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67화 (67/172)

◈ 67화. 마검 잘 받아갑니다.

“저게 정부라고…?”

“그렇다만?”

“내가 아는 정부랑은 좀 많이 다른데?”

적어도 궁수가 기억하는 정부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중세시대의 성처럼 쌓여진 거대한 성벽 위에 정부군이 상주하며 적들의 침입을 방지하고 있었다.

“뭐 내전 중이니 말이야, 저쪽도 쉬이 들여보내 주지는 않겠지.”

“응? 정문으로 들어갈 생각 없는데?”

“흠 그러면 땅굴 작전인가.”

“땅굴? 굳이?”

궁수는 법사에게 어깨에 팔을 걸치며 왼손에는 붉은 빛이 감도는 화살을 한 움쿰 쥐었다.

“굳이?”

“아아….”

[굳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펑펑과 쾅쾅이 있는데 굳이?]

[그러게 굳이?]

[문은 만들어서 들어가는 게 예의 아닌가요?]

ㄴ 캬 이게 동방예의지국이지

ㄴ ㅇㄱㄹㅇ 나 그래서 친구 집도 벽 뚫고 들어감.

ㄴ 친구 없잖아.

ㄴ 아아악! 내 뼈! 내 뼈! 아아아악!

ㄴ 비겁하게 팩트로 싸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로 싸우자!

호주에서 봤던 성벽과 비교하면 비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이 성벽은 협소했다.

심지어 호주는 성벽에 마력이라도 둘렀지 이 성벽은 그저 평범한 돌이었다.

“내가 먼저 간다!”

컴파운드 보우에 화살을 걸친 궁수는 곧바로 성벽을 향해 발사했다.

쐐애애액!

카앙! 퍼어어엉!

“으잉!?”

당장에라도 성벽을 뚫어버릴 듯 날아가는 궁수의 익스플로전 애로우는 아쉽게도 성벽에 닿지 못했다.

누군가가 성벽에서 떨어지며 궁수의 화살을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시발 저거 뭐야!?”

먼지가 가라앉으며 서서히 적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 이런 난폭한 방식은 내 취향이 아닌데.”

한 손에는 마검을 든 가시, 반호가 궁수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놈이다! 이 개새끼가 어느 안전이라고 모습을 드러내!”

“어이구? 그때 도망친 쥐새끼를 여기서 보네?”

“이 개자식이…!”

분노한 에르다가 발끈하며 살기를 피워 올렸으나 반호에게는 어린 강아지의 짖음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아, 귀엽네.”

그리고 또 다시 싱긋.

목 뒤가 서늘해질 정도로 오싹한 미소였으나 궁수는 오히려 발끈하여 화살을 추가로 걸었다.

“이것도 막아봐 이 새끼야!”

촤좌좌좌좍!

“흐음.”

궁수의 손을 떠나간 8발의 화살이 각자 성벽을 노리며 힘차게 전진했다.

“같잖은 잔재주를 부리는군요.”

퍼퍼퍼퍼펑!

“어어어?!”

반호가 마검을 휘두르자 새까만 검기가 쏘아졌다. 초승달의 형태로 쏘아진 검기는 궁수의 모든 화살을 양단시켰다.

허공에 8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크흑…. 나법사 너로 정했다!”

“펑펑!”

캐스팅도 없이 법사의 손짓 몇 번만으로 거대한 창이 만들어졌다.

법사의 머리 위에 떠있는 거대한 창은 새하얀 백염을 머금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거기에 법사의 바람이 더해지니 화염은 소용돌이치며 무엇이든 뚫어버릴 듯 강렬한 기세를 더했다.

“이것도 너프해 보시지!”

“쾅쾅 펑펑!”

화르르륵!

“흐으으음.”

처음으로 표정을 구긴 반호가 법사의 마법을 향해 달려들었다.

전신에 무시무시한 마기를 피워 올린 그는 마검에 기세를 더하며 법사의 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콰콰쾅!

“크흐으으으윽!”

새까만 마기와 찬란한 불꽃이 격돌했다. 둘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 장렬하게 타오르며 미친 듯이 부딪혔다.

카앙!

전장의 대기가 떨릴 정도로 격렬한 격돌에 주변에 강한 바람이 휘몰아칠 지경이었다.

저런 성벽 따위는 가뿐히 뚫어버릴 공격이었으나 아쉽게도 반호를 죽이지는 못했다.

마기와 백염의 대결의 승자는 새까만 마기였다. 다행히도 반호는 검을 쥔 한쪽 팔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보통은 전신이 터져나가며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정상일 텐데 그는 고작 검 하나로 이 공격을 버텨낸 것이다.

“얼마나 잘 버티나 보자 이 새끼야!”

그가 지친 틈을 타 궁수가 놈을 향해 도약했다.

그의 손에 들린 분쇄자는 당장에라도 적을 집어삼킬 듯 장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 여어, 뜻뜻한게 좋구만.

“닥쳐!”

콰아앙!

“흐흐흐흐.”

반호의 마검과 법사의 분쇄자가 격돌했다.

일순간 마기가 일렁이며 궁수를 침식하려 했으나 천궁의 불꽃에 모두 타들어가고 말았다.

“이 씨발, 감히 날 농락해!”

이전 일본에서 당한 울분을 떠올린 궁수는 더욱 빠르게 분쇄자를 휘둘렀다.

쾅쾅!

얼마나 충격이 강한지 궁수의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지경이었다.

불꽃을 일으킴과 동시에 바람의 기운을 담아 끊임없이 공중에서 놈을 후려쳤다.

내려치는 공격이 한번 마검에 튕겨져 한 바퀴 돌아 옆을 노린 공격이 또 한 번.

“궁수! 휘이잉!”

“땡큐!”

마지막으로 법사가 뒤에서 궁수를 향해 바람을 쏘아 보냈다.

관통하는 날카로운 바람이 아닌 밀어내는 둔탁한 바람이었다.

바람에 몸을 실은 궁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거세게 놈을 향해 침투했다.

카앙!

“크흐으윽!?”

분쇄자를 아래에서 위로 후려치며 놈의 마검을 쳐내었다.

마검에 가려진 놈의 몸은 흉흉한 마기를 두른 상태였다.

그나마 법사의 마법을 직격으로 맞았던 팔이 비어있던 상태였기에 궁수는 그대로 화살 한 개를 뽑아 놈의 팔에 처박았다.

빙결의 기운이 담긴 화살이 놈의 팔에 처박혔다.

반호의 오른팔이 서서히 얼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궁수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궁수의 목을 노리고 날아든 그의 오른손을 고개를 숙여 피한 궁수는 분쇄자에 바람의 기운을 실어 놈을 거세게 후려쳤다.

콰아아아앙!

“끄아아아악!”

성벽에 처박힌 반호는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뱉었다. 궁수는 놈을 향해 왼손을 뻗으며 말했다.

“성불해라!”

퍼어어어엉!

그의 오른팔에 박아둔 화살이 폭발하며 성문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다 따라와!”

놈이라면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궁수는 마력을 주변으로 퍼트리며 서서히 반호에게 다가갔다.

“씨발, 저거 아직 살아있네.”

한쪽 팔은 완전히 터져 사라진 상태였으나 놈은 아직 절뚝거리며 숨 쉬고 있었다.

“징하다 징해, 이래도 안 죽어?”

이제 남은 일은 저 놈을 죽이고 성벽에 들어가 남은 잔당을 모두 죽이는 것뿐이다.

장궁으로 형태를 바꾼 궁수가 놈의 심장에 화살을 꽂아 넣기 위해 남은 마력을 쥐어짰다.

“이제 좀 죽어라!”

쐐애애애액!

바람의 기운을 머금은 화살은 공기를 뚫고 놈에게 날아갔으나.

콰직!

“이걸 잡는다고?”

성벽 안에서 나온 남성에 의해 화살은 잡히고 말았다.

“크하하하하, 확실히 힘이 좋긴 좋아, 날아오는 화살도 이리 쉽게 잡을 정도라니.”

“대…. 대통령!”

“흠, 어디로 도망쳤나 했더니 거기 있었군.”

“뭐야 저게 대통령이야!?”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는 가뿐히 궁수의 화살을 부러트리며 반호에게 말했다.

“말에 비해서 실력은 영 별로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이죠, 계약은 잘 마치셨나 봅니다.”

“음, 그래 그것도 군주를 알아보는지 아주 협조적이더군.”

“협조적이라…. 흠, 그럼 저는 몸이 이 모양인지라 이만.”

“쯧, 쓸모없는 것.”

반호는 그대로 성벽을 넘어 도망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검을 쥔 채로 잘린 팔을 미리 궁수가 가져왔기 때문에 전과 같이 마검을 뺏기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인벤토리에 통째로 아이템을 넣은 궁수는 놈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그러나 겁먹기는커녕 대통령은 더욱 당당하게 궁수와 일행들을 향해 걸어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이었던 그는 다수의 헌터를 상대로도 여유가 철철 흘러넘쳤다.

- 흐음, 아주 지독한 놈과 계약을 했군.

“계약? 그게 뭔데.”

- 악마와 거래 말이다, 저 정도 힘을 얻으려면 도대체 뭘 대가로 줬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군.

“그래서 얼마나 강한데.”

- 진지하게 도망을 권하고 싶군, 저 정도도 일반인이라 그렇지 헌터였다면 이미 이곳에 있는 놈들은 다 죽었을 거다.

“하아….”

쌘 놈 뒤, 더 쌘 놈 뒤, 더 더 쌘 놈이 나온다고 했던가? 어째 쉽게 가려고 해도 매번 꼬여가는 일에 궁수가 한숨을 푹 쉬었다.

“비행기도 그 꼴 났는데 퍽이나 도망칠 수 있겠다.”

- 흠, 그렇다면 별 수 있느냐.

어느새 궁수의 앞을 막아선 셈이 방패를 땅에 처박았다.

마치 이 뒤로는 누구도 보내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가 엿보이는 듯했다.

“젠장, 쉽게 가는 일이 없군.”

“우리 직종이 그렇죠, 뭘.”

- 죽여야지, 아니면 죽던가.

“근접 헌터는 앞으로! 나머지는 후방 지원합니다!”

통역기를 타고 흐른 궁수의 말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힐러는 나만힐 헌터에게! 마법사는 나법사에게! 나머지는 제게 옵니다!”

순식간에 대통령을 둘러쌓은 헌터들은 기세등등하게 살기를 피워 올리며 놈을 압박했다.

일반인이라면 이미 요절하고도 남을 정도로 진득한 살기였으나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

가소롭다는 표정이 저런 것이 아닐까 할 정도였다.

다행히도 근접 헌터들은 에르다의 명령에 따라서 자리를 잡고 빈틈없이 대통령을 마크했다.

궁수의 옆에 다가온 에르갈과 다른 궁수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시위를 당긴 상태였다.

“에르갈, 이쪽은 너한테 맡긴다.”

외부인인 자신보다는 그래도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에르갈이 더 나을 거라 생각한 궁수는 그녀에게 통솔권을 맡기고 법사에게 다가갔다.

법사는 그 나름대로 펑펑이니 쾅쾅이니 화르륵이니 말하며 열심히 말했으나 그 말을 알아듣는 헌터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한숨을 푹 쉬며 마법사도 에르갈에게 보낸 궁수는 법사와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지금 이 집단의 최고 전력인 둘이 동시에 모인 셈이다.

“큰 거는 아끼고 최대한 견제만 박으면서 압박하자.”

“알았다!”

어차피 상대는 전투 경험이 전무한 일반인이다.

아무리 악마와 계약을 했다고 한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기본적인 전투 센스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야, 저거 누구랑 계약했냐?”

- 흐음, 폭식인가.

“폭식?”

- 말 그대로 모든 걸 먹어치우는 놈이지, 적이든 아군이든, 뭐든지 말이다.

이름부터 워낙에 강렬한 능력이기에 궁수는 와락 표정을 구겼다.

“온다!”

궁수가 천궁과 대화를 나누기도 잠시 대통령이 먼저 셈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콰아앙!

“크흐으윽!”

자세는 개판이었으나 주먹에 담긴 붉은 기운은 그 단점을 보완해주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으하하하! 짐이! 에티오피아의 왕이다! 어딜 왕의 앞길을 이런 같잖은 방패로 막으려 드느냐!”

놈의 주먹이 한발 한발 꽂힐 때마다 셈의 방패가 찌그러질 정도로 거센 공격이 쏟아졌다.

“둘러싸!”

에르다가 침착하게 동료들을 통솔하며 놈을 휘감았다.

그와 동시에 뒤쪽에서 대기하던 마법사와 궁수들이 놈을 향해 마법을 쏟아 부었다.

투박한 마력 화살과 오색빛깔 마법들이 작렬했다.

궁수와 법사의 위력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수가 많으니 그 나름대로 제법 도움이 되었다.

“나도 질 수 없지!”

“나도! 나도!”

기세를 탄 궁수도 포인트를 활성화시켜 놈을 간파했다.

{스킬 포인트 어택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포인트 어택이 트루 스나이핑으로 진화합니다.}

“오오!”

최근 밥값을 못하던 포인트 어택이었는데 마침 타이밍 좋게 스킬이 변화했다.

트루 스나이핑.

포인트 어택의 진화형인 이 스킬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포인트를 맞춰야 했던 전과는 달리 지금은 어디를 쏘더라도 포인트가 되어 추가 대미지를 준다는 것이다.

“트루 스나이핑!”

스킬을 사용하자 궁수의 눈앞에 황금빛의 저격 스코프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둥그런 모양에 눈금이 박힌 단출한 스코프에 금빛 날개가 한 쌍이 달려있었다.

쐐애애애액!

화살이라기보다는 금빛의 광선이 놈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쾅!

추가로 법사의 라이트닝 스피어와 다른 헌터들의 마법이 작렬했다.

웬만한 A급 보스조차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수준의 위력이었다.

서서히 먼지다 걷히며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헌터들의 수많은 공격을 받은 그의 양복은 모두 너덜너덜해져 반나체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신체는 상처하나 없이 멀쩡했다.

“에반데.”

그는 버티지 못하겠는 듯 몸을 파들파들 떨며 소리쳤다.

“맛있구나! 맛있어!”

푸화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그의 신체가 찢기며 그 안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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