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마물 워터파크 개장.
“캬 시작부터 화려하구만!”
미리 설치해둔 지뢰와 폭탄들이 수천에 달하는 몬스터들을 단숨에 정리해버렸다.
산 위로 몬스터들의 시체가 비가 되어 후두둑 쏟아져 내렸다.
[마물비가 내려와아아ㅏㅏㅏㅏ]
[주모오오오오오!]
[썸띵앗요 마인!]
[벌쳐 누구냐고!!!!!!!!!!!!]
“바로 다음 웨이브 옵니다! 긴장하세요!”
“혹시 모르니 근접 전투원들은 상시 대기하세요!”
근접 전투원들은 혹시 모르는 상황에 성벽 안에서 돌격을 대기하고 있었다.
- 크흐흐흐! 몸이 달아오르는구나 계약자여
“나도 못 참겠다!”
궁수의 화샅통 가득히 준비된 익스플로전 애로우는 언제든 적을 날려버릴 준비를 마치고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수의 적을 상대로 효과적인 체인 익스플로전 애로우에 궁수는 몸이 달아올라있다.
사실상 경험치 공장아닌가!
예상하지 못한 침공을 받은 호주와는 달리 지금은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각종 물자, 기구들로도 모자라 통째로 성벽을 쌓았으니 말이다.
거기에 뒤늦게 합류한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미리 위치를 알고 대기하는 점에서 이미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아이 못 참겠다!”
처음부터 궁수와 법사는 따로 행동을 약속받은 상태였다.
여태껏 궁수와 법사가 함께 처리한 일들이 워낙에 많기도 할뿐더러, 둘의 케미는 마탑주가 인정할 정도로 우수했다.
사실은 미친개 두 마리의 목줄을 풀어준다는 개념이 더 맞지만 말이다.
“맛있겠다!”
“그치! 나도 못 참겠거든!”
법사도 군침을 삼키며 쏟아지는 적들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궁수는 벌써 장궁에 화살을 네발이냐 메기고 있었다. 깽판을 벌이기 직전 궁수는 법사에게 말했다.
“참을 만큼 참았다 그치?”
“맞다!”
“그럼 이제 그만 참아도 되겠지?”
“응! 응!”
법사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양손에는 양껏 마력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에라 모르겠다!”
“모른다! 모른다!”
궁수는 말과 동시에 여섯 발의 화살을 발사했다.
쐐애애애액!
각각 거리를 띄우고 날아간 화살은 적들을 맞춤과 동시에.
퍼퍼퍼퍼퍼펑!
붉은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적들의 사지를 분해시켜 버렸다.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나고 그 뒤로 붉은 구체가 번졌다.
구체가 적에게 닿음과 동시에 한 번 더 폭발을 일으키며 엄청난 피해를 낳았다.
한 발만 하더라도 이 정도인데 그게 다섯 발이나 된다니!
적들 사이에 다섯 개의 구멍이 만들어졌다.
끝없이 몰려드는 물량이 그 공백을 순식간에 채우긴 하였으나 그것만으로 사기를 돋우기에는 충분했다.
“와아아아아아!”
“다 들어와아아아!”
궁수의 대단한 공격을 시작으로 곧바로 나법사의 공격이 이어졌다.
이전 아카데미에서 배워온 것이 있는 듯 이번에는 두 가지의 마법진이 등 뒤로 펼쳐졌다.
초록색 마법진과 다른 한 개는 붉은 빛을 머금은 마법진이었다.
“오오 듀얼코어.”
법사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마력이 각 마법진으로 흘러 들어가며 서서히 그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소형 마법도 아닌 대마법을 두 개씩이나 사용하는 마법사라니.
사람들의 이목이 끌리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오오오! 저게 마탑주의 후계자인가.”
“저 나이에 저런 마법이라니 말도 안되는군…”
“허어 뭐 소름이 돋는구만.”
“동 속성 마법도 아니고 타 속성 듀얼 캐스팅이라니!”
그러던 말던 법사는 중얼중얼 캐스팅을 이어나갔다.
“법사야 슬슬!”
“다했다!”
“그렇지!”
법사의 캐스팅이 끝난 것은 마물이 산 하나를 집어삼킴과 동시였다.
“화르륵 휘잉!”
먼저 법사의 등 뒤로 초록색 마법진에서 거대한 토네이도가 적들을 향해 떨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붉은 마법진은 마치 물감을 섞듯 서서히 바람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쾅!
“크흐으으!”
커다란 바람이 적들을 찢으며 불꽃은 마물들을 집어삼켰다.
자연적인 불꽃이 아닌 마력으로 태운 불꽃은 적들에게 옮겨 붙으며 지속적인 피해를 낳았다.
그리고 철갑산의 나무들에 추가로 불꽃이 붙으며 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익스트림 환경파괴범 ㄷㄷㄷ]
[환경단체 피꺼솟 ㅋㅋㅋㅋ]
[우리 지구가 많이 아파해요!]
[지구 폭행범 ㄷㄷㄷㄷ]
[산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쏟아부어!”
“마법사들은 최대한 대단위 마법으로 공격해!”
나법사의 화려한 마법을 기점으로 이어진 헌터들의 융단폭격은 마물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끄하하하하하하!”
“다 죽여! 죽여버려! 이 개자식들!”
“근접 딜러들은 가서 손가락이나 빨라고!”
이전 아카데미에서도 그랬듯 가장 신난 것은 역시나 마법사들이었다.
눈에 핏대를 세우고 마법을 연사하는 그들은 마치 광전사가 떠오를 정도였다.
게다가 지금 이곳에 모인 헌터들 대부분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산전수전을 겪어본 베테랑들이다.
그들의 화력은 아카데미 학생들에 비교하기 미안할 수준이었다.
충분하다 못해 썩어 넘칠 수준의 마력 포션에 감히 마물이 올 수 없는 안전한 포지션까지.
“나 이거 아카데미에서 본 것 같은데.”
오색빛의 화려한 마법들은 산을 터트리다 못해 속된 표현으로 ‘조져버렸다.’
“이 씨발련들 다 죽여버려어어어엇!”
“찢어! 죽여! 터트려버려!”
“크하하하하! 뒤져어어엇!”
헌터들의 광기 넘치는 모습에 궁수는!
“느헤헤헤헿! 쾅쾅! 쾅콰아아아앙!”
아 몰랑 궁수도 신났쩡.
- 크흠, 진정해라 주인, 마치 나법사같지 않은가.
“닥쳐! 그럴 시간에 한 마리라도 더 먹어야 해!”
“더 쾅쾅! 더 펑펑!”
블리자드, 메테오, 제네시스, 라이트닝, 각종 대단위 마법들이 가감 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몇 웨이브나 올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 상태로만 보자면 거의 헌터 전용 경험치 이벤트나 다름없었다.
화염을 두른 속성화살에 이어지는 익스플로전, 그리고 거기에 쉐도우 파트너까지.
연쇄 폭발에 이어지는 연쇄 폭발!
쏟아지는 경험치에 궁수의 입꼬리가 날아가 버릴 지경이었다.
[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
[운영자 경험치 이벤트 달달하게 하넼ㅋㅋㅋㅋㅋ]
[그런데 갈수록 좀 늘어나는 거 같은데?]
[엄마 저는 커서 궁수가 될래요! 엄마 저는 커서 궁수가 될래요! 엄마 저는 커서 궁수가 될래요!]
ㄴ 호적에서 파인 이유가 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
ㄴ 씹ㅋㅋㅋㅋㅋㅋ파양ㅋㅋㅋㅋㅋㅋㅋ
전투 와중에도 게이트의 틈이 더 크게 벌어지며 훨씬 많은 수의 괴물들이 쏟아져 내렸다.
심지어 방금보다 더 강력하고 단단한 녀석들이 우글우글 산을 덮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캬! 타격감 쥑이네!”
더 손맛 좋은 샌드백이 등장했다는 것이었다.
마법사들은 포션을 물먹듯이 마시며 스킬을 난사했다.
심지어 마탑주 같은 최상위 마법사들은 대놓고 옆에 마력 포션 탱크를 놓고 스킬을 난사하고 있었다.
아무리 마물이 강해졌다고 한들 고작 저 정도의 수로는 이 압도적인 화력을 뚫을 수 없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이번 웨이브는 끝입니다!”
게이트 계측 수치를 토대로 전투를 분석하며 전투는 유리하게 이어졌다.
헌터들은 조금이라도 더 적들을 쓸어 담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
마치 수도꼭지를 잠그듯 서서히 나오는 마물들의 수가 줄기 시작했다.
“막타는 내거다!”
쐐애애애액! 콰직!
궁수의 저격을 마지막으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마물이 잦아들었다.
그렇다고 게이트가 닫힌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헌터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사실 휴식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방금 전의 전투로 모두 고양감에 젖어있는 상태였다.
자신의 무기를 점검하고 마력 포션 같은 장비를 충전하며 다음 전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웨이브는 언제 오나요?”
“글쎄요, 파도는 워낙에 변칙적이라서….”
궁수의 옆에서 마법을 난사하던 다른 마법사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래도 다음 웨이브까지 좀 시간이 걸릴 겁니다.”
“흐음 아무래도 저 정도로 쏟아내면 그렇긴 하겠네요.”
“예, 다음에는 더 많이 쏟아지겠지만요.”
“흠, 그래도 이 정도 화력이면 그냥 막겠네요.”
실제로 S급 마물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A 혹은 B급이다.
이 수많은 최상위 헌터들을 상대로는 그저 걸어 다니는 경험치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날로 먹겠구만~”
궁수는 콧노래를 부르며 마력 포션을 한 병 들이켰다.
[파도를 날로 먹는 남자ㄷㄷㄷ]
[파도를 날에 싸먹어 보세요.]
[씨이팔 여기가 오마카세구나.]
[이모 여기 마물 대짜!]
‘그래, 전에 그 정도로 굴렀으면 가끔은 좀 쉽게 가야지.’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순조로운 공략에 궁수는 후훗 미소 지으며 활을 손질했다.
이대로 지금처럼 경험치만 미친 듯이 몰아 먹는다면 충분히 새로운 스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은 날로 먹는 헌터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게, 게이트 수치 최대! 이상 현상입니다!”
“아 왜 또! 제발!”
“수치가 이상합니다! 기존의 2배가 넘어요!”
[플래그 회수 ㄷㄷㄷ]
[제발 막아라, 할 수 있다 킹궁수!]
[ㅍㅇㅌ!]
[할만하다 궁수야 ㄹㅇ 정신만 차리면 할 수 있다.]
“이 썅놈들은 지들 똥줄 타니까 응원하는 거 보소!?”
[거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연약한 민간인 우러욧ㅠㅠ!]
[저에겐 책임질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이 없습니다!]
ㄴ 뭐여 그럼 죽어도 되겠네
ㄴ 이 씨발롬이ㅋㅋㅋ.
채팅창은 유쾌했으나 궁수의 시선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좀 아닌데….”
쩌어어어어억!
비정상적인 수치를 증명하듯 하늘에서는 기존과 같은 게이트가 한 개 더 등장했다.
억지로 차원을 찢어버린 듯한 그 모습은 궁수에게 있어서도 큰 압박감을 선사했다.
“하아….”
어찌 인생 쉽게 가는 법이 없는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가능하려나.”
“전투 준비! 바로 이어서 옵니다!”
“마도 병기 바로 꺼내!”
“씨발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두 개의 게이트에서는 방금 전의 3배가 넘는 양의 마물들이 빽빽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은빛 소나기가 떨어지는 것처럼 마물의 양이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법사야, 지금부터는 계속 큰 걸로 날려. 기왕이면 화속성 계열로.”
“알았다!”
몰려오는 은빛 파도에 마음이 꺾일 만도 하지만 겁을 먹을 만한 헌터는 처음부터 이곳에 없었다.
오히려 이를 악문 헌터들은 더욱 사납게 마력을 워 올렸다.
설렁설렁 주문을 영창하던 마탑주 조차도 자신의 메인 지팡이를 꺼내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탑주 이외에도 랭킹 10위권 헌터들이 자신의 무기를 들고 전투에 임했다.
그와 동시에 여러 보조 직업군의 버프들이 헌터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한 두 개도 아닌 수백 개의 버프들에 궁수를 비롯한 헌터들의 스테이터스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허허, 호주 이래로 오랜만이군.”
화르르르륵!
마탑주의 초고속 캐스팅이 끝남과 동시에 산 전체에 거대한 불 장판이 깔렸다.
주황색도 아닌 푸른 불꽃이 적들을 녹여버리기 시작했다.
추가로 다른 헌터들의 공격이 들어가며 조금씩 마물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궁수 또한 열심히 화살을 날리며 조금이라도 마물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시발 이래서 파도구나.”
단단히 준비하고도 이렇게 밀리는데 호주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이걸 수습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퍼퍼퍼퍼펑!
화려한 연쇄폭발에 수많은 마물들이 쓰러졌다.
그러나 쓰러진 마물이 1이라면 추가되는 마물은 2, 3도 아닌 10이었기에 큰 영향은 없었다.
- 계약자여, 조금만 더 모으면 된다.
“뭘!”
- 조금만 더! 정말 조금이면 된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천궁의 간곡해 보이는 말에 궁수는 더욱 빠르게 화살을 날렸다.
여태까지 한 병 남짓 사용했던 마력 포션을 순식간에 세 병을 비울 정도로 궁수의 스킬을 난사했다.
“뉴클리어어어어!”
펑! 퍼어어엉!
그림자와 함께 발사된 뉴클리어가 적진 한복판에 떨어졌다.
확실히 들이는 마력처럼 차원이 다른 위력을 자랑하는 뉴클리어.
얼마나 그 위력이 강력했는지 적들의 공백이 채워지기까지 무려 10초나 걸릴 정도였다.
[레벨업! - LV 131]
- 됐다! 스테이터스를 전부 힘에 넣어라!
“아!”
천궁의 말을 이해한 궁수는 곧바로 스테이터스를 모두 힘에 쑤셔 박았다.
[LV - 131]
[직업 - 궁수]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0]
힘 : 319 + 246
민첩 : 30 + 132
마력 : 80 + 281
체력 : 30 + 195
[수많은 버프들로 강화된 상태입니다.]
[3대 15000 달성. 천궁의 새로운 형태가 개방됩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저릿한 손맛에 궁수는 곧바로 정보를 확인했다.
“와.”
그것은 정말 딱 지금 같은 상황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시기적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