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50화 (50/172)

◈ 50화. 네가 고자라니!

첫 번째 경기는 궁수의 화려한 압살로 끝나버렸다.

다음은 공중에 날아다니는 과녁을 적중시켜야 한다. 드론을 이용한 과녁들 30개가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드론과의 거리는 약 300미터.

움직이는 점을 고려하여 그 나름대로 거리를 계산한 것이었다.

‘흠, 이 정도 바람이라면 가능하겠군, 낙차는? 사람이 조종하는 건가? 저 정도 크기라면 리커브로?’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던 로이드와는 달리 궁수는 한가로운 표정으로 코를 파며 표적을 바라보았다.

“뭐, 대충 쏘면 맞겠네.”

- 대충이라니?

“언제는 계산해서 쐈나? 매번 감으로 때려 맞춰 쐈지.”

실제로 그렇게만 해도 늘 적중시켰으니 말이다.

- 그걸 세간에선 재능이라고 한다.

“알아 나 재능충인 거.”

- 쯧,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하거늘.

“결국, 수확하면서 목 따이잖아?”

- ….

잠시 후 사회자가 매끄럽게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이번에는 움직이는 과녁을 맞춰야합니다! 동시에 시작하여 스무 개의 과녁 중 더 많은 과녁을 맞추는 쪽이 승리하는 겁니다!”

“동시에?”

“올, 재밌겠다.”

순간 당황한 로이드가 황당하다는 듯이 궁수를 바라보았다.

“뭘 봐.”

눈이 맞은 궁수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천궁을 점검했다.

‘내가 저 놈을 이길 수 있을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궁수의 재능이 자신보다 높다는 위압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사실은 높다는 수준이 아니라 전혀 급이 다른 처지였지만 말이다.

국내 최고와 세계 최고는 급은 오히려 비교하는 것이 실례일 수준이었다.

“… 쯧, 괜히 생각했군.”

자신은 영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궁수다. 고작 저런 하룻강아지에게 겁먹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성큼 궁수 옆으로 나아간 로이드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봐주지 않겠다.”

“그럼 전에는 봐줬냐?”

“…끄응”

“추하다, 추해.”

하지만 그의 옷에 달린 마이크는 고스란히 그의 목소리를 방송에 송출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아 이제부터 제대로 함.]

[아 이제 라면 다 먹었다. 다 뒤졌닼ㅋㅋ]

[즐겜 끝났다 ㅋㅋ 빡겜 간다ㅋㅋ]

[아 여태까지 소리 끄고했네 ㅇㅏㅋㅋ]

[로이드 빡겜한단다 너무 무섭다ㄷㄷ]

[호달달달 빡친 로이드사마 너무 무서운 거시와요.]

ㄴ 호달달달 로이드 사마의 패기에 쫄아 두발 뻗고 잘 자는 거시와요!

역시나 해학의 민족.

순식간에 쏟아진 각종 드립들이 로이드를 향해 융단 폭격을 쏟아 붓고 있었다.

“자! 두 분 모두 준비 되셨나요~!”

시작 전 궁수와 로이드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 마이크를 든 사회자가 둘의 상태를 확인했다.

궁수는 믿음직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으며 로이드도 무표정하게 OK사인을 보냈다.

활을 손에 쥔 궁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사냥감을 확인하듯 궁수의 눈매가 확 날카로워졌다.

“두 분 모두 준비가 되었으니! 공중 표적 맞추기를~ 다시 시자아아악~! 합니다아아악!”

와아아아아!

촤좌좌좍!

시작과 동시에 궁수의 시위에 있던 다섯 발의 화살이 표적을 노리고 날아갔다.

표적이 상대였으나 흉흉한 살기를 띤 화살은 당연하다는 듯 모두 표적을 꿰뚫었다.

“뭣!?”

“흠.”

당황한 로이드도 부지런히 손을 놀려 표적을 저격했으나 적중한 것은 다섯 발의 화살 중 고작 두발이 전부였다.

‘도대체 뭐야!’

마력을 사용한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바로 옆이기도 하고 스킬을 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

혹시라도 스킬을 사용했다면 마력 파장에 바로 눈치를 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고 이런 활 실력이라니.

“흐으으윽….”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궁수의 재능은 자신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나기엔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첫 경기에서 수모를 당할 대로 당하지 않았는가.

이대로 돌아간다면 엄청난 조롱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로이드는 이미 궁수 몰래 마력을 일으키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스킬이 아닌 스나이핑 아이즈.

동체시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며 심지어는 적의 다음 움직임을 보여주는 고급 스킬이었다.

심지어는 사용하는 마력도 크지 않기 때문에 마력 감응도가 낮은 궁수가 이를 감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로이드의 눈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원래도 이국적인 눈을 가진 로이드였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티가 나지도 않았다.

촤좌좌좍!

“오호?”

“흥!”

로이드의 손이 그의 활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전과 달리 쏘는 족족 그의 화살은 표적을 꿰뚫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달라진 로이드의 분위기에 궁수는 갸우뚱하였으나 별 달라진 것도 없어 더욱 열심히 손을 놀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3개의 표적도 빠르게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각각 한 개씩 궁수와 로이드의 손에 사라져 결국 마지막 남은 한 개의 표적.

압도적인 재능과 사기적인 스킬의 대결은.

콰직!

“하! 어림없지!”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압도적인 재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와아아아!

나궁수! 나궁수! 나궁수!

승리를 거머쥔 궁수의 이름이 경기장을 울렸다.

나궁수 16개 로이드 14개.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2개의 차이를 낸 궁수는 검지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 양민학살이랄까?”

S급.

그것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S급 헌터를 한국의 A급 헌터가 꺾었다.

실제 클로징은 어떨지 몰라도 활에 대한 실력은 궁수가 한층 위라는 것이 밝혀졌다.

[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

[나궁수 그만 잘나!나궁수 그만 잘나!나궁수 그만 잘나!]

ㄴ 나궁수 ‘그’만 잘나!

[주몽국 1승 ㄲㅓ억 잘 먹고 갑니다~]

[뇌빈후드 컷!]

[뇌빈후드 <<<<<<<<< 고주몽]

ㄴ 고주몽? 주모? 주모! 샤따 내려!

ㄴ 씨이빠 나 오늘 집 안가!

ㄴ 집 없잖아!

ㄴ 이걸 들키네.

궁수는 고개를 푹 숙인 뇌빈후드…. 가 아니라 로이드 앞에 다가갔다.

“활 그렇게 쏘는 거 아닌데.”

“….”

“뭐 너무 상심하지 마요, 상대가 나잖아.”

으드득.

무슨 말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적어도 그가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 그거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감히, 감히…. 하급 헌터 따위가….”

이를 악문 로이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당장에라도 주먹이 나갈 듯 그의 손목에 힘줄이 빡 올라왔다.

그러나 궁수는 그런 것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농락을 계속했다.

“활 쏘눈 버뿌터 빼우고 와랴잉~”

“요로케? 요로케 쏘면 되나영 선생늼!?”

‘참자, 참을 수 있다.’

공식적인 자리였던 만큼 적당히 멈출줄 알았으나 궁수의 조롱은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궁수는 지금 여기서 로이드가 화병으로 죽기 직전까지 놀려먹을 생각이었다.

쩌억 쩍

로이드의 멘탈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유리멘탈인 로이드로서는 궁수의 조롱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졌다.

피식.

입꼬리를 끌어 올린 궁수는 거만한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 아 뻐킹 윜.”

툭!

그것은 다름 아닌 로이드의 마지막 남은 정신줄이 끊어지는 소리였다.

화아아악!

“감히 A급따위가! A급 따위가아악!”

“흐으윽!?”

S급 헌터의 마력이 진심으로 궁수를 맞이했다. 바람을 일으키며 거리를 벌린 로이드가 궁수를 향해 화살을 겨누었다.

“뭐야! 저거 왜 저래!”

“일단 찍어!”

“위험한 거 아니야!?”

“특종이다! 찍어!”

저 멀리서 촬영하던 사람들조차 당황할 정도의 기백.

이것이 S급 헌터의 저력이었다.

“벌집으로 만들어주마!”

그의 손에는 끝이 뭉툭한 비살상용 화살이 아닌 실전에 쓰이는 살상용 화살이 쥐어져있었다.

“이 미친놈이!?”

궁수도 설마 놈이 이렇게까지 발끈할 줄은 몰랐는지 쌍욕을 뱉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궁수의 손에는 분쇄자가 쥐어져있었다.

“죽어라!”

“흐읍!”

마력을 전개한 궁수가 날아든 로이드의 화살을 후려쳤다. 스킬을 사용했는지 화살 한발 한발이 거대한 바위처럼 묵직했다.

하지만 궁수도 이에 밀리지 않고 날아오는 화살을 모두 분쇄자로 쳐내었다.

“그래 시발 넌 오늘 뒤졌다!”

로이드와의 거리는 약 8미터.

물론 활로 전투를 치룰 수도 있었으나 그러기에는 스킬과 스테이터스의 차이가 너무나도 심했다.

일반적인 활 솜씨라면 물론 궁수가 압살하지만 실전에 들어서면 우세한 것은 단연 로이드였다.

그가 쌓아온 스테이터스와 익혀온 스킬들은 감히 궁수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궁수는 그나마 승산이 있는 근접 무기인 분쇄자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흐으읍!”

분쇄자에 태풍의 기운이 자리 잡았다. 궁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분쇄자로 땅을 후려쳤다.

콰아아앙!

그러자 강렬한 바람이 확 일어나며 궁수의 몸이 마치 총탄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 방향은 당연하게도 로이드를 향해 있었다.

“너는 형한테 좀 맞자!”

거의 바닥을 터트리며 날아간 궁수는 코앞의 로이드를 향해 거칠게 분쇄자를 휘둘렀다.

그러나.

휘잉!

“으잉!?”

“흥! 어림없다!”

순간적으로 로이드의 등 뒤로 푸른 날개가 솟아나며 궁수의 공격을 회피했다.

마치 바람을 타듯 로이드는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며 궁수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했다.

“이 새끼가…!”

공격은 먹히지도 않고 중간중간 날아오는 화살은 금방이라도 자신의 목숨을 빼앗을 듯 위협적이었으니 궁수로서는 미처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시발 게임 좆같이 하네!”

아무리 다가가도 공격이 닿지 않자 결국 궁수도 활을 꺼내들었다.

궁수의 손에 쥐어진 것은 다름 아닌 듀얼 보우건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장궁이나 컴파운드 보우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현실적으로 저 화살을 피하면서 공격을 날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듀얼 보우건이야 말로 궁수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흐읍!”

발에 각력을 담은 궁수가 듀얼 보우건을 겨누었다.

투다다다!

재빠른 연사력을 자랑하는 보우건이 적을 향해 마력화살을 쉴 새 없이 뱉었다.

“크흑!”

보우건의 빠른 기동성과 궁수의 정확한 에이밍이 합쳐지니 아무리 전력을 전개한 로이드라고 하더라도 다소 번거로웠다.

전투를 치르는 와중에도 궁수의 시선은 끈질기게 주변을 탐닉했다.

혹시나 사용할만한 물건은 있는지, 이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은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평탄한 경기장에 그런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의미 없는 소모전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 남은 마력을 생각하며 싸워라.

“이미 보고 있어.”

남은 마력은 약 40%정도.

크게 부족한 양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소모전이 이어지면 결국 궁지로 몰리는 것은 궁수였다.

궁수는 마법사가 아니기 때문에 마력 스탯은 어디까지나 ‘적당히’ 투자할 뿐이었다.

물론 그것은 로이드도 마찬가지였으나 레벨이 깡패라고 궁수보다 훨씬 많은 양의 마력 스테이터스를 투자했기 때문에 아직 그의 마력은 여유가 제법 있었다.

이제는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막상 궁수의 머릿속에 떠오른 작전은 있었으나 과연 이것이 먹혀들어갈지 의문이었다.

궁수의 눈빛에 이체가 스쳤다.

‘먹히려나.’

궁수는 일부러 화살을 회피하며 로이드를 응시하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잘하면….’

궁수의 머릿속에 서서히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자신이 싸움에서 밀리고 있었기 때문에 길게 생각할 틈도 없이 궁수는 곧바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흐읍!”

다시 한 번 분쇄자를 든 궁수가 바람을 일으켜 바닥을 후려쳤다.

이번에는 전방으로 튀어나가는 바람이 아닌 위로 떠오르는 바람이었다.

콰아앙!

바닥을 터트리며 날아오른 궁수가 그새 컴파운드 보우로 화살을 바꿔 로이드를 향해 화살을 겨누었다.

궁수의 마력이 화살에 담기기 시작했다. 궁수는 씨익 미소 지으며 있는 힘껏 소리쳤다.

“뉴클리어!”

뉴클리어.

궁수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중 가장 강력한 스킬이다.

그 위력은 거성을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물론 그것은 같은 궁수인 로이드도 잘 알고 있는 바였다.

“뭣!? 저 미친놈이!”

서서히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던 로이드의 표정에 당황이 번졌다.

아무리 궁지에 몰렸다 해도 같이 죽기를 선택하다니!

얼굴이 파랗게 질린 그는 홱 방향을 틀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궁수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궁수가 노리고 있던 순간이었다.

“구란데.”

처음부터 뉴클리어를 사용하기에는 마력이 턱없이 모자랐다.

평소 스킬 이름을 외치지도 않는 궁수가 스킬 명을 외친 이유는 단순히 그를 속이는 것에 있었다.

평소라면 로이드도 신중하게 상황을 분석해서 속지 않겠지만 지금 그는 분노에 가득 찬 상태였다.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화아아악!

궁수의 화살에 서늘한 냉기가 자리 잡았다. 화살촉 부분은 뭉툭하게 만들어 최대한 살상력을 낮췄다.

로이드는 아직 이를 깨닫지 못했는지 열심히 궁수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상태였다.

궁수와 로이드 사이의 거리는 거의 1키로미터.

대상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S급 헌터.

나궁수 본인은 어떤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은 상태.

다시 말해서.

쐐애애액!

적을 맞추기에는 최적의 상황이었다.

“크허어억!”

콰드드드득!

로이드의 허리에 정확히 적중한 빙결 화살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하반신을 완전히 얼려버렸다.

아무리 상위 헌터여도 원거리 딜러군은 다른 역할군에 비해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끄아아아악!”

통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얼음이 그의 다리를 완전히 장악했다.

땅을 박차고 뛰어온 궁수가 어느새 그의 눈앞에 도착해 있었다.

궁수의 손에는 아니나 다를까 분쇄자가 들려 있었다.

궁수의 눈빛은 살기로 번들거리는 까닭에 광기가 흘러 넘쳤다.

“잠깐! 잠깐만! 내가 잘못했다! 내 사과할 테니 목숨만은….”

“문답무용!”

콰아아앙!

궁수의 분쇄자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큰 먼지를 일으켰다.

“흐어어어어….”

쉬이이이이

“헐.”

물론 궁수는 죽일 마음은 없었기 때문에 적당히 분쇄자를 휘둘러 겁만 줄 생각이었다.

당연히 분쇄자는 땅을 향해 휘둘러졌다. 그러나 하필 그 위치가 로이드의 다리 사이였다.

- 사탄 새끼.

“아니, 이건 나도 좀….”

로이드는 눈물 콧물, 침까지 질질 흘리며 기절해 있었고 그의 하반신은 어째선지 모르지만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