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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70화 (70/172)

◈ 70화. 한반도 소드마스터

“흠, 그래도 이번에는 국내로군.”

“그렇죠, 그래도 이번에는 든든한 지원군도 있고 좋죠?”

“그래, 확실히 마음이 편하긴 하군.”

“힐 혼자서는 좀 힘든 감이 있었는데 말이죠.”

힐도 확실히 부담이 덜한 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번 항구도시 부산이었다. 확실히 국내라서 그런지 다들 큰 불만은 없었다.

최근 해외에서 죽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다 보니 국내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첨벙첨벙!”

“바다는 안 갈 거래도.”

“첨벙첨벙!”

“안 간다니까.”

“첨! 벙! 첨! 벙!”

“애휴,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건지….”

단 한명 S급 힐러 한가은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검정색 슬렉스에 흰색 오버핏 후드티를 입은 그녀는 만사가 불만인 듯 계속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S급 승격시험에 S급 헌터를 붙여주는 게 어딨어요?”

그녀의 말은 확실히 타당했으나 임무가 임무이다 보니 다른 헌터들도 쉬이 납득했다.

일반적인 게이트 토벌도 아니고 A급 열여덟이 행방불명이다.

명백히 S급 승급 시험으로는 버거운, 아니 전례미문의 미친 난이도임에 틀림없었으나 은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에티오피아의 내전을 종식시킨 그다, 정말 만약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국내 최정상 힐러로 평가받은 한가은까지 붙여줬으니 사실상 이번 일은 해결된 샘이나 다름없었다.

난이도가 높긴 하지만 그래도 내전을 멈추라는 것보다는 쉬우니 말이다.

정부도 조금 양심에 찔리긴 하였는지 S급 헌터인 한가은을 붙여주었다.

마치 직장 상사에게 기대 받는 부하직원이 된 느낌이랄까.

어찌됐든 맡은바 일은 처리해야하니 궁수로서는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갇혀있는 헌터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빠르게 구출 작업을 이행해야만 했다.

일행을 태운 차량은 도로 위를 질주하여 순식간에 통제구역에 도착했다.

게이트가 게이트인 만큼 주변은 협회 직원들에 의해 삼엄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무슨 모래사장 한 가운데에 게이트냐…”

궁수는 한숨을 푹 쉬면서도 한 번 더 장비를 확인했다.

“흠 이대로 가면 되겠네.”

오랜만에 보는 게이트는 오늘도 매스꺼운 검은 색을 내비추고 있었다.

“저 혼탁한 거 봐라, 어우 거참.”

“빨리 들어가기나 해.”

“늬에늬에~”

궁수는 한가은의 태클에 입술을 쑥 내밀고는 투덜거리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느끼는 게이트의 이질감이 궁수에게 있어선 반가운 수준이었다.

방송을 킨 궁수는 시작하자마자 찝찝한 느낌에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거지같이 축축하구만.”

어두운 동굴 속 축축한 바닥, 물이 뚝뚝 떨어지는 천장까지.

“게이트도 변하지 않냐, 좀 변할 만도 한데.”

“쉿, 집중해.”

“알아, 하고 있어.”

이미 던전에 들어온 순간부터 궁수는 주변을 예의주시 하고 있었다.

마력을 피워 주변을 감지하며 혹시라도 적이 나타날 때를 대비하고 있었다.

“내가 전위를 맡겠네, 천천히 들어가지.”

셈의 든든한 방패를 앞으로 내세운 궁수는 컴파운드 보우에 화살을 겨누고 점차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딱히 걸리는 건 없는데….”

주변에서 종종 헌터들의 흔적이 보이긴 하였으나 딱히 이렇다 할 고전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투 흔적이 너무나도 간단하여 고전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았다.

“흠, 그럼 보스형 던전인가 보네요.”

“아마도 그렇겠지, 이렇게까지 뭐가 없는걸 보면.”

계속 주변을 경계하며 서서히 게이트를 공략해 나갔으나 30분을 더 들어가도 별다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혈흔이나 시체, 하다못해 헌터의 소지품까지도 말이다.

위협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공략이었다. 앞으로 전진하기도 잠시 셈이 왼손을 들어 주먹을 꽉 쥐었다.

- 뭔가 있군.

궁수도 느낄 수 있는 날카로운 마력의 파장은 감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문을 열겠네.”

육중한 돌문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은 몬스터라기보다는 마치 날카로운 검기와 같았다.

‘도대체 안에 뭐가 있길래?’

서서히 문을 연 궁수는 예상과는 다른 내부의 모습에 당황하였다.

마치 알현실처럼 길게 늘여진 복도에 그 끝에는 왕좌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복도에는 실종된 헌터들이 왕좌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오우야 황제의 게임 개쩐다.]

[오우야 리취킹;]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ㄴ 아빠 미안!

ㄴ 폐륜왕 on

수많은 검으로 이루어진 그 왕좌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앉아있었다.

“실종된 헌터는 아니군.”

“그럼 저게 보스라고?”

“아마 그렇겠지.”

왕좌의 뒤에는 氏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었다.

“저거 뭐라고 적혀있는 거예요?”

“곡, 이라고 적혀져 있군.”

“곡이요?”

“그래, 곡.”

고작 한 글자만으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기에 헌터들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진입했다.

“흐음, 누구냐.”

노년 남성의 중후한 목소리가 보스룸을 울렸다.

마치 가래가 낀 듯 다소 탁하긴 했으나 그가 하는 말은 확실히 한국어였다.

서서히 파티원들이 그를 압박해나가기 위해 전진하자 멈춰있던 헌터들이 스윽 고개를 돌려 일행을 바라보았다.

인간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행동이었기에 궁수는 알 수 있었다.

“멈추거라, 나를 노리고 온 적이다.”

그 말에 헌터들이 일제히 다시 고개를 돌렸다. 사람이라기 보단 마치 인형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 흐음, 척 보아도 대단한 검사로군.

“그러게, 대충 봐도 쌔 보이네.”

옆에 꽂아둔 검을 들고 일어난 그는 마치 옛 장군이나 입을법한 갑주를 전시에 치렁치렁 두르고 있었다.

붉은 갑주를 입은 그는 섬을 쥐고 왕좌에 서서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그게 전부인가?”

마치 고작 네놈들이 전부냐는 듯 실망한 듯한 말투에 궁수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저거 척준경 같은데.]

전투에 들어가기 잠시 후원 알림음이 울리며 메시지가 들려왔다.

“척준경? 그게 뭔데.”

[고려시대 장군 있음, 한반도 소드마스터 모름?]

“한반도 소드마스터는 고길동 아니었어?”

[뭐라는 거야.]

ㄴ 고길동은 킹정이지;

ㄴ 요즘엔 가수던데.

ㄴ 종로로 가버림ㅋㅋ

- 호오 소드마스터라니, 상당히 대단한 인물 아닌가, 더군다나 장군이라니!

“그거야 몇 백 년도 더 된 말이고.”

역사라고는 고등학교 때 배운 한국사가 전부인 궁수에게 척준경이란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다행히도 셈이 좀 아는지 설명을 거들어 주었다.

“황해도에서 태어난 고려시대 끝판왕 장군이다.”

“황해도라고? 그런 사람이 왜 부산에서 나타나는데?”

“낸들 알아? 게이트가 밝혀진 게 얼마나 있다고, 그걸 알면 내가 노벨상 받았지.”

“치이 그러려면 말을 하지 말던가.”

셈의 애매한 정보에 툴투거리던 궁수는 트루 스나이핑을 활성화시키며 물었다.

“그래서 쌔요?”

“아까 말 못 들었어?”

“뭐요.”

“한반도 소드마스터라잖냐, 존나 쌔겠….”

콰아아앙!

“크흐으읍!”

기습적으로 날아온 척준경이 셈의 방패를 후려쳤다. 그 위력이 제법 강한 듯 셈의 팔뚝이 무지막지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의 눈에서는 붉은 안광이 빛나고 있어 오싹하기 그지없었다.

“본좌를 앞에 두고 어딜 감히 잡담을 나누는 것이냐.”

고려시대 정점을 달린 무인의 검술은 과연 매혹적이었다.

거대한 대방패를 들고도 어디로 파고들지 모르는 검술은 셈에게 있어서도 꽤나 골 아픈 문제였다.

“블레싱!”

“리커버리 블래싱!”

“가드 이팩트!”

“성역선포!”

하지만 그와 동시에 힐과 가은의 무작위 버프 폭격이 쏟아져 내렸다.

이 파티에서 근거리 딜러는 셈이 전부였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든 버텨줘야만 했다.

“법사는 최대한 견제만 날려! 나머지는 최대한 후방지원 합시다!”

“알았다!”

법사의 등 뒤로 다섯 개의 라이트닝 스피어가 생성되었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다섯 개의 황금빛 창은 적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으하하하! 귀여운 재주를 부리는구나!”

그러나 그는 눈으로 쫓기도 힘들 정도로 날아오는 창을 검으로 흘기며 가히 신기에 가까운 검술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화려한지 마치 대단한 검무를 보는 듯 절로 매혹될 정도였다.

과연 한반도 소드마스터라 할만한 검술 실력이 아닐 수 없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검술은 궁수에게 있어서 치명적이었다. 일단은 최대한 놈을 속박하는 것이 먼저였다.

“일단 최대한 행동을 묶는다.”

트루 스나이핑에 빙결 화살까지, 궁수의 특기인 초정밀 타격이 그를 노렸다.

검을 휘두르려는 그의 손목과 움직이는 무릎과 아킬레스건을 노리고 날아간 화살은 모두 그의 검에 양단되고 말았다.

“호오, 이번에 들어온 녀석들은 꽤나 즐겁구나!”

“흐읍!”

촤좌좌좌좍!

거의 프리딜이나 다름없는 구조였기에 궁수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화살을 발사했다.

척준경은 그 나름대로 재빠른 움직임을 보였으나 궁수의 화살은 그의 움직임까지 모두 파악하고 날아갔다.

모든 다섯 발의 화살이 그를 노리고 날아갔으나.

캉! 캉카캉캉!

“좋다! 나를 더 즐겁게 해다오!”

“야이 씨팔.”

놈은 오히려 궁수의 모든 화살을 도륙내며 더욱 즐겁게 몸을 놀렸다.

“이것도 한번 막나 보자!”

먼저 컴파운드 보우로 대지의 기운이 닮긴 화살을 두발 발사했다.

하지만 그 화살은 척준경에게 닿기도 전에 땅에 툭 떨어지고 말았다.

“으하하하! 겁에 질려서 활도 제대로 쏘지 못하는가!”

“….”

궁수는 눈을 번뜩이며 검지로 놈을 가리켰다.

“넌 이미 죽어있다.”

“뭐?”

[그럼 쟤가 죽었지 살았냐?]

[척준경 1062년 ~ 1144년)]

ㄴ 드립을 다큐로 받네.

ㄴ ㄹㅇ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따로 없네.

궁수의 장궁에 기다란 화살 한 개가 끼워졌다.

마음 같아서는 발리스타를 박아버리고 싶었으나 그 무거운 걸 들고 저 영감을 맞출 자신은 없었다.

“다만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

쐐애애액!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궁수의 화살이 그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갔다.

일반 화살과는 달리 묵직한 힘을 지닌 장궁은 검으로 막는다고 하더라도 쉬이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흥 이런 것 피하면…. 뭐, 뭐냐 이건!”

척준경은 움직이려 했으나 궁수가 미리 쏴둔 두발의 대지 화살에 발이 묶여 쉬이 움직일 수 없었다.

미리 땅에 박아둔 화살은 궁수의 의도대로 잘 그를 묶어주었다.

“크흐으윽! 그래! 까짓 거 막아주마!”

휘이이잉!

그의 전신으로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마력이라기엔 너무나도 소름 돋는 그 힘은 마치 바람처럼 그의 검에 깃들었다.

“흐아아압!”

그는 검에 모은 기운을 일자로 발사하여 궁수의 화살을 응대했다.

카가가가가각!

서로가 서로를 좀먹으며 날카로운 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과연 한반도 최강이라 평가받는 그의 검술다웠다.

“으하하하! 결국 막아냈다! 어떠냐!”

“야이씨 이걸 막냐.”

궁수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담은 일격이었으나 그는 호쾌한 웃음과 함께 공격을 받아내었다.

[진짜 존나 눈치없네;]

[이러니까 눈치 존나 먹고 귀향당했지.]

[ㄹㅇㅋㅋ]

[귀향당해서 부산까지 내려왔네ㅋㅋㅋㅋㅋ]

ㄴ 이게 맞다 ㅋㅋㅋㅋ

ㄴ 부산엔딩ㅋㅋㅋㅋㅋ

ㄴ 한반도 틀니마스터ㄷㄷ

ㄴ 고려땐 틀니 없었는데.

ㄴ 항방도 트니마흐허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대는 근접 전투로만 따지면 궁수보다 아득히 높은 수준을 이륙한 상대다.

함부로 덤볐다간 순식간에 썰려 고깃덩어리가 될 것이었다.

“아오 씨팔 덤벼 이 새끼야!”

하지만 궁수는 그런 거 몰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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