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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7화 (7/172)

◈ 7화. 내 이름은 나궁수. 궁수죠.

벽 너머로 먼저 보인 것은 수많은 원판들 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헬스 기구들이 궁수의 시선을 빼앗았다.

크흠.

“그러고 보니 오늘 하체를 조지다 말았지?”

츄르릅.

입맛을 다시던 궁수가 성큼 기구를 향해 다가갔다. 기구는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실제 헬스장에서 이용하는 기구들과 흡사했다. 아니, 오히려 헬스장에 있는 것들보다 한층 더 손에 감겼다.

눈앞에 펼쳐진 헬스의 향연에 궁수는 일순간 황홀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째서 던전 한 가운데에 헬스 기구들이 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지금 당장 쇠질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궁수였다.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한 궁수가 성큼 기구를 향해 다가가려던 찰나.

- 크크크… 필멸자여 지금부터 시련을 내리겠다. 한낱 미물로서 창세의 무기인 본좌를 다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만…. 크크크

“자격? 무슨 자격?”

- 하! 본좌는 다 알고 있다! 미천한 인간들도 장비를 입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조건이라니, 그딴 게 어디 있어. 그냥 입고 싶으면 입는 거지.”

이는 궁수가 에고웨폰의 가치를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에고 웨폰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똥통을 구르던 가시밭을 달리던 어떤 고행을 거쳐서라도 손에 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정도로 높은 수준의 무기가 바로 에고웨폰이었다.

주인과 함께 꾸준히 성장하는 녀석인 만큼 그 가치는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었다.

- 거짓말 마라. 너희 인간의 장비 중에 3대 500이하는 입을 수 없는 장비가 있다는 것을 본좌는 알고 있다.

“3대 500? 아 언덕아머?”

- 아무튼! 하찮은 인간의 장비도 자격이 있는데! 하늘을 뚫고 바다를 가르는 이 몸에게 자격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야 말로 말이 안 되는 일이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 증명해 보거라!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내가 요구하는 조건은 3대 1000! 그것이 이 몸이 요구하는 최소 조건…. 어?!

“천이야 좆밥이지.”

궁수는 어렵지 않게 2000kg의 무게를 들어 올렸다.

헌터가 되어 스테이터스를 얻은 궁수에게 있어서 이 정도는 껌이었다.

추가로 아까 얻었던 포인트들을 전부 힘에다 투자했다.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0]

힘 : 42

민첩 : 15

마력 : 10

체력 : 20

그것만으로 힘이 배는 증가했다.

실제로 다소 힘에 부치던 전과는 달리 지금은 너무나도 쉽게 1000kg를 들어 올렸다.

“뭐, 이 정도?”

- 크흠! 시련을 이렇게 쉽게 통과하다니! 과연 나를 알아본 녀석이로다! 그래! 네놈은 수많은 전쟁을 넘어온 용사의 전생이구나!

“아닌데, 그냥 헬창인데.”

- 좋다! 이몸의 넓은 아량을 발휘하여 필멸자인 네놈이 멸하는 순간까지는 함께 해주마!

“아니 그냥 헬창이라니까.”

에고웨폰은 궁수를 치켜세우려는 듯했다. 그래야 자신의 가치 또한 함께 올라가니 말이다.

- 하지만! 아직 좋아하긴 이르다! 나의 시련은 이제 시작일 뿐! 이 몸의 진가는 고작 이런 수준이 아니다! 더욱 더 높은 수준을 달성하거라! 그러면 이 몸이 친히 영광의 빛을 내어줄 터이니! 으하하하!

“으…. 어…. 응, 그래.”

- 네가 3대 2000을 넘으면 내 친히! 이 몸이 직접! 천고의 보물을 하사하겠다! 어디 넘을 수 있다면 넘어 보거라! 인간의 한계를! 네 자신이 가지고 있은 인간성을!

지금 활의 형태는 평범한 단궁이었다. 아담한 사이즈라 궁수에게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능력이라니 궁수에게 있어선 구미가 확 도는 말이었다.

“뭔데! 알려줘!”

- 쯧, 이래서 필멸자들은! 하나부터 끝까지 도움을 바라는군, 단서는 충분히 주었다. 남은 건 네놈의 노력 여부에 달렸다.

“거 더럽게 깐깐하게 구네.”

궁수가 성큼성큼 기구들 앞으로 향했다. 원반 하나에 100kg가 넘는 것들이 수두룩했다.

지금 내가 몇 kg까지 들 수 있지?

문뜩 궁금해진 궁수가 성큼 기구들 앞에 섰다.

- 뭐…. 뭣!? 아니 이게 무슨!?

궁수의 근육이 터질 듯이 팽창했다. 봉에 끼워진 원판들이 증가할 때마다 활이 당황하여 소리 질렀다.

“3대 3000, 후우…. 흐으으윽!”

궁수의 입에서 달궈진 하얀 연기가 화악 빠져나갔다. 마치 증기 기관이 증기를 배출하는 것처럼 뜨거운 입김이었다.

그리하여 측정된 궁수의 최고 기록은 3500kg.

일반인이었을 때의 7배에 달하는 대 기록이었다.

“키야! 손맛 죽이네!”

- 크흠, 크흠! 그래! 필멸자 치고는 뭐, 제법이었다! 1000점 중 20점 주마!

“뭐? 20점? 너무 짠 거 아니야?”

- 어허! 10점 주려다 후하게 준 것이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앞머리를 털어낸 궁수가 다시 활을 집어 들었다.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거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3대 3500이다. 능력이나 말해봐.”

- 흥 고작 그 정도인가! 좋다, 네 수준에 걸맞은 능력을 알려주겠다!

“알겠으니까, 빨리 풀기나 해봐, 능력이 뭔데.”

활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잠시 앓는 소리를 내었다. 이내 혀를 짧게 차며 결국에는 정보를 말해주었다.

- 중량에 따라서 외형을 변화할 수 있다. 정보는 직접 확인하도록.

다시 손끝이 찌릿하며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정보가 입력되었다. 거부감이 하나도 없는 신기한 전달 방식이었다.

1000이 단궁.

3000에 리커브 보우.

“3000 이후로는 없어?”

- 한계를 돌파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뭐, 필멸자인 네놈이 소멸 전까지 최종 단계 까지 찾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만! 으하하하하!

“하, 진짜 질린다. 질려”

그래도 말로는 다른 능력들이 제법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후 다른 능력들이 추가될 수 있음을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두근거림을 뒤로하고 활이 퉁명스럽게 궁수에게 이름을 물었다.

- 네놈 이름이 뭐냐.

“이름? 왜?”

- 함께할 주인의 이름을 알아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 이름? 나궁수.”

- 인간에게 걸맞은 천박한 이름이군.

“뭐래, 너는 이름 뭔데.”

- 무기는 무기일 뿐, 이름 따위는 필요 없다. 뭐, 세간에서는 최후의 속삭임이라고 불리었던 적이 있지. 내가 최후 결전에서 용왕의 눈을 꿰뚫었던 그 순간은 아직도…

“개소리야, 내가 정해줄 테니까 딱 기다려.”

뭐가 좋을까.

헬창이? 아니면 프로틴? 로티니?

잠시 궁수의 머릿속에서 온갖 이름들이 떠올랐다.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나온 이름은 그나마 그럴싸한 녀석이었다.

“좋아, 네 이름은 이제부터 천궁이다.”

- 흠 하늘의 활인가, 고작 보는 게 하늘이라니,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내 이번에만 받아들여주마.

그냥 최소 조건이 3대 천이라 그런 건데.

본인이 좋아하니 됐나.

- 뭐, 그렇게 됐으니, 인간, 네놈의 피를 넘겨라.

“피를?”

- 서로의 영혼을 묶는 창대한 계약이다. 이 몸과 계약하면 감히 어떤 놈도 너를 건들 수 없을 거다!

“어…. 음 그래.”

궁수는 활 끝으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몇방울 떨어트렸다.

그러자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활이 궁수의 피를 쭉 쭉 흡수하기 시작했다.

- 쯧, 역시 인간이라 그러지 피도 더럽게 맛없군.

“닥치고 먹기나 해.”

- 흥

“새끼, 잘 부탁한다.”

궁수의 또 다른 든든한 조력자가 생긴 순간이었다.

- 잠깐, 챙길 것이 있다.

“뭐? 설마 헬스 기구!?”

- 헛소리 말고 저 벽이나 부숴라, 나의 소중한 반려가 잠들어 있으니 세심하게 굴도록.

“무기 주제에 연애도 하냐?”

궁수는 그러면서도 성큼 천궁에게 다가갔다. 바로 위험을 감지한 천궁이 으르렁거렸다.

- 손 놓아라, 설마 주먹으로는 부수지 못하는 게냐? 네놈의 그 근육은 장식이냐는 것이다!

“칫, 아쉽네.”

궁수는 혀를 차며 활이 말한 방향의 벽을 바라보았다.

뭐야, 진흙벽?

다른 곳은 모두 단단한 돌로 이루어진데 반해 그곳만은 굳은 진흙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콰직! 콰지직!

손으로 쥐어뜯을 수 있을 정도로 벽은 허물했다.

“음? 화살 통?”

검은색 화살통이었다.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마력을 화살로 바꾸어주는 화살통이다. 그것도 과거 영생의 숲에서 훔ㅊ…. 가져온 것이니라. 다시는 구할 수 없는 천고의 귀물이니 소중히 대하거라.

“마력을 화살로 바꾼다고? 그럼 화살 같은 거 챙길 필요 없는 거야?”

- 귀찮게 화살을 가지고 다녀? 하, 어이가 없군, 너는 내게 어울리는 화살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냐? 그렇다면 정말 오산이군. 나로 말하자면….

“오, 착용감도 괜찮은데.”

허리에 띠를 묶고 화살통을 달았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검은 화살통에 살짝 금색으로 칠해진 그 모습은 마치 예술품처럼 아름다워 보는 이를 절로 즐겁게 만들 지경이었다.

마력 화살통에 에고 활이라.

죽여주네.

궁수는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끌어 내리며 동굴 밖으로 발을 돌렸다. 슬슬 시간도 어느 정도 흘렀으니 말이다.

돌아가는 길 궁수는 전에 들었던 능력이 떠올라 말했다.

“야, 그럼 무기 변신은 어떻게 해?”

- 내게 마력을 담고 원하는 형태를 말하거라. 어떤 것이든 네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니 기대해도 좋다. 크크큭.

“생각보다 간편하네.”

궁수의 손길을 따라 회색빛 마력이 활을 휘감았다.

“음…. 리커브 보우!”

리커브 보우.

다시 말해 그냥 평범한 활이다.

돌덩이에 불과하던 활이 점차 모습을 바꾸었다. 둔탁한 활은 점차 그 크기를 키웠다.

- 쯧, 거추장스럽게 이건 뭐야?

아까 현을 위해 묶어둔 거미줄을 가볍게 풀어 해친 활이 손에 들렸다.

“그러면 현이 없잖아”

- 마력으로 대체하면 되는 것을 감히 이 몸의 존귀한 옥체에 그런 한낱 미물의 부산물을 엮으려 드는가!

실제로 현에는 회색빛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가볍게 손으로 튕기자 정말 짱짱한 현처럼 늘어났다 다시 줄어들었다.

활자체의 그립감도 대단히 훌륭하여 절로 미소 지어지는 수준이었다.

“크으, 역시 죽인다. 죽여.”

이런 거라면 비가 오거나 날이 눅눅해도 현이 풀리지 않는다.

궁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심지어 화살도 마력으로 만들어져 굳이 번거롭게 화살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는 것이다.

쭉 길을 따라 내려가니 먼저 도착한 헌터들이 궁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 하다가 이제 왔어요! 빨리 나가죠!”

“갑니다. 가요.”

궁수의 몸을 새하얀 빛이 휘감았다. 시야를 새하얀 빛이 가득 채우며 몸이 확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포탈의 기묘한 느낌은 제법 신선한 경험이었다.

바깥으로 나오니 저물어가는 태양이 궁수를 반겨주었다.

게이트 안에서 거의 종일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휴대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시간은 7시를 넘기고 있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러게요, 괜히 따라갔다가 죽는 줄 알았네요.”

“크흠…. 견학이긴 하지만 공략에 함께 하셨기 때문에 정산 비용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준A급 마물 처치 비용도 포함된 거죠?”

“물론이죠.”

헌터들이 궁수의 손에 들린 활을 흠칫흠칫 바라보았다. 언뜻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는 활이었다.

그렇지만 굳이 캐묻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괜시리 신입의 심기를 건들었다 나기라도 했다간 그게 훨씬 더 큰 손해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정부 측에 붙은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댁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이 이상 정부 측에 엮이고 싶지는 않았다. 궁수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정부 측 요원들이 어째서 자신에게 이렇게 매달리는지 말이다.

말이 공무원이지 사실상 국가 전용 노예나 다름없다.

복지야 끝내준다고 쳐도 일반 헌터의 수입에 비하면 가소로운 수준이었다.

“아, 그렇습니까, 오늘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별 말씀을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이쪽으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이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궁수에게 명함을 한 장 건네주었다.

정부 소속 헌터.

4팀 팀장 이은우.

궁수는 적당히 응대하며 명함을 품에 넣었다. 아마 이후로는 영영 연락할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빨리 새로 얻은 활을 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럼, 수고하세요.”

“넵, 편히 쉬십시오.”

궁수는 택시를 잡아 행선지를 말했다.

예전 현역시절 궁수가 애용하던 서울 끄트머리에 위치한 양궁장이었다.

***

“6500원입니다.”

거스름돈을 받고 택시에서 내린 궁수가 양궁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여전했다.

낡아빠진 천막에 아슬아슬한 전등까지. 궁수의 현역시절 채취가 가득한 추억의 장소였다.

“아저씨! 저 왔어요!”

쿨….

“아저씨! 저 왔다고요!”

“으엉? 뉘슈?”

“저요! 궁수!”

아저씨의 눈이 확 커졌다.

이제는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머리를 덮은 모습이었다.

다행이도 탈모는 없는 듯 제법 머리칼은 풍성했다.

안경을 콧등에 걸친 아저씨가 그제야 궁수를 알아보며 손뼉을 쳤다.

“아니 갑자기 왜 이렇게 우람해져서 돌아왔어 인마!”

“체력이 국력 아닙니까? 기본이죠!”

“크으으 이놈아! 그간 정이 있는데 종종 연락을 해야 할 거 아니여!”

“아하하하…. 뭐 조금 바빠서요.”

궁수는 눈을 돌리며 말을 흘렸다. 자신은 더 이상 국가대표가 아니다.

이제 자신은 국가대표 나궁수가 아닌 헌터 나궁수다.

“그래서, 뭣하러 왔어? 이 아저씨 보려고 왔냐?”

“제가 미쳤나요, 활 좀 쏘려고 왔죠.”

“쯧, 귀염성 없기는, 적당히 쏘고 가라.”

“네.”

돈 한 푼도 받지 않고 흔쾌히 궁수를 입장시켜 주었다. 아저씨는 조용히 궁수 옆에 앉아 활을 쏘기를 기다렸다.

“오랜만에 눈 호강하겠구먼.”

궁수의 활솜씨를 보는 것은 그의 몇 안 되는 즐거운 취미였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양궁장을 거쳐 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궁수만큼 폼이 깨끗한 사람은 없었다.

“여기도 진짜 오랜만이네.”

팔을 다치고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곳이다. 양궁장의 낡은 시설이 궁수에게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 어디 실력 한번 볼까.

“보고 놀라지나 마라.”

궁수가 화살통에 마력을 주입했다.

마력을 소모하여 만들어진 화살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효율 죽이네.”

약간의 마력으로 거의 한통 가까운 화살이 충전되었다. 궁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활대에 시위를 당겼다.

가장 평범한 활의 형태를 하고 있는 천궁에 화살이 실렸다.

한쪽 눈을 감은 궁수가 호흡을 고르며 영점을 조절했다.

후우 하아.

한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째에 숨을 들이쉬고.

타앗!

팍!

호흡이 가장 안정된 순간 화살이 시위를 떠나갔다.

일반적인 활의 속도보다 배는 빠르게 날아간 화살이 정확히 과녁의 중간을 맞췄다.

좋다. 엄청 좋다.

마력으로 만들어 혹시나 불안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오히려 그런 것 없이 손에 더 착 달라붙었다.

다음 화살도, 그리고 그 다음 화살도 계속해서 과녁의 중점을 꿰뚫었다.

박혀있는 화살이 다음 화살에 의해 부서지기를 반복하며 무수히 많은 화살들이 날아갔다.

“뭐야, 벌써 한통 다 썼네.”

30발이 넘는 화살이 쏘아졌다.

하지만 과녁에 뚫린 구멍은 단 한 개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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