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24화 (24/172)

◈ 24화. 대머리 사냥.

“게이트를 하나 잡았는데 이 놈들이 보통 놈들이 아니어서 말이야.”

“왜요? 얼마나 강력하길래.”

“아니, 그렇게 강한 놈들은 아냐.”

“네? 그럼 왜요?”

양손을 들어 올린 셈이 마치 닭처럼 파닥파닥 날개짓을 펼쳤다.

“날아다니는 놈들이라 여간 까다로워야지.”

“네? 날아다니는 놈들이요?”

“그래, 거참 우리 길드는 대부분 육체파니까, 뭐 마법사가 한 놈 있기는 한데 그놈이 하도 바빠서 말이야.”

“그래서 절 부르셨군요.”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순간 A급 게이트와 같은 고난이도의 게이트면 어쩌나 싶었던 궁수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셈을 따라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이트 하나가 떡하니 드러났다.

한강 위에 열린 게이트였기에 다른 헌터들도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 내가 든든한 지원군 하나 데리고 왔지!”

“뭐? 오! 뭐야 궁수잖아!”

“힐 형 저 왔어요!”

나만힐과 조나셈 이외에도 여러 프로틴프로의 길드원들이 주변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아직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나오진 않았지만 자꾸만 불안하게 일렁이는 것이 언제든 괴물들이 뛰어 나올 것만 같았다.

“게이트 등급은 뭐에요?”

“B급에 방출형, 측정상 몬스터는 강하지 않아, 다만 공중 몬스터에 그 수가 제법 많아서 그렇지.”

“빡센데요.”

“아무래도 우리끼리는 그랬지.”

그는 마치 궁수가 구세주라도 되는 양 눈을 밝히며 빤히 바라보았다.

“허, 거참.”

- 좋지 않은가, 날아다니는 표적이라니 벌써부터 즐겁군.

“그러게, 널 던지면 되는 거지?”

- 흥, 어디 한번 던져보시지.

잠시 의미 없는 말싸움이 이어졌다. 한숨을 폭 내쉰 궁수는 마력을 넣어 천궁의 모습을 컴파운드 보우로 변경했다.

검은색 마력으로 얽힌 실이 튕겨지며 궁수의 마음에 안정감을 주었다.

“흐음, 저 정도 높이라면….”

어림짐작으로 화살을 뽑아낸 궁수가 지그시 허공을 응시했다.

장궁에 사용하는 화살보다는 짧지만 리커브 보우보다는 긴 화살이 궁수의 손에 잡혔다.

“이 정도면 되겠네.”

화살통 가득히 화살을 채운 궁수가 주의 깊게 게이트를 노려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론으로 게이트를 관측하던 협회 측 직원이 소리쳤다.

“게이트 반응 최대치! 후퇴합니다!”

마치 파도처럼 일렁이던 게이트가 몬스터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뭐야 저게…?”

[대머리 독수리?]

[머리통에 저거 뭐냐?]

[ㅋㅋㅋㅋㅋ 탈모 독수맄ㅋ.]

ㄴ이 새끼 강퇴좀.

ㄴ우리 문어 발끈했누ㅋㅋㅋㅋ.

외관은 대머리 독수리와 비슷했으나 머리통이 훨씬 거대했다.

게다가 머리에는 딱딱하고 검은 돌 같은 것이 박혀있어 위협적이었다.

“설마, 에이 설마 아니ㅈ….”

쿠과과과광!

“씨브아아아알!”

하늘에서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강하하는 독수리들이 헌터들을 노리고 날아왔다.

궁수는 다급히 포지션을 뒤로 변경하여 그 폭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땅에 머리를 후려 박은 놈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하늘을 날아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땅이 쩍 쩍 갈라져 놈들의 공격의 위력을 가늠하게 만들었다.

결론은.

“저거 한 대만 맞아도 골절이다.”

하지만 공중 유닛은 언제나 원거리 딜러들의 먹잇감 아니었는가.

궁수는 컴파운드 보우에 활을 걸었다.

최대한 적을 느리게 만들기 위해 속성화살중 물의 힘을 끌어올렸다.

“워터샷!”

촤아악!

거세게 날아간 화살이 독수리의 날개를 적중시켰다.

머리통은 맞춰봐야 대미지도 들어갈 것 같지 않아 일부러 날개를 노렸다.

끼에에에엑!

그것만으로 대미지는 충분했다.

날개를 관통당한 놈은 비틀비틀 거리더니 이내 궁수에게 한발을 더 얻어맞고 추락하고 말았다.

“여기다! 이 놈 죽여!”

그리고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근육질의 헌터들.

떨어진 새에게는 자비가 없었다.

“대충 쏴보니까 알겠네.”

오랜만에 쥐어보는 컴파운드 보우였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궁수의 손에 착 감겼다.

국내 대회를 휩쓸어버린 재능을 가진 궁수에게 있어서 활이란 신체 부위와도 같았다.

그래서 단순히 몇 번 튕긴 것만으로 감을 잡은 궁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화살을 겨누었다.

“오케이, 무슨 느낌인지 알겠네, 다 뒤졌다!”

독수리들은 불규칙하게 날아다니며 다른 헌터들을 우롱했다.

그 대상이 궁수라면 몰라도 그마저도 다른 헌터들에게 향해 있었으니.

지금 궁수는 완전히 프리딜을 넣고 있는 것이다.

보통이라면 화살 한 발 맞추기도 어려울 난이도의 고난이도 샷을 궁수는 표정 하나 변하지도 않고 연속해서 맞추고 있었다.

촤좍!

키에에엑!?

순식간에 날아온 두발의 화살이 대머리 독수리의 왼쪽 오른쪽 날개를 관통했다.

물의 기운이 실린 화살은 날개에 박혀 계속해서 놈의 이동을 방해했다.

결국에는.

쿵!

“여기도 죽여!”

이렇게 되는 것이다.

[원샷원킬이 여기 있었네 ㄹㅇㅋㅋㅋ]

[에이 씨빨ㅋㅋㅋㅋ 전사들 ㅈㄴ 현타오네.]

[존나 하나 떨어지면 우루루 달려드는게 ㄹㅇ 초딩들 축구하는 것 같음.]

ㄴ ㄹㅇ 공 하나 보면 이악물고 달려들자너 ㅋㅋㅋㅋㅋ

ㄴ 님 역할은 축구공이고요?

ㄴ 이 시발련이.

궁수의 손이 천궁의 현 위에서 화려하게 춤을 췄다. 화살을 두고 시위를 당겨 적을 노린다.

오로지 감에 의지한 궁술.

천재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궁술의 드높은 수준이 지금 이곳에서 만연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거의 바로바로 쏘아도 몬스터가 날아와서 맞아주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120발 전발 명중.

남은 몬스터는 고작 5마리.

머리가 멍청한 건지 눈이 안 좋은 건지는 몰라도 놈들은 끝까지 궁수를 노리지 않았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동료가 죽었다.

한 둘도 아니고 이 정도면 원흉을 찾을 법도 한데 놈들은 당장 눈앞의 인간들만을 노리고 달려들 뿐 어느 하나 궁수를 노리지 않았다.

이래서 지능이 있는 놈들과 지능이 없는 놈들의 등급 차이가 심하게 나는 법이었다.

생각을 할 줄 아는 괴물은 보다 더 무섭다. 어떤 변칙적인 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했다.

하지만 지금 궁수가 상대하는 놈들은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본능에 따라 싸우는 놈들에게 승산이 있을 리 없었다.

“키야! 경험치 쥑이네!”

마지막으로 날아간 화살 두 발이 놈의 양쪽 날개를 뚫어버렸다.

[레벨업! - LV 52]

“몬스터 양에 비해 레벨은 아쉽네.”

궁수가 막타를 친 것도 아니고 다른 헌터들과 경험치를 나눠먹었기 때문에 레벨 성장폭이 썩 크지는 않았다.

[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나궁수!]

[이게 K - 궁수다! - 희망편.]

[아니 샷발 미친 새끼네 이거 ㅋㅋㅋㅋㅋ]

[사람들이 궁수의 미래를 찾는다면 고개를 들어 나궁수를 보게 하라. 궁수복음 제 1장.]

[시발 궁수충 양성 방송 신고 안되냐? ㅋㅋㅋㅋ]

[아 씨 궁수 꼴리네 ㅋㅋ 내일 활 들고간다.]

ㄴ 사망자 하나 추가요.

ㄴ 들고 갔다가 다시 그대로 돌아오겠누 ㅋㅋ

하지만 그로 인해 빚어진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궁수의 방송 인원은 어느새 1000을 넘어 3000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시청자 수 - 2883]

“캬! 오늘 손맛이 좋네요!”

별것 아니라는 듯 너스레를 떨며 다른 헌터들에게 다가간 궁수가 거만한 웃음을 지었다.

신입 헌터가 해서는 안 될 건방진 행동이었으나 아무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감탄하며 엄지를 척 들어 올리거나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로 궁수가 오늘 보여준 전투는 신기에 가까운 일이었다.

실제로 이를 증명하듯 궁수의 방송 인원은 기하급수 적으로 늘고 있었다.

두 자리 수가 아닌 세 자리 수가 휙휙 급변하였다.

궁수의 파급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잠잠하던 헌터넷이 다시 궁수의 이야기로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21:38 - 속보 - 주모 과로사.]

나궁수 178발 전발 적중에 주모 충격!

ㄴ주모 오늘 샤따 내려.

ㄴ나 오늘 집 안가!

[21:43 - 이곳이…. 나궁수의 나라입니까?]

(로빈후드 사진)

[21:44 - 사실 저는 레골라스가 아닙니다.]

(레골라스 사진)

저를 한국의 나궁수라 불러주십쇼.

[21:48 - 반갑다! 한국 친구들!]

나! 배우고 싶다! 활! for 나궁수!

강의 신청한다? 어떻게?

[뭐야, ㄹㅇ 외국인이냐?]

ㄴ 반갑다! 한국 친구! 원한다, 나와 친구?

[이 새끼 닉네임이 kimchijjigae인데. 뭔 외국인임]

ㄴkimchijjigae - 사랑해요, 김치찌개.

ㄴ 응 밥 안 줌.

ㄴ kimchijjigae - 시발련이 선 넘네.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십 수백 개가 넘는 주접 글이 헌터넷을 가득 채웠다.

종종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워낙에 궁수의 선풍적인 인기에 낙엽 쓸려가듯 쓸려버렸다.

***

그날 저녁 시원한 샤워를 마친 궁수는 간단하게 저녁을 처리하고 부모님과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시간은 9시가 다 되어 뉴스로 채널을 획 바꿨다.

언제나 하루가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뉴스를 확인하는 것은 아버지의 오랜 습관이었다.

‘이번 정부 측이 던전형 게이트에 보낸 공략대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8일째 연락이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뉴스에서는 아쉬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헌터 자식을 둔 입장에서 아버지의 마음이 썩 편하진 않았다.

“별일 없으면 좋겠구나.”

“걱정 마세요. 저 사람들도 곧 구출대가 꾸려지겠죠.”

C급 헌터 셋과 D급 헌터 한 명이 공략에 실패하다니.

‘고작 C급 게이트에?’

돌연변이라도 일어난 건가.

궁수가 처음 들어갔을 때도 준 A급에 달하는 돌연변이가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 때야 이은우 팀장의 마력 폭탄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저런 일반 헌터들이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을 리 만무했다.

잠시 침울한 뉴스가 지나고 다음 소식이 올라왔다.

“어? 저거….”

익숙한 마포의 한강의 모습이었다.

허공에 떠오른 게이트.

그 아래에서 대기하는 여러 헌터들.

“어?! 저거 아들 아니야!?”

“뭐? 아들이 저기 있어?”

“맞네! 여깄네. 여기!”

그리고 그 아래에서 활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아들 뭐야! 방송에 나오면 나온다고 말을 해야지! 빨리 엄마 휴대폰 가져와봐!”

“아하하….”

전혀 몰랐는데요, 어쩔 거야 내 초상권.

신난 어머니는 연신 카메라로 화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뉴스에서는 궁수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궁수가 급히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도망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아니었다.

안전한 위치를 차지한 궁수가 정밀하게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한발, 두발.

점차 한 번에 두발.

화살은 적을 놓치는 일이 없었고 공격을 받은 마물들은 추락하여 헌터들의 손에 끝장이 났다.

마치 초정밀 타격 유도미사일과 같은 느낌이랄까?

화살은 쉴 틈 없이 날아가 계속해서 적들을 맞췄다. 한 발 한 발에 신중함이 담겨 있었으며 빗맞은 화살이 없었다.

앵커도 잠시 할 말을 잃을 수준이었다.

화면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잠시 기침을 하며 궁수의 어깨를 잡았다.

“자랑스럽구나.”

궁수가 처음으로 헌터가 되어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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