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46화 (46/172)

◈ 46화. 성채로 날려버려(1)

서큐버스 퀸이 흉흉한 혈기를 내뿜으며 궁수를 노려보았다.

찰나였으나 자신이 밀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그녀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적어도 더 이상 ‘장난감’을 보는 눈빛은 아니었다.

그녀의 붉은 안광이 궁수를 훑었다.

포식자가 피식자를 노려보듯 강렬한 눈빛이었으나 궁수는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LV - 100]

[직업 - 궁수]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0]

힘 : 241 + 40

민첩 : 30 +20

마력 : 65 +30

체력 : 30 +20

[현재 성녀의 축복을 받은 상태입니다.]

[현재 성역의 수호를 받은 상태입니다.]

[현재 빛의 수호 버프를 받은 상태입니다.]

“인정할게.”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올라간 그녀가 낫으로 궁수를 가리켰다.

“너는, 내 적이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수많은 적들을 죽인 서큐버스 퀸, 여왕에게 있어 거의 몇 백 년만의 적으로의 ‘인정’이었다.

‘그분 이후로 처음이려나?’

지배적인 여왕이 경계하는 적. 그것은 이제 막 각성을 마친 햇병아리 나궁수였다.

나머지 잔여 스테이터스를 몽땅 힘에 투자한 궁수는 우드득 몸을 풀며 천궁을 거세게 쥐고 피식 그녀를 비웃었다.

“그러면 우리가 아군이냐?”

“어쩜, 한 마디를 안 져.”

“걱정마, 싸움도 안 지니까.”

“하아…. 저 오만함, 너무 탐나는걸.”

중첩된 여러 가지 버프도 버프였으나 궁수의 눈에 들어온 알림은 따로 있었으니.

[2차 전직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1차 스킬 중 한 가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업그레이드라.”

이전 속성화살이 숙련도가 쌓여 한번 진화했던 적이 있다.

아마 그런 것처럼 업그레이드도 숙련도에 상관없이 스킬의 등급을 한 단계 올려준다는 것이리라.

- 흠, 선택지가 많군.

“그러게.”

뭐가 어찌되었든 최대한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눈앞의 거미 여왕은 오래 기다려줄 생각이 없는 듯 서서히 궁수를 압박해왔다.

‘에라이 모르겠다.’

처음으로 궁수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그 스킬.

전장을 쓸어버리며 시원하다 못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스킬.

“익스플로전 애로우!”

[스킬 - 익스플로전 애로우를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

“그래, 가자!”

궁수의 몸에 푸른 기운이 깃들었다. 다시 시스템 문구가 궁수의 시야에 불쑥 튀어나왔다.

[익스플로전 애로우 - 더 다양한 폭발 화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체인 익스플로전 - 폭발을 일으켜 주변 적들에게 파편을 튕겨 대미지를 줍니다. 다수를 상대로 할 때 유용합니다.]

[타임 익스플로전 - 발사한 화살을 자신이 원할 때 폭파시킬 수 있습니다.]

[뉴클리어 - 24시간에 한 번 사용자의 남은 마력을 모두 사용하여 전장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사용한 마력에 비례하여 폭발의 위력이 강해집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좋은데?’

스킬을 업그레이드하자 이 전보다 훨씬 다채로운 종류의 화살들이 나타났다.

특히나 뉴클리어.

이름만으로 적을 때려 부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당장에라도 사용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뭐, 여기서 쓰면 나도 죽겠지만.”

하루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다. 이름부터 보이듯이 적어도 제법 거리를 벌리고 나서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함께 폭사할 마음이 아니라면 말이다.

“익스플로전 애로우”

폭발물…. 이 아니라 마력 화살이 화살통 가득 찼다.

처음은 타임 익스플로전.

상대는 단일 몬스터다. 다수를 대상으로 효과를 보이는 체인 익스플로전 보다는 차라리 타임 익스플로전을 모아 한 번에 터트리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을 것이다.

“이건 또 느낌이 다르네.”

기존의 익스플로전 애로우가 화약에 불을 붙이는 느낌이라면 타임 익스플로전은 버튼을 누른 C4를 던지는 느낌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쐐애액!

일단 어찌되든 사용을 해야 뭔가를 알 것 아닌가. 궁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화살을 발사했다.

화살이 날아간 위치는 그녀의 가슴 정중앙. 회전이나 다른 묘기 따위는 없는 매우 정직한 일격이었다.

“흥!”

그녀가 낫으로 궁수의 화살을 처내기 직전 궁수는 마력을 일으켰다.

퍼어어엉!

“위력 괜찮네.”

화살이 박히기도 전 그녀의 눈앞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연기가 확 일어나며 순간 궁수의 시야를 가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섬뜩한 붉은 낫이 연기를 가르며 상처하나 입지 않은 서큐버스 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열 받았는지 그녀의 볼가는 조금 붉어진 상태였다.

“이런 잔재주를 부리다니, 정말 광대가 따로 없구나.”

“왜, 여왕님 마음에는 안 들었나봐?”

“오만한 것.”

화악!

“흐으읍!”

그녀는 벌레를 보는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궁수를 노려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섬뜩한 낫이 궁수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콰아앙!

다시 궁수의 분쇄자와 여왕의 낫이 격돌했다. 이번에는 전과 같은 가벼운 격돌이 아닌 살기가 진득이 배인 공격이었다.

“죽어.”

카카카캉! 카카캉!

마치 무녀가 춤을 추듯이 그녀의 낫이 유려하게 휘둘러졌다.

날개를 이용해 공중을 날아다니며 몰아치는 그녀의 공격은 지극히 변칙적이었다.

그러나 궁수는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단단하게 다리를 지탱하며 그녀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곧 있으면 다른 헌터들도 패닉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때까지만 버틸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물론 궁수는 그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이게 되려나.”

- 뭐가 말이냐.

“미안하다!”

- 뭐? 갑자기 무슨…. 크허어억!?

화르르륵!

분쇄자에 백색 불꽃이 붙었다. 다름 아닌 속성화살을 응용하여 분쇄자에 적용시킨 결과였다.

“되네!”

- 끄아아아아아악!

쾅! 콰앙!

못이 박힌 궁수의 분쇄자에 불꽃까지 붙으니 그 비주얼이 너무나도 압도적이라 서큐버스 퀸마저도 당황하여 뒤로 물러설 정도였다.

“또 같잖은 잔재주를….”

“인간은 진화하는 법이거든.”

- 뜨겁다! 뜨겁단 말이다!

“어휴.”

치이이익

다시 그 위에 빙결의 기운을 덧씌워 불기운을 꺼트렸다. 불길은 잦아들었으나 이제는 서늘한 냉기에 분쇄자가 얼어붙었다.

얼음 몽둥이가 만들어졌다.

- 계 계계계야야약자여 너무 추브브으브으다

“아 몰라, 시끄러!”

콰앙!

궁수가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땅이 움푹 패일정도로 힘이 담긴 점프였다.

콰드득!

공중에서 낮에 못을 건 궁수가 그대로 그녀를 끌어내렸다.

마음 같아서는 저 날개를 통으로 찢어버리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날개에는 손이 닿지 않았다.

애초에 찢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말이다.

“흐읍!”

궁수의 분쇄자가 그녀의 낫을 꾸준히 공격했다.

혹여나 다른 곳을 노릴 수 있을까 틈틈이 공격의 궤도를 틀었으나 그녀는 오차 하나 없이 궁수의 모든 공격을 받아내었다.

- 견고하군.

“쓰흡.”

“왜 그래? 표정이 좋지 않네?”

“아니, 집에 가스불 켜놓고 온 게 생각나서!”

휘이잉!

분쇄자에 바람의 기운이 깃들었다. 궁수는 그대로 한 바퀴 돌아 그녀의 낫을 후려쳤다.

화아아악!

바람이 일어나며 서큐버스의 몸이 화악 공중에 떠올랐다.

“장궁.”

어느새 무기를 스위치한 궁수는 이미 시위를 걸어둔 상태였다. 화르륵 뜨거운 불길이 화살에 서 타오르고 있었다.

촤악!

화살 전체가 타오르는 불꽃 화살이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하아, 이런 공격은 맞아줄래도 맞아 줄 수가 없잖아.”

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시위를 늘여 잡아서 그런지 날아가는 속도는 느릿느릿했다.

하지만 그것을 궁수가 노리고 있었다는 것은 다음 화살이 날아감과 동시에 증명되었다.

느릿하게 떨어지는 불꽃 화살을 얼어붙은 빙결의 화살이 정확히 적중시켰다.

화아아악!

“응?! 뭐야!”

불꽃과 얼음이 만나 순간적으로 수증기가 화악 일어났다.

두 화살 모두 마력이 집약되어 그 크기는 서큐버스 퀸 주변을 가득 채웠다.

“흐음, 시야를 가린다는 걸까나?”

이를 증명하듯 궁수가 수증기를 뚫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역시.”

이미 이것까지 다 예상한 그녀는 어렵지 않게 궁수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궁수가 노리는 수는 겨우 이런 게 아니었다. 분쇄자의 못에 낫의 날을 건 궁수가 화악 그녀를 잡아끌었다.

“어머?”

“안녕?”

가까이서 보니 서큐버스 퀸은 훨씬 무섭게 생겼다. 가까이서 보니 좀 예쁘네? 같은 생각은 요만큼도 들지 않았다.

궁수는 미리 만들어든 화살을 꺼내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 지었다.

“이건 선물.”

“화살?”

푸욱!

“이런 걸로 안 죽는 거 알잖아?”

“글쎄?”

서큐버스의 가슴팍에 화살을 쑤셔 박은 궁수는 그녀를 발로 차고 거리를 벌렸다.

“이거나 처먹어라!”

퍼어어어엉!

“꺄아아아아아악!”

궁수의 마력을 절반이나 먹어치운 타임 익스플로전 애로우가 성대하게 폭발했다.

그녀의 외갑이나 낫도 아닌 가슴 정중앙에 정확하게 화살을 꽂아 폭발을 일으켰다.

“궁수씨!”

“뭐야, 시발 왜 다 회복했으면서 구경만 하고 있었어요!? 뒤질래요?”

“세…. 셈이 위독해서 그랬어요!”

“구라치지…. 허억!”

궁수가 헌터들을 질책하기도 잠시 폭발이 그치고 저 안개 속에서 끔찍한 소리가 울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치 쇠를 긁는 듯한 여성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절로 표정이 구겨질 정도로 그 소리는 너무나도 끔찍했다.

이윽고.

쿠콰콰콰쾅!

마치 붉은 살점들이 파도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눈알, 이빨 사람의 팔, 다리, 내장 등 각종 혐오스러운 것들이 잔뜩 박혀있었다.

이는 궁수를 비롯한 S급 헌터들도 기겁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허어억!”

“이런 미친! 뛰어요!”

“창! 창밖으로! 빨리!”

쨍그랑!

이곳의 높이는 약 건물 8층 높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자살이나 다름없지만 이곳의 헌터들에게는….

“끄아아아아아악!”

“높아아아아!”

“괜찮아요! 진정해요!”

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1미터 상공에서의 하락은 다행히도 마법사의 마력 운용으로 무사히 착지할 수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래에서 대기하던 헌터들은 허겁지겁 뛰쳐나온 헌터들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이럴 시간이 없었다.

화살에 마력을 불어넣은 궁수가 화살을 발사해 벽을 터트렸다.

마력 장벽은 이미 사라진 터라 벽은 별 무리 없이 터트릴 수 있었다.

“튀어요! 빨리 튀어! 빨리이!”

서큐버스 퀸이 죽어 묶여있던 헌터들도 정신을 차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여유가 있다면 상황을 설명해주려 했지만 지금은 그럴 틈이 없었다.

급히 밧줄을 푼 헌터들을 데리고 급히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아오 더럽게 무겁네!”

셈을 들쳐 맨 궁수가 다급히 성벽 바깥으로 도망쳤다.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일단 다급한 상황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헌터들은 영문도 모른 체 다급히 성 밖으로 발을 옮겼다.

“나가! 빨리 나가!”

콰과과과광!

“뭐에요! 왜 그리 급해요!”

후방에서 대기하던 원거리 딜러와 힐러들이 다급한 헌터들을 보며 소리쳤다.

“허억! 허억! 여기까지 도망쳤으면 괜찮겠지.”

이곳은 성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 곳이다. 저 멀리 성은 고깃덩이에 의해 완전히 잠식당한 상태였다.

“궁수! 무슨 일인가!”

“힐! 이것 좀 들어요!”

“이거라니? 허어억 셈!?”

궁수는 다급히 나법사를 찾았다. 다행히도 법사는 밖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멍하니 놀고 있었다.

“나법사! 빨리 이리와!”

“응?! 궁수다! 나 빼고 어디!”

“빨리! 급해!”

이미 헌터들은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성을 집어삼킨 고깃덩이는 밍기적밍기적 거리며 이쪽을 향해 기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거, 나랑 같이 날려버릴 수 있지?!”

법사가 멍하니 저 고깃덩어리를 바라보았다. 그것도 잠시 법사의 얼굴이 행복으로 차올랐다.

마치 해바라기가 피어나듯 찬란한 미소였다.

“저거! 날려버려도 된다!?”

“그래, 같이!”

“늫헤헤헤헤헿! 펑펑! 쾅쾅!”

언덕 위가 법사의 마력과 궁수의 마력으로 주변이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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