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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60화 (60/172)

◈ 60화. 아니 휴가라며.

“이대로라면…. 가능하다.”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던 이은우는 서서히 흑기사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 뒤에는 궁수의 든든한 원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은우를 향해 검이 날아올 때마다 기막히게 궁수의 견제가 들어오니 쿠로의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화살을 무시하고 공격을 하려고 하면 그새 방패 뒤로 숨어버리니 짜증이 나지 않을 래야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참다못한 쿠로가 검을 크게 휘둘러 거리를 벌렸다. 크게 분노한 듯 그의 전신에서 어둠이 사납게 몰아쳤다.

“쥐새끼 같은 재주가 있구나!”

“이게 바로 인간의 지혜란다, 원숭이 새끼야.”

“어둠이 끓어오른다아악!”

궁수의 계속된 지원에 성난 흑기사가 어둠을 모으기 시작했다.

척 보아도 위험해 보이는 어둠이 넘실거리는 기운에 궁수도 미간을 팍 좁혔다.

“마법은! 쓴다! 나만!”

“크흐으윽!”

길이만 4미터에 달하는 고드름이 흑기사를 향해 날아갔다.

“브레이크 스펠!”

그와 동시에 법사의 브레이크 스펠이 적중했다.

상대보다 마법의 재능이 월등해야 사용할 수 있다는 고위 스킬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마법에 있어서는 법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했다.

사나운 짐승에게 족쇄를 채우듯 차근차근 흑기사를 공략해가고 있는 궁수일행이었다.

[이게 패턴 스킵이란 거다 이 새꺄!]

[검 쓰지마! 마법도 쓰지마아아악!]

[역시 변신할 때랑 기모을 때 공격하는게 제맛이지.]

ㄴ 기 모을 때 때리면 기모링?

ㄴ 병신

“더럽게 단단하네….”

이전에 상대했던 아르마딜로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공격은 계속해서 먹혀들어가고 있었으나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정적인 한방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아직 부족해, 겨우 이걸로는 안돼….”

- 흐음 그래도 전보다는 어둠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우리도 꽤나 쏟아 부었으니까 저 정도지.”

- 절반…. 아니 1/3정도 인가.

“이제 1/3이라고?”

- 아쉽게도 그렇군.

“진 빠지네….”

별 의미 없는 소모전이 이어졌다.

궁수와 헌터들은 계속해서 공격을 쏟아 부었고 흑기사는 전신으로 공격을 받아내었다.

“궁수님 이대론 답이 없습니다.”

“씨발, 뭐 저런 게 다 있지.”

공격이 먹히고 안 먹히고를 떠나서 이제는 공격에 의미가 있는지 궁금할 수준이었다.

보다 못한 궁수가 은우와 함께 앞으로 걸어 나갔다. 궁수의 손에는 분쇄자가 들려있었다.

“궁수씨!? 뭐하는 겁니까! 뒤로 가요!”

“답답해서 못해먹겠네, 비켜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저도 만만한 헌터 아닙니다.”

은우를 뒤로하고 성큼 앞으로 나간 궁수는 흑기사를 마주했다. 쿠로 역시 궁수를 인지하고 검을 거두었다.

뚜벅뚜벅.

잠시 전장이 고요해졌다.

“쥐새끼가 모습을 드러내었군.”

“뭐래 사회부적응자 새끼가.”

“하, 사회라, 그래 그런 것에 소속되어 있을 때도 있었지.”

그의 검이 서서히 올라가며 궁수를 가리켰다.

검은 투구에 가려져 있었으나 흑기사의 비릿한 미소가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그러냐.”

“이 몸이 곧 사회이자 질서이니, 모든 필멸자들은 내 발 아래에 조아릴 것이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쉰 궁수가 분쇄자를 어깨에 이고 흑기사를 바라보았다.

“닥치고 덤벼 중 2병 찐따 새끼….”

콰아앙!

“아이고 개 빡치셨네!?”

“사지를 뜯어주마.”

“그럼 난 오지를 뜯어주마.”

궁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돌격한 흑기사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리 대기하고 있던 궁수가 격돌했다.

마검과 천궁의 격돌은 너무나도 폭력적이어서 주변의 헌터들은 끼어들래야 끼어들 수 없었다.

“천사의 가호!”

“리커버리 블래싱!”

“헤이스트!”

“임펙티드 스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궁수에게 자신의 버프를 걸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한 두 가지의 버프도 아니고 수십 개의 버프가 동시에 들어오니 궁수의 스테이터스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쾅! 콰아앙!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밀리던 모습을 보여주던 궁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이게 인싸라는 거다 찐따새꺄!”

“크흐으윽! 같잖은 수를 쓰는구나!”

콰아앙!

분쇄자의 못과 마검의 날이 부딪히며 대기를 울렸다.

“더 화끈하게 놀아보자고!”

화르르륵!

분쇄자에 시뻘건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둠과 대비된 화염은 당장에라도 적을 집어삼킬 듯 흉악하게 넘실거렸다.

“크흐으윽!”

쾅! 콰직!

미친 듯이 몰아치는 궁수의 맹공에 처음으로 흑기사가 옅은 신음을 뱉었다.

“미친개는 약이지!”

[이것이 k - 복날이다!]

[보신탕 어택!]

[엄마, 똘이는 어디갔어?]

ㄴ 네 똘이 쩔드라.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검을 거세게 쥔 흑기사가 궁수를 몰아내기 위해 계속해서 검로를 펼쳤으나 번번이 궁수의 분쇄자에 막히고 말았다.

‘이것만 때내면…!’

분쇄자를 양손으로 쥔 궁수가 튀어나온 못을 마검에 걸었다.

쿵!

궁수가 왼발을 한걸음 내딛었다. 분쇄자의 못은 단단하게 검에 걸린 상태였다.

으드득!

“놔 으 스끄으!”

궁수의 팔이 부풀어 오르며 흑기사와 힘 대결에 들어갔다.

검을 빼앗기 보다는 바위에 박힌 검을 빼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꺼…. 져!”

콰아앙!

“흐으윽!?”

정확히 흑기사의 복부에 꽂힌 발길질에 순간 검을 쥐고 있는 쿠로의 힘이 약해졌다.

‘지금!’

이 틈을 놓칠 리 없는 궁수는 바로 몸을 뒤로 젖혀 무게중심을 바꾸었다.

거기에 궁수의 팔 힘까지 더해지니 그의 손에서 마검을 떼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빈틈을 타서 마지막으로 놈의 가슴팍에 화살을 한 개 쑤셔 박았다.

마검을 잃어 약해진 흑기사는 마치 일반 사람처럼 손쉽게 화살을 허락했다.

- 잘했다!

“크허어어억!”

푸화아아악!

“어어?!”

흑기사의 몸에서 방대한 양의 어둠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에 검은색 선이 그어진 광경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이건 또 뭐야!?”

어둠은 뒤로 날아간 마검을 향해 쏟아졌다. 흑기사는 몹시 괴로운 듯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좆된 거 같은데.”

[그러게요.]

[튀어 병신아 뭘 쳐다봐.]

[빤스러어어어어언!]

[ㄹㅇ 남자는 안튄다.]

ㄴ 이게 맞지ㅋㅋㅋㅋ

ㄴ 나궁수 ~ 2020)

ㄴ ㄴㄴ 古 나궁수 ~ 2020)

ㄴ 이게 맞다.

ㄴ 이 미친놈들ㅋㅋㅋㅋㅋㅋ

궁수도 당장에 도망가고는 싶었으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흑기사에게서 뿜어져 나온 어둠이 나가떨어진 마검을 움켜쥐었다.

어둠에 휩싸인 검이 다시 쿠로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씨발 뭐야!”

당황한 궁수가 날아가는 검을 잡으려했으나 이미 마검은 잡을 수 있는 범위를 아득히 벗어나있었다.

“안돼!”

어둠을 타고 날아간 마검은.

서걱!

“어?”

[????????????]

[뭐여?????]

[우욱… 이건 좀.]

[무기가 사람을 배신하네…?]

날아간 마검은 흑기사의 목을 베어버렸다.

툭.

깔끔하게 절단된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뭐지? 질 것 같으니 자살한 건가?”

- 이건…. 이건 안 좋군, 너무 안 좋아.

“왜, 뭔데, 완전히 침식이라도 당한거야?”

- 그건 아니다만… 이 소름끼치는 기운은 도대체.

목이 베였으나 흑기사의 몸은 무릎을 꿇거나 쓰러지기는커녕 멀쩡하게 서 있었다.

주인의 목을 벤 마검은 이내 다시 주인의 손에 쥐어졌다.

그와 동시에 멈춰있던 흑기사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것은 궁수가 아닌 이곳에 있는 헌터 전원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어둠은 궁수라 하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이내 폭풍이 잦아들고 서서히 흑기사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씨발.”

이 전에는 사람의 몸 위에 어둠이 넘실거리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검은 갑주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이 전보다 배는 견고하며 오죽하면 빛이 비칠 지경이었다.

“후,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썩 괜찮군.”

머리 잘린 흑기사가 몸을 풀더니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머리를 주워들었다.

왼손에는 머리를 오른손에는 검을 든 기사가 궁수를 향해 척 검을 들이밀었다.

그 모습이 몹시 섬뜩하여 궁수는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듀라한이군….

상황을 파악하기도 잠시, 듀라한이 궁수를 향해 접근했다. 정확히는 순간이동 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돌진한 듀라한이 궁수의 눈앞에서 정확히 멈춰 섰다.

“허억!?

“흐음…. 창세의 무기인가, 어째서 이 보물이 네놈에게 있지?”

- 피해라!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기는 감히 궁수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죽는다.’

도저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치 뱀 앞의 개구리처럼 궁수의 전신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흐음…. 서큐버스를 쓰러트린 놈이 누군가 했더니.”

스멀스멀 뿜어져 나오는 어둠이 궁수의 전신을 휘감았다.

“네놈이었군?”

궁수가 완전히 어둠에 잠식당하기 직전.

“파마술!(破魔術)”

저 뒤에서 날아온 반마 마법이 흑기사를 노렸다.

“쯧, 날파리가 꼬였군.”

일반적인 수준의 마법이 아닌 시야가 새하얗게 가득 찰 정도로 강력한 마법이었기에 듀라한도 한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 빨리 도망가지 않고 뭐하느냐!

“아, 응!”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으로 또 한 번 목숨을 부지한 궁수는 뒤로 돌아갈 수 있었다.

궁수의 일행에는 하카마를 입은 여성과 검은 가쿠란을 입은 사내가 합류해 있었다.

“괜찮으세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인…?”

그녀는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에 당황하며 일행들을 훑어보았다.

당연히 일본 측 헌터라고 생각한 그녀의 얼굴에 당황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지원 왔습니다.”

“네? 지원을 벌써요?”

“지금 그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렇네요.”

방해를 받아 짜증이 났는지 듀라한의 주변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S급 헌터, 시로입니다.”

“S급, 나시키.”

일본식 무녀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녀는 흰색 주이 달린 지팡이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부적을 한아름 꺼내들었다.

나시키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검은 마스크를 벗고 입에는 두루마리를 물며, 양손에 수리검을 한 개씩 쥐었다.

[ㅗㅜㅑ 닌자.]

[아 졌다.]

[아니 우리도 거북선 들고 갔어야지.]

[한국 대표가 헬창궁수네ㅋㅋㅋㅋㅋㅋㅋ.]

[빨리 너도 조선제일궁 이런 거 하라고 아 ㅋㅋ]

“나궁수입니다. 뒤는 제 동료들이고요.”

짤막하게 소개를 마친 궁수는 다시 활로 폼을 바꿨다. 컴파운드 보우를 쥔 궁수의 손에는 땀이 범벅되어 있었다.

“이길 수 있을까.”

- 질수는 없지 않느냐.

“하…. 역시 그렇지?”

[LV - 108]

[직업 - 궁수]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9]

힘 : 241 + 70

민첩 : 30 + 20

마력 : 80 + 10

체력 : 30 + 30

[현재 11개의 버프로 스테이터스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상태입니다.]

궁수는 남은 스테이터스를 모두 힘에 몰아넣었다.

[LV - 108]

[직업 - 궁수]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0]

힘 : 250 + 70

민첩 : 30 + 20

마력 : 80 + 10

체력 : 30 + 30

[현재 11개의 버프로 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상태입니다.]

혹시나 하여 투자한 스테이터스 포인트는 궁수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3대 10000돌파. 천궁의 새로운 형태가 개방됩니다.]

도박에 가까운 수였으나 천궁은 한 번도 궁수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이거라면….’

새로 얻은 무기를 확인한 궁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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