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30화 (30/172)

◈ 30화. 이 가고일은 이제 제겁니다.

“호오…. 저게 인간이라는 종족인가!”

궁수와 법사가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 흉흉하게 눈을 빛내었으나 가고일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놈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자의 향기에 일순간 고수혁이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죽어 이 새꺄!”

콰앙!

“내거임! 내거!”

콰과과광!

여기 있는 둘을 압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나궁수의 속성 화살과 법사의 라이트닝 스피어가 여과 없이 가고일을 적중시켰다.

[해치웠나!]

ㄴ 니 때문에 다시 살아남.

ㄴ 그거 노리고 한 거임.

크게 일어났던 먼지가 가라앉으며 가고일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온몸에 단단한 철갑을 두른 가고일은 거뜬하게 공격은 견뎌내었다.

“환영 인사치고는 화끈하군!”

“단단하다!”

“와 씨 이게 안 죽어?”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린 가고일이 양 팔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럼, 이제 내 차례로군!”

콰앙!

가고일의 우람한 주먹이 바닥을 후려쳤다. 마치 주변에 지진이 일어났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순간 법사와 궁수가 휘청거리며 자세가 무너졌다. 상대는 B급 마물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네 놈부터 보내주마!”

“허억?!”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가고일이 궁수를 후려치기 위해 주먹을 뻗었다.

- 막아라!

“흐그윽! 리커브 보우!”

천궁이 견뎌주길 빌며 급히 리커브 보우로 형태를 바꿔 날아오는 주먹을 막았다.

다행히도 천궁은 금하나 가지 않고 굳건하게 공격을 버텨주었다.

“호오? 내 주먹을 버티는 무기가 있다니!”

“강하다! 이놈! 강하다! 제일!”

‘진짜 급이 다르다.’

이전에 싸웠던 적들도 그 나름대로 강함이 느껴지긴 하였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죽는다.’

본능적으로 강적을 알아본 궁수가 자세를 낮추고 조용히 놈을 노려보았다.

나법사도 주춤거리며 놈을 바라보고 있을 뿐 딱히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도시 한복판에서 메테오를 날리자니 그건 또 안 될 일이다. 궁수의 날카로운 시선이 급히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쓸만한 물건은 있나 살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던전도 아니고 도시 한복판에 그럴듯한 무기가 있을 리 만무했다.

처음 느껴보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궁수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하지? 일단 도망쳐? 다른 헌터를 불러야 하나? 애초에 물리 공격이 먹히긴 하나?’

아무리 날고 기는 재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결국 궁수는 아직 신입 헌터다.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판단할 능력이 모자라다.

- 진정해라, 계약자여.

궁수의 동요를 눈치챈 천궁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한 말투에 궁수도 흥분을 가라 앉혔다.

가고일은 언제든 공격해보라는 듯 여유 넘치는 태도로 궁수를 깔보고 있었다.

- 방법은 있다. 진정해라.

“방법? 어떤 거?”

- 놈의 가슴에 붉은 보석이 보이느냐.

“뭐?”

눈을 찡그린 궁수가 가고일을 똑바로 응시했다. 확실히 손가락 한 개쯤 되는 크기의 붉은 보석이 가슴팍에 박혀있었다.

박혀있는 붉은 보석은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저게 놈의 약점이다. 놈은 살아 움직이는 조각상일 뿐, 그 원동력인 저 보석을 부수면 된다.

“저거 부숴지긴 해?”

- 제법 단단하긴 하다만 계속 두드리면 부수지 못할 것도 없지.

“흠….”

다시 듀얼 보우건을 꺼내든 궁수가 뚫어져라 놈을 노려보았다.

‘결국은 그냥 줘 패란 거네.’

그래,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결국은 더 쎈 놈이 이긴다.

전투 경험이라든지 그런 거는 상관없었다.

“이길 수 있다.”

공포감에 굳어있던 궁수의 몸이 다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나법사!”

“뭐냐!”

“저 새끼는 내가 꺾는다!”

그 한마디에 다시 나법사가 바락 소리쳤다.

“개소리! 잡는다! 내가!”

다시 경쟁에 불이 붙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들 하지 않는가?

세상은 약육강식의 세계다.

나는 저놈을 꺾고 위로 올라간다.

지극히 단순하고도 간단명료한 해답이었다.

- 그래, 그래야 내 계약자 답지!

전 국가대표가 S급도 아니고 B급 마물에게 겁먹어서야 되겠는가.

셈과 힐에게 동화되었는지 점점 궁수에게도 상남자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죽어도 S급 마물에게 죽지 B급 마물에게 죽는 B급 인생 따위는 살고 싶지 않았다.

타앗!

자리를 박차고 달려간 궁수가 놈의 가슴팍을 향해 보우건을 연사했다.

어차피 공격이 들어갈 거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흥!”

놈은 왼팔로 보석을 보호하며 모든 공격을 처내었다.

‘그리 단단하진 않다.’

보우건을 급히 막는걸 보니 어느 정도 감히 잡혔다. 가고일의 주변을 맴돌며 끈질기게 보우건을 발사했다.

“이런…. 날 파리가 한 마리 붙었군.”

긴박한 궁수와 달리 가고일은 아직도 여유가 넘쳤다. 자신의 약점을 들켰음에도 일말의 동요조차 없었다.

화악!

“흐으윽!”

가만히 있던 가고일이 기습적으로 궁수를 향해 팍 돌격했다.

이번에는 궁수도 미리 대비하고 있던 터라 그리 위협적인 공격은 아니었다.

순식간에 장궁으로 형태를 바꾼 궁수가 놈의 주먹을 막아내었다. 터져 나온 충격파로 궁수의 몸이 뒤로 확 밀려났다.

하지만 이렇다 할 상처는 입지 않았다. 궁수는 활을 컴파운드 보우로 바꿔들었다.

보우건과는 그 계가 다른 파괴력을 가진 컴파운드 보우.

그리고 여기에 궁수의 활 솜씨가 합쳐지면.

촤좌좌좍!

다섯 발의 화살이 궁수의 손을 떠나갔다. 놈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간 화살은 모조리 가고일의 손에 막혔다.

하지만 이전처럼 무력하게 막히진 않았다.

콱!

다섯 발 모두 일점을 노리고 날아간 화살이다.

다시 말해 일반 컴파운드보다 배는 강력한 천궁이 같은 곳을 다섯 번 타격했다는 소리다.

앞의 네발은 버텨내었으나 마지막 한발은 놈의 손목에 콱 틀어박혔다.

“호오? 이 몸에 상처를 입혀?”

콰직!

가고일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손목에 박힌 화살을 팍 뽑아들었다.

피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몸.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조각상이었다.

“작은 펑!”

쾅!

궁수가 또 움직이기 전 뒤에서 날아온 파이어볼이 가고일을 후려쳤다.

타오르는 파이어볼이 가고일의 뒤통수를 정확히 적중시켰다.

으드득.

사람으로 치면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이빨을 간 가고일이 분노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나법사.

재능으로만 다지면 한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희대의 천재.

대마법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그에게 파이어 볼이란 얼마든 뽑아낼 수 있는 기초 중에 기초였다.

“뭣!?”

“펑펑!”

법사 주변에서 타오르는 화염구 약 서른 개가 일제히 가고일을 향해 떨어졌다.

콰콰콰콰쾅!

그것도 궁수를 보고 배운 듯 정확히 놈의 가슴팍을 노린 정밀한 타격이었다.

“어딜 이런 같잖은 장난으로!”

화아악!

가고일이 거칠게 날개를 휘둘러 공격을 모두 처내었다. 주변에 바람이 확 일어나며 분노한 듯 법사를 노려보았다.

“어딜 봐 이 돌대가리야!”

콰앙!

다짜고짜 장궁을 들고 뛰어오른 궁수가 가고일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7m에 달하는 높이를 도약하여 혼신의 힘을 담아 머리통을 후려쳤다.

다른 몬스터라면 머리통이 터져나갈 수준이었으나 상대는 가고일이다.

머리가 터지긴 커녕 생체기 하나를 겨우 남겼다.

펄럭!

분노한 가고일이 날개를 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궁수와 단숨에 거리를 벌린 가고일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흡사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였다.

화아악!

- 피해라!

“흐어억!?”

가고일의 육중한 몸이 통째로 궁수를 향해 낙하했다. 가고일이 들이받은 땅은 아예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크르르릉….

“저 새끼 갑자기 왜 저러냐!?”

가고일의 붉은 눈이 번뜩 빛났다. 날개를 펄럭이며 순식간에 궁수에게 접근했다.

쿵! 쿵!

“아오 시발!”

급급히 장궁으로 막아내고는 있었으나 손목을 전해 느껴지는 묵직한 위력은 절로 이를 악물게 만들었다.

“저급한 하등 종족 따위가!”

“이 새끼들은 뭐 만하면 하등 종족이래!”

쉴 틈 없이 쏟아지는 공격을 막기에는 너무나도 그 위력이 난폭했다.

결국, 궁수는 가고일의 공격을 피해 도망 다니며 틈틈이 화살을 발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뛰어다니다가도 변칙적으로 몸을 획 틀어 화살 몇 발을 발사했다.

물론 이런 공격이 먹혔다면 궁수도 이렇게까지 고전하진 않았을 것이다.

마치 대방패를 든 돌격병처럼 우직하게 가고일이 날아들었다.

“야 이거 어떡하냐!”

- 일단 뛰어라! 더 빨리!

“아오!”

다행히도 궁수의 탄탄한 기초체력 덕분에 뛰어다니는 것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다만 뛰어다닌다고 딱히 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지라 끝없는 전투의 굴레였다.

“뛴다! 이쪽으로!”

“뭐?”

“뛴다! 빨리 뛴다!”

평소라면 개소리라며 가볍게 무시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무작정 나법사의 말을 들었다.

갑자기 방향을 확 꺾은 궁수가 나법사 쪽으로 달려나갔다.

나법사의 왼손에는 수박만한 파이어 볼이 들려 있었다.

뭔진 몰라도 대단한 마법인가 보다!

뭐 화염을 고밀도로 압축시킨 강력한 마법이라던가 그런 거 말이다.

표정이 밝아진 궁수가 서둘러 나법사 쪽으로 달려 나갔다.

서서히 거리가 가까워지길 잠시.

“지금!”

화악!

나법사의 손에 들린 파이어볼이 주인을 떠나갔다.

이글이글 빛나는 불꽃은 그대로 직진하여….

“어?!”

가고일이 아니라 옆으로 날아갔다. 당황한 궁수가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

“야 이 그거 하나 못 맞추냐!”

“아니다! 맞췄다!”

“맞췄다니 뭘…. 허어억!?”

나법사가 맞춘 것은 다름 아닌 전봇대였다. 기둥이 날아간 전봇대가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안 맞는다!’

가고일도 자신도 둘 다 피해갈 것이다. 급히 머리를 굴린 궁수가 천궁을 거세게 쥐었다.

- 자, 잠깐!

“미안!”

확!

달려 나가던 왼발을 축으로 삼아 궁수가 한 바퀴를 회전했다.

가고일도 질 수 없다는 듯 흉흉한 발톱을 세워 궁수에게 달려들었다.

“흐그으윽!”

뻐억!

날아오던 가고일을 향해 활을 휘둘렀다. 천궁이 놈의 팔뚝을 후려쳤다.

회전력과 궁수의 힘이 제대로 실린 일격은 놈이 잠시 주춤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동시에 떨어진 전봇대가!

콰아앙!

“크허어억!”

가고일을 후려쳤다. 궁수의 활도 아니고 몇 백 키로그램에 달하는 거대한 전봇대다.

하지만 나법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번개 계열 마법을 일으켰다.

번쩍!

나법사의 왼손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번개의 창이 가고일을 노리고 날아갔다.

“찌릿찌릿!”

콰드드드득!

“끄흐으으윽!”

전선이 얽히고 설켜 원래 위력의 배를 상회하는 라이트닝 스피어가 떨어졌다.

그런데도 놈은 아직 죽지 않고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궁수가 장궁에 화살을 먹여 겨누었다. 가고일은 자신을 겨누는 궁수를 보고 화살을 막고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전봇대 아래에 깔린 가고일은 너무나도 무력했다.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떤 인간이 배트로 머리를 맞고도 멀쩡하겠는가.

궁수의 속성 화살 시리즈 중 가장 관통력이 좋은 바람의 속성이 활에 깃들었다.

“아니야…. 아직 모자라.”

몰아치는 바람은 흉흉하긴 하였으나 과연 저 괴물의 가슴을 뚫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어쨌든 놈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승부를 봐야만 했다.

궁수가 하늘에 빌며 화살을 발사하려던 찰나.

“넣는다! 마력!”

“뭐? 흐으으읍!?”

갑작스럽게,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한 번에 밀고 들어온 마력이 궁수의 몸을 채웠다.

쐐애애애액!

애매하던 바람이 마력을 받음과 동시에 거대한 폭풍이 되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을 갈아버릴 정도의 강력한 위력.

“이건 된다!”

궁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화살을 발사하였다.

거의 제로 거리나 다름없었기에 화살은 가고일의 가슴팍에 정통으로 들어갔다.

콰드드드득!

“크흐그으으윽!”

“뒤져 좀 이 새끼야!”

마지막으로 궁수가 놈의 머리통을 거세게 후려쳤다.

드릴처럼 회전하는 화살이 집요하게 가고일의 가슴을 파고 들어갔다.

마침내

콰지직!

[레벨업! - LV 55]

[레벨업! - LV 56]

“이겼드아아아악!”

“이겼다! 이겼다!”

기분 좋은 승전보가 도로 한복판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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