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39화 (39/172)

◈ 39화. 궁수입니다. 진짜로.

“크하하하하! 죽어! 죽어어어엇!”

[꼴아 박아ㅏㅏㅏㅏ]

[다 죽여! 죽여! 다 죽여!!!!!]

[신성한 빠따 맛좀 봐라 이 새끼들아!]

[아아아! 해가 뜨면 분쇄자인줄 알겠습니다!]

[분렐루야!]

[분멘!]

궁수의 배트에 박혀있는 날카로운 못이 괴물의 몸을 찢어발겼다.

- 으으윽! 저급한 피가 튀지 않느냐!

“닥쳐!”

뻑! 뻐어억!

1500대 250의 싸움.

얼핏 보면 불리하게 보일 수 있으나 그것은 250의 인원을 알지 못할 때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S급 헌터는 물론이거니와 이쪽에는 어떤 의미로든 미친개를 두 마리나 키우고 있으니 말이다.

키에에에엑!

카악! 카아악!

괴물 세 마리가 동시에 궁수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육중한 주먹을 들어 올린 괴물들이 일제히 궁수를 내리쳤다.

콰아앙!

마치 폭탄이 터진 듯한 거대한 굉음이 전장을 울렸다.

“궁수씨!”

일순간 전장에 큰 먼지가 일어났다. 이은우가 먼지를 뚫고 궁수를 향해 달려왔다.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한들 근본적으로 궁수는 원거리 딜러 포지션이다.

그런 만큼 방어력이 근접 딜러들에 비해 약하다….

“흐흐흐흐흐흐”

“궁…. 수씨?”

는 것은 이은우의 착각이었다.

궁수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적의 주먹을 모두 몽둥이로 받아내었다.

“어림없다 이 자식들아!”

화악!

심지어는 몽둥이를 위로 밀어내며 적들이 주춤 중심을 잃었다.

“이 썅놈의 새끼들이 감히 누구를 때려?”

그리고는.

콰직.

콰득.

콰지직.

모두 분쇄자의 먹잇감이 되었다.

적들의 피가 튀며 궁수의 검은색 머리칼이 서서히 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즐겁다! 너무 즐겁다!’

평소 활로는 느낄 수 없는 커다란 해방감이 궁수의 뇌를 지배했다.

[레벨업! - LV 90]

[새로운 스킬을 익힐 수 있습니다.]

“크으으! 달아! 너무 달다고!”

쾅! 쾅!

적은 3M가 넘는 거인.

오히려 그것이 적들의 발목을 잡았다.

궁수는 먼저 몽둥이를 휘둘러 적의 허리를 부숴버리고 그대로 몸이 꺾인 놈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머리통은 궁수의 몽둥이 찜질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그렇게 점점 전장에 머리 없는 시체가 쌓여가고 있었다.

“이리 오렴, 사랑스러운 경험치 주머니들!”

- 계약자여, 조금 진정하는 게….

“시끄러, 나 바빠.”

- 크흠….

거의 전장이 다 정리되었다. 남은 몬스터는 약 서른 마리.

하지만 다른 헌터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궁수가 두 눈 시커멓게 뜨고 몬스터를 포악하게 패 죽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 마리의 괴물이 달려들면 열 구의 머리 없는 시체가 생겨났다.

키, 키에에엑! 키에엑!

그 모습이 얼마나 두려웠냐면 이제는 괴물이 겁을 먹고 도망갈 지경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털썩 주저앉은 괴물은.

키에에에엑!

“이승이랑 굳바이 키스나 해라 이 새끼야!”

콰직!

이내 머리 없는 시체로 신분이 바뀌었다.

“도대체 저게 뭐야….”

“궁수라고 하지 않았나?”

“저 파티에는 저런 정신 나간 사람 밖에 없는 건가.”

“중간에 눈 봤어? 거 참 저게 마물인지 사람인지.”

[이게 궁수다 이 씨이빨놈들아ㅏㅏㅏㅏㅏ]

[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

[분쇄자!분쇄자!분쇄자!분쇄자!분쇄자!분쇄자!]

[역시 국산 궁수는 달라도 뭔가 다르누ㄹㅇㅋㅋ]

[정보 - K 궁수는 몽둥이를 들고 후두려 팬다.]

[남자가 무슨 활임 몽둥이로 줘패야짘ㅋㅋ]

“궁수씨!”

이은우는 당황 반 어이없음 반인 표정으로 궁수에게 다가왔다.

얼마나 궁수의 모습이 끔찍했냐면 A급 헌터인 이은우조차도 순간 주춤했을 정도였다.

“어어….”

“궁수씨?”

이은우는 혹시나 궁수가 부상이라도 입었나 했으나 궁수의 몸은 생채기 몇 개만이 났을 뿐 눈에 띠는 상처는 없었다.

하지만 궁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반대쪽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왜 그래요, 도대체 저기 뭐가 있길….”

“뭐가 좀 많은데요.”

“이런…! 마물이 또 몰려옵니다!”

“뭣!?”

실제로 거의 방금 수의 배는 되는 마물들이 궁수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증원을 요청했습니다. 조금만 버텨보죠!”

유강한이 칼을 갈고 적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 저건 에반데.’

방금 전은 기껏해야(?) 아군과 적군의 숫자 차이가 6배 차이였으나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최소 10배 이상.

궁수의 머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견적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 궁수는 슬쩍 발을 뺐다.

“그럼 저는 후방지원 하러 가보겠습니다!”

“네!? 이제 와서요?”

“전 원래 궁수인데요!”

“아, 그랬지.”

걸음아 나 살려라!

후다닥 다시 나만힐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온 궁수가 장궁으로 형태를 변환했다.

“스킬부터 뭔지 볼까.”

[새로운 스킬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쿼드러플 애로우 - 순식간에 네 발의 화살을 발사합니다.]

[휭 샷 - 바람을 일으켜 적을 밀어냅니다.]

[익스플로전 애로우 - 폭발하는 화살을 발사합니다. 폭발 범위는 불어넣은 마력에 비례합니다.]

“흠.”

이번에도 세 가지의 스킬이 궁수의 눈앞에 드리웠다. 그러나 처음부터 궁수는 한 가지 스킬밖에 보고 있지 않았다.

- 익스플로전 애로우.

‘맨날 법사 저 놈만 광역기 빵빵 써대고 짜증났는데 나도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을까?’

무려 폭발하는 화살.

‘그래, 나도 원거리 뽕맛 좀 느껴 봐야지. 언제 이런 걸 써보겠어?’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궁수는 이미 익스플로전 애로우를 선택하고 있었다.

“익스플로전 애로우!”

궁수가 훗날 테러 헌터라고 불리는 건 그닥 멀지 않은 이야기다.

- 크흠, 기어코 그걸 골랐구나.

“왜, 이거 별로야?”

- 아니, 좋다.

“그럼 뭐가 문제인데.”

- 너무 좋아서 문제지.

“좋은 게 좋은 거지 뭘.”

시위를 겨누고 궁수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거의 4000에 달하는 몬스터 군단이 헌터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흐으음…. 쾅쾅…?”

“일어났냐?”

“느껴졌다. 쾅쾅의 기운.”

“뭐라는 거야 진짜.”

나만힐은 헌터들에게 힐을 넣어주느라 바빴고 후방에는 나법사와 나궁수 둘뿐이었다.

다시 말해.

- 음, 미친놈이 더블이군.

“어허, 미친 놈이라니.”

“펑쾅펑쾅!”

이 두 또라이를 막을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야, 나법사.”

“뭐냐!”

궁수가 화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싱긋 웃으며 법사에게 말했다.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고…. 싶은 거!”

“그래.”

“다!”

“그래! 다! 전부!”

“다! 쾅쾅! 펑펑! 찌리릿! 화르륵!”

“그래 인마! 가즈아아아!”

“가자아아!”

전쟁의 시작을 알리듯 궁수가 화살을 발사했다. 마력이 담긴 익스플로전 애로우였다.

“어디 성능 한번 볼까.”

붉은 빛을 내며 날아간 화살은 붉은 호선을 그리며 적진 한복판에 떨어졌다.

궁수의 기대를 잔뜩 머금고 날아간 화살은….

퍼어어어엉!

거대한 구름버섯을 만들며 화려하게 폭발했다. 거의 그 주변의 30마리가 넘는 괴물들이 함께 폭사했다.

“와, 와우…”

“느헤헿! 펑펑!”

그렇게 많은 마력을 넣은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위력을 알아보고자 날린 화살이었는데 말이다.

[??????????????]

[5252! 결국 터트려버린 거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는 지랄이 더블.]

[그와 중 옆에서 법사 펑펑! 하는 거 개 귀여워ㅠㅠ]

[씨발 테러범이 둘로 늘었어.]

ㄴ 그래서 싫어?

ㄴ 너무 좋아 헤으응 더 터트려줘.

ㄴ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스플로전 에로우. 통칭 폭발 화살의 위력은 환상적이었다.

궁수의 폭발 세례를 본 나법사도 불이 붙은 듯 마력을 일으켰다.

“질보단 양!”

법사의 주변에 지름 1미터 정도의 화염구가 잔뜩 생겨났다.

“펑펑!”

“그러췌!”

분명 다른 원거리 딜러들도 제법 있었으나 궁수와 법사의 화력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마치 포탄을 퍼붓는 듯한 굉음이 전장을 울렸다.

이 미칠 듯한 광경이 고작 B급 헌터 두 명이서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남은 스테이터스도 전부 마력에 투자해!”

[LV - 93]

[직업 - 궁수]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0]

힘 : 230+10

민첩 : 30 +3

마력 : 55 +3

체력 : 30 +3

[현재 ‘블래싱’이 걸려있는 상태입니다.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개 레벨분의 스탯 포인트까지한 번에 투자하니 부족한 마력마저 제법 보완할 수 있었다.

“쾅쾅이다 이 새끼들아!”

“쾅쾅쾅!”

시위에 다섯 발의 화살을 건 궁수가 일제히 화살을 발사했다. 하나같이 궁수의 마력을 머금어 붉은 빛을 도는 상태였다.

쐐애애액!

시위를 떠나간 화살은 그대로 날아가.

퍼퍼퍼퍼펑!

“키이야! 이거거든!”

거대한 다섯 번의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나도! 나도 펑펑!”

궁수의 폭발도 잠시 이제는 나법사가 화염구를 투다다다 발사했다.

화르륵!

키에에엑!?

키에엑! 키에에엑!

궁수의 폭발 화살처럼 펑 터지진 않았으나 불길이 서로 옮겨 붙어 전장에 불길을 일으켰다.

“펑펑! 다 죽어! 다!”

“화르륵! 화륵화르륵!”

[미친놈, 덜 미친놈 미친 듀오ㄷㄷ]

[펑펑과 화르륵의 완벽한 하모니였다.]

[여기가 그 나는 자연인이다 맞죠?]

ㄴ 우호우호호!우호우호!

ㄴ 뭐라는 거야 병신이.

ㄴ 이걸 안 받아주네.

ㄴ 다시 해봐 받아줌.

ㄴ 우호우호호우호!

ㄴ 뭐라는 거야 병신이ㅋ.

ㄴ 시발.

‘그렇지! 이게 광역 스킬이지!’

“헌터님들! 마력 포션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한 병에 70만 원을 호가하는 중급 마력 포션을 궁수와 법사는 마치 물 마시듯이 해치웠다.

워낙에 고가의 포션이기에 다른 헌터들은 조금씩 아껴 마실 지경이었는데 이 둘은 아낀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크흐으! 한 병 더!”

거의 사치에 끝을 보여주고 있는 궁수와 법사였으나 현재 전장에 있는 헌터들 중 둘을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정도 위력을 계속 낼 수만 있다면 까짓 포션 얼마든지 써도 좋았기에 자칫하면 자신의 마력 포션 마저 내어줄 기세였다.

[레벨업! - LV 96]

“큰 거 한방 간다!”

궁수가 화살을 만들 마력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마력을 화살에 때려 박았다.

궁수도 감히 예측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폭탄 화살이 지금 시위에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쐐애액!

일부러 헌터들과 거리를 벌려 적들의 외곽에 화살을 발사했다.

“어디 얼마나 강한지 보ㅈ….”

콰아아아앙!

“…네?”

새하얀 섬광이 300마리가 넘는 적들을 집어삼켰다. 핵실험을 할 때 만들어지는 거대한 버섯구름이 일어났다.

“어어…?”

- 그러게 내가 말리지 않았느냐.

그나마 남은 마력으로 사용한 스킬이었는데 그 위력은 무시무시하여 헌터들도 일순간 움찔 몸을 움츠릴 정도였다.

“어, 뭐, 응, 좋은 게 좋은 거니까.”

- 태평해서 좋겠군.

“뭐 상황도 거의 다 정리됐네.”

분명 처음 전투를 시작했을 때는 적군이 아군을 덮다 못해 밀어버릴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일방적으로 헌터들이 괴물을 죽이고 있었다.

“쓰흡…. 뭐 나머지는 됐나.”

마력 포션을 너무 많이 마셔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저 정도면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할 수 있겠지.”

남은 괴물들은 척 보아도 헌터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남은 적들도 궁수와 법사의 무자비한 공격 때문에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고 처리합시다!”

유강한의 목소리도 전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남은 것은 전투가 아닌 거의 청소에 가까웠다.

마지막으로 쏘아진 궁수의 화살이 적의 머리통을 완전히 관통했다.

그와 동시에 헌터들의 환호가 떠나갈 듯 전장을 울렸다.

전사 0. 경미한 부상 1명.

그야말로 대승리라고 불릴법한 전투가 아닐 수 없었다.

“이겼다아아아!”

“살았어! 살았다고!”

“진짜 저 둘이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어!”

“오늘부터 궁수 헌터들 보이면 무조건 잘해 줄 거야 아흐흐흑!”

헌터들이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얼싸안고 환호할 무렵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다른 헌터들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지원받고 왔습니다!”

“부상자는 이쪽으로 오세요!”

“빨리 빨리 다들 경계해!”

늦게 도착한 헌터들이 호들갑을 피웠으나 이미 상황은 종료된 후였다.

여자처자 설명을 들은 북쪽과 서쪽 파티의 리더가 궁수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아주 정중한 태도로 악수를 청해왔다.

“저…. 혹시 직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빤히 궁수의 어깨에 걸린 활을 보고도 그런 질문을 하다니.

뭐 실제로 이런 미친 위력을 내는 궁수는 들어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궁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시위를 튕기며 대답했다.

“궁수입니다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