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42화 (42/172)

◈ 42화. 나궁수 구조대.

“저를 포함한 S급 헌터 8명은 성으로 진입합니다. 나머지 분들은 이곳을 지켜주세요.”

“호오.”

“흠, 나쁘지 않은 선택이군.”

“그럼 그렇게 된 걸로 알고 지원 받겠습니다.”

유강한은 딱히 헌터들을 강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먼 타국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진 우리나라를 구조하기 위해 온 헌터들이다.

이곳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공간.

다시 말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곳이라는 말이었다.

여기까지 함께 와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더 들어가자고 하기는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내가 가겠소.”

“그럼 나도 가지.”

“왜 혼자서만 멋진 척하려고 그래? 나도 간다.”

“어허이, 이러면 내가 빠질 수가 없잖아~”

“헌터님들…!”

S급 헌터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헌터가 지원했다. 감동적인 상황에 유강한이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으나 이내 꾹 참고 말했다.

“거, 힘든 시기에 다 돕고 사는 거 아니겠어?”

“크흠! 그럼 제가 직접 지목하겠습니다.”

“그래, 뭐 알아서 하라고.”

그리하여 정해진 총 8명의 헌터.

탱커 둘에 근접 딜러 둘, 마법사 하나에 도적 하나 마지막으로 힐러 두 명.

그것마저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기동성이 빠른 헌터들을 지명했다.

그리하여 8명의 작은 구조대가 결성된 순간이었다.

“그럼 지체 없이 바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가자고!”

“남아계신 헌터님들은 혹시 모른 상황에 대비 부탁드립니다.”

“뭐 덕분에 좀 편하겠구만, 조심히 다녀와.”

그들은 각 국가는 물론이거니와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헌터들이다.

그들이 있다면 당장에는 몰라도 지원이 올 때까지는 버텨줄 수 있을 것이다.

“뒷문을 찾읍시다.”

“굳이? 그냥 벽이나 부수고 들어가면 되잖아.”

물론 벽을 부수고 들어가면 적이 준비한 함정이나 여러 가지 수를 무시할 수 있을 것이다.

유강한도 그 수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이전 등장했던 서큐버스가 마음에 걸렸다.

“섣불리 성을 부수면 아까 그 서큐버스가 올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최대한 조용히 들어가도록 하죠.”

“흐음…. 그래 그게 맞겠군.”

상대는 공격이 통하지 않는 괴물. 다시 말해서 당장에 그녀를 제압할 수 있는 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지금은 최대한 그녀를 피해 조심스럽게 들어가야만 했다. 그는 최대한 마물들을 피하며 성의 뒷길을 찾았다.

혹시나 마물을 발견하면 놈이 허튼 짓을 하기 전에 순식간에 끔살을 시켰다.

S급 헌터 8명은 하나같이 인간 병기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성을 돌며 죽인 몬스터가 40이 넘었으나 성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흐음… 제법 생각보다 더 거대하군요.”

“기다려봐, 이쯤에 뒷문이 있을 텐데.”

도적은 혹시나 숨겨진 문이 있나 각종 마법 도구들을 사용하며 성벽을 감지했다.

그리고 과연 도적계의 스페셜리스트, 채 5분도 되지 않아 도적이 뒷문을 발견했다는 사인을 보내왔다.

“여기야.”

“흠, 벽은 그대로입니다만?”

“이래도?”

도적의 왼팔이 벽 안으로 쑥 들어갔다. 그제서야 유강한은 눈을 부라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특수한 마법 처리가 된 벽이었군요.”

“뭐 이 정도야 쉽지, 빨리 들어가기나 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성의 뒷길은 말이 뒷길이지 사실상 하수구나 다름없었다. 각종 악취와 오물이 가득하여 절로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오물은커녕 피와 시체로 단련된 헌터들에게 하수구는 그저 조금 냄새나는 길에 불과했다.

“그런데 말이야, 칼이 들지도 않는 걸 어떻게 죽이지?”

확실히 놈은 칼이 제대로 들어 먹히지도 않았다.

그나마 남은 것은 마법 공격인데 과연 놈이 순순히 공격에 맞아 줄 리가 없었다.

“놈도 무적은 아닐 겁니다. 아마 분명 성 안 어딘가에 놈의 생명을 수호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에요.”

“무언가? 요컨대 라이프베슬 같은 건가?”

“네, 그렇죠, 뭐가 됐든 그걸 때려 부수면 놈도 약화될 겁니다. 라이프베슬이 몇 개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유강한은 계속해서 하수구를 전전 긍긍했다.

딱히 길을 아는 것은 아니기에 위로 향하는 사다리나 계단이 나온다면 바로 올라가 생각이었다.

그렇게 헤매기를 잠시.

찍찍!

하수구 속 깊은 곳에서 쥐가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으나 하수구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수가 배로 늘었다.

‘잠깐.’

주먹을 쥔 왼손을 들어 올리자 다른 동료들도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모두 숨을 죽이고 유강한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으로 가려진 하수구 속 저 멀리에서 무언가 거대한 생명체가 유강한의 시선에 포착되었다.

‘저게 뭐지?’

찍찍!

‘…쥐?’

그것은 거대한 쥐였다.

거의 크기가 4M에 달하는 거대하고 육중한 쥐였다. 다행히도 놈은 뒤를 돌아 찍찍거리고 있었다.

‘굳이 싸울 필요는 없겠군.’

주먹을 쥔 왼손을 펴 왼쪽으로 손을 틀었다. 굳이 싸우지 말고 피해가자는 소리였다.

헌터들도 알아먹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숨을 죽이고 지나가려던 찰나.

콰지직!

“!?”

마치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하수구에 울려 퍼졌다.

당황한 유강한이 획 고개를 돌렸으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S급 헌터가 그런 기초적인 실수를 할 리 없었다.

‘잠깐…. 그럼!’

거대한 쥐가 어둠 속에서 나타난 이빨에 잡아먹히고 있었다.

‘젠장….’

그것은 하수구에서 서식하는 거대한 악어였다. 쥐를 한입에 집어삼킨 악어는 곧바로 헌터들을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전투 준비!”

“수호의 축복이여!”

“그레이트 월!”

과연 엘리트 헌터다운 반응 속도였다. 이미 악어를 보자마자 어느 정도 전투 준비를 마친 헌터들이었다.

상대는 거대한 악어.

무시무시한 이빨이나 입만 조심한다면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콰앙!

“흐읍! 감히 누구를 먹으려고! 어림없다!”

거대한 대방패를 든 탱커, 하디가 우직하게 악어의 이빨을 막아내고 있었다.

“내가 주의를 끌겠네!”

“알겠습니다!”

혹여나 방어가 무너질까 바로 다른 탱커도 방어스킬을 준비하고 있었다.

빈틈없는 방어 덕분에 딜러들도 보다 편하게 전략을 짤 수 있었다.

“제가 먼저 선공을 날리겠습니다!”

유강한의 검에 푸른 마력이 서렸다.

“흐아아압!”

수많은 마물들을 베었던 그의 검이 악어의 등껍질 위에 작렬했다.

카가가가강!

“크흐윽!”

악어의 가죽을 쫘악 가르며 나름대로 상처를 남기긴 했으나 완전히 뚫지는 못했다.

이마저도 S급 헌터인 유강한이라 가능한 것이지 다른 등급이 낮은 헌터였다면 곧바로 검이 튕겨져 나왔을 것이다.

쾅! 콰아앙!

공격을 받은 악어는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난폭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흐흐! 그래! 더 난폭하게 움직여 보거라! 내 방패는 그 정도로는 뚫리지 않는다!”

하디의 허벅지 근육이 미친 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는 정말로 발을 땅에 처박고 악어로부터 단 한걸음도 밀리지 않았다.

콰과과광!

“외갑이 제법 단단합니다. 몇 번 더 공격해야 뚫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 까짓것 내가 길을 열어주지!”

“부탁드리겠습니다.”

창을 든 헌터 카른이 악어를 노려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다시 전투에 돌입하기 직전.

“잠시만요!”

힐러 한가은의 앙칼진 목소리가 둘을 불러 세웠다.

그녀는 양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더니 이내 마력을 일으키며 외쳤다.

“페네트레이션 블레싱!”

새하얀 마력이 일어나며 이내 그 마력이 카른과 유강한에게 흡수되었다.

페네트레이션 블레싱, 다름 아닌 관통력을 증가시켜주는 버프의 일종이었다.

“그럼 버프도 받았겠다! 한바탕 날뛰러 가볼까!”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마창의 주인 카른.

그의 포악한 전투 스타일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카른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몬스터는 하나같이 갈가리 찢겨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것은 그의 전투 스타일과 무기인 마창 가에보르그의 화려한 작품이었다.

창의 날이 마치 톱날처럼 날이 갈려있어 적을 찌르고 뽑으면 말 그대로 살점을 찢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무기인 것이다.

그런 그가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만 처 움직여 악어가죽 새끼야!”

콰아앙!

몸을 비틀며 날뛰는 악어의 머리통을 후려친 카른.

그는 계속해서 창으로 악어의 눈과 머리를 공격했다.

팔과 다리가 짧은 악어로선 몸을 비틀며 카른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좀! 가만히 있으라고!”

캉! 카아앙!

칼른의 창이 계속해서 악어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워낙에 외갑이 단단한 탓에 큰 상처는 나지 않았으나 악어의 움직임은 확실히 전보다 둔해져 있었다.

‘아직…. 아직이다.’

검에 마력을 축적하며 악어를 노려보는 유강한.

그의 눈은 이미 사냥꾼이 먹이를 노리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흥! 나를 잊으면 곤란하지!”

악어가 카른에게 정신이 팔리자 하디가 다시 발을 쾅쾅 구르며 악어의 관심을 끌었다.

카른의 집요한 공격과 하디의 끈질긴 도발에 악어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것도 잠시.

슬슬 악어의 체력이 다했는지 전보다 움직임이 눈에 보이게 굼떠졌다.

그리고 그것은 유강한이 기다리고 있던 순간이기도 했다.

“지금!”

콰앙!

거세게 벽을 박차고 날아간 유강한이 악어의 등짝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유강한이 밟은 벽에는 금이 쩌억 갈 정도였다.

“흐으으읍!”

촤좌좌좌좍!

훤히 드러난 악어의 등 위에서 유강한의 화려한 검무가 꽃을 피웠다.

푸른 마력이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마치 푸른 장미꽃과 같았다.

먼저 가로로 한번 그리고 세로로 한번.

그리고 대각선으로 두 번.

“이제 끝이다!”

유강한의 왼손에서 갑자기 새하얀 검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의 고유 스킬 중 하나인 히든블레이드였다.

“흐으으읍!”

촤아아악!

벌어질 대로 벌어진 악어의 등에 있는 힘껏 검을 꽂아 넣었다.

두 자루의 검은 교차로 X자를 그리고 다시 십자를 그 이후로는 불규칙적으로 검을 난무했다.

“후우….”

20번이 넘게 검을 그었을 때 더 이상 악어는 움직이지 않았다.

열 번째에 죽었는지 혹은 스무 번째에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악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크흐 여전히 멋있구만.”

“카른님의 창도 여전히 대단하더군요.”

“뭘, 나야 그냥 가는 대로 지르는 거지.”

“굳이 해체는 하지 않겠습니다, 계속 들어가시죠.”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잡혀간 궁수는 어떤 일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인재를 죽게 할 수는 없지.’

헌터들은 더 속도를 높여 하수구를 질주했다.

“어! 저기 뭐가 보이는데?”

하수구의 끝 막힌 벽에서 무언가 붉은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언뜻 보더라도 ‘제가 라이프베슬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아압!”

콰드득!

거침없이 그어진 유강한의 검이 벽에 박힌 라이프베슬을 깨부쉈다.

마치 루비 같던 보석은 유강한의 검에 찔리자 회색빛의 돌로 변하며 그 화려함을 잃었다.

“이런 게 몇 개 더 있을 겁니다. 계속해서 수색하죠.”

“그래야겠군, 빨리 나가자고.”

하지만 꽉 막힌 길 어디에도 다음 장소로 이어지는 통로는 없었다. 이번에도 도적인 제이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흐음….”

반응 생성기를 설치하여 작동하니 주변으로 붉은 빛이 화악 퍼져나가며 공간을 살폈다.

“마력이 반응이 없다는 건…. 수동인가.”

벽을 짚으며 똑똑 두드려보던 도적이 이거라는 듯 벽에 박힌 돌 블록을 확 밀었다.

쿠구구구!

“오오!”

돌덩이가 벽 속으로 쑥 들어가며 새로운 층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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