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80화 (80/172)

◈ 80화. 괴물을 마법에 싸먹어 보세요 (1)

케로베로스가 쓰러지며 잠시 경기장 내부에 정적이 일어났다.

세 개의 머리통이 전부 터져나간 놈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언제 가져왔는지 법사도 학원장의 스태프를 가지고 휙휙 휘두르며 궁수 옆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없다!”

“없으셈!”

[왜냐면 나쁜 개는 다 뒤졌거든.]

[이게 진짜 1류 조련사지;]

[우리 해피는 착해요!]

ㄴ 니한테만 착해요!

ㄴ 우리 애가 갑갑해서 목줄 좀 안 하겠다는데 왜욧!

ㄴ 이 집은 개가 개를 키우네.

[낑낑 주인님 그거하자 그거.]

ㄴ 산책?

ㄴ X스!

ㄴ 미친놈이ㅋㅋㅋㅋㅋㅋ

ㄴ yes라고 변태새끼야.

가뿐하게 케로베로스를 해치운 궁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바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잡았긴 한데, 이건 또 어디서 나온 놈이야?”

애초에 마법사인 호이든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부터 무언가 이상했다.

흉흉하게 눈을 빛내며 주변을 둘러보기도 잠시 경기장 밖에서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쯧, 재료가 하급이라 그런지 성능이 영 아쉽군요.”

“저건 또 뭐야?”

안에서 걸어 나온 것은 광대 분장을 한 학생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아카데미 교복을 입고 있었으나, 그의 전신에 흐르는 혈기는 절로 궁수를 긴장케 만들었다.

“너 뭐냐?”

“뭐냐!”

“뭐셈!”

전 흑기사를 상대할 때 느꼈던 날카로운 느낌이 다시금 떠올랐다.

“제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니, 중요한데 존나.”

“음?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궁수가 근육을 꿈틀거리며 정면에서 압박하고 있음에도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긴장감도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인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았기에 궁수는 놈을 향해 분쇄자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왜기는 지금부터 내가 널 존나 팰 거니까 그렇지.”

“참 야만적인 방식이네요.”

“그래도 원초적인 게 잘 먹히더라고.”

콰앙!

바람을 담은 분쇄자로 땅을 후려친 궁수가 곧바로 놈을 향해 돌진했다.

바람이 터져 나오며 궁수의 인영이 희미해질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성질도 급하긴.”

“한국인 패시브다 이 말이야!”

콰아앙!

“크흐으윽?!”

분쇄자가 놈의 머리통을 노리고 휘둘러졌으나 아쉽게도 애먼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제가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파지지지직!

검은 뇌전이 떨어지며 궁수를 위협했다. 그와 동시에 놈은 양손으로 땅을 짚더니 커다란 마법진을 만들어내었다.

마치 점액질 같은 끈적한 마력이 일렁이며 순식간에 검은 마법진을 완성시켰다.

불길한 육망성이 번뜩이며 빛을 발했다.

“크흐흐흐 네놈만 잡아두면 우리의 승리다!”

“뭣!? 이런!”

“끄으으으으윽!”

광대의 몸이 녹으며 뼈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놈은 고통스러운 듯 이를 악물었으나 마법의 시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젠장!”

당장에 궁수가 놈을 저지하려 했으나 오히려 저 수준의 대마법을 억지로 멈췄다가는 큰 폭발이 일어날 수 있었다.

놈의 몸이 완전히 녹아내리며 결국 마법진이 완성되고 말았다.

“치이이잇! 하필 나를 노리…. 노…. 어?”

검은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은 궁수가 아니라 학원장을 향해 날아갔다.

“으잉?!”

주변을 가득 덮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어둠이 학원장이 경기를 관람하던 곳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내가 아니네.”

[머쓱]

[거 좀 부끄럽네.]

[추하다 궁수야…]

[궁하다 추수야…]

“아 닥쳐요.”

“학원장님!?”

“빨리 와서 이것 좀 풀어!”

“처음 보는 마법인데!?”

놀란 강사들이 결계를 풀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으나 모두 헛된 일이었다.

궁수는 차분히 칠흑의 결계를 바라보며 법사에게 물었다.

“저거 풀 수 있겠어?”

“으으으으으음….”

법사조차도 미묘한 표정을 지을 뿐 딱히 이렇다 할만한 대답을 뱉지 못했다.

법사는 유심히 결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살아있다?”

“응? 학원장이?”

“저거! 새까만 거!”

“설마 저 결계가 살아있다는 거야?”

“맞다! 살아있다!”

아무리 보더라도 결계는 불길한 기운을 내며 꿈틀거릴 뿐이었다.

“그래서 저거 못 푼다고?”

“끄응…!”

“흐음, 그렇다 이거구만….”

법사는 자존심이 상하는 듯 볼을 부풀리고 결계를 노려보았다.

‘하긴, 법사가 풀 정도면 진작 학원장이 혼자 나왔겠지.’

그런 생각을 하기도 잠시 누군가가 헐레벌떡 경기장 안으로 뛰어오더니 소리쳤다.

“괴…. 괴물입니다!”

***

칠흑의 공간, 그 안에서 학원장은 흥미로운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마법에 당했으나 그는 일말의 당황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뚫어져라 결계를 노려보고 있었다.

“흐으으음…. 과연, 금술인가.”

시전자의 목숨을 바쳐 사용하는 마법 금술.

광대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학원장을 가둔 것이다.

“흐음, 마법은 통하지 않는군.”

시험 삼아 가볍게 파이어 볼을 날려 보았으나 벽은 파문을 일으킬 뿐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두드려도 보고 공격도 해보았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강력한 대마법을 쓰자니 방 크기가 너무나도 작아 자신이 휘말릴 가능성이 있었다.

“쯧, 귀찮게 됐군.”

그나마 바깥의 괴물을 순식간에 처리해서 다행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조금 귀찮은 일이 되었을 것이다.

학원장은 털썩 의자에 앉아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으음?”

그러길 잠시 벽이 일렁이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유의 하이톤에 장난기 가득한 광대의 목소리였다.

“캬하하하하 마탑주 나으리, 새장 안에 갇힌 기분이 어떠신지요?”

“흠, 뭐 색다르군.”

“푸헤헤헿! 색다르다니! 색다르다니!”

광기어린 목소리로 그는 방이 떠나가라 깔깔 웃어대기 시작했다.

한참을 웃어 귀가 따가워지고 나서야 그는 학원장에게 말했다.

“실은 이번에 아주 중요한 손님들이 오기로 해서 말이죠!”

“손님을 받을 예정은 없었네만?”

“우헤헤헿! 정말 오만해요! 아닌가? 이 경우에는 ‘오만’이 아니라 ‘육만’하다고 하는 건가! 꾸헤헤헤헤헿!”

빙하기가 온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우헤…. 쉽게 말하자면.”

“….”

“댁 학생들 좀 ‘재료’로 쓰겠다 이겁니다, 아 물론 교사들도 말이죠!”

“…흠.”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난 마탑주는 고요하게 자신의 두 번째 스태프를 들었다.

메인 스태프는 현재 법사가 빌려간 상태였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캬하하하하! 또 여기서 나갈 생각을 하다니!”

스태프를 든 그의 전신에서 푸른색 마법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폭포처럼 강렬한 그의 마력이 방을 가득 채웠다.

세계 최고이자 최강의 마법사가 캐스팅에 들어갔다. 그러나 광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더더욱 그를 흔들었다.

“크헤헤헿! 어차피 이 방은 마법의 효과를 99프로 경감시킨답니다!”

학원장의 정신을 갉아먹기 위해 광대는 어림없다는 듯 악랄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스태프를 들고 조용히 말했다.

“충분하군.”

“크하! 이 상황에서까지 오만하다니! 정말 세계 최강의 오만입니다요!”

“흠.”

그의 스태프에 마력이 가득 담겨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1프로면 충분하겠군.”

***

“빨리! 더 빨리 벽을 쌓아!”

“닥치고 마력 포션이나 내놓으셈!”

마물들이 몰려오기 전 베로니카는 부지런히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한 성벽을 세우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빨리 벽 위를 정비해라!”

마법으로 벽을 깎아 최대한 그럴싸하게 성벽을 만들었다.

선생은 물론이고 학생들까지 동원하여 순식간에 방어체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끄흐으으으아!”

쿠콰콰콰콰쾅!

“흐아아아! 더는 무리셈!”

마지막으로 벽을 세워 올린 베로니카는 그 자리에서 탈진하고 말았다.

“정비완료!”

“공격 마법이 가능한 자는 성벽 위로!”

“근접 딜러들은 성문으로 모여!”

이미 공성전을 치러본 경험이 있기에 궁수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성벽 위에서 적을 노려보았다.

“저 남자는 왜 여기 있지?”

“근접 딜러 아니야?”

“궁수라는데?”

“헤에엑? 그게?”

학생들이 뭐라고 떠들든 말든 궁수는 조용히 안력을 높여 전방을 주시했다.

쿠구구구구궁

“온다.”

저 멀리서 거대한 덩치의 적들이 우르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골렘과 같은 무지막지한 덩치에 어둠이 전신을 타고 흐르는 불길한 모습이었다.

“꿀꺽.”

“새까맣게 몰려오는군….”

“후우…”

적들의 뒤에는 칠흑의 갑주를 입은 흑기사가 소리 지르며 전장을 마물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적들의 모습에 궁수는.

“와, 저거 뉴클리어 쓰면 쾌감 개쩔겠다.”

“쾅쾅 펑펑!”

“그치! 캬아 저런 걸 다 날려버려야 하는데!”

그런 거 모르고 적들을 모두 날려버리고 싶을 뿐이었다.

먼저 적들이 사정거리에 다가오기 전 법사가 먼저 캐스팅에 들어갔다.

“오, 그건 또 오래간만이네.”

[쾅쾅임?]

[펑펑이겠지.]

[찌리릿일 수도 있잖아.]

[ㄴㄴ 휘이잉으로 다 쓸어버려야지.]

ㄴ 선생님들의 언어 실력에 무릎 탁치고 갑니다.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모자라 보임ㅋㅋ

법사에 매력에 지나치게 매료된 나머지 언어까지 퇴화한 시청자들을 뒤로하고 법사가 먼저 캐스팅을 완료했다.

법사가 캐스팅을 마침과 동시에 적들이 사정거리 내로 들어왔다.

“쾅쾅!”

적들의 위로 붉은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적을 쓸어버리다 못해 가루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마법.

법사가 가장 좋아하는 최애 마법.

그 이름도 화려한 메테오 되시겠다.

본래도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메테오였으나 법사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학원장의 메인 지팡이였다.

마법 효율, 시전 시간, 소모 마력, 심지어는 위력마저 폭발적인 수준으로 늘려주는 이 사기 아이템이 지금 법사에 있었다.

그야말로 호랑이에게 날개도 아닌 로켓을 달아준 셈이었다.

법사도 조금은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태프를 바라보았다.

“허어어어억!”

“뭐 저런 말도 안되는 게 다 있어!?”

“급이 다르잖아…”

“저 정도면 최소 대마법사 다섯은 모여야 할 정도인데…!?”

그간 법사의 순둥순둥한 모습만을 봐온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이 떠올랐다.

마법진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메테오가 적들을 향해 낙하했다.

마치 태양이 떨어지듯 강렬한 불꽃을 태우며 떨어진 메테오는.

콰아아아아앙!

“꺄하하하! 쾅쾅! 쾅콰아아아앙!”

화려한 전투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적의 상당수를 쓸어버렸다.

물론 적들은 강력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최소 B급 보스 몬스터에 이룰 정도로 강력했으나 그 상대는 S 급도 폭발시키는 괴물이었을 뿐이다.

“꿀꺽.”

“이거, 우리도…”

“저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큰 거 한방 정도는….”

법사의 화려한 첫 마법에 학생과 교사들 모두 꼴깍 침을 삼켰다.

두려움이 아닌 부러움이었다.

그것은 마치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을 발견했을 때의 포식자와 같았다.

지금은 자신들의 위치는 성벽 위.

적들은 방금 마법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

다시 말해서 마법을 난사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마법사라는 종족은 그게 누구라 하더라도 가슴 깊은 곳에 대마법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보통은 혼자서는 불가능한 마법이기에 겨우 생각에서 그치지만 법사는 그 생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법사의 첫 스타트는 마법사들의 로망에 불을 지폈다.

성벽 위에서 일제히 캐스팅에 들어간 그들은 각자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흐음, 마물들 명복을 빌어줘야 할 것 같은데….”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내는 이 광경은 궁수에게 있어서도 절로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물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이 새끼들 이 때다하고 신나서 마법 영창하는 거 보소.]

[사실상 좋은 타겟이잖어ㅋㅋㅋㅋㅋㅋ]

[씨바 여기가 아카데미야 테러범 양성소야 ㅋㅋㅋㅋㅋ]

[씨발 저걸 어떻게 버티냐고 ㅋㅋㅋㅋㅋㅋㅋ]

[돈 안내고 실전교육 들어가네 ㅋㅋㅋㅋ]

적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 총 세 가지를 들 수 있으리라.

첫 번째로 이쪽에는 3시간 만에 성벽을 세우는 미친 사람이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이쪽에 대마법을 난사하는 또라이가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아카데미의 마법사들은 모두 천재라고 불린다는 것을 말이다.

“%*%@!”

성벽 위의 마법사들은 이때라는 듯 화려한 공격마법을 잔뜩 사용했다.

콰아아아앙!

화르르르륵!

휘이이이잉!

쿠콰콰콰쾅!

“음…!”

천재지변도 한수 접고 지나갈 정도로 압도적인 화력에 궁수는 한걸음 물러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이것은 ‘합법적 테러’라는 것이다!”

[뭐라는 거야 무친련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그 와중에 지도 쏘려고 발리스타 꺼내는거 보소 ㅋㅋㅋㅋㅋㅋㅋ]

[뉴클리어 장전하는 새끼가 할 말은 아닌거 같은데 ㅋㅋㅋㅋㅋ]

[한대 툭 쳤더니 항공모함이랑 이지스함 가지고 침공하는 격ㅋㅋㅋㅋㅋㅋ]

ㄴ 안 쳤는데 ㅋㅋㅋㅋ

ㄴ 뭐야 그냥 학살이네 ㅋㅋㅋㅋㅋㅋㅋ

“아 몰랑, 뉴클리어어어어어엇!”

콰아아아아앙!

그날 궁수가 만들어낸 버섯구름은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