

- 피해라!

“그럴 거였어!”

놈에게서 느껴진 강렬한 열기에 궁수는 당황하여 뒤로 물러섰다.

“크르르르르.”

마치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던 놈 주변에서 타들어갈 듯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

승기를 잡은 줄 알았던 궁수는 다시 표정을 확 구기고 활을 들었다.

가까이 가기만 하더라도 익어버릴 듯한 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일단 저것부터 식혀야지.”

컴파운드 보우 끝 냉기를 내뿜는 빙결의 기운이 모아졌다.

촤좌좍!

놈에게 화살을 발사함과 동시에 눈을 번뜩인 드래곤이 궁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되지!”

궁수의 기본은 정확도도 있겠으나 전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과의 거리 조절이었다.

나궁수야 워낙에 미친놈이라 답답하면 무기를 들고 뛰쳐나가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타앗!

부지런히 발을 놀리며 궁수는 계속해서 타오르는 적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화르르륵!

“크르르르릉!”

전신 가득히 흑염이 타오르던 놈은 양손 가득히 흑염을 끌어 모으고 궁수의 뒤꽁무니를 쫓았다.

“씨발 잘 먹히지도 않네.”

- 천천히 깎으면서 가는 거다.

“그게 안될 거 같으니까 그렇지!”

화살을 날리는 족족 놈의 불꽃이 얼음을 녹여버렸다.

“치이이잇!”

궁수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주변 요소, 잔여 마력, 사용할 수 있는 스킬, 가지고 있는 마도구 까지.

“치잇….”

딱히 쓸만한 것은 없었다. 결국 궁수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였다.

‘이렇게 된 거 단숨에 처리한다.’

궁수의 마력을 뭉텅이로 잡아먹은 두발의 화살이 화살통에 생겨났다.

한 발은 빙결 다른 화살은 바람이 담긴 화살이었다.

“어디 한번 해보자!”

궁수는 먼저 뒤를 돌아 빙결 화살을 발사했다.

“아앗!”

궁수의 마력을 크게 잡아먹은 화살은 놈이 아니라 땅에 박히고 말았다.

“크하하하하하!”

실수라고 생각했는지 비웃음을 남긴 용은 사납게 포효하며 궁수를 추격했다.

탓!

그러나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궁수가 그대로 뒤로 한 바퀴 돌아 용의 뒤를 잡았다.

아직 용의 앞에는 땅에 박힌 빙결 화살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실수인줄 알았냐!”

곧바로 놈이 궁수를 노리고 달려들었으나 이미 궁수는 바람을 화살에 겨눈 상태였다.

‘정확히…. 정확히…!’

“에라 모르겠다!”

휘이이이잉!

적을 밀어내는 바람이 드래곤을 날려버렸다.

“뒤져 이새끼야!”

궁수가 미리 발사해두었던 빙결 화살에 드래곤이 부딪혔다.

쩌어어억!

“그렇지!”

“크르르륵!?”

궁수의 마력을 뭉텅이로 잡아먹은 화살은 그대로 드래곤의 하반신을 완전히 얼려버렸다.

“크와아아앙! 크르르르르릉!”

놈은 거칠게 포효하며 당장에라도 궁수를 죽여버릴 듯 이를 악물었으나 단지 그뿐이었다.

소리만 요란할 뿐 놈은 궁수의 속박을 풀어내지 못했다.

완전한 상태였다면 코웃음 치며 풀어낼 스킬이었으나 마력의 중추인 뿔이 모두 잘린 그는 쉽사리 궁수의 속박을 풀어낼 수 없었다.

“크와아아아앙!”

“너 잘 걸렸다 이 새끼야!”

사납게 몸을 비틀며 놈은 반항했으나 아쉽게도 상대는 비행 청소년도 착륙시켜준다는 나궁수였다.

쿵!

속박이 풀리기 전 궁수는 발리스타를 소환하여 그대로 드래곤의 눈앞에 두었다.

- 심장은 노리지 마! 머리통을 날려라!

화르르르륵!

불꽃과 바람, 그리고 뉴클리어까지.

궁수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위력을 가진 스킬들이 일제히 모였다.

궁수의 마력이 1%를 제외하고 나머지 전부가 빠져나갔다.

“성불해…. 아니 씨발 넌 성불도 하지마!”

거대한 발리스타에서 발사된 화살이 드래곤의 이마와 격돌했다.

드래곤 특유의 단단한 비늘과 압도적인 파괴력을 지닌 궁수의 발리스타의 대결은.

콰직!

“끄아아아아악!”

궁수의 승리로 시시하게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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