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71화 (71/172)

◈ 71화. S급 ON

콰아아아앙!

“오호라! 제법이군! 활이나 좀 쏘는 겁쟁인줄 알았더니!”

“닥쳐!”

분쇄자와 그의 검이 격돌하며 무시무시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굴을 울리는 굉음은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캉! 까아앙!

“아아! 즐겁구나! 이름 모를 궁수여!”

[신났네 ㅋㅋㅋㅋㅋㅋ]

[검사가 궁수랑 근접에서 싸우면서 즐겁단다 ㅋㅋㅋㅋ]

[맞네 씹 거품이네 ㅋㅋㅋㅋㅋㅋ]

[양민 학살하면서 낄낄대누;]

거칠게 내려친 분쇄자가 척준경의 검을 후려쳤다. 그러나 그는 비스듬이 검을 기울여 궁수의 공격을 흘러내었다.

분쇄자가 미끄러지며 궁수의 턱이 훤히 드러났다. 척준경의 무릎이 궁수의 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덥썩!

“어딜!”

다행히 궁수의 왼손에 막혀 별다른 대미지를 주지 못했다.

그의 무릎을 밀어버리고 거리를 벌린 궁수는 숨을 고르며 상황을 파악했다.

과연, 제대로 붙어 보았지만 별다른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견고한 성벽이 떠오를 정도로 그의 검술은 훌륭했다.

‘검사를 상대로 성벽이 떠오른다라…’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어이가 가출한 궁수는 더욱 거세게 분쇄자를 쥐었다.

어차피 게이트에 들어온 인상 저 놈을 죽이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다.

다행히도 구조 대상인 헌터들은 멍하니 무기를 들고 서 있을 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A급이 열여덟인지라 저번 호주처럼 매혹이라도 당해 적이라도 된다면 제법 골치 아플 것이다.

“그래도 조종은 못하는….”

“으하하하! 그래 나만 재미 볼 순 없지! 네놈들도 한번 싸워보거라!”

그의 명령에 차분히 자리를 지키던 헌터들이 자세를 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 씻팔 진짜.”

다행히도 호주에서 상대했던 매혹보다는 정신지배가 약한 듯 적들은 몸을 비틀거리며 궁수에게 다가왔다.

“크흐으윽!”

카아앙!

그들 중 한 명이 갑작스레 튀어나와 궁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워낙에 눈에 보이는 공격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막아내는 궁수였으나, 적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셈! 어떻게든 해봐요!”

“조금만 기다려!”

셈도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듯 방패를 쥐고 적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적의 칼날이 궁수의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고개를 틀어 피한 궁수는 바로 놈의 복부에 무릎을 꽂아 넣었다.

화아악!

궁수의 니킥에 당황한 적이 뒤로 물러섰다.

누구를 제압해야 할지 깨달은 적들이 서서히 궁수의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스태프를 든 마법사와 대검을 든 전사 심지어는 대방패를 든 탱커까지 궁수를 감싸고 있었다.

- 온다!

“보면 알아!”

마치 사전에 준비라도 한 듯 동시에 적들이 궁수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치잇!”

“궁수! 위로!”

“뭐요?”

“빨리!”

뒤에서 들려온 셈의 외침에 궁수는 서둘러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휘이잉!

궁수의 종아리가 부풀어 오르며 10미터에 가까운 높이를 도약했다.

궁수가 땅에 착지하기 전 셈의 대방패가 땅을 처박았다.

“요새화!”

쿠콰콰콰쾅!

맨 땅에서 바위가 솟아나며 궁수에게 달려든 헌터들을 모두 가둬버렸다.

“셈 나이스!”

셈의 요새를 밟고 착지한 궁수는 곧바로 척준경에게 달려들었다.

셈의 요새화에 당황한 듯 그는 인상을 쓰고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쯧, 같잖은 수를 쓰는군.”

“뭐래 시팔 지는 세뇌시켜놓고.”

[세뇌는 정당하자너~]

[‘그’토미에서도 정통이자너~]

[tag : brainwash]

ㄴ 미친놈들 ㅋㅋㅋㅋㅋㅋ

ㄴ 시발 이걸 다 아는 내가 너무 싫다.

ㄴ 그래도 볼거잖아.

ㄴ 당연하지.

콰아앙!

왕좌에 앉아 거만하게 굴던 그는 날아드는 궁수의 화살을 쳐내며 오만상을 팍 썼다.

“놀이는 끝이다.”

그 말과 함께 척준경이 땅을 박차고 셈에게 달려들었다.

“세이크리드 힐!”

“턴 언데드!”

해주 마법을 두 개나 적중시켰지만 그의 검은 더욱 난폭해졌다.

‘이은우를 데려왔어야 했는데!’

근접 공격은 수준 차이가 너무 나서 뭘 해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원거리 공격은 먹히지도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동굴채로 날려버리고 싶지만 또 납치당한 헌터들이 있으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쾅! 콰아앙!

“크흐으윽!”

다행히도 셈은 밀리진 않았으나 폭풍같이 몰아치는 그의 공격에 버거운 듯 보였다.

잠시 고민하던 궁수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셈!”

“왜!”

“그거 한 번 더 쓸 수 있어요?”

“그거? 요새화 말인가?”

“네!”

이전 에티오피아에서 셈은 분명 궁수와 법사의 합공을 견뎌냈었다.

이를 생각하면 역으로도 잘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번! 한번 가능하네!”

“그거면 됐어요!”

“얼마 버티지도 못할 거 같네만?”

“괜찮으니까, 제가 쓰라면 저 놈한테 써요!”

이를 확인한 궁수는 곧바로 한가은에게 외쳤다.

“버프! 최대한 좋은 걸로! 아니 전부 다!”

“전부? 그러면 힐을 못하는데?”

“상관없어! 이번에 끝낸다!”

“흐음, 난 몰라! 진짜 건다!”

“그래 빨리!”

한가은의 마력이 요동치더니 그녀로부터 뿜어져 나온 금빛 마력이 궁수와 법사를 감쌌다.

‘이게 국내 최고 힐러의 버프인가.’

스테이터스가 폭력적으로 증가하여 그 성장폭이 몸소 느껴질 정도였다.

법사는 곧바로 법사에게 말했다.

“큰 거! 쾅쾅!”

“큰 거?”

“어! 큰 거!”

“언제?”

“캐스팅 들어가!”

언제라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사는 당장 캐스팅에 들어갔다.

궁수도 화살통에 마력을 집중하여 기다란 화살 한발을 만들어내었다.

뉴클리어에 타임 익스플로전, 거기에 폭발하며 터질 수 있도록 날카롭게 갈아 넣은 대지의 기운이 더해지자 화살은 제법 흉흉하게 바뀌어 있었다.

한 번 박히면 뺄 수 없게끔 화살촉의 돌 갈고리들을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살을 장전시킨 궁수는 타이밍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더욱 날카롭게 화살을 만들었다.

“법사! 빨리 이리 와!”

“뭐냐!”

“업혀!”

“으허?”

“업히라고 빨리!”

공식 또라이인 법사도 궁수의 행동에 당황하였으나 이내 궁수의 등에 몸을 실었다.

“조금만 더 버텨요!”

“크흐으윽! 빨리!”

법사를 등에 업은 궁수는 땅을 밟고 도약하여 척준경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두르며 셈의 방패를 깎아내고 있었다.

실제로 셈의 방패는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셈 뒤로 빼요!”

궁수의 말을 들은 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뒤로 벗어났다.

하마터면 어그로가 분산되어 위험할 수 있는 행동이었으나 지금은 별 상관없었다.

“법사! 지금!”

“빔!”

법사의 손으로부터 만들어진 황금빛 마법진이 척준경의 머리 위에 만들어졌다.

쿠콰콰콰콰쾅!

그대로 발사된 빔은 척준경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티며 법사의 마력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 지금이다!

“알아!”

하지만 궁수가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촤아아악!

궁수의 장궁에서 쏘아진 화살이 그의 어깨에 꽂혔다.

“셈! 지금!”

“알았네!”

법사의 마법에 그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콰아앙!

셈이 방패를 땅에 처박음과 동시에 그 주변으로 단단한 바위가 솟아나 그를 완전히 감쌌다.

동시에 법사의 마법도 끝나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폭발은!”

[테러다!]

[범죄다!]

[쾅쾅쾅!]

“예술이지 병신들아!”

[어어엌ㅋㅋㅋ]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세계 최초 기출변형 형 헌터.]

[씨팔 ㅋㅋㅋㅋ앞으로는 둘 다 친다.]

콰아아아아아앙!

놈에게 뻗은 주먹을 불끈 쥐자 어깨에 꽂혀있던 화살이 폭발하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도 셈의 요새는 온통 금이 가면서도 궁수의 공격을 버텨주었다.

셈이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모두 폭사하고 말았으리라.

[레벨업! - LV 114]

S급 게이트였는지 궁수의 레벨이 한 개 올라갔다.

“흐아아아! 잡았다!”

[틀니 마스터 컽!]

[가버렷! 두 번 죽어버렷!]

[엄마 저는 커서 나궁수가 될래요! 엄마 저는 커서 나궁수가 될래요! 엄마 저는 커서 나궁수가 될래요!]

[찜통에 넣고 쩌버리네ㄷㄷ]

궁수의 입가에 작은 호선이 그어졌다. 동시에 셈의 요새화가 풀리며 안에 갇혀있던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어….”

“분명 보스룸까지 왔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으레 그렇듯 헌터들은 정신지배를 당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보스룸에 들어온 이후부터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저런, 설명을 해줘야 겠군.’

궁수는 천궁을 어깨에 메고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정신이 좀 드는가?”

“예? 아 예…. 그렇습니다.”

“여긴 이세계라네.”

“네?”

“후…. 임금의 명령으로 자네들을 소환했….”

“저…. 혹시 나궁수 헌터님?”

[씹덕망상 ON]

[아 몰라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씨발 쪽팔려 죽겠네.]

ㄴ 아들 너 이런 방송 보니?

ㄴ 아, 아니라고! 나가!

ㄴ 너도 좀 나가아아아악!

현재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나궁수.

적어도 한국의 헌터들이 궁수를 모를 리 없었다.

“저…. 혹시 나궁수….”

“아, 네.”

마치 연예인이라도 본 것처럼 그들은 깜짝 놀라 눈을 부라렸다.

“오…! 오오오! 나궁수 헌터라니!”

“저 방금 전에 하신 말씀은….”

“네? 제가 뭐라고 했나요?”

“아뇨 방금 이세계….”

“제가 뭐라고 했나요?”

“….”

궁수의 친절한 대답에 헌터들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절대로 마력을 피워 올리며 말해서가 아니다.

“일단 다들 나가죠.”

“아 예.”

***

헌터들을 부산 협회로 보낸 궁수는 다시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협회의 본부에 돌아간 궁수는 곧바로 이은우부터 찾았다.

절대로 터무니없는 난이도의 시험에 개빡친 것은 아니고 그저 얼굴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궁수를 알아본 협회 직원 덕분에 딱히 별다른 과정 없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자리에 앉은 궁수는 차분하게 은우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전달이 빨리 된 듯 얼마 지나지 않아 은우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헌터님 수고 많으셨…. 크허어억!”

“이건 셈의 몫이다!”

궁수의 주먹이 그의 복부에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차후에야 알게 되었는데 원래 이번 구출을 갈 S급 헌터가 이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은우의 추천에 궁수가 그 게이트를 담당한 것이다.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바쁜 S급 헌터는 다음 일을 처리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물론 그런 사정은 궁수의 알바가 아니었다. 들어보니 이번 S급 시험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궁수의 임무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대부분 준 S급 게이트를 하달 받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다.

그러나 궁수의 게이트는 대놓고 S급이었다. 그것도 A급 헌터 18명을 잡아먹은 S급.

“일을 떠맡겨? 내가 그리 한가해 보여?”

“크허어억!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내가 안좋은데 무슨 상관이야!”

“꾸에에에에엑!”

궁수에게 30분 가량을 붙잡힌 채 시달린 은우는 삐진 듯 입을 툭 내밀고 궁수의 앞에 앉았다.

그의 눈에는 판다처럼 보라색 멍이 들어있었다.

“어어? 표정 안풀어?”

“힝.”

“뭐 스파링 한번 떠?”

이 전이면 몰라도 지금의 은우는 궁수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검도 가져오지 않은 터라 꼼짝없이 궁수의 샌드백 신세일 뿐이었다.

은우는 투덜거리면서도 이번 임무의 대금과 타블렛을 건넸다.

“뭐요, 이제 일 안해.”

“헌터님을 마지막으로 S급 승격시험이 끝났습니다.”

“제일 어려운 걸 줬으니 제일 늦게 끝났겠죠.”

“크흐음, 날씨가 좋군요.”

이를 악물고 궁수를 무시한 은우는 타블렛을 켜 무언갈 보여주었다.

“뭡니까.”

“새로 갱신된 헌터 랭킹입니다, 한번 직접 보시죠.”

국내와 국외로 나눠진 표에는 궁수의 이름도 적혀있었다.

“흐음.”

국내 53위.

국외 2954위.

헌터 랭킹 0.1%에 들어가는 상위 랭킹이었으나 궁수는 썩 무관심한 얼굴로 이를 바라보았다.

궁수가 별 생각 없이 랭킹을 보기도 잠시.

콰아앙!

“여긴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닥치고 내 돈이나 주셈!”

응접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분노한 성인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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