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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55화 (55/172)

◈ 55화. 휴가라면서요(5)

그 의문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푸와아악!

도깨비의 등을 뚫고 나온 구미호가 다시 헌터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 전에 비해서 훨씬 성장한 상태로 말이다.

160에 달하는 키는 훌쩍 성장하여 170대 중반이 되어있었으며 그녀의 몸매 또한 몇 배는 육감적인 몸매가 되어있었다.

마지막으로 새하얀 그녀의 꼬리가 모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도깨비 왕의 피가 아닌 자체적으로 변화한 색이었다.

“네년…. 어째서 배신을…. 쿨럭!”

거의 다 죽어가는 도깨비 왕이 구미호를 질책했으나 그녀는 별 관심 없는지 헌터들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며 말했다.

“아하하! 이미 한번 패배한 네가 딱히 쓸모 있을 것 같지는 않았거든.”

“그런…!”

“시끄러우니까 이만 죽어.”

푸콰아아악!

“으윽….”

“이런 미친….”

그녀의 발길질 한 번에 도깨비의 거대한 머리통이 터졌다. 뇌수가 주변에 튀며 붉은 피가 내렸다.

“씨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전투가 불가능한 인원이 셋.

한 명은 반푼이 탱커.

다른 한명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법사.

눈앞에는 최소 A급 보스 몬스터.

“제길….”

평소보다 궁수가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꺄하하하하하!”

분명 외관은 여우 귀와 아홉 개의 꼬리가 달린 아름다운 여성이었으나,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기백은 셈조차도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들 정도였다.

“여우! 구린내!”

“깨끗한 여우한테 너무해~”

단지 말을 했을 뿐인데 그녀의 요기가 짙게 깔려 주변이 섬뜩해질 정도였다.

오죽하면 도깨비 왕과 이전의 그녀를 동시에 상대하는 게 낫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녀가 먼저 다가오기 전 적어도 선수라도 이쪽에서 챙겨야만 했다.

셈은 거대한 대방패를 땅에 처박았다.

“요새화!”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두꺼운 바위가 올라오며 동료들을 감쌌다. 그가 무기를 바꾸며 새로 배운 스킬이었다.

“그렇게 기세등등하더니 결국 숨는 거야?”

마치 철옹성 같은 셈의 요새는 감히 적의 출입을 허가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셈이 가장 바라는 일이기도 했다.

쾅! 콰앙!

“꺄하하하하!”

바위 밖에서 구미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높은 여성의 웃음소리가 이렇게 소름끼칠 수 있는지 셈은 그날 처음 알았다.

‘궁수가 오기 전까지만 버티면 된다.’

***

숲 속에 갇힌 궁수는 몇 시간 째 같은 곳을 헤매며 길을 찾고 있었다.

“시발! 도대체 나가는 길이 어디야!”

- 환술은 기본적으로 핵을 찾아 부숴야한다니까.

“이 넓은 숲에서 그걸 무슨 수로 찾으라고!”

- 아니면 술사가 미리 지정한 대로 길을 따르면 된다만, 차라리 핵을 찾는 게 더 쉽지 않겠느냐?

“그건, 그렇네.”

두 일을 비교해본다면 확실히 전자가 훨씬 쉬울 것 같기는 했다.

결국 궁수는 한숨을 팍 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법사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그 놈이라면 핵과 함께 숲을 통째로 날려버렸겠지.

“오?”

- ‘오’라니 네 녀석 설마…

“미안하다. 나무야!”

화아아아악!

궁수의 화살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LV - 105]

[직업 - 궁수]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0]

힘 : 241

민첩 : 30

마력 : 80

체력 : 30

남은 스테이터스를 몽땅 마력에 투자한 궁수는 마치 숲을 통째로 날려버릴 기세로 폭발화살의 덩치를 키웠다.

뉴클리어 수준의 폭발은 아니었으나 이 정도로도 숲을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했다.

“익스플로전 애로우!”

슈우우욱!

혹시나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궁수는 최대한 자신으로부터 멀리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그 위력은.

콰아아아앙!

“크흐으으 좋다 좋아.”

- 천벌 받을 거다, 네 놈.

“까짓 거 받지 뭐.”

거대한 폭발음 소리에 묻혀 들리지는 않았으나 환술의 중추인 핵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제 서야 환술이 풀리며 궁수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음, 뭐 괜찮겠지.”

숲의 절반 가까이가 소실되었으나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쯤은 어쩔 수 없다.

- 미친놈.

“어허, 대한테 말이 험해.”

- ….

환술이 부숴짐과 동시에 궁수는 다시 마을 쪽을 향해 달려 나갔다.

원래도 큰 숲은 아닌지 10분도 되지 않아 다시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궁수가 마을로 돌아와 가장 먼저 본 광경은.

“시발 뭐여.”

구미호와 격렬한 힘겨루기를 하는 셈과 어째서인지 죽어가는 이은우.

그리고 그들 뒤로 쓰러진 거대한 무언가와 셈 때문에 마법을 쓰지 못해 안절부절하고 있는 나법사가 보였다.

“하핫, 개판이네.”

“궁수! 궁수 왔는가! 빨리 나 좀 도와주게!”

셈은 썩 상황이 좋지 않은 듯 얼굴이 보랗게 뜰 지경이었다.

“왜요, 젊은 여자랑 보기 좋구만, 호주에서도 그렇고 혹시 마물이 취향이에요?”

“장난 말고 빨리!”

“네, 네 갑니다. 가.”

구미호가 전에 봤던 모습과 조금 달라져 있었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떻게 저런 좆밥한테 애를 먹을 수 있지.”

아직도 구미호를 처음 자신이 상대했던 그때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궁수에게 있어 파티 멤버들이 이렇게 고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야, 덤벼 이 짐승 새….”

콰드득!

“어머? 이걸 막아?”

“…너 뭐냐?”

“구미호입니다~”

쾅!

거세게 천궁을 휘둘러 구미호를 떨쳐내었다. 전과는 차원이 다른 묵직함에 궁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저거 뭐냐?”

- 요력이 말도 안되 게 증가했군, 저건 조금 조심해야겠어.

“갑자기? 그게 말이 돼?”

- 글쎄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지고 놀기 쉽던 적이 하루도 안 되어서 월등히 강해져서 돌아왔다.

궁수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어이없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인벤토리에 남아있는 마력 포션 한 병을 통째로 비운 궁수는 구미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달빛에 비춘 그녀의 모습은 심히 매혹적이어서 하마터면 궁수조차도 매혹에 빠질 정도였다.

여우상의 매혹적인 눈꼬리에 복슬복슬한 귀, 새하얗게 빛나는 머리칼에 직감적인 몸매까지.

- 속지마, 개년이다.

“알아.”

이전 호주에서 매혹에 걸린 셈이 어떻게 되었는지 직접 보았기 때문에 천궁의 얼큰한 쌍욕이 아니더라도 궁수는 애초에 선은 확실히 그어둔 상태였다.

저건 마물이다.

다시 말해 죽일 놈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예쁘고 섹시하더라도 저건 인간을 죽인다. 그리고 궁수의 소중한 사람들은 모두 인간이다.

분쇄자를 든 궁수가 성큼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패 죽일 년이네.”

“어머나~ 야성적이야.”

탓!

콰아앙!

땅을 박차고 뛰어나간 궁수는 그대로 그녀와 합을 나누었다.

기다란 손톱이 궁수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으나 거세게 분쇄자를 휘둘러 공격을 상쇄시켰다.

“크흑!?”

순간 구미호의 팔이 올라가며 빈틈이 생겼다.

바로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낸 궁수가 그녀의 가슴팍을 향해 화살을 꽂으려 했으나.

“하앗!”

몸을 비튼 그녀가 꼬리로 땅을 딛고 한 바퀴 회전하여 궁수의 공격을 상쇄시켰다.

“꼬리 개사기네.”

“너도 하나 만들던지?”

“진화한 인간은 꼬리가 없단다. 짐승련아.”

한 번의 격돌로 어느 정도 전투 수준을 알아낸 궁수는 듀얼 보우건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전의 서큐버스 퀸처럼 무작정 강한 것도 아니고 신체능력이 그렇게 우월한 것도 아니다.

물론 처음에 궁수가 상대했던 구미호보다는 월등히 강해진 상태였으나 그럼에도 궁수가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아, 재미없어.”

그녀는 궁수의 거센 저항이 맘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쓰고 궁수를 노려보았다.

궁수를 포기하고 다른 먹잇감을 노리는 선택지도 있었으나 과연 저 남자가 자신을 놓아줄지 의문이었다.

“하, 이래서 인기 많은 여자는 피곤하다니까.”

“그럼 넌 피곤하진 않겠네.”

투다다다!

듀얼 보우건을 연사한 궁수는 계속해서 그녀를 향해 접근하며 구미호의 목을 조여 왔다.

근접 전투는 자신이 위에 있으니 최대한 놈을 몰아넣은 후 한 번에 일망타진할 계획이었다.

“흥!”

그녀의 몸이 푸르게 빛나며 궁수의 모든 공격들을 가뿐히 피했다.

마치 돌격을 하는 것처럼 가볍게 땅을 디디며 피하는 그녀는 궁수에게 있어 번거로운 타겟이었다.

“귀찮네.”

궁수는 컴파운드 보우로 화살을 바꾸어 계속해서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궁수의 천궁에 붉은 빛을 머금은 바람의 화살이 겨누어졌다.

‘일단 거리를 좁힌다.’

촤악!

궁수의 화살은 그녀를 향해 날아갔으나 간발의 차로 그녀를 놓치고 말았다.

화살이 구미호의 등 뒤로 날아간 순간.

“지금이다.”

미리 타임 익스플로전을 걸어둔 궁수의 화살이 폭발하며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

“꺄아아악!?”

균형을 잃은 구미호가 바람에 밀려 궁수를 향해 날아왔다.

“죽어!”

궁수의 분쇄자가 거침없이 그녀를 향해 휘둘러졌다.

콰드득!

“꺄아아아악!”

“이걸 피해?”

머리통을 날려버릴 생각으로 휘두른 공격이었으나 아쉽게도 구미호가 몸을 비틀어 머리는 맞추지 못했다.

그러나 완전히 소득이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궁수의 분쇄자는 구미호의 한쪽 팔을 완전히 찢어버렸다.

“아쉽네,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었는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궁수.

그 표정이 얼마나 리얼했는지 남들이 본다면 궁수가 악당이고 구미호가 정의의 편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끄흐으으윽…. 팔이, 팔이이이이!”

“십육 이년아, 죽어!”

타앗!

궁수가 달려 나감과 동시에 그녀가 땅에 푸른 구술을 던져 다시 먼지를 일으켰다.

그러나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인 궁수가 같은 방법에 두 번이나 속아줄리 없었다.

“포인트 어택.”

바로 주변에 있는 구미호의 약점이 표시되었다.

기본적으로 인간과 비슷한 구조인 듯 표시되는 약점은 인간의 급소와 별 다르지 않았다.

“두 번은 안 놓친다!”

바로 궁수가 먼지를 치우고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 멈춰라!

“이런!”

아쉽게도 궁수는 그녀를 따라갈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궁수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하아, 하아, 아무리 너라도 동족까지 죽이진 못하겠지?”

“존나 간사한 년이!?”

아무리 수가 많다 하더라도 그들은 모두 일반인이다. 헌터인 궁수가 잡혀주기에는 그 속도의 차이가 너무나도 심했다.

“흐읍!”

다시 숲 속으로 도망가려는 구미호를 확인한 궁수는 분쇄자에 바람을 실어 땅바닥을 후려쳤다.

화아아악!

거센 바람이 일어나며 궁수의 몸이 확 위로 떠올랐다.

아래에서 고군분투하는 힐과 자신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저 멀리 도망치려는 여우의 모습이었다.

“말했지 두 번은 안 놓친다고!”

대지의 기운을 머금은 화살이 궁수의 손을 떠나 구미호 앞의 땅을 맞췄다.

“이이익! 이건 또 뭐야!”

땅바닥에서 단단한 돌이 올라오며 그녀의 한쪽 다리를 휘감았다.

아무리 상황이 나쁘다 해도 행동이 제약된 투사체를 맞추지 못할 궁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날아온 빙결 화살은 그대로 그녀의 허벅지에 박혀 들어갔다.

“꺄아아아아악!”

다시 땅으로 착지한 궁수가 사람들을 피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라!”

퍼엉!

“뭣!?”

분쇄자로 그녀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려던 궁수는 갑자기 터져 나온 안개에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휘이이이잉!

- 이건 안 좋군.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아.

“이 모습으로 변하면, 아무리 정기를 먹어도 영원히 인간이 될 수 없다만….”

안개가 사라지며 서서히 구미호의 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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