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덤으로 메이플2 클베 당첨됐네요... 이거 할 시간도 없는데 손데기도 시간이 좀 그렇고 엄청 애매해졌습니다. 이 아이디를 어찌할꼬 147화
" 하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대한다면 계속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지 않을까 싶은데."
언제나 그렇듯 혀를 차는 듯한 말투로 지윤이가 말했다. 물론 나도 지윤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속으로 좋아하더라도 상대가 알리 없는 것이다. 흔히 만화나 소설같은 곳에서 '츤데레' 즉, 우리나라 말로 표현 하자면 새침부끄?라는 것은 현실에선 결국 답답한 여자애일 뿐이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는게 마음처럼 쉽게 되는 것도 아니다.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은지 너무 오래됐는걸. 거기다가 나는 순수하게 부끄럽다는게 문제다. 알다시피 나는 전생에 남자였다보니 남자를 좋아한다-라는 것은 꽤나 먼 세계 이야기였다.
솔직히 상혁이만 해도 몇달 전엔 그냥 동성 친구와 같은 느낌이었다는게 사실이다. 스킨쉽 하는 것도 거릴낄 것 없고, 동성 친구에게 농담하듯 말하며 성적인 농담을 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새삼 내가 여성으로서 상대방을 남성으로 인식하게 된 지금은 그게 쉽사리 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나는 전생부터 시작해서 쭉 남과 접촉이 극히 적었다. 특히 이수연으로서 이 세상에 살아가게 된 후엔 전생의 명환이 이상으로 남들과 대화하는 것을 꺼렸고 대화한 횟수도 적었다.
이 이야기가 무엇이냐면 그 남이라는 것은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며, 나는 상대가 동성이든 이성이든 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 상태에서 상혁이를 이성으로 인식하고 '좋아한다'라는 것을 깨달아버렸으니 쉽사리 표현하는게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나름 각오하고 왔다고. 지윤이가 나를 밀어줬기에 결심한 것도 있지만 이제 곧 중간고사이고, 그 다음은 바로 어머니의 생일이다. 개인적인 한계라고 해야하나, 되도록이면 어머니의 생일날 상혁이를 초대하기전에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언제까지 우물쭈물 거리는 것은 곱슬이나 윤아에게도 못할 짓을 하는 것이고, 이런 상태를 오래 유지해봐야 상혁이와의 사이가 소원해질 뿐이라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내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 상혁이가 새삼 윤아나 곱슬이의 매력을 깨달아 사귀게 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니 곱슬이 윤아뿐이 아니라 청이 선배도 어떤지 모르겠다니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청이 선배는 진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혹시나 하고 떠봐도 순진무구하게 웃으면서 보기만 하니...
거기다가 청이 선배는 금발에 혼혈... 초 레어한 외모라 이거지. 나도 어머니쪽 핏줄땜에 나름 쿼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외국인인 할머니는 본적도 없고 실감도 나지 않는다. 내 외모는 청이 선배처럼 서양인의 피가 뚜렷하게 보인다기보단 약간 서구적으로 생긴 동양인이니 말이다.
솔직히 그렇게나 예쁜 청이 선배가 중학교 시절부터 같이 있었는데 상혁이가 반하지 않은 것도 그저 대단할 따름이다. 아니, 그건 윤아 때문이었으려나. 윤아도 분명 귀엽고 매력있는 아이고...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내가 잠자코 계속 생각에 잠겨있자 지윤이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지윤이의 말을 듣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걱정을 하다보니 괜히 생각이 삼천포로 빠진듯한 기분이다. 아무튼 간단히 정리하면 내가 이렇게 틱틱 거리고 있어봤자 좋을게 없다는 거려나.
" 걱정마렴. 오늘은 그렇지 않아도 확실히 말할 생각으로 왔단다."
" 저번에 부실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같지만... 거기다 오늘은 나까지 함께 일텐데 말이야. 구더기씨가 눈치 챌만큼 확실한 어필을 할 수 있어?"
" 물론. 그리고 오늘은 어디까지나 어머니의 생일 선물을 사는게 목적이잖니. 그런데 네가 없어서야 어머니의 생일 선물을 제대로 살 수 있을리가 없지. 알다시피 나는 근 10년간 어머니와 제대로 대화한 적도 없으니 어머니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니 말이야."
거기다 상혁이도 상혁이지만 나에게 있어 그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의 생일에 재대로 참여하는 것이다. 상혁이와의 일은 지금 당장 급하게 할 필요는 없지만 어머니의 생일은 당장 몇주 뒤. 중간고사가 끝난 바로 다음이다.
" 어머니와 관한 것은 지금까지 처럼 순조롭게 되지 않을거야 언니. 어머니는 아직도 언니를 무서워 하고 있어."
지윤이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그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머니가 아직도 나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은 간혹 눈빛만 교환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솔직히 아직도 그런 눈빛을 받을 때면 쇼크지만 나름 익숙해졌다고 해야하나.
애초에 원흉은 나긴 하지. 그렇게 어렸을때부터 너무 어른스럽게 행동했던데다가 누가봐도 이상한 행동을 했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못하는 것도 없고 뭘해도 기이할 정도로 잘했던 나의 모습은 어머니에게 공포로 다가갔을 것이다.
아버지와는 대화를 하지는 않았어도 그런 나의 모습을 전혀 이상하게 보지 않았던 탓에 저질렀던 실수. 환생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잘못이다.
" 알고 있어. 그러니 실망하지는 않을거야. 그래도 차근차근 해봐야 하지 않겠니."
" 언니가 그렇다면야 나야 괜찮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 사이가 좋지는 않아도 어머니와 나는 가족이니까 이대로 내버려 둘 수 만은 없다. 나 뿐이 아니라 지윤이를 위해서라도 이런 어머니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완화시켜야 할테니.
" 그런 것보단 오늘 어디로 갈지나 생각해두렴. 어머니의 생일선물도 생일선물이지만 상혁이와 어색하지 않게 돌아다닐만한 곳을 모색하도록 해."
나름 진지한 눈으로 지윤이를 보며 말하자, 지윤이가 나를 보며 입가를 일그러트렸다.
" ...그걸 왜 내가 생각해야되는지 물어도 될까, 언니?"
싸늘한 눈빛, 냉정한 표정, 매정하게 보이는 입매.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 피가 얼어붙어 버릴 것같은 얼굴이다. 남들이 보기에 내가 저렇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지윤이의 저 악랄한 얼굴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생각한다.
" -악랄한 얼굴?"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내버린 모양이다. 오랜만이라 나름 신선하지만 이런 말은 입밖으로 낼 필요가 없었는데... 아니, 그렇게 노려보지마 진짜 무서워!
" 그렇게 노려볼 필....이 아니라 설명하자면 아무래도 나 혼자서는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단다.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아도 내가 사람과 어디 어울려서 다녀본 적도 없지 않니? 그러니 제대로 될리가 없지."
" 합리화 하지마."
" 아무튼 너와 함께온 것은 이런 이유도 있었어. 저번에 네가 친구가 많다고 했잖아? 그러니 오늘은 너의 조언을 직접 받아볼까해서."
속으로는 지윤이의 눈빛에 겁에 질려있었지만 포니테일을 하지 않은 나의 포커페이스는 순조롭게 말을 할 수 있었다. 이런 나의 태연한 말에 지윤은 잠시 말이 없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 친구가 많다는 것과 이게 무슨 연관이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말이야. 아무튼 도움은 줄 수 있도록 생각해볼게."
" 좋은 태도야."
박수라도 쳐줄까? 라는 듯이 손을 올리고 보자.
" ....내가 말하긴 뭣하지만 언니의 태도나 행동은 남을 비꼬고 비웃는데에 특화 되어 있는 것같네."
그렇게 말하니 마치 내가 인격파탄자라도 된 기분이다. 나는 겉모습만 매정한 극히 소심한 소시민인데.
" 그나저나 이 구더기는 왜 아직도 안오는거야? 약속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 저번까지만 해도 상혁 오빠라고 하더니만 왜 갑자기 구더기가 된거니?"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자 지윤이는 나를 살짝 보더니 새치름한 어조로 '그건 언니랑 상관 없잖아.'라고 말을 했다. 뭐야 괜히 궁금하게. 혹시 유상혁이 지윤이에게 무슨 이상한 짓이라도 한건가. 예를들자면 넝어질리 없는 곳에서 넘어지며 이상한 곳을 만졌다던지...
" 무슨 망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경쓰지마. 그냥 기다린지 20분정도 되서 예민해졌을뿐이니까."
" 그렇다면야 상관없지만..."
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는듯한 기분이지만 굳이 캐물어보지는 말자. 내가 약간 그런 꺼림직한 표정을하며 물러서자 지윤이는 뚱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서있다가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는것 같아."
" 응? 아아."
나로선 익숙한 모습이지만 지윤이에겐 생소한 경험인듯 했다. 지윤이는 주변을 고개를 돌려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 보통 나만해도 이렇게 거리에 서있으면 남자들이 말을 걸어오곤 했는데 언니까지 옆에 있는데도 눈길만 보내지 다가오지 않네?"
아니 그것보다 너에게 헌팅을 하려했던 남자들은 어디에 사는 로리콘인지 진심으로 궁금하구나.
" 내 분위기때문에 항상 이런 경우가 많아. 어째서인지 남자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물러서 버리곤 하지."
" 신기하네. 언니는 외모만은 일품이니까 헌팅은 자주당할 것같았는데 말이야. 하긴, 그런 분위기이니 다가오기 힘들겠지. 이해했어."
외모만은 일품이라니 내 동생 진짜 너무하네.
평상시라면 나도 한마디하며 비꼬기 배틀을 했겠지만 오늘은 어디까지나 억지로 지윤이를 데리고 나온 입장이기에 넘어가 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정도 여동생의 어리광쯤이야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 작품 후기 ============================
출판사쪽에서 출간하게 되도 냅두면 안되냐고 하니 그건 힘들것 같다고 하네요... 내용이 꽤나 달라서 괜찮을 것같다고 했는데도 안된다고 합니다. 거기다 이북출판이라기에 그냥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그런건가 했는데 삽화도 있는 모양입니다.
요즘 그런 웹소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동생왈). 그래서 원래 계획은 토일월 하루 30kb씩 연재해서 월요일날 딱 완결찍으려 했는데! 하필 데이트편에서 막히다니.
마지막부분은 다 생각해뒀는데 역시 데이트편에 취약한 바로 나란 사람... 11kb를 쓰긴 했지만 당장은 생각이 나지 않아 우선 올리고 고민좀 해야겠네요. 데이트편을 두편으로 끊고 월요일 화요일에 어떻게든 완결을 내야지.. 언제 습작화로 돌려야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