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호주공략 시작.
“팀을 나눠서 천천히 외곽부터 공략에 들어갑니다! 제가 말하는 대로 모여주시면 되겠습니다!”
한국의 S급 헌터 유강한이 헌터들을 통솔했다.
각 나라마다 최소 S급 헌터 두 명씩은 차출해주었다.
평소 한국이 타국에 로비를 잘하기도 했고 워낙에 파견도 많이 나갔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오죽하면 베트남은 헌터 협회장이 직접 오려고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캬, 유명한 사람들은 다 모였네.”
한국의 S급은 근거리 딜러인 유강한과 힐러인 한가은 두 명이었다.
각각 성진과 광천에서 차출된 인원이었다.
유강한은 머리를 빗어 올린 호쾌한 미남형 헌터였고 한가은은 비교적 조용한 헌터였다.
그러나 그녀의 은빛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미모는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뜨거워….’
호주의 뜨거운 햇빛은 적아를 나누지 않고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뜨겁다! 뜨겁다!”
“그러게, 좀 덥기는 하네.”
“두 분 빨리 오세요!”
궁수는 부르는 대로 법사를 데리고 팀에 합류했다.
“오오….”
팀은 궁수와 법사를 포함하여 총 네 명이었다.
궁수와 법사, 그리고 힐러인 나만힐, 마지막으로 근거리 딜러인 A급 헌터 이은우까지.
“오! 헌터님 반갑습니다! 또 이런 곳에서 뵙네요!”
팀을 확인한 궁수가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은우씨?”
“네, 반갑습니다!”
“오오! 역시 정부 직할 헌터!”
“한번 잘 해봅시다!”
궁수의 현재 헌터 등급은 B급이다. 말이 B급이지 사실상 A급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나만힐과 나법사까지.
파티 실제 등급으로만 따지자면
A 급 근거리 딜러.
S ~ A 급 원거리 딜러.
S ~ A 급 마법사.
A ~ B 급 힐러.
상당히 믿음직한 파티 라인업이 아닐 수 없었다.
“자, 그럼 저희 다 같이 한번 잘해봅시다!”
“호쾌한 사내로군! 좋네! 내 협력하지!”
“좋습니다! 가시죠!”
“우오오오오!”
“좋다! 다 죽인다! 이긴다!”
군용 지프차에 몸을 실은 궁수와 파티원들은 가장 앞의 자동차를 따라 줄줄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바로 들어가진 않네요.”
바로 중앙부로 들어가지 않고 일부러 외곽부터 천천히 깎아 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바로 들어가기에는 조금 위험하니까요.”
“그런가요?”
“네, 전체적으로 전장을 파악하고 들어가는 게 여러모로 좋지 않겠어요?”
“하긴, 그건 그렇네요.”
호주의 드넓은 땅덩어리 때문에라도 순찰은 하루를 꼬박 잡아먹었다.
다행히도 호주 외곽까지 마수가 뻗지는 못한 듯 외곽은 퍽 평화로웠다.
간이침대에서 단백질 바를 씹던 궁수가 물었다.
“그런데 공략대치고는 인원이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약 250명 정도.
절대로 적은 인원은 아니었으나 호주의 거대한 적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이은우는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뒤흔들며 말했다.
“저희는 동쪽에서 밀고 들어가는 공략대입니다.”
“동쪽이요?”
“네, 방위별로 공략 팀이 현재 순찰을 맡으며 같이 들어오고 있을 겁니다.”
“아…. 그렇구나.”
분명 출발 전 교육을 해준 내용이지만 궁수는 법사와 함께 드르렁 코를 골고 잤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그럼 합류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흐음…. 아마 일주일이면 될 겁니다. 생각보다 외곽은 상황이 좋아서 그리 질질 끌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공략은 별 문제없이 쭉쭉 진행되었다.
오히려 나오는 몬스터의 수가 거의 없다시피 하여 지루할 수준이었다.
그렇게 공략 4일차.
이제야 슬슬 몬스터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쟤들은 생긴 게 왜 저래?”
그간 여러 가지 징그러운 마물들을 보아왔지만 지금 호주에 나오는 마물들의 비주얼은 단연 압권이었다.
온몸에 이빨이 있거나 혹은 수십 개의 눈을 가진 괴물이라거나.
궁수의 일반 상식과는 동떨어진 괴물들이 흉흉한 자세로 헌터들을 위협해왔다.
“전투 준비!”
“저희도 준비하죠.”
“하아암…. 피곤하다.”
“일어나, 밥값은 해야지.”
“크으으! 드디어 전투로군! 몸이 근질근질해서 버틸 수가 있어야지 말이야!”
보라색 근육질의 몸에는 곳곳에 날카로운 이빨이 듬성듬성 솟아나있었다.
손에는 거의 1m에 달하는 기다란 가시 같은 것을 달고 있어 쉬이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런 놈들이 도합 30마리.
지능은 그리 높지 않은 듯 놈들은 주변을 배회하며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저거 뭔지 알아요?”
“글쎄요, 저도 처음 보는 놈들입니다.”
“흠…”
처음 보는 형태의 놈들이라 다소 신기하긴 하였으나 그뿐이었다.
“혹시 모르니 제가 먼저 상대해보겠습니다!”
리더인 유강한이 먼저 성큼 괴물에게 다가갔다. 과연 S급 헌터.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마력은 흉악한 마물조차도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와, 개쩐다.”
“과연…. S급 헌터답군요.”
“지금은 공격하면 안 되나요?”
“네? 지금요?”
“예, 그냥 머리부터 뚫어버리면 될 것 같은데.”
“그게 말이 쉽죠. 그렇게 쉬우면 누가 그런 고생하면서…. 허억!? 궁수씨!”
이미 장궁에 기다란 화살을 한 발 걸어둔 궁수가 마력을 끌어 올렸다.
‘이건 못 참지.’
지금 궁수의 레벨은 87레벨.
죽어라 던전을 돌았으나 이제는 레벨을 올리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물론 궁수의 사냥속도가 워낙에 빠르기 때문에 레벨업 속도도 일반 헌터에 비하면 월등한 수준이긴 하였으나, 이 전 폭발적인 레벨업 속도에 비교하면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눈앞에 저런 맛있는 것들이 모여 있는데 가만히 있으라니.
‘이걸 어떻게 참냐고.’
“포인트 어택”
궁수가 60레벨을 달성했을 때 새로 획득한 스킬이 떠올랐다.
[포인트 어택]
[적들의 약점을 파악하여 표시합니다. 해당 포인트를 타격할시 추가 대미지를 주며 포인트를 적중시키면 마나가 소모되지 않습니다.]
500 미터가 넘는 거리의 초정밀 타격.
다른 사람은 저격총을 들고 해도 어려운 일이었으나 궁수에게 있어서는 이보다 쉬운 일이 없었다.
견제도 없고 위험한 일도 없다.
그것도 순도 100% 프리딜!
마침 나법사도 피곤한 듯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것은 다시 말해.
“저건 다 내거다.”
적에게 표시된 포인트는 총 세 곳이었다.
머리에 있는 눈과 오른쪽 가슴에 달린 눈.
그리고 마지막으로 낭심까지.
속성화살중 폭풍의 속성이 궁수의 화살에 깃들었다. 스킬의 숙련도가 오르면서 스킬의 수준이 월등히 증가했다.
이 전에도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던 바람의 속성은 이제는 두꺼운 철갑도 간단히 뚫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맛만 보자!”
쐐애애애액!
시위를 떠나간 화살이 호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파각!
“그렇지!”
유강한의 옆에 있던 괴물의 머리통을 정확히 관통했다.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표시된 포인트가 부서지며 추가적인 대미지가 들어갔다.
거기에 장궁의 강력한 위력과 태풍의 기운까지 불어 넣었으니, 괴물을 단번에 죽이기엔 충분했다.
괴물 셋을 동시에 상대하고도 여유 있던 유강한이 뒤에서 날아온 궁수의 화살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화살?”
다른 동료들은 제법 뒤로 물러선 상태였다.
이런 장거리에서 화살이 날아오더니 갑자기 옆에 있던 괴물의 머리통을 관통했다.
“그래도 나름 B급 정도는 될 수준인데, 이걸 어떻게?”
자신에게나 마물의 수준이 낮았지 다른 헌터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단 한발의 화살에 괴물이 쓰러졌다.
“운인가?”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어쨌든 뒤를 맡길 수 있는 아군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유강한은 더 편히 마음을 먹고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궁수의 저격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콰직!
콰드드득!
푸우욱!
“어…?”
날아온 세 발의 화살.
그리고 늘어난 세 구의 시체.
이런 중거리에서 정밀한 타격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가 알기에는 몇 떠오르지 않았다.
“신궁…?”
활 한 자루로 마물 사십 마리를 도륙했다는 영국의 영웅.
마치 신궁이 떠오를 정도로 소름 돋는 활솜씨였다.
“쓰흡…. 아니야, 그 할아범이 여기에 왔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저 궁수는 누구인가?
이렇게 자신이 얼타고 있는 사이에도 저격은 계속 날아왔다.
시작 할때는 1대 30의 전투였으나 어느새 적의 수는 절반 이하로 확 줄어있었다.
“키야! 경험치 지린다!”
- 그래! 그 기세다! 더 빠르게!
“크흐으으! 경험치가 풍년이구나!”
헌터가 되기 전에도 귀신같은 궁수의 활솜씨는 헌터가 되고 나서 더더욱 성장했다.
천리 밖에서도 10원짜리 동전을 맞출 수도 있는 수준인데 이정도 거리는 궁수에게 코앞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헌터님, 허어.”
“흐하하핫! 오늘도 컨디션 죽여 주는군 궁수!”
“당근이죠!”
다른 모든 헌터들의 시선은 유강한이 아닌 궁수에게 꽂혀있었다.
오죽하면 S급 힐러인 한가은 마저도 어이없는 눈빛으로 궁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콰드득!
마지막으로 날아간 화살이 여지없이 괴물의 머리통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레벨업! - LV 88]
“보라돌이 이빨 괴물 컷!”
다시 천궁을 단궁의 형태로 바꾼 궁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30마리 중 25마리의 괴물이 궁수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25샷 25킬.
백발백중의 명중률에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파괴력까지.
“하하! 자네 때문에 내가 할 일이 없잖은가!”
“좋은 게 좋은 거죠 뭘!”
“하하하! 맞는 말이군!”
다른 헌터들이 궁수를 우러러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궁수씨, 아니 궁수님.”
“네?”
“크으으으!”
이은우는 엄지를 척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리액션이었으나, 또 막상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기요.”
궁수가 파티원들과 시시덕거릴 때 뒤에서 어떤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다름 아닌 S급 힐러인 한가은이었다.
“저요?”
“네, 당신이요.”
나만힐과 이은우는 이미 그녀를 알아보고 스윽 뒤로 빠진 상태였다.
“뭐하는 사람이에요?”
“…네?”
대뜸 찾아와서 하는 말이 뭐하는 사람이냐니, 궁수는 뭐 어쩌라는건지 싶어 고개를 기울였다.
“직업이 뭐냐구요.”
“궁수입니다만?”
“아니, 2차 전직했을 거 아니에요.”
“아직 못 했는데요?”
“…뭐요?”
뭐 자신이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활약을 했는데 굳이 주눅들어 있을 필요는 없었다.
궁수는 눈 하나도 피하지 않고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헌터 등급만 높으면 다인가?’
다른 헌터면 일찌감치 꼬리를 내렸겠지만 아쉽게도 궁수는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었다.
“이런….”
“캬! 방금 그거 뭡니까!”
더욱 분위기가 심각해지기 전에 유강한이 그 특유의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진심으로 감탄한 듯 박수를 치면서 말이다.
파티의 가장 높은 등급의 헌터 두 명이 동시에 궁수를 찾아왔다.
“반갑습니다! 유강한이라고 합니다!”
“나궁수입니다.”
그는 진심으로 감탄한 듯 궁수의 손을 꽉 잡고 붕붕 흔들었다.
S급 헌터의 탈 인간적인 악력이 궁수의 손을 쥐었다.
하지만 헬창 나궁수.
어디 가서 악력으로 밀린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한 사내였다.
“무슨 유니크 스킬이라도 있는 겁니까? 활솜씨가 장난이 아니던데요!”
“하….”
궁수가 고개를 휘저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스킬이 있긴 합니다.”
“역시! 그런 말도 안 되는 명중률이 그냥 나올 리가 없죠!”
궁수는 스윽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구란데.”
“…네?”
기껏 풀린 분위기가 다시 얼음장처럼 얼어붙은 순간이었다.
그 분위기가 얼마나 싸했으면 힐이 마법사가 빙결 스킬을 사용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