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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14화 (14/172)

◈ 14화. E급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

바로 휴대폰을 켜 알림을 확인했다. 다름 아닌 궁수의 공략대에 신청한 사람이었다.

[고수혁 - 오전 11:12]

[저 혹시 공략 진행하시고 계신가요?]

[나궁수 - 오전 11:12]

[아뇨, 이제 막 갈려던 참인데, 오시겠어요?]

[고수혁 - 오전 11:12]

[괜찮을까요? 제가 직업이 요리사라서요.]

[나궁수 - 오전 11:13]

[음, 마물 해체는 할 줄 아세요?]

[고수혁 - 오전 11:13]

[네.]

[나궁수 - 오전 11:13]

[가시죠.]

마물 해체만 할 줄 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어차피 몬스터들은 모두 궁수가 처리할 것이니 필요한 것은 깔끔한 뒤처리였다.

[고수혁 - 오전 11:13]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궁수 - 오전 11:13]

[네, 바로 오세요.]

공략 장소는 궁수의 집에서 그닥 멀리 떨어져있지 않았다.

평소라면 버스를 탔겠지만, 오늘은 택시를 타고 온 궁수가 성큼 게이트 앞으로 다가갔다.

나도 벌만큼 버는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

“아, 헌터님 오셨군요.”

“네, 혹시 먼저 오신 분이 계신가요?”

“네, 안에 계십니다.”

어제 눈도장을 찍어둔 협회 직원이 별다른 인증도 없이 궁수를 맞이해주었다.

천막을 치우고 내부로 들어가니 빠짝 군기가 든 고수혁이 일어서 있었다.

그는 궁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허리를 90도로 접으며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고수혁이라고 합니다!”

“아…. ㄴ, 네 반가워요.”

덩달아 당황한 궁수가 쭈뼛쭈뼛 악수를 내밀었다. 정말 말 그대로 요리사인 듯 흰색 요리복을 입고 있었다.

“저건 뭔가요?”

그 옆에는 검정 가방이 한 개 툭 놓여 있었다.

“아, 간단한 조리 도구입니다.”

쫘아아악

내부에는 각종 조리 도구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빈약한 외형에 비해 들어있는 물건의 양이 훨씬 많은 것으로 보아 뭔가 특수한 처리가 되어있는 듯했다.

“들어가기 전에 이거 하나 드셔보세요.”

“네? 뭐에요 이게? 초코파이?”

“제가 만든 겁니다! 이상한 건 넣지 않았으니 드셔보세요!”

“네, 뭐….”

우물우물.

“…와.”

미쳤다.

이게 정말 내가 먹던 초코파이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맛있었다.

달콤한 초콜릿에 쫀득한 마쉬멜로 그리고 푹신한 빵까지.

마치 이등병이 화장실에서 눈물 흘리면서 먹는 초코파이 수준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점은.

[고수혁의 ‘눈물 젖은 초코파이’를 섭취했습니다. 힘과 민첩이 2포인트씩 증가합니다.]

[삼십 분이 지나면 버프 효과가 해제됩니다.]

궁수의 스테이터스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증가폭은 힘과 민첩이 각각 2포인트가 올랐다.

거의 레벨 한 개에 달하는 증가폭인 셈이었다. 심지어 맛까지 좋다니.

순식간에 초코파이 하나를 해치운 궁수가 고수혁에게 다가갔다.

“초코파이 하나에 얼마에요.”

“네?”

“공략 끝나면 남은 거, 제가 다 살게요.”

“이건 시제품이 아니라 딱히 팔지는 않는 데요….”

“…그럼 나중에 또 만들어줘요.”

“아, 그 정도야 뭐.”

대충 잡담을 마친 궁수는 입맛을 다시며 게이트 앞에 섰다. E급 코어형 던전.

사실상 공략 인원은 궁수 혼자인 셈이었다.

이번에는 어떤 게이트일지 기대감을 품고 궁수는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수면을 가르듯 부드러운 느낌이 피부를 휘감았다.

역시나 오늘도 어두운 동굴이었다. 먼저 방송을 킨 궁수가 다음으로 라이트를 켰다.

어둠에 사는 몬스터들은 빛에 굉장히 예민하여 썩 좋은 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궁수가 노리는 수였다. 귀찮지 않게 오히려 먼저 달려들어 주었으면 했다.

[궁하]

[ㄱㅎ]

[ㄱㅎ]

[ㄱㅎ]

[ㄱㅎ]

궁수가 방송을 킴과 동시에 시청자들이 무더기로 밀려 들어왔다.

보통 방송 진행 멘트라도 몇 마디 할법한데 궁수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바로 공략을 진행했다.

“수혁씨는 뒤에 숨어 계시다가 제가 나오라 할 때만 나오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정산은 똑같이 5 대 5 해드릴 거니까 걱정마세요.”

“아…. 넵! 감사합니다!”

고수혁은 5대 5로 해준다는 말에 당황하여 눈을 끔뻑였다. 보통 자신은 요리사이기 때문에 항상 천대받아 왔다.

6대4면 양반이고 7대3 심지어는 9대 1까지 거는 악독한 새끼들도 만났다.

하지만 대뜸 5대 5라니!

어찌 이런 착한 헌터가 있을 수 있는가!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느니 초코파이를 주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수혁이었다.

“그럼 바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에서 버텨주는 탱커 라인이 없는 만큼 꽤나 난전이 예상되었다.

처음부터 궁수의 손에는 듀얼 크로스 보우가 들린 상태였다.

“천궁, 이거 장전은 어떻게 하는 거야?”

- 마력으로 알아서 충전 가능하니 마력 관리나 잘해라.

“오? 진짜? 그럼 이게 더 편한 거 아니야?”

- 위력이 다른 활에 비해 좀 떨어지는 편이지.

“아, 그런가.”

확실히 가볍고 기동성도 좋은데 대미지까지 좋으면 그건 그거대로 너무 사기일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입술을 쭉 내민 궁수가 성큼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애초에 코어형 던전이니 만큼 몬스터의 개체수가 보스형에 비해 상당히 많다.

아니나 다를까 들어간 지 3분도 안되어 첫 몬스터 무리를 맞닥뜨렸다.

“고블린이네.”

E급 몬스터 중 가장 기본적인 놈들이다.

방어력도 낮고 공격력도 그다지 높지 않아 공략 난이도는 꽤나 쉬운 편이었다.

그럼에도 궁수는 방심하지 않고 주도면밀하게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함정은 없는지 말이다. 고블린이 설치한 함정이래봐야 조작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함정도 없고 고블린 11마리인가.”

몸풀기로 딱 좋네.

듀얼 보우건을 장착한 궁수가 놈들을 향해 뛰어나갔다.

투다다다닥!

“오 씨 연사력 좋은데.”

거의 초당 4발에 가까운 속도로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반동은 전혀 없어 마치 에임핵을 쓰는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양손으로 사용하는 것도 있고 처음 써보는 무기라 다소 불안전했다.

시작과 동시에 고블린 다섯 마리의 머리에 화살이 우수수 꽂혔다. 남은 마릿수는 여섯 마리.

당황한 놈들이 궁수를 바라보며 카악카악 소리를 질렀다.

지능이 높은 놈들은 아니었기에 자기들끼리 당황하여 소리만 지르다가 모두 궁수의 보우건에 당하고 말았다.

“너무 쉬운데.”

보우건을 이용한 근접 전투까지 생각한 궁수는 생각보다 시시한 결말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수혁씨! 이거 좀 처리해줘요!”

“넵! 갑니다!”

확실히.

아무리 한발 한발의 대미지가 약하다 하더라도 압도적인 연사력이 그 단점을 커버해주었다.

다만 단점이라면 활에 비해서 마력의 소모가 제법 크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은 마력도 넉넉한 수준이기에 별 상관은 없었지만 말이다.

“쉽네.”

[ㅋㅋㅋㅋㅋㅋ 고블린 잡아놓고 ‘쉽네’ ㅇㅈㄹ]

[원래 좆밥 싸움이 제일 재밌지.]

[거의 스무살 먹은 성인이 초등학생 상대로 이기고 쌘척하는꼴ㅋㅋㅋㅋ]

[템빨 씹오지네영ㅋㅋㅋㅋㅋ]

“아니 님들 저 E급이거든요? 너무하네. 진짜.”

[으니~ 님들 즈 으급으그든으~ 느므흐느 즌즈~]

[ㅋㅋㅋㅋ 세계 최초 셀프 좆밥 강조 방송.]

[논란 - 나궁수 나는 좆밥이다.]

[고블린짱 부땅해ㅠㅠㅠ 니가 죽였어ㅠㅠ]

“으휴 그래 내가 니들이랑 무슨 말을 하겠니.”

한숨을 푹 쉬며 채팅창을 내린 궁수가 고수혁 쪽으로 다가갔다.

고블린은 애초에 딱히 챙길만한 것이 없다. 해봐야 마석이 전부라서 그마저도 없다면 꽝이었다.

해체를 마친 고수혁이 애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뜬 거 있나요?”

“마석 한 개 나왔네요.”

“크흠…. 아쉽긴 해도 한 개가 어딥니까 쭉쭉 밀고 가죠.”

“넵.”

애초에 마석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물건도 아니고 말이다.

저번에 얻었던 C급 마석은 정말로 예외적인 경우였다.

괜히 마석을 보고 ‘몬스터의 보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궁수는 쭉쭉 던전을 밀고 들어갔다.

평소라면 공략 시간보다 해체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지만 오히려 지금은 거의 시간이 비슷했다.

전에 봤던 D급 헌터들보다 고수혁이 배는 더 해체가 빨랐다.

그마저도 날림이 아니고 하나하나 정갈하게 해체하여 마치 하나의 쇼를 보는 것 같았다.

백 마리가 넘는 고블린들이 궁수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 수가 제법 되었지만, 궁수에게는 그냥 뛰어다니는 초록색 고깃덩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전투보다 고수혁의 해체를 보는 것이 더 재밌을 지경이었다.

“곧 코어룸입니다. 후방에서 대기하세요.”

“넵.”

거대한 돌판이 궁수의 앞을 막아섰다. 이 뒤가 코어가 존재하는 코어 룸이다.

‘바로 그냥 D급을 가볼까?’

첫 솔로 클로징이라 등급에 맞춰 들어왔는데 이건 뭐 재미도 없고 감흥도 없다.

그냥 뛰어다니는 고깃덩이들을 맞추는 것이 전부였다.

“에이씨!”

쾅!

궁수가 거칠게 돌판을 후려쳤다. 쩌억, 금이 간 돌판이 무너지며 코어룸의 모습이 드러났다.

코어룸 내부에는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붉은 눈을 빛내며 궁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둘 넷 여덟…. 한 오십 마리쯤 되겠네.”

궁수의 손에 들린 크로스 보우에 서서히 붉은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궁수의 스킬인 속성화살의 효과였다.

그중에서도 불.

일대 다수를 상대하는 상황에서는 불만큼이나 좋은 힘도 몇 없을 것이다.

[선생님 너무 루즈합니다.]

[아 방송 감 다잃었네.]

[나퇴물 수듄 ㅉㅉㅉ]

[국내 최단기 퇴물 ㅎㄷㄷ]

“아 아가리 하세요, 다들, 나도 이렇게 노잼일 줄 알았나.”

궁수는 정말로 억울했다. 그저 자신의 등급에 맞은 던전을 왔을 뿐인데 이렇게 욕을 들어야 한다니.

하, 이게 성공을 강요받는 천재의 슬픔인가.

“어휴, 빨리 정리하고 나가야지.”

싸늘한 표정의 궁수가 고블린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투다다다닥!

화르륵! 화륵!

적을 멸하는 불을 머금은 화살이 적들을 향해 쏟아졌다.

화살을 맞은 고블린들은 몸이 불타는 고통에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하지만 그것이 화가 되었다. 오히려 다른 고블린들에게 불똥이 튀어 같이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능이 저조한 고블린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궁수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5분.

그것이 궁수가 고블린 오십 마리를 학살하는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레벨업! - LV 34]

[레벨업! - LV 35]

콰직!

이제는 E급 던전 한 개를 통째로 털어도 고작레벨이 두 개 올랐다.

아쉬운 마음에 던전 코어를 있는 힘껏 후려쳤다. 이렇게 하여 나온 마석은 도합 11개.

던전 바깥을 나오는 순간까지도 궁수는 썩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외상은커녕 어떤 피해도 없는 공략이었으나 궁수에게는 마치 불완전 연소와 같이 찝찝한 느낌만이 남았다.

물론 이를 알 리 없는 고수혁은 조용히 궁수의 옆에 서 있었다.

궁수는 휴대폰을 뒤지며 적당한 D급 게이트를 찾고 있었다.

“하, 씨. 괜찮은 게 하나도 없냐. 무슨.”

몇 번을 찾아보았지만, 딱히 괜찮은 게이트는 보이지 않았다.

C급 방출형 게이트가 몇 있었으나 궁수 본인은 혼자서 공략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 놀리기 좋아하는 채팅창에서 이를 놓칠리 없었다.

[왜 C급은 넘김? 쫄?]

[쫄?]

[ㅉ?]

[ㅉ?]

[씹 쫄보쉑 ㅋㅋㅋ 그냥 때라.]

“아니 여러분들 저 E급 헌터라니까요? 무슨 혼자 C급이야.”

[응 쫄ㅋ.]

[응애 나 아기 궁수. 궁수는 아가야! 지켜줘야해!]

[고블린 상대로는 쎈척 오지던데 쫄?]

“하 씨 진짜.”

궁수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휴대폰에서 띠링!하는 알림이 울렸다.

[C급 게이트 공략 성공시 100,000원]

“뭐야?”

겁쟁이 궁수를 위한 모금 행사가 절찬리에 벌어지고 있었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하는 방송 특성상 모금액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C급 게이트 공략 성공시 4,645,000원]

“하, 진짜 니들이 아주 날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나.”

[그래서 할 거냐고 말 거냐고.]

[아 느그 궁수 수준 보이쥬? 이래서 뒤에서 얍삽하게 활이나 날리는 놈들은 ㅉㅉ.]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멋지다 나궁수!]

[근거리 딜러였으면 이미 받았음 ㅇㄱㄹㅇ.]

궁수가 고민하는 그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미션 금액은 올라가고 있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미션 금액과 시청자들의 비아냥에 궁수는 결국 지르고 말았다.

“에이 모르겠다. 콜!”

이전 C급 보스몹도 혼자 처리해본 적이 있는 궁수다. 던전형도 아니고 방출형 게이트가 무슨 대수랴?

궁수는 눈 딱 감고 C급 게이트 공략을 신청했다.

게이트는 C급 단일 방출형 게이트였다. 다시 말해 C급 보스몹 하나만 해치우면 된다는 소리였다.

“저…. 궁수님?”

“아, 정산은 잘 받으셨죠?”

“네, 감사합니다. 마석까지 챙겨주실 줄은 몰랐는데….”

“에이 돕고 사는 거죠, 제가 좀 급해서 먼저 가볼게요.”

“아, 그럼 이것 좀 챙겨가세요!”

그 손에는 검정 봉투가 하나 들려있었다. 안에는 마카롱이나 과자 등 여러 가지 음식들이 들어있었다.

“소폭 능력치를 올려주는 음식들입니다. 챙겨가세요.”

“아, 넵 고맙습니다.”

벌써 마카롱 하나를 해치운 궁수가 후다닥 C급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고수혁의 ‘마카LONG’을 섭취했습니다. 마력이 2 증가합니다.]

[30분이 지나면 버프 효과가 해제됩니다.]

그 와중에 궁수의 휴대폰에는 부재중 전화가 8통 더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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