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17화 (17/172)

◈ 17화. 너 내 헌터가 되어라(1)

“D급도 던전도 생각보다 쉽네요.”

D급 코어를 터트린 궁수가 가볍게 손을 털었다.

코어 주변에는 D급 마물인 자이언트 피죤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 크흠…. 계약자여, 조금 더 손재주를 키울 필요가 있겠구나.

“닥쳐 알고 있으니까.”

해체 영상을 보고 따라 하기는 하였으나 조잡한 실력이기에 다소 주변이 그로테스크 했다.

결국에는 심장 부근에 위치하는 마석만 어거지로 꺼내 수집했다.

[여기가 네크로맨서 방송인가요?]

[진짜 해체 좆같이 못하시네요.]

[ㄹㅇ 옆집 정육점 아저씨가 더 잘할 듯.]

[우리집 똘이가 해도 저거보단 잘함 ㅇㄱㄹㅇ.]

“야, 씨 똘이 데려와 못하면 너 밴이다.”

[멍멍멍! 멍멍! (니보단 잘한다는 뜻, 개만도 못한 새끼라는 뜻)]

ㄴ강제 퇴장되었습니다.

“나가 이 새끼야.”

던전 바깥으로 나와 정산을 마치니 또 몇 천만 원에 달하는 거금이 통장에 딱 찍혔다.

헌터가 된 궁수에게 있어 돈은 충분했다. 궁수이 욕심이 크지도 않은 터라 이 정도면 충분했다.

“흠, 남는 게이트 또 뭐 없나?”

아직은 C급 던전을 홀로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C급 방출형 게이트, 아니면 D급 게이트 중 찾아야 하는데 딱히 이렇다 할만한 게이트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에이, 뭐 괜찮은 게 없네.”

궁수에게야 아쉽지만 잘 생각하면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가 게이트 대처에 능숙하다는 뜻이었다.

‘이쯤 방종하고 오늘은 헬스장이나 갈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빰빰바밤!

“뭐…. 뭣!?”

휴대폰에서 큰 소리가 빵 터져 나왔다. 급히 휴대폰을 집어 든 궁수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이신협 (님)이 1,0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헌터님! 광천 길드의 이신협 과장이라고 합니다. 쪽지를 보냈는데 도통 답장이 없어 이렇게 연락드립니다. 헌터님께 스카웃 관련하여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ㄷㄷㄷㄷㄷㄷㄷ]

[광천이 여길 왜옴ㄷㄷ.]

[뭐야, 이제 궁수도 머기업 가는거야?]

[나작헌이 커져버렸어! 사랑했다…. 가! 가라고!]

[누추한 분이 누추한 곳에 ㄷㄷ.]

“어이쿠, 광천에서 찾아왔네요. 어제는 성진에서 오더니.”

[성진에서도 왔다고???]

[하긴 근데 전 국대 궁수 정도면 인정이지ㅋㅋ]

[머기업들 루키 쟁탈전 ㄷㄷㄷ]

시작부터 백만 원 통 큰 후원으로 기세를 잡으려 했던 광천이 삐질 땀을 흘렸다.

당연히 여러 길드에서 경쟁이 붙을 줄은 알았지만 성진이 이 정도로 빨리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여튼 성진 놈들 이럴 때만 더럽게 빨라.’

이신협은 혀를 차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말 한 번에 계속해서 10만 원을 쏘며 대화를 이었다.

[이신협 (님)이 1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역시 저희 광천이 탐내는 헌터님 답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헌터님의 질 높은 생활과 원활한 클로징을 지원해 드리고자 이렇게 연락 드렸습니다. 이후 내용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만, 괜찮으실까요?]

“흠…. 네, 좋습니다.”

[이신협 (님)이 10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 메시지로 주소 드리겠습니다. :)]

“예, 여러분 잠시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아서 방송 좀 잠시 끄겠습니다.”

[궁바]

[기만자 쉑;;]

[또 이렇게 나작헌이 떠납니다….]

[가… (아련)]

또 청승맞은 시청자들이 뭐라뭐라 해대며 궁수를 귀찮게 하였으나 개의치 않고 방송을 꺼버린 궁수였다.

- 이번 놈은 저번 놈들이랑 뭐가 다르지?

“광천? 걔네도 탑급 길드긴한데 그래도 성진에는 안 되지.”

광천과의 미팅 위치는 이 주변 카페였다.

우연인지 배려인지는 모르겠으나 덕분에 먼저 카페에 도착해 편히 쉬고 있을 수 있었다.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멍하니 흘러가는 여유를 느끼기도 잠시. 카페의 문이 열리고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

한쪽 손에 든 사무용 가방에 정장 세트까지 갖춰 입은 그는 누가 봐도 ‘나 광천이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헌터님!”

단번에 궁수를 알아본 이신혁이 성큼 다가왔다.

그 전에 카페 사장님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지경이기에 음료를 하나 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음료를 받은 이신협이 궁수 앞에 다가와 명함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광천의 이신협 과장입니다.”

“네, 나궁수입니다.”

잠시 음료를 홀짝이며 이신협이 먼저 여러 가지 서류를 꺼내 들었다.

“저희가 제시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역시나 시원시원하게 조건부터 들이밀었다.

의미 없는 미사여구를 좋아하지 않는 궁수에게는 퍽 잘 먹혔다.

“흐음….”

조건 자체는 성진과 거의 비슷했다. 집을 준다느니 장학금을 준다느니 하는 것들.

물론 이것도 자기들 나름 챙겨준다고 챙겨준 것이겠으나 역시나 광천의 계약서도 실질적인 표기가 없었다.

정확히 얼마를 줄 건지.

계약금은 얼마고 은퇴 후에는 얼마를 주며 헌터 기간 동안은 얼마를 지원을 해 줄 것인지.

그런 때깔만 좋아 보이는 계약서에 넘어가기에는 궁수는 보는 눈이 생각보다 더 날카로웠다.

“어떻습니까? 저희의 조건은?”

“음…. 네, 뭐 좋네요.”

애매한 대답.

그리고 그건 동시에 별로 흥미가 없다는 말을 뜻했다. 교섭에 능한 이신협 또한 알 수 있었다.

‘성진에서 이미 비슷한 조건을 제시했군.’

혹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거나.

그렇지 않고서야 신입 헌터가 이런 반응을 보일 리 없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한 교섭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이 이상의 조건을 제시하기는 자신의 권한을 넘어가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협상은 그른 것 같으니 광천에 대한 더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이신협이 입을 열었다.

“헌터님은 따로 생각해둔 길드가 있으십니까?”

“흐음…. 그런 건 없습니다만.”

“그럼 원하시는 이상적인 길드의 모습은?”

“음…. 뭐 저를 확실하게 지원해 줄 수 있는 곳? 경제적으로나 여러 가지로요.”

뭐 예를 들어 프로틴이라거나, 헬스 기구라거나.

몰론 이를 알 리 없는 이신협은 고개를 끄덕이며 궁수의 말을 응대했다.

“하긴, 헌터는 위험수당이 상당한 일이니 말이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도 이해되는군요.”

“아…. 크흠 네, 맞습니다. 잘 아시네요.”

방금 전까지 프로틴이나 생각하던 자신이 한심해지던 순간이었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더 할 이야기도 없고 궁수는 먼저 일어나고자 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아, 예, 그러시죠.”

어차피 해봐야 다른 게이트들을 클로징하러 가는 게 전부일 것이지만 말이다.

아직은 기다릴 때지 들어 올릴 때가 아니다.

자고로 통발 속이 물고기로 가득 차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대기업이 좋은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궁수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자신을 잘 커버해주는 곳과 관계를 맺고 싶었다.

적어도 그런 대기업에서 자신을 하나하나 다 챙겨주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이다.

“하아…. 뭐 괜찮은 일 없으려나.”

- 일 끝났으면 바로 다음 사냥이나 하러 가자 계약자여!

“시끄러.”

헌터로서의 생활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루 몇 백 몇 천이라는 돈을 다소 손쉽게 벌고 있다.

하급 마물들은 이제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저 가볍게 몸을 풀며 뛰어다니는 고기덩어리를 쏴 죽이는 것만으로 몇 천에 달하는 돈이 통장에 찍혔다.

몬스터가 접근하기도 전에 쏴죽이니 위험하고 말 것도 전혀 없었다.

궁수는 다시 방송을 틀었다. 게이트 공략은 아니고 그냥 수다나 조금 떨어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방송을 킴과 동시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우루루 쏟아져 들어왔다.

이제는 400따리가 아닌 1100명이 넘는 나궁수의 방송은 수많은 사람들의 채팅으로 북적거렸다.

[궁하!]

[광천 어캐됨?]

[빨리 썰이나 풀어보삼.]

[ㅇㅏㅋㅋ 빨리 썰 풀라고 현기증 난다고;]

“아, 세세한건 말씀 드릴 순 없고, 조금 보류해보겠다고 했어요.”

[???보류??]

[E급 하꼬가 광천을 씹네;]

[근데 얘 성진한테도 컨택 왔었잖아.]

[줄타기하면서 다 뽑아 먹어야겠누ㅋㅋㅋㅋㅋ.]

“크, 바로 그거죠. 잘 아시네, 선생님 혹시 직업이?”

[백순데.]

“자, 광천도 저는 좋지만, 사실은 썩 그렇게 대기업 길드들이 땡기진 않아요.”

[? 왜 내 말 씹냐.]

“저는 최대한 저를 잘 챙겨줄 수 있는 길드면 좋겠거든요. 여러 가지 방면에서.”

[존나 백수 무시하네.]

[집에서는 무시당하는 게 일상이면서 뭘.]

[아악! 내 뼈! 아아아악!]

“아무튼! 혹시나 다른 길드 관계자 분들도 관심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뭐 할 거임?]

“뭐하긴 이제 다시 돈 벌어야지.”

[올ㅋㅋㅋ.]

[D급 솔로 공략?]

[C급?]

“C급 갈려고, 어디 보자…. 좀 괜찮은 게이트 없나.”

게이트를 뒤지며 고민하던 와중 궁수의 이목을 끄는 채팅이 한 개 올라왔다.

[님 근데 승급은 안함?]

“음? 승급?”

[ㅇㅇ 님 E급인데 C급 도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함? 승급해야지]

“아, 그런가요?”

[ㅋㅋㅋㅋㅋ 얘 E급이었음?]

[ㅇㅇ E급임 하꼬라 암것도 모르고 게이트만 돈 거.]

[ㅋㅋㅋ 남들은 승급하려고 난리인데 얜 뭐 관심도 없누.]

“저야 뭐 존나 완벽하니까요. 반신이나 다름없는 저는 인간의 명예에는 관심이 없달까?”

- 지랄하는군.

[지랄하네.]

[뇌절 ㄴ.]

[ㅈㄴ 우리반에 있는 구석탱이에서 라노벨보는 찐따같음.]

ㄴ 자기소개?

[어캐 알았누 씨발련ㄴ아.]

“그럼 님들 말대로 협회로 가볼게요, 승급 심사도 알아볼 겸.”

생각해보면 E급 헌터가 D급 심지어는 C급 게이트를 널널하게 클리어 하고 있다.

도저히 E급 헌터로는 보이지 않는 실력이기에 궁수도 성큼 협회 건물로 이동했다.

“여기요.”

“여기 거스름돈이요!”

이제는 택시가 당연시 되어버린 궁수.

후줄근한 차림이었지만 궁수를 무시하는 눈빛은 거의 없었다.

궁수의 등에 달린 천궁이 그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조했다.

1층의 카운터를 찾아가자 따뜻한 미모의 여성이 싱긋 미소지으며 궁수를 맞이해주었다.

[언니 나 죽어ㅓㅓ.]

[아 ㅋㅋ 이건 못 참지; 정장에 포마드 딱대.]

[그래서 우리 손주 피아노 학원은 어디라고?]

시청자들의 신나는 뇌절 파티에 잠시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은 궁수가 바로 방송을 꺼버렸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헌터 승급시험이 있다고 해서요. 어디서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A급 미만은 승급 시험이 따로 존재하진 않습니다.”

“네? 그러면요?”

“헌터님의 전투력 수치, 그리고 현재까지 업적, 마지막으로 레벨을 도합하여 헌터 랭크를 정하게 됩니다.”

흠, 그렇다 이거지.

현재 궁수의 레벨은 41.

혼자서 던전을 쓸어버리니 레벨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그건 어디로 가면 될까요?”

“처음 검사 받으셨던 곳 아시죠? 그쪽 지하로 내려가시면 돼요.”

“옙, 알겠습니다.”

전에 은우가 알려줬던 곳으로 내려가니 오늘도 다크서클이 진한 그녀가 담배를 꼬나물고 있었다.

“후우…. 일도 좆같이 많네, 이 새끼들 그냥 지가 하기 싫으면 나한테 몰아주는 거 아니야? 개새끼들….”

“어…. 저기요?”

“앙? 너 뭐냐?”

속사포로 쌍욕을 구사하는 그녀는 신경질 내며 궁수에게 대답했다.

퇴폐미 가득한 얼굴에 어울리는 말투였다.

- 계약자보다 입이 더 더럽군.

“나 정도면 깨끗한 편이지.”

‘저 싹퉁바가지 없는 년.’

물론 궁수에게는 그저 무례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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