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40화 (40/172)

◈ 40화. 불꽃놀이 전문 헌터.

호주에 잠입한 4개 팀이 모두 모였다. 그 수는 약 1000명. 그중 실제 전투원은 약 900명이었다.

“드론으로 촬영한 현재 상황입니다.”

궁수와 법사를 비롯한 다른 상위 헌터 30명이 모여 이 공략대의 대장인 유강한의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차출된 S급 헌터도 제법 있었으나 이번 일이 한국과 일본에서 비롯된 만큼 유강한이 대표를 맡았다.

궁수와 법사를 제외한 헌터들은 모두 S급.

다시 말해 각 국가에서 내로라하는 엘리트들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자리에 궁수와 법사가 있냐?

‘잘나서 불렀겠지 뭐.’

이 전의 전투에서 둘은 말도 안 되는 전투력을 보여주었다.

전투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융단폭격을 때려 부었으니, 억지로 지려고 해도 질 수가 없는 전투였다.

게다가 B급에 현재 이런 수준이라니.

도무지 상급 헌터들이 대우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성벽을 보시면 이 전보다 추가로 증축되었습니다. 아마 적들도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을겁니다.”

지금 스크린에 비춰진 성은 그야말로 거성 그 자체였다.

드높게 솟은 탄탄한 검은 성벽, 그 위에는 중무장한 괴물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바깥을 주시하고 있었다.

다른 헌터라면 목숨이 아까워서라도 피할 곳이었으나 궁수와 법사는 아쉽게도 정상인의 사고회로를 가지지 못했다.

‘와, 저거 터트리면 쾌감 쩔겠다.’

‘성벽! 펑펑! 쾅쾅!’

“현재 헌터들이 잡혀있는 공간은 성 안뜰이며….”

‘성벽에 구멍 송송 뚫어서 다 터트리면 크흐.’

‘날린다! 성! 통째로!’

매우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진행되었으나 궁수와 법사가 기억한 것은 결국 그거 하나였다.

저 안에 매우 먹음직스러운 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남김없이 터트릴 것이라는 것.

어느샌가 셈의 구출은 뒷전이 된 궁수였다.

“…이렇게 해서 계속 공략 진행하겠습니다만, 두 분 괜찮으신지요?”

“네? 아, 좋습니다.”

“좋다!”

작전 내용은 듣지도 않고 대뜸 좋다고 대답했다. 해봐야 자신들은 B급 헌터다. 딱히 중요한 일은 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럼 바로 진행하죠.”

천막 바깥으로 나오니 다른 수많은 헌터들이 무기를 갈고닦고 있었다. 하나같이 베테랑의 향이 느껴지는 엘리트 헌터였다.

‘역전의 용사 느낌이네.’

실제로 눈앞의 헌터들은 무수한 전장을 넘어온 역전의 용사들이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 머물고 내일부터 공략 들어가겠습니다!”

이미 배급받은 천막을 치고 다들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슬슬 시간도 잘 시간이 다 되어가기에 궁수는 법사를 데리고 힐이 있는 천막으로 이동했다.

“오! 영웅들이 오셨구만!”

“영웅은 무슨 영웅입니까, 폭파광이 둘이지.”

“거 A급 선배님 조용히 하십쇼.”

“약하면! 쉿!”

“뭣, 뭐요!? 제가 약하다고요?”

발끈한 이은우가 벌떡 일어났다. 나법사는 가소로운 표정을 지으며 마력을 일으켰다.

파지직!

법사의 몸 위로 황금색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강자는! 약자에게! 여유!”

“그게 무슨…. 허 거참.”

이은우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이은우는 A급 헌터다.

한번 거리만 좁힐 수 있다면 나법사 정도는 가볍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거리를 안 주려나.’

“푸하하! 좋아! 그 투기를 내일 발산 하라고!”

“그래야죠! 마물은 다 제겁니다!”

“아니다! 내거다!”

“그만하고 잠이나 자요.”

“알았다! 좆밥!”

“뭐요!?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선배에 대한 예의가….”

파지지직!

“끄아아아악!”

“어휴 바보들….”

***

호주 한 가운데 새워진 거성.

그 안의 최고층에서 여성의 고혹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벌써? 새로 온 인간들은 생각보다 유능한 걸?”

“다름이 아니라 두 명의 인간이 너무 압도적이라 말입니다.”

“그래봐야 인간이잖아~ 너무 조급해하지 마.”

마치 피로 물들인 듯한 붉은 머리칼, 그 위로 솟아난 두 개의 검은 뿔.

여우형의 올라간 눈매에 고혹적인 붉은 입술까지지. 악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부하가 가져온 거울을 바라보았다. 영상에서는 궁수와 법사가 미친 듯이 적들을 터트려 죽이고 있었다.

“어머~?”

등에 달린 날개가 쫙 퍼졌다. 그녀가 가지고 싶은 것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었다.

“얘, 이것 좀 봐봐! 아는 얘야?”

그녀는 자신의 아래에서 의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에게 거울을 들이밀었다.

“흠, 전에 알던 놈입니다.”

“어머? 자기 알고 있는 사람이야?”

“네, 예전에 조금.”

“그럼 있잖아~”

악마의 입가에 자그마한 호선이 그어졌다. 붉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셈에게서 내려와 즐거운 듯 한 바퀴 빙그르르 돈 마족이 물었다.

“자기가 쌔 아니면 얘가 쌔?”

손끝에 셈의 턱을 올려두고 시선을 맞췄다. 그녀의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는 그 누구라도 혹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물론, 제가 이깁니다.”

“흐음~ 그렇구나~”

거울 너머 궁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탐욕스럽게 빛났다.

“아름다워….”

한번 자신의 것으로 정한 것은 어떤 일을 해서라도 얻어야하는 그녀의 성미가 열렬하게 가동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거울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

전장의 서늘한 바람이 궁수의 몸을 훑었다.

거대한 성벽 앞에 모여든 헌터들이 오와 열을 맞춰 공성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소리는 못 들었는데요.”

“회의에서는 괜찮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네, 솔직히 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꺄하하하! 죽인다! 좋다! 경치!”

“아니 사태 파악 좀 하라고.”

궁수와 법사는 인벤토리에 마력 포션을 꽉꽉 채우고 헌터들이 공을 들여 만든 높이 5M의 단상에 서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S급들 놔두고 우리를 여기다 두는 겁니까.”

“그 분들은 각자 통솔해야 할 헌터들이 있으니까요.”

“만만한 게 우리다 이거죠?”

“네, 그러니 빨리빨리 움직이세요.”

“이런….”

궁수와 법사의 대미지가 대단하긴 하였으나 다른 S급 헌터들도 그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었다.

다만 그들은 이미 각 국가의 대표격인 자들이라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거 그냥 대놓고 어그로 끄는 건데요.”

“에이, 그래서 보호 마법까지 걸었지 않습니까.”

“네 존나 얇아서 손가락으로도 뚫겠네요.”

“에이, 걸어주신 마법사님들한테 실례입니다.”

“개뿔이….”

“그럼 저는 헌터님만 믿고 내려가 보겠습니다!”

통쾌하게 웃은 이은우가 단상에서 내려갔다. 마치 어제의 복수를 했다는 양 발걸음이 가볍기 그지없었다.

“느그 이븐 일믄 끝느믄 즈그 쏴죽인드….”

현재 공략대는 거성의 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하늘을 가린 먹구름에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

애초에 공성전은 공격하는 것보다 공성하는 쪽이 훨씬 난이도가 쉽다.

물론 이곳의 헌터들은 날고 기는 베테랑이었으나 눈앞의 거성은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견고했다.

“하…. 해 봐야지 그래도.”

여기서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그래도 앞에는 다른 헌터들이 포진하고 있고 나름대로 중앙이니 그리 쉽게 당하진 않을 것이다.

서늘한 전장 속에서 긴장감만이 감돌았다. 성벽의 괴물들도 헌터들을 발견한 듯 입을 쫙쫙 벌리며 포효하고 있었다.

“야 법사야.”

“뭐냐!”

“먼저 큰 거 한방 먹일래?”

“호오오오! 좋다! 좋다, 좋다!”

선공을 양보할 줄은 몰랐는지 나법사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볼에 홍조를 띄우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부잣집 미소년 도련님이었다.

물론 실체는 마물을 몇 천 마리 단위로 학살하는 폭파광 마법사이지만 말이다.

“최대한 성벽을 부숴줘.”

“알았다!”

나법사의 주변에서 강렬한 마력의 파동이 일어났다.

얼마나 그 위력이 강한지 주변 대기가 마력에 일렁일 수준이었다.

호주에 오기 전에도 나법사의 마법 수준은 대마법사라 불려도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말 그대로 천지를 뒤집고 전장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말이다.

한 달 전에도 그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나 배는 강해진 지금이라면 과연 어떨지 궁수는 감히 예상할 수 없었다.

- 흐으…. 몇 번을 봐왔지만 이때만큼은 나도 몸이 떨리는군.

“그 정도 위력이니까 말이지.”

오죽하면 아래에서 대기하던 마법사들도 그 기운에 깜짝 놀라 무심코 위를 바라볼 정도였다.

“ᚠᚱᚣᚤᚳ - ᛔᛜᛜᛛᚼᛋᛊᛟᛞᚠ ᛃᛄᛝᛠᛞᛗᚦ”

“와…”

기본은 거대한 화염구였다. 전에도 보았던 마치 태양과 같은 거대한 화염구.

하지만 그 크기는 전과 비교해서 그 급이 달랐다.

어차피 주변에 마력 포션도 널렸으니 처음부터 전력을 발휘할 생각이었다.

새하얗게 타오르는 태양을 주변으로 12개의 라이트닝 볼트가 떠올랐다.

나법사의 손이 움직임에 따라 12개의 볼트가 태양에 흡수되었다.

“나도 마법사나 할 걸….”

- 넌 저렇게 안 된다니까.

도화지처럼 새하얀 태양이 이내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과연 저걸 맞고도 성벽이 버틸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법사도 제법 무리한 듯 온몸에서 땀을 쏟아내었다.

“ᚱᛔᛜᛋᛞᛗᚦ.”

캐스팅이 끝났을 때 법사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황금빛 태양이었다.

“미쳤어….”

“이게 말이나 되는 마법인가!”

“설마 마탑주?”

“그놈이 은거한지가 언제인데 다른 마법사겠지.”

“그럼 도대체 저 마법은 뭐야!”

세계 최고라고 평가되는 마탑의 주인이 언급될 정도로 법사의 마법은 압도적이었다.

땀에 흠뻑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린 나법사가 검지로 성벽을 가리켰다.

“쾅.”

장난기 가득한 미소에 지배적인 눈빛까지.

[오빠 나죽어ㅓㅓㅓㅓㅓㅓ]

[나법사!나법사!나법사!나법사!나법사!나법사!]

[헤으으응! 마법으로 가버려어어엇!]

[한국에는 태양이 하나 더 있다!]

마치 정말로 행성 하나가 떨어지는 듯한 창대한 광경이었다.

성벽이 문제가 아니라 성 자체를 쓸어버릴 수준의 창대한 마법은.

콰과과과과광!

“으잉?! 뭐야?”

[???????????????]

[저게 뭐임?]

[좆됐네.]

[튀어어ㅓㅓㅓㅓㅓㅓㅓㅓ]

[법사좌 표정ㅋㅋㅋㅋㅋ]

[법사 - 이러려고 마법썼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반투명의 장막과 법사의 마법이 미친 듯이 부딪히며 강렬한 힘겨루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치 절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강렬한 싸움이었다. 백염의 불꽃과 황금빛 전류가 끈질기게 결계를 후려쳤다.

이윽고.

쨍그랑!

나법사의 마법이 결국에 결계를 뚫고 들어갔다.

콰과과광!

“그렇지!”

결계의 탓에 마법은 다소 약해져 있었으나 그럼에도 성벽에 거대한 금을 만들었다.

“잘했어!”

그와 동시에 마력을 잔뜩 머금은 궁수의 익스플로전 애로우가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붉은 빛을 내뿜으며 날아간 폭발 화살은

콰아아아앙!

성대한 폭발음과 함께 금이 가 약해진 성벽을 허물었다.

그리고 그것이 전투의 시작이었다.

“지금입니다! 길을 뚫어 줬을 때 바로 갑시다!”

“와아아아아!”

수백의 헌터들이 무너진 성벽을 향해 달려 나갔다.

마물들이 성벽에서 뛰어 내리며 헌터들을 막기 위해 나섰지만 이들은 폼으로 상위 헌터가 된 이들이 아니었다.

떨어진 괴물들은 순식간에 헌터들의 손에 갈려나갔다.

동시에 궁수와 대기하던 후방 부대도 조금씩 전진하였다.

“야, 우리도 내려가자!”

“알았다!”

그새 마력 포션 세 병을 비운 법사는 꺼억, 트림을 하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원래 계획은 성벽을 뚫을 때까지 궁수와 법사가 계속해서 적을 견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법사와 궁수가 너무나도 손쉽게 성벽을 부숴버리니 단상은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너는 힐이랑 같이 후방지원 해줘!”

“알았다!”

궁수는 전방으로 법사는 뒤의 힐에게 달려갔다.

“나만 빼고 재미 보지 마라고!”

이미 다른 헌터들은 앞에서 마물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제 아무리 B급 마물이 많더라도 S급과 A급 헌터들 앞에서는 귀여운 강아지일 뿐이었다.

마치 성능 좋은 분쇄기에 쓰레기를 넣어 갈아버리는 그런 광경이었다.

“자, 잠깐!”

“뭐야! 왜!”

분쇄자를 들고 달려 나가던 궁수는 유강한과 다른 헌터들이 일제히 멈추자 당황하며 멈춰 섰다.

“어?”

성벽 안에서는 납치당했던 헌터들이 각자 무기를 들고 공략 대원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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