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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148화 (148/153)

148화

그렇게 기다리기를 약 10분. 약속시간이 다 됐음에도 오지 않는다는 것에 슬슬 초조함을 느낄 무렵, 뒷편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 미안! 조금 늦었지!"

혹시나 나와 만나기 싫다거나 올수 없는 특별한 문제가 생긴건가 싶었는데 그냥 늦은건가 보구나. 혹여 특별한 문제가 생긴건가 싶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조금 늦게 온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정도는 해야할 것같아 고개를 뒤로 돌리니.

" 좋은 배짱이구나, 약속시간에 늦...."

평상시처럼 차가운 음성으로 말을 이어가던 나는 상혁이의 모습에 말을 멈췄다. 그도 그럴 것이 늦게 도착해서 미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상혁이의 옷차림이 예전에 내가 사주었던 바로 그 옷이었기 때문이다. 사주고서 잊고 있었다고 하면 우습지만, 그 뒤로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이 있어서 사실 잊고있었다.

그런데 오늘 상혁이가 나와 만나는 날 내가 사준 옷을 입고 올줄이야. 솔직히 말해서 놀랐다. 거기다 이거 나에게 좋은거 아닌가? 날 만나러 오는데 내가 사준 옷을 입고 왔다는 것은 적어도 나를 생각해준다는거 맞겠지?

하기야 저녀석이라면 별 생각없이 입고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 오는데 하필이면 할머니가 짐 좀 들어달라지 뭐야."

평상시처럼 해프게 웃으며 말하는 상혁. 진짜로 지나가던 할머니가 짐을 들어달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굳이 묻지는 않았다. 상혁이가 거짓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넘어간 것도 있지만 내가 사준 옷을 입고 왔다는 것만으로 이미 호감도가 삐리링 올라갔기 때문이다.

의외로 나는 굉장히 쉬운 사람인지도 모른다.

" 됐어. 그보다 요즘은 그런 도움을 빌미로 위장한 사건들도 많으니 조심하도록 하렴. 나야 상관없지만 너는 부실하잖니?"

" 뭔가 남자로서 여자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엄청 한심하게 느껴지는데..."

" 당신이 한심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잖아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구더기 오빠."

나의 말에 눈을 반쯤 뜬체 대답하던 상혁은 나의 옆에서 말하는 지윤이의 말에 깜짝 놀란 듯이 고개를 들렸다. 지윤이가 같이 나온다고 했던 나의 말을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상혁이는 그제야 나의 옆에 서있던 지윤이를 인식한듯 인사를 했다.

" 그러고보니 너도 나오기로 했었지. 미안 미안, 어쩌다보니 늦었어."

"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 정말 죄송합니다."

" 헤에, 사과하지 않으셔도 된다니까요?"

무서워라... 내동생이지만 저 싸늘한 눈을 한체 희미하게 웃고있는 입이 정말 대단해. 단순히 무표정하게 노려보며 독설을 하는 나와 달리 지윤이는 진짜 악랄하고 무서워보인다. 분명 나를 따라하며 배운 것일텐데 어떤 의미로는 이미 본가인 나를 넘어섰을지도...

" ...언니는 뭘 그렇게 나를 감탄하는 듯한 눈으로 보는거야?"

" 실례야. 나는 순수하게 동생의 성장에 감탄하고 있었단다."

주로 좋지 않은 의미로 말이야. 저래서야 반에 친구가 많다는게 진실인지 의심되기 시작한다. 다가가기야 나보다 쉬울지 모르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저런데 어디 배겨나가겠는가. 지금의 나야 언니니까 그러려니 하는거지 만약 남이었다면 지윤이의 말에 쫄아버렸을지 모른다.

" 자자, 아무튼 내가 늦어서 미안해. 그럼 오늘 일정은 어떻게 할거야?"

상혁은 우리가 싸운다고 생각했는지 사이에 끼어들어 말꼬리를 돌렸다. 특별히 다투거나 한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나와 지윤이가 대화하는 것을 보면 좀 험악해보이긴 하지. 난 무표정하고 쌀쌀맞은 말투고 지윤이는 퉁명스럽게 말하니까.

" 흥, 좋아요. 사실 둘만 만나게 하고 싶었지만 언니가 억지를 부려서 말이죠. 우선 언니가 어머니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에 맞춰 어머니가 좋아할만한 것을 찾아야겠죠."

" 보통은 그 반대 아니야? 어머니가 좋아할만한 것에 맞춰 적당히 사는거잖아."

지윤이의 말에 상혁이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물음에는 지윤이가 아닌 내가 직접 대답해주기로 했다.

" 어차피 내가 선물 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어머니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테니 내 마음을 전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고르자는 거겠지. 그렇지?"

그렇게 말하며 지윤이를 보자 지윤이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 그래요. 언니에겐 미안하지만 무엇을 선물해도 어머니가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인다고는 볼 수 없으니까요."

" 그런..."

상혁이는 우리의 말에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하~,하고 작게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 내가 여기서 뭐라 말을 하겠냐... 나야 너희가 좋다면 그것으로 좋아. 수연이가 만족한다면 그걸로 된거잖아?"

그렇게 말하며 씨익하고 웃는 상혁. 우습게도 나는 그렇게 웃으며 나의 말에 수긍해오는 상혁의 모습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건 없는 모양이다. 하기야 이녀석은 이보다 훨씬 이상한 것들도 나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여줬지.

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에 조금씩 끌렸던거고.

" 그래서 언니? 뭐 특별히 생각해둔거 있어?"

생각해둔거라-, 특별히 없긴했지만 무엇을 줄까 막상 떠올려보니 처음으로 생각나는 것이 딱하나 있기는 했다. 나는 조금 머뭇거리면서 목에 걸고 있는 친어머니의 목걸이를 매만지며 천천히 말했다.

" -목걸이를 선물하고 싶어."

나직한 음성으로 말하는 나의 말에 지윤이는 고개를 갸웃 거렸고 상혁이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은 어째서? 라고 묻는 듯한 눈이었기에 나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 친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이 목걸이를 선물로 주었어. 그것은 유대의 증거인지 사랑의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을 어머니에게 준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로서 간직하고 있어. 말하자면 어머니가 나에게 준 사랑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이번엔 내가 지금의 어머니에게 목걸이를 선물해주고 싶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상혁이와 지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확실히 그거 좋은 생각인데! 선물로 목걸이를 드리는 것도 나쁘진 않지. 다만 학생 용돈으론 그렇게 비싼 목걸이를 선물하기는 힘들겠지만."

" 이런건 가격이 중요한게 아니에요. 아무튼 어머니도 그 목걸이를 받아서 언니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을 것 같아. 확실히 마땅한 살만한 선물도 마땅히 없으니 목걸이도 나쁘진 않을 것같네."

두 사람다 긍정적인 의견을 표시해왔다. 나는 어머니가 준 목걸이를 손으로 꾹 잡았다.

물론 내가 선물을 준다고 해도 어머니가 받을지는 미지수지만 부디 받아주었으면 한다. 어머니가 내가 태어나던 순간 걸어주었던 목걸이-. 얼마전 아버지에게 받은 이 목걸이는 나에게 있어 친어머니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심플한 외형의 목걸이. 어머니는 이 목걸이와 같이 세련된 사람이었을까 조금 궁금했다.

내가 새 어머니에게 천어머니의 모습을 덧입히려고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결코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친어머니가 이 목걸이로 나에게 사랑을 전해주었듯이. 나도 어머니에게 사랑을 선물하고 싶었을 뿐이다.

" 그럼 악세사리 샵이나 금은방을 들려야겠네. 특별히 생각해둔 모양은 있어?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보석이 박힌 목걸이로 좋으려나?"

상혁이는 내 옆에서서 걸어가며 그렇게 말을 했다. 오늘 어머니의 생일 선물을 함께 고르자는 말에 조금 당황스러웠을만도 한데도 오히려 의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 좋은 의미인건지 아닌지는 모른다. 나를 돕는 다는 행위가 단순한 친구로서의 호감에서 나오는 건지 나를 이성으로 좋아하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다만 곱슬이도 윤아도 선택하지 않았던 상혁이기에 혹시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 아니, 특별한 모양은 생각나지 않았어. 괜찮다면 네가 정해주지 않겠니?"

내가 살짝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상혁이는 어째선지 얼굴을 확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 ...왜?"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묻자 상혁이는 힐끗 시선을 돌리며 붉어진 얼굴을 왼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떠듬떠듬 말했다.

" 뭐라고 해야하냐-. 말하자면 새삼 너 진짜 예쁘구나 해서. 평상시엔 언제나 차가운 얼굴이라 지금처럼 살짝 웃으면 깜짝 놀랄만큼 예쁘다고."

" ....."

나는 그 말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녀석이 나에게 예쁘다고 한 것은 한두번이 아니긴 하지만 상당히 기습적이었던터라 나도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상혁이 못지 않게 붉어졌을게 분명했다.

" 아, 아니 나도 특별한 의미는 아니고..."

" 뭐, 뭘 변명하고 그러니? 나도 특별히 이상하게 받아들이지는..."

서로 얼굴을 붉힌체 하는 대사라고 하기엔 이상했지만 상혁이는 특별한 의미는 아니라고 얼버부렸고 나는 애써 태연한척을 하며 오히려 기분나쁘다는 식으로 말하려 했다. 하지만 얼굴이 붉어진체 이렇게 말해서야 분명 믿지 않겠지.

" 큼, 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우리를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는 지윤이가 있었다.

" 바보같은 대화는 그만하고 좀더 빨리 걸어주시겠어요? 이래저래 다른 사람들 시선도 신경쓰이니까요."

다른 사람? 나는 지윤이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자 거리를 걸어가던 다른 사람들이 뭔가 굉장히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 바보같이 변명하던 우리의 대화를 들은듯 굉장히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 ...수연아 빨리 아무 가게나 찾아 들어가자."

" -동감이야."

나와 상혁이는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체 그렇게 대화를 주고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으~, 얼굴을 어떻게 봐야하지? 엄청 쪽팔리다고 해야하나. 설마 그런 시선을 받을 줄이야. 이게 전부 유상혁 탓이다. 저녀석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괜히 나까지 그렇잖아.

하지만 그렇게 얼굴을 붉히며 걸어가던 것도 잠시, 악세사리 샵에 들어가고서 부턴 선물을 고르는데에 점념하게 되서 방금전의 일을 깔끔하게 잊을 수 있었다. 역시 학생이 금은방에 들어가서 비싼 목걸이를 사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같아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악세사리 샵을 위주로 둘로봤지만 마땅히 사고 싶은게 보이지 않았다.

"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에게 하트모양이나 이런걸 선물할 수는 없잖니."

" 그건 그렇긴 하지만..."

벌써 두시간 정도를 악세사리샵을 둘러봤음에도 결정하지 못하자 지윤이가 '적당히 예쁜걸로 고르는게 어때?'라고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받을지 받지 않을지 둘중에 고른다면 분명 거절할 것같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준비하는 어머니의 생일 선물이다보니 그렇게 건성건성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

" 흐음."

상혁이는 그런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악세사리 샵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다 문득 뭔가를 발견한 듯이 악세리샵에 진열되있던 목걸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 아, 이건 어때? 지금 수연이가 걸고 있는 목걸이랑도 어울릴거 같은데."

" 응?"

상혁이의 말에 유리안에 놓여있는 목걸이를 보았다. 목걸이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신비롭다고 해야하나, 심플한 형태의 목걸이였다. 그리고 그 중앙엔 예쁜 진주가 장식하고 있었다. 내것과 형태는 그렇게 닮지는 않았지만 뭔가 분위기가 비슷했다.

" 어머나, 그건 탄생석 목걸이에요."

" 네?"

옆에 우리가 목걸이를 구경하는 것을 지켜보던 점원이 웃으면서 설명을 했다. 그리고 진열되어 있는 목걸이를 꺼내 손에 들며.

" 여기 박혀있는 진주가 보이죠? 진주는 6월의 탄생석이에요.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곤 하죠. 그리고 아가씨가 걸고 있는 목걸이도 잘은 모르겠는데 탄생석 목걸이 일지도 몰라요."

" 네?"

갑작스런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자 점원이 살짝 웃으며 나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리곤 그 중앙에 박혀있는 보석을 가리키며.

" 아가씨 생일이 혹시 4월인가요?"

갑작스런 점원의 말에 나는 나의 생일을 곰곰히 생각했다. 워낙 생일을 챙긴적이 없다보니 가물가물했지만 다행히도 올해 학기초, 입학 후 일주일 후가 내 생일이었으므로 얼마지나지 않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날은 내가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던 계기가 되었던 날이었으며 어머니의 기일이었고, 내 생일이었다. 4월 2일. 그날이 바로 나의 생일이었다.

" 네, 맞아요. 하지만 그걸 어떻게...?"

" 아~, 그럼 역시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눈으로만 이렇게 봐서는 확실히 잘 모르겠지만 이 보석 분명 다이아에요. 다이아는 4월의 탄생석이죠."

그렇게 말한 점원은 빙그레 웃으며.

" 다이아의 의미는 '영원한 사랑'이에요. 그 가치만큼이나 멋진 의미죠?"

그것은 우연인지는 모른다. 분명 나의 생일은 4월이고 어머니의 기일도 4월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같은 날이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이 목걸이가 나의 탄생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가 나에게 이야기했었다. 어머니는 이 목걸이를 자신과 처음 만났을때부터 하고 있었다고.

어머니가 임신을 한 이후에 다이아 목걸이를 걸고 나에게 주려고 한 것이라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요즘은 아이를 임신하면 대략 언제쯤 낳을지 계산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이고 어머니는 그때 이미 이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내가 4월에 태어난다는 것을 그때 알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이 목걸이는 분명 탄생석 목걸이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너의 어머니는 신비한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쩌면 어머니는 정말로 내가 언제 태어날지 알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대체 어떻게...

' 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나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진열되어 있는 목걸이들을 둘러보았다. 그 안에는 진주만이 아니라 비슷한 형태의 다른 보석이 박힌 목걸이들이 있었다.

" 10월의 탄생석 목걸이는 뭔가요?"

내가 말하려 했지만 그보다 빨리 지윤이가 말했다. 점원은 지윤이의 말에 다시 진열장을 열더니 다른 목걸이를 꺼냈다.

" 10월의 탄생석은 오팔. 희망과 순결을 뜻하는 보석이에요. 이것도 예쁘죠?"

목걸이의 중앙에 장식 되어 있는 오팔은 오색의 빛을 내는 예쁜 보석이었다. 실제로 오팔을 보는 것은 처음인지라 무척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오팔이구나.., 여러가지 색이 섟여있었지만 굉장히 예뻤다.

" 그러면 어때? 이걸로 할까?"

솔직히 탄생석 목걸이는 부모가 자식한테 선물하는게 보통이지만-, 나는 이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라기보다는 단지 희망을 의미한다는 이 오팔이 박힌 목걸이를 어머니가 받아주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 용캐 이런걸 발견했구나? 칭찬해줄게."

"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구만. 솔직히 악세사리는 잘 모르니까 말이야. 피규어라면 자신 있지만."

피규어와 악세사리는 억만광년만큼이나 관심없는 물건이니 상혁이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것 같았다.

" 거기다 사실 진열되어있는 목걸이들을 보고 긴가민가했어. 원래 애니나 이런거 보면 보석의 의미나 꽃말 이런거 자주 나오잖아? 그래서 건강을 상징하는 진주를 고른건데, 설마 탄생석 목걸이였을 줄이야."

나는 상혁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애니나 게임같은 것을 보다보면 보석의 의미나 꽃말, 별자리나 이런 것이 묘하게 자주 나오긴 한다. 친절하게 설명도 곁들여서 말이지. 가끔 기이한 곳에 상식이 있는 오타쿠라면 그런 것과 관련된 애니를 자주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히 설명해서 왠만해선 잘 모르는 황도 12궁 같은 걸 줄줄 외우고 있다면 세인트 세이야를 꽤나 판 오타쿠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상혁이도 비슷한 이유였겠지. 보석이나 이런 것은 특히 여아용 애니에서 자주 나오는 소재이고. 저번에 프리큐어를 보고 있던 상혁이를 생각하면 그런 여아용 애니나 그 비슷한 곳에서 얻은 지식일지도 모른다.

" 그런 것을 아마 다른 여자애들 앞에서 했다면 분명 이렇게 봤을거야."

" 응? 이렇게라니-가 아니라 지윤이?!"

"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은 이해하기가 정말 힘든 사람이네요. 간만에 도움이 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했더니... 뭐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라도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거죠."

다른건 몰라도 피규어와 목걸이를 비교했으니 저런 반응이 나왔겠지. 지윤이는 기본적으로 상대의 취미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피규어나 이런 것은 아무리 그래도 여자로서 좀 거부감이 있는 모양이다.

" 그럼 다음에 또 와요~. 예쁜 아가씨."

점원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예쁘게 포장된 어머니의 선물을 손에 들고 나온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러나 저러나해도 선물을 찾는데 소비한 시간이 3시간 정도. 계속 걸어다녔으니 지칠만도 했다.

" 이제 좀 쉬었다가, 선물도 샀으니 뭐라도 먹던지 놀지 않을래?"

상혁이는 가게 옆에 있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으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우선 목적이던 어머니의 생일 선물을 샀으니 기타 어머니의 생일파티에 쓸만한 물건들을 살까 생각했지만....

" 제가 왜 당신과 놀아야 하죠?"

칼같이 잘라버리는 지윤이. 내 동생이지만 진짜 자비가 없다. 완전 단호박. 지윤이의 딱 잘라 말하는 말에 굳어버렸던 상혁은 이어진 지윤의 말에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 선물도 샀으니 저는 이 선물을 가지고 먼저 돌아갈게요. 어머니의 생일에 준비할 물건들은 아직 여유가 있으니 다음에 사도록 하고 언니와 둘이 시간좀 때우도록 하세요."

" 네가 돌아간다면 나도 돌아가야하지 않겠니?"

어머니의 생일 선물을 손에 든체 한걸음 물러서는 지윤이의 모습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지윤이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

" 아니, 어머니가 언니와 내가 같이 생일 선물을 사온 것을 알면 이번 생일 파티에 언니도 함께 하는 것을 알게 될거야. 그러면 생일파티자체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우선 이것은 내가 산 것처럼 가지고 들어가겠지만-이라고 하는 지윤이의 말에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 수박에 없었다. 숨겨가지고 들어가거나 몰래 집에 들어가거나 하면 괜찮지 않을까 했지만 만약이라는게 있으니 말이다.

" 그러면 구더기 오빠. 언니에게 이상한짓하면 가만두지 않을거에요."

" 하겠냐! -가 아니라 그러면 잠깐만..."

자기가 할말만 하고 돌아서 버리는 지윤이에게 반박하던 상혁은 말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나도 그제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리고 태연하게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지윤이 쪽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지금 단둘이 남아버리면.

그냥 데이트가 되어버리는 거잖아!

" 여섯시 전에는 돌아와도 문 열어주지 않을거야."

고개를 살짝 돌리고 삐뚜름하게 입가를 비튼체 말하는 지윤이의 말에 나는 굳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사이를 진전시킬만한 소재를 생각해보라고 했더니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건가?! 하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 작품 후기 ============================

오오 좋은 지적 감사해요. 2화에서 수연이가 순수 한국인이라고 한 것은 분명 지금으로 볼때 잘못된 것이 맞아요. 1권 분량은 공모전에 내볼까-?하고 이것저것 따로 수정한 것이라서 말이죠. 보면 상화도 상희라고 나오고 윤아도 조금 성격이 지금보다 활발하고요(곱슬이에 가까움!). 하지만 2권부터는 그게 좀 수정됐고 상희도 상화로 고쳐졌죠. 수연이 쿼터의 경우엔 수연이 어머니의 스토리와 수연이의 스토리를 맞추던 과정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그래서 1권 분량에선 순수한국인이지만 어머니쪽 스토리가 나오면서 추가된 설정이에요. 아마 나중에 완결나면 수연이 어머니쪽 스토리 쓰면서 천천히 수정해볼까 했는데 E북으로 출판하게 되었으니 아마 거기서 수정될거 같네요.

E북출판은 저도 돈때문에 하는건 아니고요. 단지 출판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을 뿐이었어요. 아쉽게도 습작화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직 좀 여유가 있으니 출판사쪽에서 또 연락이 오기전까지는 띄워둘게요. 그건 그렇고 원래 토요일 일요일 30kb씩 해서 끝내려했는데 이놈의 데이트편이 끝나질 않네요!

데이트편에서 막혀버리다니! 데이트편빼고 새어머니 생일로 진입하면서부턴 다 생각해둬서 금방 진행되는데! 에이 이미 이렇게 끊은거 다음편 적당히 데이트편 끝내고 바로 새어머니편 진행하렵니다.

그리고 진도가 질질끄는 느낌이라는 분도 계신데 전 오히려 되게 빠르지 않나 생각했는데 말이죠. 바로 새어머니 생일 딱 와버리면 바로 완결인지라. 하지만 그 부분은 제가 가장 쓰고 싶었던 부분인지라 빨리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데이트 편때문에 오늘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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