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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75화 (75/172)

◈ 75화. 해줘! 제자 해줘! 빼애애애액!

“뭣!? 어째서!”

거절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마탑주가 횡설수설 말을 절기 시작했다.

“흐음….”

법사는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하는 듯 눈을 감았다.

바닐라와 초코 사이에서 고민하는 법사 이후로 처음 보는 그의 진지한 모습에 궁수도 조금은 이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탑주 또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침을 꼴깍 삼켰다. 마침내 생각을 마친 듯 고개를 끄덕인 그의 답은.

“그냥 싫다!”

“그…. 그냥이라니!”

마탑주는 나법사가 어째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그의 주변에서 감히 자신의 말에 거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애초에 명실상부 최고의 마법사인 그의 조언을 무시하기도 어렵거니와 굳이 그의 눈 밖에 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앞의 이 한국인은 당당하게 그 제안을 거절하고 있었다.

일국의 대통령들이 불러도 오지 않는 마탑주가 직접 자신을 만나기 위해 왔음에도 말이다!

“자세한 이유를 들어볼 수 있겠나?”

심호흡을 하며 잠시 자신을 진정시킨 그는 애써 표정을 피며 법사에게 물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법사에게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 리 없었다.

“그냥!”

“그냥이라….”

“없다! 재미! 쥐뿔도!”

“크…. 크흠! 마법도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탐구하는 것이 어찌 재미가 없다는….”

“틀딱! 틀니 냄새!”

법사에게 좋은 환경은 그닥 중요하지 않다. 그는 매일 터트릴 수 있고 매일 불태울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우리 아카데미에 들어온다면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단 말일세!”

“집착! 곤란!”

일게 마법사에게 매달리는 세계 최고의 마법사라니. 궁수는 베로니카와 함께 이 상황을 관전하고 있었다.

“어째서! 자네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내 뒤를 이을만해!”

“싫다! 아무튼 싫다! 싫드아아아아!”

“제발! 한번만 더 생각을!”

“아싫마싫존싫개싫짱싫!”

“크흐으윽!”

그렇게 마탑주의 구차하다 못해 처절한 구애에도 법사는 본채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헐레벌떡 궁수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이은우가 상황에 개입했다.

“슈타인님!”

얼마나 급히 뛰어왔는지 그는 거친 숨을 헐떡이며 슈타인 앞에 섰다.

“협회로 모시겠습니다! 법사씨랑 궁수씨도요!”

“좆밥! 귀찮다! 이거!”

“이거라뇨! 마탑주님께 말이 심하십니다!”

슈타인, 마탑주는 법사의 단호한 태도에 순간 고개를 푹 숙였으나 그는 아직도 꺾이지 않은 듯 보였다.

보다 못한 궁수가 개입하여 상황을 정리하고 나서야 일행은 협회로 이동할 수 있었다.

“뭐야 다들 어디갔어요?”

“네? 아까 협회로 가신다고 하시던데….”

“…이 개새끼들.”

고수혁을 제외하고 말이다.

***

협회의 원탁에는 진지한 분위기라고는 단 1미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코를 파는 법사와 그걸 한심하게 쳐다보는 궁수, 어째서 이곳에 온지도 모르는 베로니카, 그리고 마탑주를 보며 진땀을 흘리는 이은우, 추가로 마탑주의 비서 세이까지.

“저….”

“닥치게.”

“넵.”

어떻게든 상황을 풀어보려는 은우의 노력은 마탑주의 단호한 한마디에 일축되고 말았다.

“하아아….”

한숨을 푸욱 내쉰 마탑주는 모자를 벗고 법사를 바라보았다.

“나는 아카데미를 부끄럼 없이 구축했다고 말할 수 있네.”

“느헤헿?”

“…크흠, 마법사에게는 낙원 심지어는 성지라고도 불리는 곳이지.”

자랑이 섞인 말이었지만 그는 조금의 부끄럼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런 곳에 어째서 오기 싫은 거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유라도 말해주면 당장 고치도록 하겠네.”

그는 몹시 진지한 눈빛이었으나 법사는 이미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지 오래였다.

참다못한 궁수가 툭툭 법사를 건드렸다.

“헤헿?”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내가 통역해줄게.”

“느헿!”

“그래서, 왜 가기 싫은 건데.”

법사 전용 파파고 나궁수가 번역을 시작했다.

“느헿 느헤헿!”

“흐음, 그래 그래.”

“느헤헤헿 느헿!”

“아하, 그랬구나.”

“느헤엫 느헤헤헿….”

“확실히, 그럴만하지.”

진짜로 알아듣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궁수는 대화보다 법사의 바디랭귀지를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잠시 느헤헿과 궁수의 맞장구가 이어졌다. 대화가 끝난 후 마탑주는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뭐라고 하던가?”

‘흠 좆도 모르겠군.’

무슨 개소린지 조금도 모르겠지만 뭐 대충 말하면 될 것이다.

“가겠답니다.”

“…뭐?! 정말인가!?”

“네, 다만 저희 멤버들과 모두 함께라면 생각해 본답니다.”

아카데미는 허가받은 자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 마법의 보안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었다.

그러나 궁수는 지금 그 전통을 대놓고 깨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게 정말인가?”

“느헤헿!”

“싫으면 돌아가랍니다.”

“느헿!”

“1분 준답니다.”

사실 법사는 궁수가 계속 대꾸를 해줘 그냥 신이 난 상태였다.

워낙에 아카데미에 대해 주변에서 떠들어댔기 때문에 궁수도 조금은 관심이 있었다.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리 감춰대는지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궁수는 씹 구라 파파고 번역을 읊어댔다.

“허어…. 그런.”

고민도 잠시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차피 늙은 몸 이 정도의 변덕은 괜찮겠지.”

“그 말은?”

“…자네의 동료들을 아카데미로 정식 초청하겠네.”

***

전례 없는 파격적인 행보에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언론에서는 대대적으로 보도를 시작했다.

[마탑주의 후계자!?]

[펑펑과 쾅쾅의 미학.]

[나법사 그는 누구인가! 단독 밀착 취재!]

“시끄럽구만~”

“초코! 마시따!”

“와! 미친 이거 진짜 금이셈!?”

아카데미의 방을 차지한 궁수는 멍하니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기숙사는 A동부터 D동까지 나누어져 있는데 그 등급별로 기숙사를 나누는 듯했다.

A동이 우등생이라면 D동은 다소 부족한 학생들이 머무는 공간이라 할까?

물론 성적이 좋으면 언제든지 A동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낮은 등급의 학생들은 위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을 높은 등급의 학생은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러나 궁수와 법사, 거기에 어째서인지 모를 베로니카까지.

다섯 명이 나눠쓰는 A동의 방을 셋이서 먹어버렸으니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좋을 리 없었다.

처음에는 궁수도 의식했으나 푹신한 침대와 만족스럽다 못해 호화스러운 식사에 2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다.

[곧 1교시 수업이 시작됩니다.]

친절한 안내음과 함께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뭐라도 들어볼까?”

“난 어차피 봐도 이해 못 할 것 같으니 조금 쉬겠셈!”

“그래, 베로니카 넌 조금 쉬어, 너는 어쩔래?”

“쾅쾅?”

“흠, 쾅쾅까진 아니더라도 뭐 비슷한 거 배우지 않을까?”

꼴에 마법사라고 궁금했는지 법사는 궁수와 함께 바깥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법이론, 마법학개론, 마법이란 무엇인가, 마력의 근원, 마도구 실전 교육…. 흠 뭐가 되게 많네.”

온갖 마법 강의가 궁수의 이목을 끌었으나 법사는 이미 갈 길을 정한 듯 열심히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아.”

“쾅쾅!”

바깥에서는 타겟을 세우고 학생들이 마법을 선보이고 있었다.

각종 화염구와 여러 마법들이 작렬하며 타겟을 적중시키고 있었다.

“흐음 괜찮으려나.”

- 뭐 어떠냐, 기선제압이라도 할 겸 나쁘진 않겠군.

“흠, 그런가.”

실제로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학생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법사와 궁수를 찌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외부인 주제에….”

“분명 학원장 추천도 뭔가 잘못된 거겠지.”

“뒷돈이라도 준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궁수는 어이가 없어 잠시 피식 웃었다. 세계 제일의 마법사를 상대로 뒷돈을 준다니.

그에게 뒷돈을 쥐어주려면 적어도 개인이 아니라 국가적인 스케일로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깔끔하게 무시할 확률이 더 높았다.

“청춘이구만~”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궁수는 서둘러 운동장으로 나왔다.

안경을 쓴 강사는 조목조목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완할 점을 읊어주고 있었다.

“쾅쾅! 펑펑!”

“얘들 수업하는데 조용히 좀 해.”

“펑펑!”

다소 요란한 등장에 순식간에 시선을 끈 궁수는 어색한 듯 교사에게 고개를 숙였다.

“당신들은 추천 입학생 아닌가요.”

“예, 뭐 그렇게 됐습니다.”

“…쯧.”

어라?

‘이 여자 방금 혀 차지 않았어?’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뿜는 그녀에게 궁수는 하마터면 중지로 정중하게 답변할 뻔했다.

“그래서 여긴 뭣하러 온 건가요.”

“마법 쓰러 왔죠.”

“마법? 당신이?”

“아뇨, 쟤가요.”

법사는 표적들이 신기한 듯 눈을 밝히고 요리조리 둘러보고 있었다.

학생들의 수많은 공격 마법을 맞고도 표적은 그을린 흔적 하나 없이 멀쩡했다.

법사의 천진난만한 태도에 미간을 팍 좁힌 그녀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어디 그 잘난 추천 입학생 실력 좀 볼까요?”

“흠 괜찮겠어요?”

“하, 아카데미의 최첨단 시스템이 저런 모자란 마법사의 마법 하나도 버티지 못할 것 같나요?”

“네, 존나.”

“하.”

그녀는 어이가 없는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마법진을 조작했다.

푸른색이던 표적들이 모두 붉게 변하며 주위로 옅은 방어막이 생겨났다.

“표적의 방어력을 최대로 높였습니다. 어디 한번 하고 싶은 대로 해보시죠.”

“후회할 텐데.”

“마법사에게 후회란 없습니다.”

궁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법사에게 말했다.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고 싶은 거…. 다?”

“그래, 다.”

“후아아아아!”

법사는 마치 처음 비행기에 타본 아이마냥 눈을 빛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거 오늘 시설 몇 개 박살나겠군.

“하고 싶은 대로 하라잖아.”

선생이 저런데 학생들이 정상일리 없었다. 그들은 조용히 쿡쿡거리며 법사를 욕하고 있었다.

“거 날씨 조오타~”

일찌감치 멀리 떨어진 궁수는 주변의 구령대에 앉아 법사를 바라보았다.

발동이 걸린 듯 법사는 광소를 지으며 캐스팅에 들어갔다.

먼저 표적을 향해 동그란 마법진이 그려졌다.

푸른빛을 머금은 마법진은 여태껏 궁수가 보아온 마법진과는 그 모양이 제법 달랐다.

그 다음에는 법사의 발아래에서 또 마법진이 한 개 그려졌다.

“처음 보는 마법인데.”

- 늘 그렇다만 마력 운용 하나는 일품이군.

휘이이잉!

법사의 발끝에서 피어난 바람이 서서히 그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법사를 중심으로 몰아치는 토네이도는 당장에라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거대하게 몸을 키웠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이런 마력 운용이 가능한 거야…?”

“저게 진짜 사람이 맞긴 한 거야?”

“몰라….”

아카데미의 천재들조차 경악하는 마력 운용, 그러나 법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더욱 거칠게 마력을 일으켰다.

“음? 뭐지? 마력이 딸리나?”

- 아니다, 제대로 봐라.

“흐음…?”

건물에 맞먹을 정도로 크기를 키운 토네이도가 서서히 그 크기를 줄이기 시작했다.

“캬, 귀한 장면 보네.”

- 진귀하다 못해 어마어마하군 저건….

워낙에 거대한 스케일에 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학생들은 물론 그 교사조차도 창밖의 법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토네이도는 서서히 몸집을 줄이며 다시 그 영향력을 줄이고 있었다.

“그, 그래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무리지.”

“그래, 괜히 뭐 좀 해보려고 하다가 실패했네!”

“…아니야.”

안심한 학생들과 달리 교사인 그녀는 더욱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것은 교실에서 수업을 가르치던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토네이도가 몸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법사의 손에 흡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도해 보는 것조차도 어려운 대마법을 법사는 간단히 연산하여 해제하고 남은 마력을 역연산하여 자신의 손날에 머금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바람을 머금은 법사가 고고하게 눈을 떴다.

그리고는 그대로.

핏!

사선으로 자신이 그렸던 마법진을 베어버렸다.

“어?”

마치 차원이 갈라지지 않을까 정도의 날카로운 참격.

마치 세상이 사선으로 갈라진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고작 아카데미의 표적 따위로는 그 마법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법사의 마법은 표적을 뚫어.

“자…. 잠깐 저기는!?”

마탑주가 머무는 마탑을 간단히 두 동강을 내고 말았다.

***

나른한 오전 업무를 마친 마탑주는 커피를 마시며 지금의 여유를 느끼고 있었다.

“이 얼마나 오랜만의 휴식인지…. 홀홀홀.”

후계자로 삼을만한 이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의 마음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쿠콰콰콰콰쾅!

“꺄아아악! 학원장님!”

“이런 미친?! 도대체 이게 뭐야!”

“학원장님은 괜찮으신가!”

어디선가 날아온 무시무시한 참격이 자신의 집무실을 두 동강 내고 말았다.

“…씨발.”

오랜만에 내뱉는 학원장의 쌍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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