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83화 (83/172)

◈ 83화. 밥차는 늘 소중히.

[학원장의 진노.]

[수수께끼의 흑기사, 그는 누구?]

[모의전 중 발생한 최악의 사태!]

한국으로 돌아오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언론에서는 바쁘게 학원장의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마법사의 격노, 아카데미를 향한 습격,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흑기사까지.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흐어어어…”

궁수는 개당 250키로그램이 넘는 아령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마치 따뜻한 온천에 온 듯한 평온한 기분이 들었다.

궁수의 상완이두근과 완요골근이 행복한 듯 파르르 떨고 있었다.

“우리 애기들 맛있어? 아빠도 너무 맛있어!”

모처럼 쉴 생각으로 아카데미를 갔는데 빌어먹을 개고생만 죽어라 하고 왔다.

적당히 학원장의 눈치를 살핀 궁수는 후다닥 베로니카와 법사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와버렸다.

다행히도 학원장은 이번 일로 적잖게 화가 났는지 은거 선언을 해버렸다.

그가 은거를 선언하면 최소 5년은 기본이기에 은거에 들어간 학원장보다는 새로 등장한 흑기사에 대해서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세계 최고의 마법사를 보유한 아카데미가 공격당했단 소식에 각국의 정부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더욱 정부 산하의 헌터를 늘리고자 그들은 마치 다른 기업들처럼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다.

뭐, 그러던 말던 궁수는 오랜만에 만난 셈, 힐과 함께 맘껏 헬스의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후우! 그래서 그게 끝인가?”

“네, 뭐 없었어요.”

“그래도 대단하군, 마탑주의 마법을 정면으로 보다니.”

“글쎄요, 죽을 뻔한 기억뿐이라.”

띠리리리링!띠리리리링!

운동을 하다말고 궁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 상대는 당연히 이은우였다.

“여보세요.”

“여보 아닌데요.”

뚝.

띠리리리링!띠리리리링!

“여보세요.”

“죄송합니다, 헌터님. 제가 일주일간 퇴근을 못해서 조금 미쳤나 봅니다.”

“네? 일주일이나요?”

“예, 궁수님이 없는 사이에 일이 쌓였거든요.”

역시 블랙기업 K - 정부.

무자비한 착취에 안쓰러워진 궁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뭔데요.”

“아뇨, 이번에는 따로 부탁할만한 건 아닙니다만.”

“응? 게이트 건이 아니에요?”

“예, 다름이 아니라 최근에 각성자 범죄율이 급증해서 말이죠.”

“예? 각성자 범죄율이요?”

다른 나라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한국의 각성자라면 모두 헌터 협회의 관리 아래에 클로징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어째서 자신이 협회에 등록을 해야 하는지 불만인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협회에서 제공하는 압도적인 어시스턴트 능력에 곧 헌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협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을 거부하는 놈들은 꼭 있기 마련이다.

일반인의 범주를 뛰어넘는 그들의 힘은 일반 시민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기에 정부는 어떻게든 그들을 협회에서 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조금 강압적인 과정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각성자들과 정부의 마찰이 있었다.

그리하여 결국 생겨난 것이 각성자들의 범죄 집단이다.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범죄집단은 각국의 정부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였다.

다행히도 한국은 각성자 범죄 집단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그리 큰 위험은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그들의 범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각성자들의 범죄율이 높아졌으니 정부의 입장에서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몇 퍼센트 였는데요.”

“원래는 2 퍼센트가 채 안됐습니다. 일어나는 범죄도 경범죄 수준이 전부였구요.”

“흐음, 그게 확 뛰었다?”

“예, 지금은 거의 8.5퍼센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허어, 8.5프로라.’

기존의 4배에 가까운 증가폭이 아닌가.

각성자의 힘을 알고 있는 궁수에게도 이것이 조금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다행히도 그들은 대부분이 E, F급 높아봐야 D급이 전부인 듯 보였다.

“혹시나 길가다 보이면 잡아주라 이거죠?”

“예, 워낙에 신출귀몰한 놈들이라 그리 쉽게는 잡지 못할 겁니다.”

“하긴, 쉬우면 정부 측에서 정리했겠네요.”

“그렇죠.”

“알겠습니다. 이거 보상금은 있는 거죠?”

“조국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쓰흡.”

잠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궁수가 전화를 끊기 직전 은우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 너엉담이죠~”

“그렇죠? 하하하 제가 오해할뻔 했잖아요~”

펄럭.

잠시 서류를 뒤적이던 그는 궁수에게 말했다.

“아 여깄네요, 현상금이 붙어있습니다.”

“현상금이요?”

“예. 각각 5000만원, D급은 1억 정도 붙어있네요.”

“헤에? 꽤 쌔네요?”

“그만큼 애를 먹고 있습니다.”

어느새 메신저에는 그가 보낸 사진이 도착해 있었다. 인원은 도합 12명, 하나같이 우중충해 보이는 녀석들이었다.

“예, 뭐 알겠습니다. 잡으면 연락드릴게요.”

“네, 꼭 모쪼록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몸도 좀 생각하고 그래요, 그러다 진짜 죽어요.”

“천재는 요절한다 했습니다.”

“그럼 은우씨는 무병장수하겠네요.”

“뭐요? 이 ㅆ….”

뚝.

은우의 전화를 끊은 궁수는 프로틴을 마시며 자리에 앉았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셈, 힐, 법사.

적어도 때리면 때렸지 어디서 맞고 오지는 않을 사람들이었다.

베로니카도 일반적인 능력은 아니었기에 궁수는 프로틴을 배합하던 고수혁에게 다가갔다.

“수혁씨.”

“뭡니까, 지금 바쁜데.”

“밤길 조심하세요.”

“네, 네 밤길 조심하겠…. 뭐요?”

“조심하라고요. 요즘 각성자 범죄가 기승이랍니다.”

궁수의 걱정 어린 충고에 수혁은 뭐 이런 또라이가 다 있지? 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도 각성자인데요?”

“비전투원이잖아요.”

“그건 그렇지만요.”

“여튼 조심하세요, 무슨 일 있으면 꼭 부르고요.”

“흐음…. 저기 다른 분들도 계시는데 왜 저한테만….”

“뭐, 쟤들이 어디서 맞고 올 놈들도 아닐뿐더러.”

궁수는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검지와 엄지를 붙여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다.

“내 밥차는 소중하니까.”

“…어휴 가서 운동이나 하세요.”

“우헤헤헤 이따가 맛있는 거 해줘요!”

“예, 닭가슴살 스테이크면 되죠?”

“땡큐! 난 웰던으로!”

“네~ 네~”

그 말을 끝으로 궁수는 다시 헬스장으로 우다다 달려갔다.

피식.

어이없는 궁수의 태도에 옅은 웃음을 지은 수혁은 계속해서 프로틴을 배합하며 생각했다.

‘참 이상한 사람이야.’

***

프로틴 프로의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바깥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고수혁은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의 뒷자리에 자리 잡았다.

[다음 정거장은….]

전자 안내음이 들리며 고수혁은 멍하니 버스 안을 바라보았다.

퇴근 시간인 만큼 지친 직장인들이 제법 버스에 타고 있었다.

수혁의 앞에는 직장인과 그녀의 딸로 보이는 아이가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를 멍하니 바라보던 고수혁은 낮에 궁수가 해줬던 말이 생각났다.

‘각성자 범죄라고 했나.’

그는 휴대폰을 두드리며 그와 관련된 정보를 검색했다.

제법 난리인 듯 정부는 그들에게 현상금까지 건 상태였다.

인원은 총 열두 명.

모두 우중충하게 생긴 것이 썩 밝은 인상은 주지 못했다.

“하, 뭐 영화도 아니고 무슨 일 있겠어.”

그와 동시에 버스는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여 손님 두 명을 태웠다.

한명은 여자, 다른 한명은 건장한 남자였다.

‘어, 저 여자 어디서 본 것 같….’

짜악!

버스를 탄 여자가 양손을 모아 박수를 침과 동시에 사람들의 휴대폰이 갑자기 픽 전원이 꺼졌다.

다행히도 헌터 전용 휴대폰을 사용하던 고수혁의 휴대폰은 멀쩡했다.

‘아 제발.’

인생은 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고 했던가.

“전부 다 손들어! 지금부터 이 버스는 우리가 점거한다!”

‘에이 씨팔 진짜.’

남자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검을 들고 사람들을 협박했다.

실제로 그의 전신에서는 푸른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옆의 여자는 어느새 버스 운전사의 목에 단검을 들이밀고 있었다.

“우리가 시키는대로 가, 거스르면 알지?”

하급 헌터의 빈약하기 짝이 없는 살기였으나 그것도 일반인이 받아내기에는 다소 버거웠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명령에 따라 버스를 몰기 시작했다.

“뭐야…. 진짜야?”

“무슨 촬영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웅성웅성.

사람들은 아직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듯 웅성웅성거리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하, 이 새끼들이?”

서걱!

남자는 쇠로 만들어진 버스의 손잡이를 아무렇지 않게 베어버렸다.

“전부 아가리 닫아, 확 회쳐버리기 전에.”

쇠를 두부 베듯 손쉽게 잘라버린 그는 마력을 끌어올려 시민들을 압박했다.

- 나궁수 헌터님 -

[고수혁 : HELP]

고수혁은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궁수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다.

버스는 힘차게 달려 어느덧 한 폐건물에 도착했다.

인기척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은 건물은 으스스하기 그지없었다.

“내려! 빨리빨리 안 내려?”

겁에 질린 시민들은 조용히 그들의 말에 따라 버스에서 내렸다.

그들은 모두 한곳에 모여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다른 열 명의 인원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부대장! 일단 다 잡아오긴 했는데 어떻게 할까요.”

“어쩌긴 보스, 석방 요구랑 몸값부터 뜯어야지.”

‘아, 그렇게 된 건가.’

그들은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떠들더니 이내 어느 방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사람들의 핸드폰은 미리 가져가버렸기 때문에 따로 연락할 수 있는 수단도 없었다.

고수혁의 경우 휴대폰을 인벤토리에 넣어버렸기 때문에 다행히도 들키지는 않은 듯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

다른 놈들은 모두 위로 올라가 버리고 한 사내가 다리를 꼬고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쯧, 귀찮은 건 나만 시켜요.”

서열이 낮은 듯 그는 투덜거리며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헌터인 수혁의 마력도 너무 미약한 나머지 일반인이라 생각했는지 그는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히끅! 엄마…. 무서워 히끅!”

“괜찮아, 예슬아, 뚝하자 뚝! 응? 괜찮아.”

“정말…?”

“그래, 엄마 말만 잘 들으면 괜찮아.”

겁에 질린 아이를 쓰다듬는 그녀 또한 썩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았다.

어깨가 벌벌 떨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지금 그녀의 정신 상태를 짐작케 하였다.

이를 바라보던 고수혁의 가슴속에서 죽어버린 줄만 알았던 정의감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래, 나도 각성자다. 못할게 뭐야?’

열두 명 전원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당장에 문 앞의 저 남자를 처치한다면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이쪽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그는 연신 휴대폰만 바라보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스으윽.

최대한 기척을 지운 수혁은 조심스럽게 그의 뒤로 다가갔다.

요리사 헌터 고수혁.

분명 비전투원이지만 셈과 힐, 그리고 법사의 어깨 너머로 전투를 보아왔다.

그에게 전투의 인풋은 충분했다.

과거의 찌질한 고수혁이 아닌 ‘각성자’ 고수혁으로서 영웅이 될 때였다.

호기롭게 적의 뒤를 노려 기습한 그는.

뻐버벅! 퍼억!

“엄마, 저 아저씨는 왜 맞고 왔어?”

“쉿, 조용히 있어.”

“꺼져 이 새끼야!”

구타를 당하고 구석에서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아흐흐흐흑’

오늘따라 나궁수가 더욱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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