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90화 (90/172)

◈ 90화. 쌘놈 등장.

“와, 미친.”

“궁수여! 너무 흥분하지 말게!”

갑자기 일어난 돌발상황에 셈은 흥분한 궁수를 말리려 했다. 그러나 궁수는 전혀 다른 곳에 흥분한 상태였다.

“닭날개가 세배라니!”

“…그래 자네는 그런 사내였었지.”

눈앞의 새는 당장에라도 전장을 쓸어버릴 듯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지금은 저거 마법 먹히냐?”

- 흐음, 결계는 사라졌으니 먹히긴 하겠지.

“오케이.”

스치면 베일 듯 섬뜩한 기세에 근접 딜러들은 순간 흠칫하며 거리를 벌렸다.

“하아아아….”

뜨거운 증기를 내듯 그녀는 입, 정확히는 새 부리로 새하얀 연기들을 촤악 내뿜었다.

휘이이이잉!

마치 던전의 최종 보스마냥 변한 그녀는 푸른 안광을 빛내며 궁수를 노려보았다.

“음, 좆된 거 같은데.”

- 그래서 도망칠 거냐?

“가능하나?”

- 불가능하겠지.

“뭐야 답정너네.”

그렇다. 이것은 좆됨이다.

순도 100%의 좆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좆이 돼버린 것이다!

“예아 아임 피너스!”

“또 무슨 개소리야!”

“옵니다! 집중하세요!”

잔해를 헤집고 일어난 새가 크게 날개를 펼쳤다. 놈의 맑은 청안이 빛나며 날개를 퍼덕이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잉!

“저 닭대가리가 또 뭘 하려…. 쿠헤엑!”

“젠장!”

뺀질거릴 틈도 없이 셈이 궁수의 멱살을 잡고 자신의 뒤로 끌었다.

카카카카카캉!

“크흐으윽!”

그와 동시에 마력을 머금은 셈의 방패가 빛나며 날아든 적의 깃털을 모두 막아내었다.

“2페이즈는 원거리 패턴인가.”

“쯧, 살벌하네요.”

“네 활만 하겠나. 빨리 후방지원해!”

튼튼한 근접 딜러들은 베테랑답게 적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각자 보유한 방어 마법이나 장비를 이용하여 어렵지 않게 적을 막아낼 수 있었다.

“셈, 요새화는 원거리도 가능해요?”

“음? 너무 먼 거리는 불가능하다만.”

“저 정도 거리는요?”

“흐음, 아슬아슬하지만 가능하겠군.”

“오케이! 제가 이따 써달라면 써줘요!”

콰앙!

그 말을 끝으로 궁수는 바람을 터트려 성벽 위로 뛰어올랐다.

위에서는 마법사들이 호시탐탐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야! 나법사!”

“뭐냐!”

“이리 와봐!”

“바쁘다!”

“바쁘긴 개뿔이 빨리 와!”

궁수는 다급히 법사를 데리고 반대쪽 성벽에 있는 학원장에게 달려갔다.

“음? 뭔가?”

“있잖아요….”

마치 악당이 사악한 계획을 짜듯 궁수의 표정은 잔뜩 상기해 있었다.

***

“조금만 버텨보지, 내 동료가 방법이 있는 모양일세.”

“동료? 누구 말하는데?”

“정신 나간 궁수가 한명 있지, 여튼 그 전까지 시간만 끌어보자고.”

“노력해보지.”

세계 랭킹 5위에 자리하는 쿠 홀린.

통칭 린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뜨거운 숨을 뱉었다.

처음 보여준 압도적인 화력에 그는 순간 기대했다.

굳이 자신들이 나서지 않더라도 이번 파도는 버틸 만 하다고 말이다.

첫 번째 웨이브를 넘어 두 번째 까지만 하더라도 아슬아슬하게 버텨낼 수 있었다.

저 압도적인 경험치가 조금 아쉽긴 하였으나 그는 경험치에 미처 목숨을 던지는 미련한 사내는 아니었다.

- 크하하학! 오랜만의 전쟁이군!

“시끄러.”

저주받은 창을 다루는 그는 인상을 구기며 이를 악물었다.

각종 버프가 겹치며 그의 전신에 붉은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날뛸 수 있겠군!”

“옵니다!”

“대형 갖추고 최대한 수비적으로 싸워! 나는 최대한 공격적으로 들어간다!”

“예!”

촤좌좌좍!

“버텨!”

“끄으으으으윽!”

날카로운 깃털들이 계속해서 근거리 딜러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놈은 계속해서 날개를 펄럭이며 연신 깃털들을 발사했다.

철갑 따위는 가볍게 뚫어버릴 위력의 깃털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하하하하하!”

랭커 쿠 홀린.

그의 창이 격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정말 저것이 사람의 손으로 돌리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붉은 기운을 잔뜩 머금은 창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적의 깃털을 모두 받아쳤다.

“이번엔 내 차례다!”

서서히 공격이 잦아듦과 동시에 그는 적을 향해 창을 날렸다.

왼발로 땅을 밟고 있는 힘껏 창을 던졌다.

쐐애애애액!

A급 보스의 머리통 정도는 간단히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투창이었다.

세계 랭커의 투창은 키리엘이라 하더라도 쉬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피하는 것뿐이다.

그녀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근거리 딜러를 상대하는 데에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씨발 너 잘 걸렸다 이 새끼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궁수와 법사가 등장했다.

법사는 궁수 위로 목마를 타고 있어 모양새가 빠지긴 하였으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쉬이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뭣!?”

성벽에서 도약한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니, 키리엘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 먼저 간다!”

궁수는 먼저 네 발의 화살을 각 날개에 발사했다.

그녀는 다급히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하려 했으나 이미 화살은 궁수의 손을 떠난 지 오래였다.

푸욱!

“끄아아아악!”

“뭘 잘했다고 벌써 비명이야 닭대가리년아!”

궁수는 화살통에 양껏 마력을 쑤셔 박았다. 다수의 화살이 아닌 단 한발의 화살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1, 2미터도 아닌 5미터가 넘는 화살이 그녀의 등을 관통했다.

사실 그것이 화살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선생님 세간에선 그걸 창이라고 부릅니다.]

[뭐래 저건 그냥 기둥임.]

ㄴ 오우야 기둥서방 나궁수.

ㄴ 힘토미 꺼라.

[오늘부터 국내 최고 창남 방송 나궁수로 뵙겠습니다.]

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궁수는 그대로 분쇄자를 들어 힘껏 마력을 끌어올렸다. 바람의 기운이 천궁에 머물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뒤져!”

콰아아앙!

“끄아아아악!”

궁수의 분쇄자가 그녀의 등에 박힌 화살을 힘껏 후려쳤다.

마치 대못을 박는 것만 같았다. 하늘을 날던 그녀는 비틀대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법사 준비됐어?”

“조금! 조금만 더!”

“최대한 빨리 준비해!”

어느새 궁수의 화살에는 큼지막한 뉴클리어 한 발이 장전되어 있었다.

타이밍을 맞춰 폭발시킬 수 있도록 타임 익스플로전이 걸린 화살이었다.

“야 떨어진다고!”

“아직! 아직!”

“아오 진짜아악!”

낙하하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궁수가 생각해둔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법사가 최대한 빠르게 마법을 성공시켜야 했다.

“됐다! 다 됐다!”

영창을 마친 법사의 왼손에는 탁구공만한 크기의 마력 구체가 떠올라 있었다.

궁수가 땅에 닿음과 동시에 궁수가 대기하고 있던 셈에게 소리쳤다.

“셈! 요새화!”

“알았네!”

콰콰콰콰쾅!

땅에서 커다란 바위가 솟아나며 키리엘과 함께 궁수와 법사를 통째로 감쌌다.

새까만 어둠 속 그 안에서 궁수는 마력으로 불꽃을 피워 내부를 밝혔다.

“끄으으윽…. 감히…. 인간 따위가….”

그 안에서는 상처 입은 새가 피를 토해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날개가 꺾인 애처로운 새의 모습이었으나 궁수는 콧방귀를 뀌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참나, 지가 먼저 쳐들어와 놓고 감성팔이야?”

“크흑…. 그건….”

“거 일을 벌렸으면!”

촤악!

“끄아아아악!”

“책임을 져야지!”

궁수의 화살이 적의 등에 박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새빨간 기운을 머금은 화살은 당당히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크흐흐흐 그래도 끝을 네 놈 같은 전사와 함께 전사할 수 있다면 후회는 없다!”

“응? 뭐?”

궁수의 발끝에서부터 새하얀 빛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손목에는 마탑주의 새하얀 마법진이 마력을 발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마탑주의 최상위 스킬 중 하나인 마법이었다.

“자…. 잠깐 네놈 어디 가는 거냐!”

“나?”

궁수는 세상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힘껏 입꼬리를 올리고 적을 비웃는 그 모습은 적에게 있어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그…. 그런!”

“아, 나 빼고ㅋ.”

“닭 바바이!”

법사는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고이 모아두었던 구체를 그녀에게 던졌다.

그것은 궁수의 익스플로전을 보고 착안해 만든 고비율 마력 폭탄이었다.

다만 그 폭발력은 궁수의 뉴클리어를 상회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야이 씨….”

“안녕!”

궁수와 법사의 인영이 완전히 사라짐과 동시에 요새 안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젠장….”

적을 날려버리다 못해 완전히 갈아버릴 정도의 폭발이 그녀를 감쌌다.

콰아아아앙!

“우효오오오오! 뷰 좋고!”

“이쁘다! 이쁘다!”

셈의 요새도 버티지 못했는지 천장에 뻥 구멍이 뚫리며 그 틈으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이것이 치킨국의 위엄이다 닭대가리년아!”

“치킨! 치킨! 바삭바삭 치킨!”

- 아직 게이트 안 닫혔다. 긴장 풀지 마라!

“드르와! 다 드르와!”

의미 없는 쉐도우 복싱을 한 궁수는 자신감에 가득 차 언제라도 오라는 듯 여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쩌어어어억!

“어어, 어 잠깐만요.”

- 최종보스 등장인가,

“아니 방금 중간보스 해치웠는데 쉴 시간은 줘야지!”

- 게이트가 그리 만만한 줄 아느냐.

두 개의 게이트가 하나로 합쳐지며 그 크기를 키웠다.

퍼어엉!

“츠, 측정 기계가 터졌습니다!”

더욱 크기를 키운 게이트는 기분 나쁘게 일렁이더니 이내 적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이번에 튀어나온 적들은 원래 상대했던 도마뱀들이 아닌 검은 갑주를 입은 군사들이었다.

엄격한 훈련을 받은 듯 발걸음까지 완벽하게 맞춘 그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조심스럽게 땅에 착지했다.

척 보아도 지성이 있는 마물들이었기에 헌터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적의 숫자는 지금까지 넘어왔던 마물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숫자였지만 그 위험성은 전에 상대했던 녀석들보다 배는 더 높았다.

한 마리 한 마리의 마력이 A급 몬스터에 비견되는 수준이었기에 궁수 또한 표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빌어먹을….”

병사들이 다 쏟아져 나오자 마지막으로 그 끝에서 새까만 날개를 가진 누군가가 등장했다.

다른 병사들은 모두 칠흑의 갑주를 입고 있던데 반해 놈은 마치 중세시대 유럽처럼 고풍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검은 마력과 이마 위로 솟아난 검은 뿔에 등 뒤의 날개는 본능적으로 그가 적들의 보스임을 깨닫게 하였다.

“제길….”

시종일관 무표정을 고집하던 마탑주 조차 낮게 욕을 짓거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 드래고니카…. 아니 진짜 드래곤인가.

마치 자로 잰 듯한 진격이 끝나고 대장으로 보이는 그가 날개를 활짝 피며 소리쳤다.

“반갑다!”

짧은 한마디 후 그는 입이 찢어져라 광소를 지었다.

그 후.

“그리고 죽어라.”

쿵! 쿵! 쿵!

그와 동시에 정지했던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 역할이 있는 듯 가장 앞 대열은 검사, 그 뒤는 궁수와 마법사, 그리고 맨 뒤는 서포터 계열로 보였다.

“와아아아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맹렬한 함성이 전장을 울렸다. 그러나 이쪽 또한 산전수전을 견뎌온 베테랑 헌터들이다.

근접 딜러들의 대장인 홀린의 외침과 함께 헌터들 또한 마력을 끌어올렸다.

“겁먹은 새끼는 꺼져! 나는 간다!”

“푸하하하! 좋지! 남자라면 응당 그래야지!”

“저 새끼들만 죽이면 집에 갈 수 있다는 거지!”

“크하하하! 드디어 내가 활약할 때가 왔구나!”

근접 딜러들이 힘찬 함성을 지르며 전투에 들어갔다. 마법사들도 적들의 후방을 공격하며 전투를 이끌었다.

“마력 탱크 남은 거 줘 봐요!”

“얼마 안 남았으니까 아껴 써요!”

“아끼다 똥 돼요!”

궁수는 호스를 입에 대고 신기전을 소환하려 했으나.

“호오, 이것이 그 무기로구나.”

“뭣!?”

궁수조차 기척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다가온 그가 주변으로 어둠을 퍼트렸다.

“네놈은 나와 놀자꾸나.”

그렇게 궁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납치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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