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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22화 (22/172)

◈ 22화. 맛 좋은 프로틴을 위해.(3)

서걱!

싸이클롭스의 주먹을 피한 셈이 몸을 비틀어 놈의 손목에 깊은 자상을 남겼다.

이에 분노한 괴물이 반대 손으로 셈을 후려치려 했으나 검 면으로 가볍게 받아내었다.

나만힐은 집요하게 놈의 발목을 노렸다. 양쪽에서 동시에 달려드는 합격술은 예술에 가까운 경지였다.

나만힐의 주먹이 꽂힐 때마다 싸이클롭스의 살결에 파문이 일었다.

싸이클롭스를 후려치며 시원시원한 전투를 바라보니 궁수도 덩달아 몸이 달아올랐다.

어째서 그의 이름이 나만힐인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진짜 끼어들 엄두가 안 나네.”

- 그래서 보고만 있을 거냐?

“설마, 그럴 리가.”

그러면서도 궁수는 천궁의 형태를 장궁으로 변화시켰다.

마력 화살통에 기다란 마력 화살들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B급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이전 준 A급 마물을 상대했던 기억을 떠올린 궁수가 장궁에 마력 화살을 끼워 넣었다.

화살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이 궁수의 정신을 더욱 직관적으로 만들었다.

“쓰읍…. 후우.”

숨을 가다듬은 궁수가 시위를 당겼다. 화살이라기보다는 창에 가까운 마력화살이 적을 노렸다.

워낙 두 사람이 화려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최대한 그 둘을 피해 화살을 쏘아야 했다.

“아직, 아직….”

쿠워어어어어!

분노가 최고조에 달한 싸이클롭스가 거세게 땅을 내려쳤다.

아무리 날고 기는 멤버들이라도 이 공격에는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클롭스가 큰 공격을 하자 동료들이 뒤로 물러서며 놈을 공격할 공간이 드러났다.

“속성화살!”

다시 말해 궁수가 프리딜을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촤좌좌좍!

대지의 기운을 품은 화살이 정확히 놈의 어깨에 적중했다.

싸이클롭스의 어깨가 마치 돌처럼 굳으며 행동이 제한되었다.

쿠워어어!

싸이클롭스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궁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연달아서 화살을 쏘아대었다.

촤촤촥!

표적은 거대하여 맞출 곳이 많고 자신은 멀리 떨어져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오죽 하면 시위를 당기는 궁수의 손에 잔상이 생길 정도였다.

거의 초당 한 발에 속도로 수많은 화살들이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비껴나가는 화살은 단 한발도 없어 거의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선사하고 있었다.

셈과 힐도 놀라서 주춤하게 만들 정도의 속사였다.

[와 미친.]

[선인장 메이커 ㄷㄷ.]

[이분 투창 선수신가요?]

[창을 활로 쏘네 ㅋㅋㅋㅋㅋ 이거 완전 창남 아니냐?]

ㄴ 봇에 의해 강제 퇴장되었습니다.

뒤늦게 싸이클롭스가 양 팔을 들어 방어했으나 이미 몸에는 수십 개의 창이 틀어박힌 상태였다.

막기 위해 들어 올린 팔도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창들이 박혀 들어가니 이미 전투는 무의미하였다.

쿠워어…. 쿠어.

그로기 상태에 들어간 놈은 비틀비틀 거리며 움직이지 못했다.

궁수는 힐긋 셈을 바라보았다. 그는 알아서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줬다.

“아싸! 막타는 내거다!”

궁수가 현재 쏘아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격.

커다란 창에 창대한 불꽃이 일어났다. 그 위에 적을 찢어발기는 사나운 바람이 강림했다.

그러자 궁수의 화살 위에 불꽃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뭐냐고!!!]

[쥐엔장 지 혼자 멋있는 건 다가져가는 거냐고!!!]

[나궁수! 킹궁수! 갓궁수! 신궁수! 명궁수!]

ㄴ 막국수! 잔치국수!

ㄴ 섹수!

ㄴ 강제 퇴장되었습니다.

쐐애액!

몰아치는 화염이 궁수의 손을 떠나갔다. 공기를 찢어발기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간 화살은….

콰과과과곽!

머리를 보호하는 놈의 손목을 뚫어버리고

콰직!

쿠워어어어!

그대로 놈의 머리통을 관통했다. 괴물의 단말마가 도시를 울렸다.

“후, 지렸다.”

[레벨업! LV - 42]

“키야! 손맛 죽이네!”

궁수가 자화자찬을 하며 고개를 휘졌기도 잠시 저 멀리서 힐과 셈이 두다다다 궁수를 향해 달려왔다.

[뭔데 시발 도망쳐.]

[트레이너님 죄송해요. 사실 어제 치킨먹었어요 죄송해요, 살려주세요.]

ㄴ 오늘 두 세트 추가합니다.

ㄴ 오늘 치킨 두 세트 추가합니다.

궁수에게 달려오는 두 근육몬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분명 환호하기 위해 달려오는 것이 건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근육이 내뿜는 위압감은 괴기스럽기 그지없었다.

“나궁수우우!”

“하이파이브!”

셈은 흥분한 표정으로 궁수와 하이파이브를 하였다. 남자대 남자의 뜨거운 하이파이브.

힐도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엄지를 척 들었다.

“궁수라고 해서 솔직히 좀 무시했는데 허! 대단하군!”

“그러게 말이야, 이게 C급 헌터라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궁수는 씰룩씰룩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휘저었다. 궁수가 내뱉은 말은 더욱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었다.

“집착, 곤란.”

“뭣!?”

“싸인, 가능.”

“푸하하하하!”

[꺄아아아악 오빠 나가 뒤져!]

[지랄, 가능.]

[나는 그냥 가능.]

ㄴ 뭐가 가능한데 미친놈아.

ㄴ 햇반 가져와!!!

별다른 부상도 없이 성황리에 공략을 마친 궁수와 일행들은 재료 획득을 위해 싸이클롭스의 시체에 다가갔다.

“아, 해체는 제가 하겠습니다.”

“네? 수혁씨가요?”

“예, 잘못하다 터지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요.”

하긴 어디 다리나 팔도 아니고 눈이다.

고수혁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할 것이다.

실제로 주변 헌터들이 그만큼 섬세한 해체를 할 것 같지도 않았고 말이다.

각종 해체 도구를 꺼낸 고수혁이 싸이클롭스 위에 올라탔다.

촤악 촤좌좍!

- 대단하군.

“오.”

그의 거침없는 손놀림은 싸이클롭스를 해체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그 두꺼운 머리통이 칼질을 거치면 거쳐 갈수록 훤히 드러났다.

다소 징그러웠으나 그는 눈 하나도 깜짝하지 않고 작업에 집중했다.

중식도 끝에 마력을 담아 예리하게 칼질을 하는 그의 모습은 실로 ‘헌터’ 다웠다.

“후우, 괜찮네요.”

실제로 싸이클롭스의 눈은 쓸모도 없고 버리는 용이기 때문에 가격도 현저히 낮다.

다만 B급인 등급상 쉽사리 얻을 수도 없고 만약에 얻었다 하더라도 가치가 없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직접 얻어야 하는 수고를 거치는 것이다.

특수한 상자에 눈을 담은 고수혁이 땀을 닦아내곤 인벤토리에 조심스럽게 그걸 넣었다.

“바로 돌아가시죠. 다른 재료는 거기서 준비해준다 했으니 곧 완성입니다.”

저걸 먹어야 된다라….

다른 파티 멤버들도 마찬가지인 심정인 듯 썩 표정이 좋지는 않았다.

다만 ‘근육을 위해서라면….’이라는 마음으로 참고 있을 뿐.

협회 직원에게 정산을 받은 궁수와 멤버들은 다시 차를 타고 프로틴프로 본부로 이동했다.

어째서인지 클로징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음에도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프로틴, 괴물 프로틴…. 우욱!’

궁수마저도 침울한 표정이니 할 말 다했다.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의 기분이 이런 걸까?

본부에 도착하고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마치 막혀있던 구멍이 뚫린 듯 시원하게 순식간이었다.

궁수와 다른 헬창들은 그저 열심히 기도할 뿐이었다.

‘제발 맛있어라.’

‘21세기에서 사약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제가 저지른 죄라고는 쇠질을 너무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어째서 저를 이리 시험하나이까.’

정말 하늘을 뚫을 정도로 간절한 기도가 통한 걸까? 완성된 프로틴은 평범한 색이었다.

거품이 올라올 법한 마녀의 스프 같은 보라색이 아닌 마치 블루베리를 갈아 넣은 듯한 건강한 보라색.

“혀, 형님 먼저.”

궁수는 쉐이크 통을 조나셈에게 넘기며 최대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기미상궁이라고 했던가.

상남자인 그라면 이것도 어려움 없이 먹어줄 것이다.

“아니, 아우 먼저.”

“쓰흡….”

10번이 넘도록 서로에게 훈훈한 양보가 이어졌다. 결국 남자답게(?) 가위, 바위, 보로 승부를 내기로 한 셋.

운명, 아니 어쩌면 목숨을 건 가위바위보는

“씨바아아알!”

“요쌰아아아아!”

“살았다아아아악!”

나궁수의 패배로 끝났다.

궁수 앞에 놓인 보라색 프로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나만힐은 치유 스킬까지 활성화 시켜둔 상태였다.

쉐이크 통을 든 궁수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고수혁을 바라보았다.

‘믿는다. 고수혁!’

벌컥!

“…오?”

시원한 목 넘김.

달콤한 향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까지.

“이게…. 정말로 프로틴이라고?”

마치 잘 갈아진 생과일 주스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고수혁의 ‘만능 프로틴’을 섭취했습니다.]

[힘이 4pt 증가합니다.]

[체력이 5pt 증가합니다.]

[회복력이 증가합니다.]

“미쳤다.”

프로틴을 섭취한 것만으로 온몸에 불끈 힘이 솟아났다.

“와 뭐야 이거.”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의 성능.

맛은 물론 이질감도 전혀 없다. 이게 정말 프로틴이 맞는지 의심이 되는 수준이었다.

“맛있죠?”

“네! 뭐에요? 무슨 과일 주스같은 느낌인데?”

딸기맛 프로틴도 이런 맛은 아니었다. 그저 살짝 달콤한 맛과 딸기향이 있었을 뿐이었다.

“나도 줘보게!”

“나도!”

“넉넉하게 챙겨놨으니 가져다 드세요.”

각자 쉐이크 통을 집어든 헬창들이 쭉쭉 프로틴을 들이켰다.

들어간 재료와는 달리 맛은 환상적이었다.

전에 마시던 프로틴프로의 프로틴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입에 착 감겼다.

- 크흠…. 그런 게 들어갔는데 잘도 먹는군.

‘… 재료는 생각하지 말자.’

들어간 재료는 애써 무시하고 맛에 집중하는 헬창들이었다.

각자 쉐이크 두 통씩을 들이키고 나서야 만족한 조나셈이 궁수에게 물었다.

“자네, 레벨은 몇인가? 설마 2차 전직까지 완료한 상태인가?”

“네? 2차요? 그게 뭔데요?”

이미 궁수라는 직업을 가진 나궁수에게 2차 전직이란 개념은 꽤나 생소했다.

“응? 2차 전직을 모른다고?”

“네, 저 이제 막 42레벨이라서.”

“뭐!? 사십이!?”

몸을 풀다 말고 그는 깜짝 놀라 궁수를 바라보았다.

고작 42레벨에 그런 위력을 보여줬으니 그로 하여금 놀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C급 치고 유능한 헌터’였던 궁수의 평가가 ‘압도적인 유망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적잖게 놀란 듯 입을 벌리고 궁수를 바라보던 조나셈이 고개를 휘저으며 헛기침을 뱉었다.

“크흠, 레벨 100이 되면 2차 전직을 할 수 있네, 자네의 전투 스타일에 걸맞은 직업들이 여럿 등장하지.”

“그 말은 직업이 여러가지 길로 나뉜다는 소리인가요?”

“그렇지, 그중에 가장 자네가 원하는 길을 고르면 되는 거야.”

“호오.”

레벨 100이라니.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아, 더 공부를 다짐하는 궁수였다.

게다가 2차 전직.

말만 들어도 강해보이는 스멜이 풀풀 풍겼다. 지금 자신의 레벨은 42.

‘하루에 한 개…. 아니 두 개씩 돈다고 하면, 쓰흡 얼마나 걸리지.’

하루 3레벨 정도로 잡고 하면 되려나. 가면 갈수록 레벨을 올리기 힘드니 얼마나 더 걸릴지 미지수였다.

- 걱정마라, 끝까지 함께해 줄 테니.

“쎈 척하기는.”

그럼에도 2차 전직에 대한 환상은 궁수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 참고로 나는 127레벨. 저기 나만힐은 87레벨이야.”

“네? 엄청 높은데요?”

“높은 만큼 레벨도 더럽게 안 오르지.”

“허어….”

전에 궁수도 E급 던전을 돌았을 때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되었다.

고블린 150마리를 학살하고 얻은 레벨은 5개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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