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근접병기 활-15화 (15/172)

◈ 15화. 원거리(?) 딜러

"아오 이 새끼들은 무슨 종일 전화하네."

쌓여있는 부재중 전화를 확인 한 궁수는 짜증을 냈다.

게이트에도 도착했겠다. 일할 시간에 한가롭게 전화 받을 시간 따윈 없었다.

C급 게이트 앞에 선 궁수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오크 한번, 그리고 어제 하피 한번.

거의 단일 공략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 고수혁이 챙겨준 음식을 먹으며 스테이터스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거의 10포인트가 넘는 스테이터스가 상승했다.

“헌터님 진짜 혼자 공략하시게요? 괜찮으시겠어요?”

“괜찮고 자시고 해 봐야죠. 위험하면 바로 도망치세요.”

“…네.”

궁수의 희생정신에 감동한 협회 직원은 스윽 뒤로 빠졌다.

‘죽여야 미션금 전부 냠냠하지.’

과연 씀씀이가 큰 헌터 방송답게 미션 금액은 벌써 천백만원을 넘기고 있었다.

운 좋게 마석이나 무기라도 드랍 된다면?

“흐흐흐 프로틴? 닭가슴살? 헬창 뷔페한번 열어봐?”

[선생님은 뷔페가 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뷔페가 아니라 그냥 뷔패버리고 싶네요.]

[넌 그냥 닭찌찌나 전자렌지에 돌려 먹어라]

[ㅋㅋㅋ어우 치킨땡기네 바로 시킨다.]

“어휴 이 맛알못 새끼들, 닭가슴살이 얼마나 좋은데.”

[아니 그러니까 니 혼자 드시라구여 ㅋㅋㅋ.]

[그럼 치킨시키면 닌 닭찌찌만 먹어라 ㅋㅋ.]

“쯧, 닥쳐요.”

[이 새끼 특 - 지 불리하면 닥치라고 함]

ㄴ ㅇㄱㄹㅇ ㅋㅋㄹㅃㅃ

[이래서 닭찌찌 놈들이랑은 상종을 하면 안됨]

“쉿.”

게이트가 일렁이고 있었기에 궁수도 정신을 가다듬었다.

쇠뇌를 거칠게 잡은 궁수 앞 게이트에 파문이 일어나며 마물이 등장했다.

아우우우!

“늑대 인간?”

이족보행을 하는 늑대가 거친 하울링을 터트리며 인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거친 숨소리에 붉은 안광이 빛났다. 새하얀 털에 날카로운 발톱까지.

“와 개 멋있다.”

[오빠ㅏㅏㅏㅏ 나 죽어.]

[어멋 전 약하게 물어주세요.]

[허억 허억 늑대 허억 허억.]

[죽이지마!! 너가 죽어!! 이 못된 헌터!]

“개소리마요.”

3M가 넘는 키에 윤기가 흐르는 흰색 털은 궁수도 일순간 감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물은 마물이었다.

놈은 말을 할 줄 아는 개체인 듯 궁수를 바라보며 으르렁 거렸다.

“크르르르릉! 인간! 죽인다!”

- 뭘 가만히 있는거냐! 움직여!

쾅!

“시발, 역시 개새끼잖아!”

그 말과 함께 궁수를 향해 늑대가 몸을 날렸다.

궁수가 있던 곳은 발톱에 움푹 파이고 말았다.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면 자신도 저 바닥처럼 살점이 파였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목 뒤가 서늘해졌다.

마력을 끌어올린 궁수가 놈을 향해 거침없이 화살을 발사했다.

땅의 기운을 머금은 화살들이 놈을 향해 날아갔다.

콰지직!

“크허어엉!”

정확히 일점을 노린 공격은 놈의 무릎을 향했다.

나름대로 대미지는 있는 듯 늑대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 주변 일대는 모두 통제에 들어간 상태였다. 다시 말해서 궁수가 날 뛸 공간은 충분하다는 소리였다.

집요하게 쫓아오는 늑대로부터 도망 다니며 궁수는 계속해서 화살을 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늑대는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궁수의 화살을 피했다.

“치잇!”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십 발의 화살을 쐈다. 하지만 그중에 꽂히는 건 기껏 해봐야 네 다섯 발 정도.

대미지가 약한 듀얼 보우건 특성상 그렇게 큰 대미지를 줄 수도 없었다.

게다가 놈과의 거리도 서서히 가까워져 궁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나마 쉬지 않고 견제를 해서 다행이지 그것도 아니었으면 벌써 궁수는 따라 잡혔을 것이다.

“크흐그윽!”

궁수의 종아리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거세게 땅을 딛고서 궁수가 뛰어 올랐다.

타앗!

그대로 반 바퀴 돌아 놈을 주시했다.

“리커브 보우!”

마력을 에너지원 삼아 천궁이 다시 평범한 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궁수의 손에는 바람의 힘을 머금은 화살이 쥐어져 있었다.

어디로 움직일까?

위? 왼쪽? 오른쪽? 혹은 정면?

아쉽게도 길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결국 궁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한가지 밖에 없었다.

“에어 샷!”

바람을 머금은 네발의 화살이 늑대를 향해 날아갔다. 늑대가 움직일법한 모든 방향을 겨냥한 공격이었다.

쾅!

“허억?!”

하지만 이를 무시하듯 늑대는 크게 도약하여 궁수의 머리 위를 뛰어넘었다.

“이걸 피한다고?!”

늑대는 마치 궁수를 비웃듯 크르릉 거리며 한쪽 입가를 씰룩이고 있었다.

나름 최선의 수라고 생각했건만 고작 짐승에게 수를 읽혀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개만도 못한놈]

[멍멍! 멍멍멍! (우리 이제 친구지?)]

[이거 공략 성공하면 우리집 리본이랑 소개팅 시켜줌 ㅋㅋ]

마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형태를 듀얼 보우건으로 바꾼 궁수가 늑대를 노려보았다.

보우건의 활대는 양쪽 끝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실제 검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웨어울프에게 대미지를 주기 충분했다.

- 천박한 짐승 주제에. 내 기필코 네놈의 목을 물어 뜯어주마.

가소로운 듯 자신을 비웃는 늑대에게 궁수는 이를 악물고 성큼 다가갔다.

커허어엉!

늑대의 거대한 발톱이 궁수를 향해 쏟아졌다. 두꺼운 강철도 부드럽게 잘라버릴 기세의 공격이었다.

쾅!

으드득.

괜히 약해 보이기 싫어 먼저 다가갔는데 공격이 꽤나 매섭다.

물론 힘을 몰빵한 궁수를 쓰러트릴 수준의 위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통으로 허용하게 된다면 제법 위험한 수준의 공격이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궁수는 더욱 이를 악물고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었다.

쾅! 쾅!

늑대는 계속해서 앞발을 휘두르며 궁수를 압도해 나갔다.

“이 새끼…. 가아!”

화악!

내려치는 앞발을 맞받아친 궁수가 놈의 품속으로 돌진했다.

그대로 양손의 크로스 보우를 X자로 그었다. 깊지는 않았으나 나름대로 상처가 만들어졌다.

크허어어어엉!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늑대가 궁수를 발로 차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궁수의 듀얼 보우건은 놈의 상처를 겨냥하고 있었다.

“뒤져!”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화살이 그대로 놈의 상처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커허어엉! 아프다! 아프다!”

늑대는 당황하며 온몸을 바닥에 굴렀으나 일반 불꽃도 아닌 마력으로 피워 올린 불꽃이 그렇게 쉽게 꺼질리 만무했다.

“커허어어어엉!”

이를 악문 놈의 몸에서 갑자기 붉은 기운이 형형색색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 이랑족 특유의 광폭화로군. 조심하도록,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니.

“글쎄. 질 것 같지는 않은데.”

거의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 놈이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궁수는 활을 겨누었다.

게이트가 닫히기 전까지 전투는 끝난 게 아니다. 궁수는 놈의 머리통을 향해 세발의 화살을 쏘았다.

다만.

콰직!

“…잡아?”

다 죽어가던 늑대가 궁수의 화살을 모두 잡았다. 입으로는 붉은 증기를 내뿜으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으…. 이 몸은 긍지 높은 이랑족의 전사.”

비틀거리다가 이내 균형을 잡는다. 늑대의 존재감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전사. 패배하지 않는. 늑대.”

“2페이즈가 있단 소리는 못 들었는데.”

“그분께 받은 권능. 이곳에서 발하리라.”

궁수가 다시 듀얼 보우건을 집어 듬과 동시에 놈이 궁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과과광!

방금 전보다 배는 묵직한 공격들이 궁수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한방 한방에 살기가 담긴 아찔한 공격에 궁수도 눈이 핑 돌아갈 지경이었다.

그 속도도 가히 무시할 수 없는데 위력까지 강하니 궁수로서는 미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 진정하거라 계약자여.

“으으윽! 말해! 듣고 있으니까!”

말할 틈도 없어서 이를 악물고 말하는 궁수는 눈에 불을 키고 놈의 공격을 막았다.

궁수는 현역시절 날아오는 화살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동체시력이 좋았다.

물론 그런 걸 시도해 본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 덕분에 겨우겨우 버티는 것이지 그마저도 없었다면 이미 자신은 한 덩어리의 고기조각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 저거 어차피, 곧 끝난다.

“뭐? 저렇게 쌩쌩한데!?”

- 광폭화는 남은 목숨을 바쳐 사용하는 기술. 네가 굳이 죽이려 들지 않아도 제 목숨을 갉아 먹어 죽음에 이른다.

“알겠어!”

그 말은 적당히 시간만 끌어주면 된다는 소리다.

다만 그 시간 끄는 것도 이 악물고 겨우 하는 수준이라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늑대 힘내! 저런 ㅈ간따위 해치워버려!]

[늑대업!]

[ㄴㄷㅇ!]

[ㄴㄷㅇ!]

목숨을 다투는 그 순간에서도 채팅창은 지들끼리 놀기 바빴다.

“커허엉! 죽어라! 죽어라 인간!”

“싫다고 개새끼야!”

남은 마력을 쥐어짠 궁수가 보우건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회색빛 화살이 다시 장전되었다.

그리고 건카타라고 불리는 총기 무술이 건보우로 재현됐다.

듀얼 보우건으로 늑대의 발톱을 막으며 계속 화살을 발사했다.

촤좌좌좍!

쾅!

마치 절권도처럼 딱딱 끊어지며 보우건의 총구가 늑대를 향했다.

총구를 겨냥하면 바로 늑대의 견제가 들어오니 원거리 딜러인 궁수의 입장에선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날아온 늑대의 발톱을 보우건의 손잡이로 처내었다.

찰나였으나 늑대의 몸이 훤히 드러났다. 궁수가 보우건을 겨누었으나 늑대가 입을 쩍 벌렸다.

“똥내나는 아가리 닫아!”

께게에엥!

궁수의 무릎이 늑대의 턱에 꽂혔다. 쩍 벌린 입이 확 닫히며 일순간 늑대의 시야가 흔들렸다.

화살통에서 화살을 한 개 손에 든 궁수가 전력으로 놈의 가슴에 화살을 쑤셔 박았다.

푸욱!

커허어엉!

늑대도 슬슬 자신이 밀리고 있음을 깨달았는지 크게 점프해 궁수로부터 멀어졌다.

“뭐야! 야 어디가 이 새끼야!”

놈은 궁수에게서 도망치려는 듯 높은 건물 위로 올라갔다.

아우우우우!

크게 하울링을 하며 당장에 통제구역 바깥으로 나가려는 듯 발을 굴렸다.

“야! 어디가 이 개새끼야!”

궁수는 급하게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활성화시켰다.

[LV - 35]

[직업 - 궁수]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0]

힘 : 101

민첩 : 20

마력 : 30

체력 : 20

[현재 직업이 궁수입니다. 민첩과 체력을 추천합니다.]

[3대 5000돌파. 천궁의 새로운 형태가 해방됩니다.]

[3대 5000 - 장궁]

“그렇지!”

혹시나 했는데 예상대로 천궁의 새로운 형태가 개방되었다.

궁수는 바로 마력을 일으켜 천궁의 모습을 장궁으로 바꾸었다.

그 길이가 거의 궁수의 키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궁수는 남은 마력을 전부 속성 화살에 때려 박았다.

화살통에 화살 한 발이 채워졌다.

일반 화살보다 배는 더 기다란 그것은 화살이라기보다는 거의 창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거기에 속성화살 까지 더하니 커다란 창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불꽃.

적을 멸하는 창대한 불꽃이 궁수의 손끝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궁수의 마력을 전부 머금은 불꽃은 당장에라도 적을 집어삼키기 위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 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하여 열기에 궁수도 눈을 찡그렸다.

“흐그으으윽!”

- 천천히, 급하게 하다간 그르친다.

늑대는 미친 듯이 통제구역 바깥을 향해 질주했다.

“후우…. 그래 급하게 생각할 거 없어.”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나는 천재다.

할 수 있다. 고작 저런 고기 덩어리 하나 맞추지 못해서야 천재라는 칭호에 금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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