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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병기 활-2화 (2/172)

◈ 2화. 헬창각성(2)

바로 뒤에서 떠드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육 봐 미쳤어.”

“그런데 고작 100kg 밖에 못 드는데?”

“야 고작 100kg라니 얼마나 힘든 건데.”

“너튜브에서 보니까 훨씬 마른 헌터는 1000kg도 넘게 들던데?”

“헐 진짜? 어디?”

여자가 휴대폰을 틀어 친구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

어젯밤에 궁수가 들었던 너튜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진짜….

신경 쓰지 않으려 했으나 저절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뭐야, 잘하다 말고 갑자기 왜 내려?”

“갑자기 어깨가 좀 아파서요.”

“뭐? 너 다친 곳이 잘못된 거 아니야? 좀 쉬어라.”

“조금만 쉴게요.”

궁수는 슬쩍 그녀들 옆에 있는 운동기구에 앉았다. 대충 하체 운동을 하는 척하면서 이야기를 훔쳐들었다.

“헐 1800kg? 이 덩치에? 말이 돼?”

“그러니까 헌터겠지, 우리 같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겠어?”

“와…. 강하다, 강하다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진짜 괴물이구나.”

쯧, 조금 짜증나네.

딱히 여성 회원들의 관심을 빼앗겨 짜증이 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헌터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마치 그동안 해왔던 자신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된 기분이었다.

***

시간은 흘러 저녁 10시.

오늘은 조금 늦게 왔기 때문에 일부러 밤이 늦도록 궁수는 헬스장을 이용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집으로 돌아가 퍼질러 잘 시간이지만 어째서인지 오늘은 그닥 잠이 오지도 않았다.

“오늘 컨디션 죽이네!”

평소라면 운동 후 피로로 기절하고도 남았을 텐데 오늘은 오히려 눈이 말똥말똥하며 정신이 맑았다.

10시 30분. 헬스장이 문을 닫기에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뭐야 아직 집 안 갔냐?”

“잠이 안 와서요. 아직 문 닫을 때 아니잖아요.”

“오늘은 좀 일찍 닫으려는데.”

“네? 왜요?”

“손님도 없고 이런 날은 나도 들어가서 쉬어야지.”

궁수는 당황한 표정으로 헬스장 내부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워낙에 애절한 눈빛이었기에 관장은 한숨을 푹 쉬며 열쇠를 건네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궁수라면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육으로 만들어진 신뢰는 생각보다 더 탄탄한 법이다.

“운동 끝나면 잠가, 이거 버튼 누르면 잠기는 거 알지?”

“관장니이임! 제에엔장 믿고 있었다고!”

“어허이 달라붙지 마라! 징그러운 놈아!”

“옙!”

관장이 짐을 챙겨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궁수에게 말했다.

“열쇠는 문 옆에 화분 아래에 두고.”

“넵!”

“그래, 인마 적당히 하고.”

끼이익 철컥

그렇게 헬스장의 문이 닫혔다.

밤의 헬스장!

마치 자신이 전세를 낸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몸이 한껏 달아오른 궁수가 벤치프레스를 하기 위해 발을 옮겼다.

“그놈은 벤치에 700을 당겼지?”

자신의 벤치프레스 최고 기록은 180kg.

일단 목표는 200kg였다.

아무리 급해도 부상은 입기 싫었기에 궁수는 100kg부터 서서히 무게를 올렸다.

150, 160, 170, 180.

쾅!

“후우….”

최고 기록인 180kg까지 완벽한 프레스를 당긴 궁수가 숨을 몰아쉬었다.

“이거…. 잘하면 가능하겠는데?”

무리가 아니었다.

자신의 최고 기록인 180kg를 들었음에도 그닥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10? 20? 으으으으…. 에라 모르겠다!”

한번에 70kg를 추가하여 250kg.

관장이 옆에 있었다면 단숨에 궁수의 뒤통수를 후려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관장도 트레이너 형들도 없다. 오로지 자신의 세상이다.

누구도 날 막을 수 없다!

손에 송진 가루를 묻힌 궁수가 철봉을 꽈악 잡았다.

손목 너머로 느껴지는 강렬한 250kg의 무게감이 궁수를 압박해왔다.

“크으! 무게감 쥑이네!”

하나, 둘!

꽈아아악!

“크헤에엑!”

어깨에 느껴지는 엄청난 중압감이 궁수를 짓눌렀다.

하지만 뒤로 빼지는 않았다.

으드득!

“흘 스 읐드…. 흘 스 읐드으읏!!!”

콰앙!

“크헤에엑!”

할 수 없었다.

힘에 부쳐 다시 안전 바에 올려두려 했지만 실패했다. 철봉이 그대로 궁수의 목을 짓눌렀다.

“흐그어어억…! 자, 잠까….”

철봉에 목이 막힌 궁수가 캑캑대며 상황을 벗어나려 애썼다.

하지만 목을 짓누르는 철봉은 쉽사리 궁수를 놓아주지 않았다.

몸을 비틀려고 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목울대가 눌리며 서서히 세상이 누렇게 뜨기 시작했다.

“케헤에엑! 끄에엑!”

죽는 건가.

그런가.

이대로 죽나.

돌이켜보면 참 억울한 삶이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헬스를 하다 죽는다니.

으드드득!

“아직 죽기 싫다고오옷!”

궁수의 팔근육이 미친 듯이 팽창했다. 당장에라도 터질 듯한 빵빵한 근육에 맹렬한 힘이 들어갔다.

그것도 잠시.

“어…. 어어?! 뭐야!”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자에게 헌터의 가능성이 개화합니다.]

화악!

일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멈췄다.

‘뭐야?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말 그대로 그곳에서 나 홀로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통도 뭣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헌터 - 나궁수]

[추천 직업]

검투사, 혈투사, 방패병, 격투가 대검사, 전사, 궁수.

‘이게 뭐지?’

눈앞에는 마치 홀로그램으로 띄운 듯한 푸른 글씨가 쓰여 있었다.

자신의 이름과 여러 가지 정보들이 나와 있었다.

‘잠깐 이거 설마…!’

각성.

헌터들이 일반인의 범주를 넘어설 때 느꼈다는 바로 그 기묘한 느낌!

시간이 멈췄다는 느낌도 그렇고 눈앞에 띄워져있는 신기한 글자들까지 이건 분명한 각성이었다.

그럼! 설마 진짜 내가 헌터가 되는 건가?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궁수가 눈을 밝히며 눈앞의 정보를 확인했다.

직업이라…. 뭐가 좋을까나?

여러 가지 멋있는 직업들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직업 중 궁수의 눈에 들어온 직업은 단 한 개.

궁수.

가슴이 뛰었다.

다시 활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절로 궁수를 설레게 만들었다.

내 이름은 나궁수! 직업은 궁수!

궁수는 아무 고민도 없이 궁수를 선택했다.

그러자 바로 스테이터스 라는 것이 눈앞에 뿅 튀어나왔다.

[LV - 1]

[직업 - 궁수]

[스테이터스]

[잔여 스테이터스 - 3]

힘 : 21

민첩 : 15

마력 : 10

체력 : 20

[현재 직업이 궁수입니다. 민첩과 체력을 추천합니다.]

마치 예전 RPG게임에서 본 듯한 비쥬얼이었다.

민첩과 체력? 어림도 없지.

궁수는 남은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모두 힘에 투자했다.

21이었던 힘이 24까지 증가했다.

[스테이터스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각성 스테이터스 포인트가 적용됩니다.]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흑백으로 멈춘 세상에 물감이 떨어지듯 서서히 그 색을 찾기 시작했다.

“어…? 우와! 와! 와아아아아!!”

그리고 궁수의 손에 들린 250kg의 아령은 너무나도 가벼웠다.

심지어는 한손으로도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3대 1000 아니 2000!”

그날 헬스장의 거의 모든 아령을 사용하고 나서야 궁수는 겨우 만족할 수 있었다.

***

다음날.

헌터로 각성했지만 헬스를 빼먹을 수는 없었다. 또 다시 헬창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급하지 않았다. 자신은 3대 1000을 뛰어넘은 사나이.

삼대 1000 이하의 하급 헬창과는 급이 다른 헬창이다 이 말이다.

“궁수 너 이 새끼 표정이 왜 그러냐?”

“흐흐흐흐, 저를 더 이상 똑같은 인간으로 보지 마십쇼.”

“뭐라는 거야 뭐 잘못 먹었냐?”

“아하하하!”

우월감에 젖어 평소처럼 가볍게 몸을 풀던 궁수는 잠시 몸을 움찔거렸다.

마치 주변에서 대기가 끓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또 뭐야?”

각성의 부작용인가?

어깨를 주무르며 주변을 돌아보기도 잠시.

위이이이잉!

“어? 뭐야!”

갑작스럽게 긴급 사이렌이 터져 나왔다. 맹렬하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헬스장을 가득 채웠다.

[실제 상황입니다. 주변에서 게이트의 징조가 확인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건물 내 이용객께서는 건물 바깥으로 나오지 모시고 조용히 몸을 숨기시기 바랍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허어억! 게이트!?”

“여러분들 일단 진정하시고 이쪽으로 들어가시죠!”

관장이 익숙하게 사람들을 방으로 대피시켰다.

평소에는 요가를 하는 방이었으나 지금은 대피실로서 사용하기 적격이었다.

“궁수야 너도 빨리 들어와라!”

“아, 네!”

나궁수도 서둘러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어차피 주변에서 발생했으니 건물까지는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헌터가 오기 전까지 저희는….”

쿵! 쿵!

관장의 말이 자연스럽게 끊어졌다. 아쉽게도 헬스장의 위치는 1층이었다.

그 말은 곧….

끼에에엑!

계단을 타지 않고도 괴물이 들어올 수 있음을 의미했다.

이런 미친!

다들 숨을 죽이고 조용히 밖의 괴물을 바라보았다.

시각이 좋지는 못한 듯 놈은 벽을 쿵쿵 들이 받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저거!”

“크흐윽!”

괴물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헬스장의 기구를 하나씩 뜯어먹기 시작했다.

모두 단단한 철로 만들어진 기구였지만 놈은 상관없는 듯 기구들을 야금야금 집어삼켰다.

“저 X끼가! 저게 얼마짜린데!”

나궁수의 몸 속 깊은 곳에 흐르는 헬창의 피가 꿈틀거렸다.

자신에게 있어 삶의 동반자와 같은 기구들이 부숴지고 있으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어이, 세미 헬창 나궁수, 설마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냐?’

“크흑…. 그래도 저건!”

‘헬창의 보물이 적에게 약탈당하고 있다! 정말 겁쟁이처럼 가만히 있을 거라는 말이냐!’

“그건 젠장! 그건!”

‘좋다! 바로 그 기세다!’

“못 참지!”

“궁수야?!”

마음속 헬창의 외침을 참지 못하고 나궁수는 괴물을 향해 돌진하고 말았다.

콰앙!

“크허어억!”

괴물과 궁수의 손이 만났다.

전신이 보라색에 머리는 악어의 머리가 달린 괴물이었다.

괴물과 궁수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처음에는 둘의 힘겨루기는 비등비등한 것처럼 보였으나 이내 서서히 궁수가 괴물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각성한지도 얼마 안 된 헌터가 괴물을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뒤에서 바라보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눈을 부라렸다.

“아오 이 X발!”

으드득

“느드 흔트드 으믈으으!”

콰앙!

궁수의 팔 근육이 미친 듯이 팽창했다.

다리를 땅에 처박은 궁수가 허리를 틀어 그대로 괴물을 들어 올렸다.

“흐으그윽! 이 개새끼가!”

콰아앙!

“이런 미친!”

“나오지 마요!”

문고리를 잡고 뛰어 나오려는 관장을 말렸다.

아직 놈은 죽지 않았다. 성큼성큼 궁수가 놈을 향해 다가갔다.

“감히 네가 우리 애기들을 건드려?”

참고로 애기는 헬스 운동 기구들을 말한다.

평소부터 기구들을 자식처럼 아끼는 궁수에게 있어서는 정말 자식처럼 느껴졌다.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는 괴물 위에 궁수가 마운트를 걸었다. 단단한 허벅지 근육이 괴물을 꽈악 압박해갔다.

“3대 600은 이르다 씹새끼야!”

뻐억! 뻐버버벅!

끄헤에에엑! 끼에에에엑!

“뒤져! 죽어!”

마력은 담겨있지 않았으나 주먹 한방 한방이 모두 혼신의 힘이 실려 있었다.

쾅! 쾅! 쾅!

적을 타격하는 소리가 아닌 마치 망치가 벽을 후려치는 듯한 소리가 헬스장을 울렸다.

케르흐으으….

“하아…. 하아….”

[레벨업! - LV 2]

[레벨업! - LV 3]

압도적인 비주얼을 내뿜던 괴물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궁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궁수의 주먹에는 몬스터의 보라색 혈액이 진득이 묻어있었다.

“궁수야…?”

아.

등 뒤에서 관장님이 성큼 다가왔다.

그는 기구의 상태보다는 먼저 궁수를 걱정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지?”

“네.”

그 뒤로 다시 대화가 끊어졌다.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만이 헬스장을 울렸다.

“하…. 개새끼가 가족을 건드려?”

이제는 아예 기구들을 가족 취급 해버리는 궁수였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 듯 궁수는 주먹을 털며 괴물을 흘깃 바라보았다.

거만한 미소는 덤이다.

“궁수야.”

“네.”

“너 각성했냐?”

헬스장의 모든 사람들이 궁수를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두려움이 아닌 선망과 흠모의 눈빛이었다.

“네…. 뭐 그렇게 됐네요,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애초에 어제 막 각성한 참이고 말이다. 딱히 말을 안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 관장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한층 더 파격적이었다.

“그럼 너도 이제 3대 2000 가능한 거냐?”

“허!”

이 상황에서 조차 중량을 몇 치는지 묻는다니.

과연 그도 진성 헬창이었다. 궁수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3000도 쌉가능.”

“!?”

궁수가 헌터라서 놀란 건지 아니면 3대 3000이라는 기록에 놀란 건지 모르겠지만, 관장의 표정이 보기 좋게 망가졌다.

관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궁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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