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63화 (63/172)

◈ 63화. 흌ㅋㅋ갘ㅋㅋㅋㅋ

“종로로 갈까요~ 명동으로 갈까요~”

“하아…. 젠장, 이제 휴가라면 이골이 났어.”

“휴가는 무슨 휴가 이건 출장이야….”

“차라리 에티오피아로 갈까요~♬”

“간다!”

이미 궁수의 반협박에 셈과 힐은 죽을상을 지으며 에티오피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마저도 정규 여객선이 아닌 허름한 화물용 비행기였다.

셈의 옛 지인에게서 겨우 빌렸기에 잘 사용하고 원래대로 잘 돌려줘야만 했다.

“적어도 이코노미 석이라도 줘야지….”

“벌써부터 허리가 아프군….”

짐칸에 몸을 실은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파일럿이 직접 궁수와 파티원들에게 다가왔다.

“입게나.”

“이게 뭔데요?”

“낙하산.”

“….”

철컥.

말없이 낙하산을 맨 궁수는 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베리 굳.”

셈은 벌써부터 지친 듯 한숨을 푹 쉬며 죽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궁수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비행기로 삼행시 해볼게요.”

“비”

“비행기 추락 비.”

“행”

“행기 추락 비행.”

“기”

“기 추락 비행기.”

궁수의 농담 아닌 농담을 들은 셈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듯 그는 고개를 흔들며 비행기에서 내리려 했으나.

철컥.

“어? 철컥?”

화물칸이 잠기며 서서히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엠~!”

자리에서 일어난 궁수는 종종걸음으로 셈의 옆에 도착했다. 그의 어깨에 팔을 건 궁수는 조용히 귓가에 속삭였다.

“비행기는 멈추지 않아 BOY↗”

“젠장! 멈춰! 멈추라고!”

“어림도 없지 캍!”

“아아아악! 젠장!”

어디선가 본 듯한 광경이었기에 이를 바라보던 힐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셈도 정부 헌터로 들어가지 그랬어요.”

이은우는 정부 측 헌터이니 만큼 괜히 관여했다간 국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다.

얼마나 아쉬운지 주먹을 불끈 쥐고 트월킹을 추는 그 모습을 궁수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잘못하면 에티오피아 사람들 깡그리 죽어나갈 텐데 한번 희생하시죠.”

“이웃나라도 아니고 굳이 그렇게 먼 곳까지 가야하는 이유가 뭔가!”

“뭐긴요.”

궁수가 주먹을 거세게 쥐었다. 아직도 전에 일본에서 당한 기억에 잠 못들 정도였다.

“개새끼 하나 조지러…. 가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해서죠.”

“자네의 개인적인 원한에 날 끌고 가지 말게!”

“하아…. 마물에 홀려서 다 죽어가던 거 살려놨더니 이런 부탁 하나도 못 들어준데, 서러워서 살겠나.”

“으윽….”

호주에서의 뼈아픈 기억을 떠오른 셈은 아무 말 없이 궁수의 옆에 앉았다.

“제길!”

궁수는 조그맣게 난 창문 밖으로 구름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혹시나 남자를 찍었나 방송을 돌려보았으나 애석하게도 그 남자를 찍은 부분만 화면이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이번에는 기필코 잡는다.’

레벨이 깡패라고 궁수는 일본에서 돌아온 후 3주라는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게이트를 클리어 했다.

개수로만 따지자면 거의 50개에 달하는 게이트였다.

스테이터스의 압도적인 차이를 메꾸기 위해서라도 궁수는 레벨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문제는 레벨이 오르는 속도였다.

레벨 100이 넘어간 뒤로 레벨업이 더뎌도 너무 더뎠다.

D, C급도 아니고 웬만한 B, 심지어는 대부분 A급 던전이었음 에도 고작 3개 레벨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LV - 111]

[직업 - 궁수]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9]

힘 : 250

민첩 : 30

마력 : 80

체력 : 30

“진짜 더럽게 빡세네….”

어째서 레벨 100 이후가 헬 존이라고 불리는지 궁수는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나마 궁수기에 이 정도의 속도가 나오는 거지같은 등급의 다른 헌터라면 한 달에 레벨 1개도 버거울 수준이니 말이다.

“이것만 잘 처리하면 진짜 여행이라도 가죠.”

“아니, 난 헬스장이 좋네.”

“아쉽네요.”

궁수의 휴가 빌드업에 몇 번이고 데인 셈은 몸을 파르르 떨며 이를 거절했다.

그리고 그것은 힐도 마찬가지였다.

법사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힐이 준 초코맛 에너지 바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이은우에게 전해들은 정보는 썩 간단했다.

반정부군은 두 명의 헌터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둘의 전투력은 거의 일인군단이라 불리는 수준이라고 한다.

반대로 정부 측에서는 그 남자를 비롯하여 쿠데타를 제압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까지가 은우가 알려준 정보다.

애초에 말 그대로 주변국도 아니고 먼 대륙의 타국이니 만큼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뭐 가보면 알겠지.”

비행기는 불안한 외관과는 달리 매우 편안하게 하늘을 가로지르며 에티오피아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에게는 진즉에 브리핑을 해둔 상태이기 때문에 다들 뭘 목적으로 두는지는 알고 있었다.

어느 쪽에 속하던 그 복면의 남자를 조지는 것.

그것이 이번 출장의 목적이었다.

거의 하루 반나절이 지나자 서서히 에티오피아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항이 파괴되어 착륙을 하기가 어렸기에 적당한 포인트를 찾고 있었다.

거의 다 왔다는 파일럿의 방송에 궁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히도 여기까진 잘 왔….”

콰아아아앙!

“아이 씨발.”

위잉! 위잉! 위잉!

삐이이이이이이!

“제길 또 뭐야!”

“낙하산부터 챙겨!”

“우헤헤헿! 흔들린다!”

미사일인지 뭔지는 몰라도 거대한 충격을 받은 비행기가 크게 흔들렸다.

파일럿의 말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파티원이 몸을 실고 있는 제3 짐칸을 열고 조종실로 향하려던 궁수는 경악하고 말았다.

“여기는 또 왜이래?”

제2 짐칸은 무언가 공격에 받은 듯 거대한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이건 아닌데.’

적어도 지금 이 상황이 태평하게 파일럿의 말이나 기다릴 때는 아니었다.

다시 제3 짐칸으로 돌아간 궁수는 파티원들에게 소리쳤다.

“탈출합시다!”

“제길! 결국 이렇게 되는가!”

“어떻게 쉽게 가는 일이 하나 없어!”

궁수를 따라 헌터들이 제2 짐칸으로 나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나법사는 셈이 직접 들고 왔다.

“저부터 갑니다!”

‘낙하산도 있으니 죽지는 않겠지.’

궁수는 짐칸에 뚫린 거대한 구멍으로 먼저 낙하했다.

그 뒤로 동료들도 잇따라 떨어지며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탈출했다.

휘이이이이잉!

“크흐으윽!”

고글도 쓰지 않아 궁수의 눈이 매우 따끔거렸다.

낙하산이라고는 써 본적이 없었기에 궁수는 바로 가방 옆에 달린 끈을 잡아당겼다.

촤악!

….

“뭐야!?”

촥! 촤악!

궁수의 낙하산은 아무리 선을 잡아당겨도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찌이익!

“으잉!?”

몇 번이고 선을 잡아당기자 오히려 선이 찢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물론 그 순간까지도 궁수의 낙하산은 제 기능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셈이나 힐은 이미 낙하산을 펴 안전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썅!”

- 빨리 바람을!

“으어으엉아아아!”

궁수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다른 헌터들은 궁수를 도와주기 위해 몸을 허우적거렸으나 아무 곳도 없는 허공에서 몸을 가누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장궁을 겨눈 궁수는 무작정 화살에 마력을 때려 박았다.

적을 꿰뚫는 바람이 아닌 밀어내는 바람이 궁수의 화살에 무지막지하게 실렸다.

인간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1111미터 상공에서 어떤 안전 장비도 없이 낙하한 궁수는 비명을 지르며 땅에 떨어지기 직전 화살을 발사했다.

쏴아아아아!

궁수의 무지막지한 태풍에 주변의 나무들을 모두 부러지거나 기울어지고 말았다.

“허억! 허억!”

다행히도 궁수는 바람에 밀려 다소 안전하게 착지를 할 수 있었다.

“궁수! 괜찮은가!?”

“어디 다친 곳은?!”

궁수만큼이나 놀란 셈과 힐이 후다닥 낙하산을 버리고 궁수에게 달려왔다.

다행히도 나무에 긁힌 가벼운 생채기 이외에는 별다른 상처는 없었다.

크게 놀랐는지 궁수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것도 그럴 것이 그 높이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렸으니 말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궁수는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다잡았다.

“후, 괜찮습니다. 그래서 여긴 어디죠.”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군.”

“쯧, 전파도 안 잡혀.”

주변은 온통 숲이었다. 녹음이 우거진 숲은 간단한 표지판 하나도 없어 어디가 길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일단 나가보죠. 여차하면 숲 채로 날려버리면 되니까요.”

“펑펑?! 해!?”

“지금은 안돼.”

“언제 펑펑?”

“그래도 나가려는 노력이라도 해 봐야지.”

“알았다! 아낀다 펑펑!”

숲을 통째로 날려버린다느니 섬뜩한 대화가 오갔으나 이곳의 헌터 중 아무도 그것을 문제 삼는 이는 없었다.

먼저 실제로 숲을 날려버리고도 남을 미친놈이 둘이나 있을뿐더러 계속 이곳에 갇혀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숲을 빠져나가기 위한 노력은….

“으히히히! 펑펑펑펑!”

“아하하하! 뉴클리어어어어엇!”

“미친놈들….”

하루는커녕 1시간도 되지 않아 무산되고 말았다.

참을성이라고는 엿 바꿔먹은 둘은 당장에라도 숲을 쓸어버릴 듯 무시무시한 마력을 일으키고 있었다.

“일단 내가 먼저….”

“안돼애애앳!”

궁수의 시원한 축포와 함께 즐거운 산림파괴가 일어나기 직전, 저 숲 속에서 어린 여자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사람?”

“미친놈이 지금 뭐 하는 거야!?”

궁수의 귀에 꽂힌 통역기에서 그녀의 말이 번역되어 들렸다.

그녀는 크게 분노한 듯 숨을 씨익씨익 몰아쉬며 궁수를 나무랐다.

햇빛을 받아 구릿빛으로 빛나는 피부에 전신에 새하얀 로브를 두른 그녀는 당장에 궁수를 뜯어말렸다.

“설마 정부에서 보낸 스파이냐? 이 더러운 녀석들!”

“스파이라뇨, 저흰 관광을 왔을 뿐입니다. 아이러브 에티오피아.”

“거짓말 치지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숲을 파괴하려 한 주제에.”

그녀는 진심으로 분노한 듯 마력을 일으키며 궁수에게 달려들었으나.

“꺄아악!?”

쿵! 콰득!

“아파아아아앗!?”

덤비기는커녕 궁수의 왼팔에 가볍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이거 놔! 안놔!?”

“궁수, 주변 상황이 좋지 않다.”

언제 왔는지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헌터들이 궁수를 겨냥하고 있었다.

활, 창, 심지어는 마법까지 사용하여 궁수와 일원들을 노리고 있었다.

몰골을 보아아니 아무래도 정부군은 아닌 듯 보였다.

‘다 죽여버려?’

전체적인 적들의 수준은 그닥 높지 않다. 잘 해봐야 C급? 간간히 B급에 달하는 헌터도 있었으나 그래봐야 멤버들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그러나 저 뒤에서 느껴지는 두 개의 기세는 가히 궁수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한명은 짐승처럼 날뛰는 마력을 다른 한명은 고요한, 언제 적을 집어삼킬지 모르는 파도와 같은 느낌이었다.

‘흠, 재밌네.’

“궁수! 펑펑?”

법사는 당장에라도 마법을 사용할 듯 마력을 발현하고 있었다.

적들도 법사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먼저 물러난 곳은 다름 아닌 반정부군이었다.

그들 뒤에서 대기하던 두 명의 여성 헌터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공격을 거두어라. 적이 아니다.”

한명을 창을, 다른 한명은 화살을 들고 있는 여자였다. 둘 모두 일류급 헌터인 듯 느껴지는 기세는 몹시 날카로워 예사롭지 않았다.

그녀들은 정말로 전투 의사가 없는 듯 창을 내려두었다.

‘휴전인가.’

궁수는 서서히 제압해두었던 여자의 팔을 풀어주었다. 그녀는 쪼르르 헌터들 사이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콰아아앙!

“끄흑!? 어째서!?”

궁수는 곧바로 눈앞의 여성들을 향해 돌진했다. 분쇄자와 적의 창이 격돌하였다.

그녀들은 갑자기 왜 이러냐는 듯 억울한 눈빛이었지만 궁수는 오히려 더욱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건 비행기의 몫이다, 개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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