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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6화 (6/172)

◈ 6화. 헬창 에고웨폰

쐐애애액!

시위를 떠나간 화살이 맹렬하게 그녀의 눈을 노렸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클린 히트였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인가. 바로 준 A급의 마물이다.

팅!

“어어?! 뭐야!”

화살은 눈에 박히긴 커녕 가볍게 튕겨 나가고 말았다. 거미의 눈 위에 투명한 흰색 막 같은 것이 씌워져 있었다.

“이거 왜 안 먹혀!”

상대는 준 A급의 마물이다. 마력도 두르지 않은 일반 화살이 평범하게 눈에 박힐 리 없었다.

남은 화살은 약 9발.

원래부터 쓰던 화살인 듯 개수가 여유 있지 않았다.

고민하던 궁수를 확인한 은우가 소리쳤다.

“마력! 마력을 두르세요!”

“마력이요?”

제법 상황이 급했기 때문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력을 두르라니.

화살은 별 대미지를 줄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은.

그런가! 그런 것인가!

마력은 어느 정도 사용 방법을 알았다. 궁수의 활 위로 회색 마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활에 완전히 마력을 두른 궁수가 적을 향해 뛰어나갔다.

“궁수씨!?”

“조언 감사함다!”

“그게 무슨! 허억!?”

다른 헌터들이 놈을 묶고 있는 사이에 궁수가 펄쩍 뛰어올랐다. 헌터로서 강인해진 육체가 폭발적으로 힘을 발휘했다.

노리고자 하는 곳은 몸과 다리 사이 그 연결부.

노리기 힘든 곳인 만큼 그 방어력 자체는 꽤나 취약한 부위였다.

“흐아아압!”

“궁수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뒤져라!”

마력을 한껏 머금은 활이 그대로 놈의 다리 연결부를 후려쳤다.

콰직.

“오?”

“어머 시발.”

공격 자체는 성공했다. 활이 다리 연결부에 박히며 나름 유의미한 대미지를 주었다.

다만 활이 절반으로 똑 갈라졌다는 것이다.

“꺄아아아악! 다리가!”

갑작스러운 공격에 거미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 넘치던 모습은 어디 가고 그 거대한 덩치로 쿵 쿵 날뛰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다리들이 무자비하게 궁수와 헌터들을 노려왔다.

저것에 잘못 맞기라도 했다간 그대로 꼬챙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아오! 무슨 당연히 화살에 마력을 둘러야지 활에 마력을 두릅니까!”

급하게 도망치며 은우가 궁수를 다그쳤다.

말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는 듯 계속해서 콧방귀를 뀌고 있었다.

“그럼 화살이 안 먹히는데 당연히 이래야죠!”

“뭐요? 당연히 화살에 마력도 두르지 않고 쏘는데 상위 마물한테는 안 먹히죠!”

“저 이제 막 하루된 신참이거든요?!”

“아오, 진짜!”

카앙!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은우는 나름 A급 헌터다. 준 A급 마물을 상대로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A급 마물은 A급 헌터 최소 여섯이 모여 상대한다. 그나마 상대가 준 A급이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그가 일반적인 A급을 능가하는 실력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끼에에엑! 살려줘요!”

“닥치고 달려요!”

“왜 저 새끼 나만 따라오는데!”

“니가 활을 꼽았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궁수가 거리를 벌리는 동안 다른 헌터들이 정비를 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네 놈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주마!”

“히익!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쿵쿵쿵!

“궁수씨 조금만 더 도망다니세요!”

“견학 와서 다치면 체면이 안선다면서!”

“죽으면 체면이고 뭐고 없어요!”

궁수가 열심히 도망을 치는 동안 은우는 나름대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혹시나 하여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마력 폭탄을 꺼내들었다.

“크흑…. 아깝지만!”

꺼내든 것은 대 마물용 마력 폭탄.

그 위력은 A급 마물을 단번에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위력이 너무나도 강하고 먹는 마력도 엄청나서 실전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 단가도 제법 높아 팀장급 요원에게도 몇 개 지급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헌터 4명의 마력이 폭탄을 향해 주입되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터질 듯한 마력 폭탄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강대한 힘을 가진 만큼 먹는 마력도 장난이 아니었다.

“흐어어 저는 더 이상 못합니다.”

“저도요. 진이 다 빠져요.”

헌터 네 명의 마력을 거의 다 빨아먹고 나서야 폭탄은 푸른빛을 띠며 빛나기 시작했다.

쿵쿵쿵!

“끄아아아악!”

궁수는 지금도 하염없이 놈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다행히도 체력이 뛰어난 듯 지친 기색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각. 각을 보자.

A급 헌터 이은우의 눈이 사납게 빛났다. 사냥꾼이 먹잇감을 노릴 때와 같은 노련한 눈빛이었다.

투다다다다

“궁수씨 제 쪽으로 달려와요!”

“네!?”

“빨리요! 그냥 빨리!”

벽을 따라 달리던 궁수가 방향을 확 틀었다.

뒤로는 거대한 거미를 달고 은우를 향해 달려 나갔다.

“조금 더….”

땅을 밟고 있는 그의 허벅지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오른팔에 폭탄을 들고 괴물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아직….”

“흐히이이익!”

지금!

쐐애애액!

완벽한 투구폼과 함께 폭탄이 놈의 머리통을 향했다. C급 헌터 여럿과 A급 헌터의 전력이 담긴 폭탄이 날아갔다.

콰아아앙!

포물선 없이 일자로 날아간 폭탄이 거대 거미의 상반신의 절반을 날려버렸다.

마치 계산한 것 같은 예술적인 폭발.

쿵!

거대한 거미 시체가 쓰러지며 바닥을 울렸다. 잠시 파르르 떨던 시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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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스테이터스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허억, 허억…. 진짜 유산소 죽어라 했네.”

온 몸에서 땀이 뻘뻘 흐르는 궁수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숨만 거칠 뿐 지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뒤질 뻔했는데요.”

“살았으면 됐죠.”

궁수가 투덜대는 사이 헌터들이 슬금슬금 시체에 다가갔다. 준 A급의 괴물이다. 여러모로 얻어갈 것들이 많았다.

마석, 단단해 보이는 다리, 심지어는 체내의 독이나 거미줄 등등.

다소 혐오스러운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궁수는 일부러 시선을 피하며 은우에게 성큼 다가갔다.

“근데 코어형 던전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네, 아마 단순 돌연변이인 모양입니다.”

“저게 보스가 아니라고요?”

“예, 코어형 던전이니 보스는 아닙니다.”

D급 던전에서 준 A급 돌연변이라니.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궁수는 당황하여 입을 벙긋거릴 뿐이었다.

잠시 후 해체가 끝난 헌터들이 다가왔다.

거미의 타액을 뒤집어쓴 헌터들은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해체한 것들을 바라보았다.

다리, 외피, 마석, 독, 거미줄 등등.

궁수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다른 헌터가 슬쩍 말을 걸었다.

“견학이긴 하시지만 공략에 참여하셨으니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세요.”

“아, 그래도 될까요?”

“네, 어쨌거나 거미를 잡는데 한 손 거드셨잖아요.”

“에이, 그래도 은우씨 덕분이죠.”

궁수는 싱긋 웃으며 부산물 앞으로 다가갔다. 아까 자신이 눈 들여 본 물건이 딱 그곳에 있었다.

“이건 마석인가요?”

“네? 아 그거요? 아뇨 그냥 돌이던데요?”

“그래요?”

돌이라고 하기에는 그것은 너무나도 활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새까만 검은 활. 궁수의 얼굴이 비춰 보일 정도로 반질반질했다.

아까 괴물의 이마에 박혀있던 뿔 같은 것이었다.

“이게 진짜 그냥 돌이라고요?”

“네, 딱히 뭐 특이한 성능도 없어요. 모양이 조금 특이하긴 하네요.”

“허어?”

궁수는 가볍게 돌을 들어보았다. 손잡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손을 얹었다.

“저 거미줄 조금만 주실래요?”

“네, 얼마든지.”

거미줄을 엮어 실을 만든 궁수가 착 착 실을 감았다. 겹겹이 쌓아 탄력 있는 거미줄이 현을 이루었다.

팅!

“오우 죽이는데 이거?”

그야말로 명품.

궁수가 현역 때 사용하던 활의 느낌이 들 정도로 그립감이 대단했다. 아니 오히려 현역 때 보다 느낌보다 배는 더 좋았다.

훅킹, 그랩, 드로잉, 앵커, 릴리즈 모든 것이 완벽 했다.

“저 이거 주세요.”

“네? 겨우 돌 하나요? 차라리 다른 걸 좀 가져가시지.”

“아, 그럼 거미줄 조금 더 주세요. 현으로 쓰게.”

“네, 챙겨드리겠습니다.”

자꾸만 활을 든 궁수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저 활 모양의 돌일 뿐이었으나 활에서 전해지는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치 평생을 활을 만드는 것에 바친 장인이 죽기 직전 한 땀, 한 땀 인생을 담아 만들어낸 대작이라고 해야 하나.

그 정도로 활은 훌륭했다. 궁수가 자꾸만 입꼬리를 올리고 활을 어루만졌다.

마치 몇 억짜리 외제 차를 쓰다듬는 것처럼 그 손길은 매우 섬세했다.

이게 무슨 돌이야, 죽여주는 명궁이지.

“크흐! 고놈 잘빠졌다!”

다른 헌터들은 그런 궁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지만 말이다.

“아직 공략 안 끝났습니다. 코어부터 찾으러 가시죠.”

“넵!”

당장에라도 활을 쓰고 싶어 손이 파르르 떨렸다. 앞으로 또 어떤 괴물들이 나올지 조금은 기대되었다.

“가자!”

…라고 말하길 30분.

그 뒤로는 딱히 강대한 몬스터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D급 던전에서 준 A급 마물이 나오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공략은 놀랍도록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심지어는 코어를 파괴하는 그 순간까지도 말이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하 오히려 별 일 없이 진행 되서 다행입니다.”

궁수는 입술을 쭉 내밀고 게이트 바깥으로 나갔다. 던전형 게이트는 클리어와 동시에 바깥으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

문은 3시간 정도 유지되는데 그 사이에 던전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수집하거나 할 수 있다.

다만 3시간이 지나면 문이 닫혀 영영 던전 바깥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여유 있게 시간을 맞춰 나와야 한다.

“저희는 챙겨야 할 물건이 있으니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2시간 안에 돌아와라.”

“물론이죠.”

다른 헌터들은 잠시 위로 올라갔다. 은우와 궁수만이 함께 남아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은우씨는 안 가요?”

“네, 어차피 코어를 부쉈으니 내부의 마물도 자연소멸 했을 겁니다.”

“아 그래요?”

“네 보통은 그렇죠.”

궁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부서진 코어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 딱히 이렇다 할 것도 없었다.

‘던전은 던전이구나.’

정말 삭막하기 그지없을 정도로 던전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울퉁불퉁한 바닥과 거대한 종유석에 하얀 거미줄까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몬스터들이 기어 다녔을 것만 같은….

아 진짜로 기어 다녔지.

동굴은 어차피 일자 굴이었다.

경사가 조금 있었지만 길을 잃어버리기엔 너무나도 구조가 간단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와중.

우우웅.

“음? 휴대폰 진동인가?”

물론 던전 내부에서 휴대폰이 터질리 없었다. 전용 통신기로도 겨우 연락이 가능한 곳이다.

진동이 울린 것은 다름 아닌 활이었다.

“뭐지?”

몇 번 더 진동이 울리더니 활에서 찌리릿 하는 느낌이 손을 타고 들어왔다.

정전기보다 조금 더 짜릿한 전류였다.

“어우 깜짝이야, 이거 왜 이래”

한번 찌릿한 후로 갑자기 울림이 잦아들었다.

- 앞으로

대신 머릿속에서 중저음의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엄 넘치는 목소리는 그저 한 가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 목소리가 계속해서 궁수의 머리를 울렸다.

- 전진하라.

‘싫은데.’

- 어서 나아가라 그곳에 답이 있을지니.

‘싫다고.’

- 허, 우매한 인간 같으니 어찌 본좌의 말 하나도 이행하지 못하니, 이 어찌 천박한 종족이란 말인가.

‘아오 진짜.’

계속해서 앞으로 라는 말이 궁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게슈탈트 붕괴가 올 수준이었다.

결국 참다못한 궁수가 은우에게 소리쳤다.

“저 잠깐 요 앞에 보고 올게요!”

“네, 그러시죠.”

뭐야, 생각보다 순순히 보내주네.

분명 막을 거라고 생각했던 궁수와는 달리 은우는 너무나도 쉽게 허락을 해주었다.

‘뭐 마물도 없고 길도 일자굴이니까.’

애초에 궁수가 어디로 가더라도 돌아오는 헌터들과 만날 것이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에 은우는 흔쾌히 그 요청을 수락해주었다.

- 흠, 어서 나아가거라.

“간다, 가 이 새끼야.”

활이 이끄는 대로 궁수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 멈춰.

“아주 상전이 따로 없네, 너 몇 살이냐?”

- 이곳이다. 부숴라.

“아니 이 새끼가”

- 벽 너머에 진정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뭐, 겁먹었다면 도망쳐도 좋다.

“어휴, 그래 알겠다.”

어디 한번 너도 맞아봐라.

“흐으읍!”

쾅!

궁수는 말한 대로 벽을 후려쳤다.

다만.

- 크흑! 지금 뭐 하는 게냐! 어딜 감히 본좌의 옥체로 이런!

“어딜 도구 주제에 주인님한테 기어올라!”

쾅! 쾅! 쾅!

주먹이 아닌 활로 벽을 계속해서 후려쳤다. 제법 전력을 담아 후려쳤으나 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 흐그으윽! 이전 세계에서 받던 영겁의 고통에 비교하면 이런 것 따위는…!

“뭐래!”

콰아앙!

수십 번을 후려치고 나서야 벽에 구멍이 뚫렸다.

벽 너머에는 방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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