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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79화 (79/172)

◈ 79화. 미친개는 매가 약.

혈기에 중독되어 미쳐 날뛰는 호이든은 계속해서 푸린을 몰아쳤다.

C급 ‘마법사’인 호이든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자 관중석이 서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왜 마법을 쓰지 않지…?”

“일부러 안 쓰는 거 아니야?”

“마법사라면서 저 움직임은 또 뭔데?”

“반대쪽도 제법 잘 버티는데?”

쾅!

“크흐윽!”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호이든이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여 푸린을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찍어누르겠다는 듯 살기를 가득 담은 발차기였다.

쾅!

호이든의 발뒤꿈치와 푸린의 스태프가 만나 굉음을 일으켰다.

과연 학원장의 스태프답게 호이든의 발차기에도 아무 문제없이 잘 버텨주었다.

“흐으읍!”

호이든의 발차기를 버틴 푸린은 그대로 스태프를 비스듬히 기울여 놈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카가가각!

왼쪽으로 균형이 쏠린 호이든, 여태껏 궁수에게 뼈를 깎는 훈련을 받아온 푸린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곧바로 스태프에 마력을 넣어 강화시킨 푸린은 그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휘이이익! 뻐억!

회전이 실린 스태프는 호이든의 인중을 거세게 후려쳤다.

“크흑.”

여태껏 낸 소리라곤 으르렁거리는 것이 전부였던 호이든이 처음으로 미약한 신음을 뱉었다.

호이든은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부여잡고 비틀대고 있었다.

기회라고 생각한 푸린은 더욱 놈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최대한 손목을 이용하여 스태프를 휘감았다.

안쪽으로 돌아간 스태프에 마력이 실리며 묵직한 일격이 준비되었다.

“흐으읍!”

콰악!

오른발로 진각을 밟은 푸린은 한계까지 감아둔 스태프의 회전을 적의 명치를 타격했다.

왼손을 쭉 뻗음과 동시에 스태프가 회전하며 호이든의 명치를 강타했다.

푸린의 손에 착 감겨들어간 스태프는 마지막 손가락 한 마디까지 힘을 실어서 더욱 강력한 일격을 선사했다.

뻐억!

“크헤에엑!”

제법 효과가 있었는지 호이든은 거친 비명을 토해내며 얼굴이 보랗게 변했다.

숨을 쉬기가 힘든 듯 비틀거리는 그는 한걸음도 제대로 걷기 힘들어 보였다.

“끝났네.”

“흥! 좆밥!”

학원장 옆에서 전투를 구경하던 궁수와 법사는 별 감흥 없이 팝콘을 와그작 와그작 먹으며 상황을 관전했다.

학원장 또한 푸린의 전투가 흥미로운지 연신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학생은 자네들이 키운 건가?”

“같이 키웠죠.”

“흐음, 흥미롭군, 내 스태프를 저렇게 쓰다니.”

“말이 스태프지 그냥 마력 통하고 단단한 봉이잖아요.”

“크흠, 네임 밸류란 게 있는 법이지.”

‘그에 반해 저 아이는…. 흐음.’

학원장 슈타인의 눈이 가늘어지며 비틀거리는 호이든을 바라보았다.

푸린이야 둘의 가르침을 받았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호이든은 어째서인지 마법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저 멍청하게 돌진하고 달려들고 그것이 전부였다.

처음에야 푸린이 당황한 나머지 먹혀들어 갔지만 바보도 아니고 계속해서 같은 전술이 통할 리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털썩!

[아아아! 로이드 생도! 이렇게 쓰러지는 건가요!]

로이드의 전신에서 일렁이던 붉은 기운에 학원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를 바라보았다.

‘흐음, 마력의 색이 생각보다 짙군.’

처음에는 개인마다 보유한 마력의 색 또한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그러하겠거니 하였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그 붉은 기운은 마력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마력처럼 일정하게 일렁이기는커녕 저 기운은 끈적하게 몸을 침식해나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법의 정점에 서있는 학원장이 저 이질적인 기운을 눈치 채지 못할 리 없었다.

다만 상태를 보아하니 그렇게 위협적이지도 않아 보였고 언제든 조치도 가능한 상태이다 보니 바로 개입하지 않았을 뿐이다.

“저 학생은 이름이 뭔가?”

“으엥? 자기 학원 다니는 학생 이름도 몰라요?”

“특색도 없는 놈을 내가 왜 알아야 하지?”

“헐, 학원장 치매였어요?”

“….”

“재미없기는, 호이든이에요 C급 클래스의 호이든.”

그는 지긋이 호이든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호이든이라….’

저 불길한 기운에 대해서는 추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관심을 끊으려던 찰나.

[아아아! 호이든 생도 또 다시 일어, 어어…. 어어어어!?]

사회자는 물론이고 관중석도 갑자기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으음, 학원장! 저런 마법도 가르쳐?”

“우오오! 멍멍! 멍멍이!”

어느새 반말로 바꿔버린 궁수였지만 슈타인은 크게 여의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

‘이대로만 가면 압승이다.’

처음에야 호이든의 갑작스러운 돌격에 당황하긴 하였으나 그 당황은 오래 가지 못했다.

궁수에게 배운 대로 급하지 않게 상대를 파악한 푸린은 차근차근 적을 압박해 나갔다.

마치 뱀이 먹잇감을 휘감듯 차근차근 적을 몰기 시작한 푸린의 앞에는 어느새 승리가 흘깃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흐아아압!”

확실히 적을 제압하기 위해 푸린은 먼저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대로 자세를 낮추어 한 바퀴 회전한 푸린은 호이든의 발목을 걷어찼다.

타앗!

호이든의 몸이 균형을 잃으며 넘어지기 직전 푸린은 있는 힘껏 손바닥으로 그의 턱을 후려쳤다.

“끝이다!”

뻐억!

“크허어억!”

턱을 정통으로 맞은 그는 땅에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부들부들 떠는걸 보니 아직 숨은 붙어있는 듯 보였다.

“이, 이겼다아아아!”

완벽한 승리를 거둔 푸린은 소리를 지르며 양손을 팍 뻗었다.

와아아아아아!

“뭐야?! 진짜 이겼어!?”

“낙제생 주제에 대단하잖아!”

“근데 저건 마법대전이 아니지 않아?”

“재밌으면 된 거지 뭐!”

관중들의 환호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 푸린은 눈물이 나오는 것을 삼키며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승리의 기쁨을 잔뜩 음미한 푸린은 뒤돌아 쓰러진 로이드를 바라보았다.

쓰러진 호이든을 치료하기 위해 다급하게 의료진들이 투입되었다.

딱히 연민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저 녀석이 해온 만행을 생각하면 동정심이 들래야 들 수가 없었다.

의료진들은 그 자리에서 스킬을 사용하여 호이든을 치료하고자 했다.

초록빛 마력이 빛나며 치유마법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뭐, 괜찮겠지.”

모두 현장에서도 뛰던 실력 좋은 치유사들이니 호이든의 목숨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쓰러진 호이든을 뒤로하고 돌아가려 하기도 잠시.

푸화아아아악!

“끄아아악! 뭐, 뭐야!”

“끄흐브으으윽!?”

호이든 쪽에서 의료진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무언가 일이 잘못됨을 느낀 푸린은 팍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저, 저건 도대체…?”

호이든에게서 터져 나온 어둠이 다섯 명의 치료사들을 집어삼켰다.

그리고는 서서히 몸집을 키운 찐득한 어둠은 형태를 변환시키기 시작했다.

세 개의 머리가 달린 케로베로스같은 형태에 꼬리에는 뱀의 머리, 그리고 등에는 날개가 달려있었다.

“키메라라니! 피해야….”

콰앙!

푸린이 몸을 피하기도 전에 달려든 키메라의 앞발에 그는 무력하게 날아가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크흐으윽!”

이마저도 스태프로 막아서 다행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푸린은 이미 이승을 떠났을 것이다.

“끄으으윽 지, 지팡이가….”

궁수에게 받은 지팡이는 방금 받은 충격으로 부러져버리고 말았다.

키에에에에에엑!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키메라의 날카로운 포효가 푸린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포효만으로 다리의 힘이 풀릴 정도로 적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키에에에엑!

비명소리를 낸 키메라는 푸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움직여! 움직여 제발 다리야! 제발!’

키메라의 거대한 앞발이 땅을 울리며 돌진하는 모습은 푸린으로 하여금 절로 몸이 얼어붙었다.

글렀다고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은 푸린.

콰아아앙!

“에헤이 어딜 사람을 물어?”

“어…?”

조심스럽게 뜬 실눈 사이로 궁수의 믿음직스러운 등이 보였다.

분쇄자로 놈의 머리통 한 개를 짓이겨버린 궁수는 분쇄자를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기절 안했지?”

“…저 저요?”

“음, 멀쩡하네, 빨리 나가 걸리적거리니까.”

키이이이익!

강력한 적수를 만난 키메라는 연신 비명을 지르며 궁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보통 헌터도 아니고 괴물에 이골이 난 궁수가 겨우 이 정도에 겁먹을 리 없었다.

푸린이 나가기 직전 궁수가 나지막이 말했다.

“야, 내가 미친개는 뭐라 그랬지?”

“네?”

어째서 지금 그 말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으나 푸린은 슬며시 대답했다.

“매가 약이라고….”

“그래.”

어느새 궁수의 옆에는 함께 내려온 나법사가 눈을 빛내며 키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에 왜 복날이 있는지 알려주마.”

“에? 복날이요?”

“쯧, 빨리 나가기나 해.”

“…조심하세요.”

“그래.”

호이든이 나간 후 궁수는 가볍게 스트레칭하며 분쇄자를 허공에 휭 휭 휘둘렀다.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방송을 킨 궁수는 키메라를 향해 뚜벅뚜벅 다가갔다.

키에엑! 키에에엑!

“워워, 누가 보면 내가 잡아먹는 줄 알겠어~”

이미 결투장의 학생들은 모두 대피를 마친 상태였다.

교사들만이 남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공격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키에엑! 키에에에엑!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궁수에게 두려움을 느낀 듯 키메라는 연신 궁수를 향해 포효했다.

처음과 같이 적을 위협하는 포효가 아닌 두려움에 질린 울음이었다.

[오자 마자 동물학대네.]

[마물들도 생명이 있잖아요…]

[하와와와! 작고 소듕해!]

ㄴ 이 새끼 먹이로 던져주면 될 듯.

ㄴ 내가 작고 소중하다고 이 새끼야.

ㄴ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기주의 캍!

콰앙!

궁수가 밟고 있던 땅이 움푹 파이며 궁수의 인영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기본적인 교육부터 시작해볼까!”

키에에엑!

두려움을 느낀 키메라가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궁수에게 휘둘렀으나 궁수는 이를 가뿐히 피했다.

오히려 놈의 앞발을 밟고 튀어 올라 그대로 공중에서 몇 바퀴를 회전했다.

회전력을 실어 떨어지는 궁수는.

콰아앙!

“앉아!”

3개중 또 다른 머리통을 통째로 터트려버렸다.

키에에엑! 키에에에엑!

남은 머리는 이제 고작 한 개.

놈은 소름이 돋은 듯 전신의 털을 바짝 세우고 궁수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오오오? 브레스도 쏴?”

쩌억 입을 벌린 키메라 앞에 노란 불꽃이 모아졌다.

궁수는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 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였으면 걍 지금 죽였다.]

[ㄹㅇ 바로 남은 머리통 하나 터트려버리지]

[걍 발톱 하나 하나 다 뽑아버릴 듯]

[이런 새끼들이 방금까지 생명 운운하고 있었네.]

ㄴ ㅋㅋㅋㅋㅋㅋ 마물이자너~

ㄴ 우리 애는 안물어욧! 죽여욧!

채팅창을 확인한 궁수는 건들건들 고개를 비틀며 말했다.

“거 변신할 때랑 기 모을 때는 공격 안하는 거 몰라?”

[그걸 왜 마물을 봐주냐고 ㅋㅋㅋ]

[이 새끼 지도 무슨 기술 쓸지 궁금한거임 ㅋㅋㅋㅋㅋㅋ]

ㄴ 이게 맞네 ㅋㅋㅋㅋ

ㄴ ㄹㅇ 죽여도 스킬 구경은 하고 죽여야지 ㅋㅋ

“쩝, 들켰네.”

여유로운 궁수 앞에 키메라는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열심히 모은 화염을 쏘아내었다.

푸른 화염이 응집되어 마치 원기둥 모양의 에너지 파가 궁수를 향해 날아왔다.

“크흐! 초구 날아옵니다!”

궁수는 분쇄자를 들고 마치 타자처럼 야구 폼을 지었다.

슬러거와 같은 모습에 채팅창 또한 각종 드립으로 넘실거렸다.

에너지파가 궁수를 집어삼키기 직전 그는 태풍의 기운을 머금은 분쇄자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휘이이이이잉!

“초구 공략했습니다! 아아 쭉쭉 뻗어 나가는 타구!”

궁수의 압도적인 풍압을 이기지 못한 에너지파는 그대로 꺾여 다시 키메라를 향해 날아갔다.

키, 키에에에엑!

그리고 그것은 키메라의 남은 머리통 하나를 날려버렸다.

“아아아! 정 중앙을 넘어가는 장외 홈런입니다!”

폭발적인 타구를 보여준 궁수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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