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최종병기 신기전.
조선시대 1448년에 만들어진 고체 로켓!
세종의 비밀병기 중 하나!
막상 만들긴 했지만 화약만 더럽게 많이 처먹어서 실용성은 떨어졌다는 그거!
다름 아닌 신기전이었다.
“우왕!”
신기전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대신기전이 궁수의 옆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천궁은 탐착치 않은 것이 있는지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 위력은 어마어마하다만 이 무기에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뭔데?”
- 연비가 구려도 너무 구려.
“흐음….”
- 마력만 충분하다면 끊임없이 무한으로 발사할 수 있다만 네가 마법사도 아니라서 말이지.
확실히 저 수많은 화살을 다 장전하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들 것이다.
평소라면 사용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는 무기였으나 적어도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나 빨리 마력 탱크 하나만 줘 봐요!”
“갑자기요?!”
“남은 거 많잖아요! 빨리! 하는 김에 법사 것도!”
적어도 전장에 있는 사람 중에서 궁수와 법사에게 마력 탱크를 주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쿵!
“여기요!”
“땡큐!”
궁수의 옆에 푸른색 마력 포션을 가득 채운 탱크가 놓아졌다.
[씨발 마물 다 좆됐네ㅋㅋㅋㅋㅋ]
[이게 그거냐 불법 침입했다고 기관총으로 도륙내버리는거.]
ㄴ 어 씨 저 다시 나갈게요.
ㄴ 들어올 땐 마음대로 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ㄴ 꺄아아아아악!
ㄴ 찰지구나!
마력 호스를 입에 넣은 궁수는 단숨에 포션을 들이키며 신기전에 화살을 장전시켰다.
그리고 여기서 추가로 화염에 익스플로전 그리고 쉐도우 파트너까지 사용하자 마력이 순식간에 뭉텅이로 깎여나갔다.
약간의 탈력감이 궁수를 엄습해왔으나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저 개 같은 마물 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때다.
“발사아아아아아!”
푸화아아아아악!
왼쪽 끝부터 차례대로 거대한 쇠뇌들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마력을 좀먹어가며 날아간 쇠뇌들은 적을 맞춤과 동시에 제법 큰 폭발을 일으켰다.
다만 그런 폭발이 300개나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그림자가 만들어낸 300개의 폭발까지.
“와아….”
거대한 버섯구름이 전장을 가득 채웠다.
한발 한 발의 위력도 엄청난 화살 수백발이 날아갔으니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지렸다…]
[봤노라, 보았노라, 지렸노라.]
ㄴ ? 야동봤냐?
ㄴ 이게 야동이지 씻팔.
[아끼던 팬티였는데…]
[아끼던 이불이었는데…]
[아끼던 기저귀였는데…]
ㄴ 기저귀는 왜 아끼는데, 다시 쓰냐?
ㄴ 아나바다 모르냐?
ㄴ 기저귀를!?
단 한명이 펼친 압도적인 현상에 헌터들은 순간 공격을 하던 것도 잊고 궁수를 바라보았다.
“미쳤어….”
“개인 화력이 이 정도라고?”
“무지막지하구만….”
그러던 말던 궁수는 전신을 땀범벅으로 적신 채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수백발의 화살에 들어가는 마력을 충당하다 보니 당장에라도 탈진할 듯 어마어마한 마력이 소모되었다.
궁수의 노력이 헛되진 않는 듯 신기전은 미친 듯이 포화하며 적들의 머리 위로 절망을 흩뿌렸다.
“허억…. 허억…. 빨리! 마력 탱크 더 줘요!”
“여, 여깄습니다!”
오죽하면 하루는 족히 쓸 마력 탱크를 순식간에 비워 다시 리필을 해야 할 지경이었다.
“으흐흐흐흐흐!”
궁수는 다시 마력 포션을 마시기 전 탱크를 넣고 의문의 보랏빛 가루들을 털어 넣었다.
탱크를 통째로 들고 흔든 궁수는 조심스럽게 다시 이를 바닥에 내려두며 다시 호스를 입 속으로 넣었다.
쮸우우웁
[프로틴 프로 프로틴을 섭취했습니다.]
[마력이 3pt 힘이 7pt증가합니다.]
“크흐! 이거거든!”
밍밍한 마력 포션이 순식간에 새콤달콤한 블루베리 주스로 변한 것만 같았다.
순간 늘어진 궁수의 근육에 다시 한 번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가즈아아아아앗!”
화아아아아악!
순간 부실하던 신기전이 다시 엄청난 화력을 뽐내며 적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마치 용이 불을 뿜어내듯 장엄한 그 모습에 다른 헌터들 또한 덩달아 힘이 났다.
“다 죽여버려!”
퍼퍼퍼퍼퍼펑!
수십 수백 개의 폭발과 동시에 전장에 쏟아져 내리는 마법사들의 포화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고작 B급의 허약한 마물 따위로는 막아낼 수 없는 압도적인 화력이 이어졌다.
궁수의 압도적인 화력 덕분에 이 싸움은 비교적 평탄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폭발하고 찢기고 태우고 부숴버리고 심지어는 녹여버리기까지 했다.
헌터들은 미친 듯이 마력 포션을 마시며 유리하게 전투를 끌어나갔다.
그러길 여섯 시간.
“왜 끝나질 않지…?”
전투는 분명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게이트는 오히려 더욱 벌어지며 더 많은 수의 몬스터들을 뱉어내고 있었다.
“이거 얼마나 나오는 거야!”
“아직 게이트 반응은 그대로에요! 계속 싸워야 합니다!”
“호주에서는 이런 거 없었다며!”
“그럴 시간에 한발이라도 더 쏴요!”
마력 회로를 과하게 돌린 탓에 피로가 장난이 아니었으나 이 정도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
시야가 핑 돌며 어지럼증이 돌았으나 궁수는 뺨을 때리며 이를 악물었다.
“경험치 이벤트 때 졸아서 어쩌잔 거야!”
“먹는다! 잔뜩!”
“가즈아아아앗!”
궁수는 옆에 준비된 다섯 번째 마력 탱크를 쭈욱 빨아먹으며 이를 악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져 조금씩 밀리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베테랑 헌터들이라 하더라도 수십만 마리의 마물이 분단위로 쏟아지는 전장을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것도 한두 시간이 아닌 거의 하루 반나절 동안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오히려 헌터들의 기적정인 정신력 덕분에 여기까지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법사도 비틀비틀 거리며 계속해서 영창을 이어나갔다.
이를 악물고 트리플 스펠을 다루는 그는 연달아 대단위 마법을 난사하며 전장을 휩쓸고 있었다.
오히려 마법사가 주역인 이 무대에서 궁수인 그가 날뛰고 있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 비정상 덕분에 전투가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헌터들의 미친 듯한 화력에 산은 이미 너덜너덜 넝마가 되어 있었다.
그 단단한 돌산을 완전히 깨부숴버리고도 모자라 또 그 부서진 돌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게이트 반응이 줄어들고 있어요! 조금만 더 버티세요!”
“조금? 얼마나 버티면 되는데!”
“한 시간이요!”
“씨발 언제부터 한 시간이 조금이었냐!”
붉은 게이지를 뚫던 게이트 수치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삼십 분!”
[힘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불꽃가능!]
[왠지는 모르겠는데 가슴이 웅장해진다.]
ㄴ 나도…
[아 씨발 진짜 눈시울 뜨거워지네.]
[난 하반신이…]
ㄴ 이 새끼를 고기 방패로 던져줬어야 했는데.
근접 전투원들은 물자라도 옮기며 최대한 원거리 딜러들의 보조를 도왔다.
“게이트 수치 정상화!”
콰아아앙!
털썩.
그 말을 끝으로 궁수는 그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법사나 다른 헌터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며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이 보였다.
“씨발 이렇게 하고 겨우 한 웨이브 막아낸 거라니.”
다른 헌터들은 혹시 모를 불안감에 아직도 게이트를 주시하고 있었다.
성벽 곳곳에 금이 가거나 심지어는 당장에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성벽도 있었다.
당장에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헌터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몸을 한계까지 밀어붙인 궁수는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차가운 돌바닥이었으나 마치 푹신한 침대에 누운 것처럼 잠이 솔솔 쏟아져 내렸다.
“한숨 붙이시죠, 위급하시면 제가 깨워드리겠습니다.”
“응? 아아, 아무것도 안 하고 날로 먹은 이은우씨구나.”
“크…. 크흠!”
은우는 궁수와 법사를 부축해 성벽에 기대게 해주었다.
근접 전투는 하지 않았으나 둘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하아….”
언제 또 전투를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궁수는 잠시 눈을 붙였다.
***
위치라는 개념이 없는 새까만 공간, 그 안에서는 어떤 남자가 게이트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제법 버티는군.”
전신에 철갑을 두른 듯 그의 몸은 새까만 강철로 뒤덮인 듯 보였다.
옷은 입고 있지 않았으나 그것만으로 마치 단단한 갑옷을 입은 듯했다.
등 뒤로 솟아난 날개는 그의 존재감을 더욱 진하게 만들었다.
“직접 출정하시렵니까?”
“아니, 아직 아니야.”
그는 턱을 괴고 성벽의 헌터들을 바라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봐.”
“예?”
“적들을 물리치고 딱 승리에 취해있을 때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그때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나타난다고 해봐.”
“흐음, 절망하겠군요.”
“그래, 사기는 전장에서 큰 영향을 끼치지, 너는 그러기 위한 전초전으로 딱이고 말이야.”
툭툭.
그는 의자의 손잡이를 먼저 가볍게 두드리며 옆의 부하에게 말했다.
“차라리 네가 먼저 가볼래?”
“제가…. 말입니까?”
“응, 왜 자신 없어?”
상관의 명을 받은 그녀는 착잡한 표정으로 게이트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놈들을 다 죽이면 군주께서 심심하실 텐데요.”
“푸하하하.”
군주라고 불린 그는 오만한 태도의 부하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래야 내 부하답지, 조심히 다녀와라 키리엘.”
“알겠나이다.”
명령을 받은 그녀는 곧바로 갑주를 챙겨 게이트 앞에 섰다.
계속해서 ‘통로’를 혹사시키다간 자칫 끊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곧바로 저쪽으로 넘어가지 않고 게이트가 안정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남자.
그는 게이트 안의 남자, 특히 궁수를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하면, 재미가 없지.”
***
새우잠을 잔 궁수는 찬물을 얼굴에 끼얹으며 잡을 깼다.
“나 얼마나 잤어요.”
“세 시간쯤?”
“씨발, 피곤해 죽겠네.”
갑자기 게이트 수치가 증가한다는 말에 궁수는 오만가지 쌍욕을 뱉으며 우드득 우드득 몸을 풀었다.
그리고 이는 궁수 옆에서 곯아떨어진 법사도 마찬가지였다.
“죽겠다….”
오죽하면 그 법사가 진심으로 앓는 소리를 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물한테 찢겨 죽는 거보단 낫죠.”
은우는 측은하게 둘을 바라보며 응원 아닌 응원을 해주고 다시 본인의 위치로 내려갔다.
[???? 설마 저거 응원이라고 하고 간거임?]
[이게 그 헌터식 유우머냐?]
[팔 부러진 애한테 팔 잘린 거보단 낫지! ㅇㅈㄹㅋㅋㅋㅋ]
ㄴ 100점… 100점이요 씨발
ㄴ 사탄 연전연패.
ㄴ 한반도식 응원 ㄷㄷㄷ
“게이트 수치 증가합니다!”
“하, 쉴 틈을 주지 않는구만.”
“쉬고 싶다, 쿨쿨하고 싶다….”
“나도…”
궁수는 이미 신기전에 마력을 불어넣어 발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게이트 수치 상!”
“상? 폭주가 아니고?”
“단일 개체입니다!”
“뭐야, 보스야?”
- 계약자여, 이번에는 조금 긴장하는 게 좋을 거다.
“여태까진 안전했나.”
- 흐음, 아냐 질적으로 다르다. 파장이 너무나도 이질적이야.
“옵니다!”
섬뜩한 소리를 내는 게이트에서 한 명의 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인…. 간?”
“뭐야? 인간형 보스인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곧바로 공격을 날리는 헌터는 없었다.
이미 마법사들은 브레이크 스펠, 리커버리 등 각종 해주 마법들을 준비하며 적을 분석하고 있었다.
새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내려온 여성은 한손에는 전신에 순백의 갑주를 입고 왼손에는 레이피어를 들고 있었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내려온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여성체인가?”
새하얀 머릿결이 찰랑거리며 등장한 놈은 얼핏 보기에는 마치 천사가 강림한 모습이었다.
서서히 레이피어를 치켜든 그녀는 짤막하게 말했다.
“미개한 놈들….”
모두가 그녀에게 집중한 지금 궁수는 홀로 다른 상상을 하고 있었다.
“닭날개라….”
츄릅.
[뭐여 왜 군침 흐르는데 이 새끼.]
군침이 싹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