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6권>
" 생각보다 빨리 나오셨네요."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리며 말하자 일행들이 나를 바라봐온다. 확실히 방금 남학생들이 도망간게 이해가 갈 정도로 이 멤버는 오오라가 남다르다. 물론 유상혁을 제외한 여성진을 말하는 거지만.
그나마 가장 평범한 윤아 언니도 꽤나 인기인으로 알고 있다. 솔직히 그녀정도의 외모면 왠만한 연예인 수준은 가볍게 넘고 있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저 빨간 해파리도 외모만큼은 괜찮고. 언니나 청이 언니는 격을 달리할만큼 아름다운 사람들이니 확실히 일반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여자들틈에 껴있는 다 하나의 남성이라는 자가...
' 정말 얼마나 운이좋은거야, 이 사람은.'
상혁을 슬쩍 째려보자 눈에 띄게 움찔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정말이지 언니는 왜 저런 사람에게...
" 지윤이가 기다린다고 했으니까 말이야. 이제부터 상혁이랑 둘이 갈거니?"
그렇게 말한 것은 청이 언니였다. 언니는 뭔가 기이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윤아 언니와 빨간 해파리는 상혁 오빠쪽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난 상혁 오빠만 혼자 나와주길 바랐지만 이렇게 단체로 나올줄이야. 정말 귀찮을 뿐이었다.
" 네."
뭔가 설명을 해볼까 했지만 괜히 사족을 달아봐야 귀찮을뿐이고 특별히 할말도 없었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나의 모습에 언니는 뭔가 눈가를 살풋찡그렸지만 특별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도리어 상혁 오빠가 당황한듯이.
" 정말 나랑 단둘이 갈거야?"
" 어제 제가 그렇게 말했을텐데요.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내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고개를 끄덕여주는 부분은 좋네. 내가 상혁 오빠의 입장이었다면 하나하나 캐물어보았을지 모른다. 그런 것을 보면 빨간 해파리가 말하는 것처럼 나는 꽤 귀찮은 성격인지도.
" 끄응~. 너 이상한 생각을 하거나 할것은 아니지?"
적갈색 곱슬머리를 쓸어올리며 빨간 해파리가 미심쩍다는 듯이 말했다. 뭐가 그렇게 의심스러운 건지. 내가 이 남자를 어떻게 하기라도 할까봐 그러는 건가.
스스로 성격이 좋다고는 못하겠지만 언니가 이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처리해버릴만큼 문제가 있는 성격은 아니다. 물론 마음에 안들기는 해도 말이지.
" 지윤이면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이렇게 말해준 것은 언니였다. 언니는 잠시 상혁 오빠를 힘껏 노려봐준 뒤에 잠시 나를 슬쩍 바라보곤 고개를 돌렸다.
" 그럼 우리는 슬슬 가는게 좋겠네요. 우리가 있으면 지윤이와 상혁이도 곤란할테니."
혹시 따라오겠다고 박박 우기진 않을까 했던 언니가 의외로 일행을 다른 곳으로 이끌며 말했다. 이상한 곳에서 직설적인 언니라면 분명 '수상해, 따라갈거야!'라고 말하리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 흥. 의외네, 언니라면 분명 이상한 소리를 할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러고서 몰래 미행하거나 할생각은 아니지?"
내가 팔짱을 끼고 비웃듯이 말하자, 언니는 일행들을 이끌고 가다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 신경쓰이지만 여동생을 지켜보는 것이 언니의 미덕이니까."
매우 어울리지 않는 말을 했다. 순간 이죽이던 내 입이 굳어버릴 정도로. 포니테일을 한 언니라면 몰라도 평상시의 언니가 나의 말에 순순히 수긍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에 상당히 의외인 대답이었다.
뭔가 이미지에 맞는 굉장히 쿨한 대답이었다고 해야하나. 괜히 내가 언니에게 심통이나 부리는 철없는 동생이 된 것같아 볼이 살짝 붉어졌다.
" 학교에선 엄청 신경썼으면서 지금은 또 아니네. 정말 알 수없는 녀석이야."
일행들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상혁이 오빠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역시 학교에서 이런저런 추궁을 당했던 것인지 지금 쿨하게 돌아가 버리는 언니를 보며 예상외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예상보다 일이 순조롭게 풀렸으니 뭔가 출발이 좋은듯한 기분이다.
" 그럼 슬슬 가죠. 계속 교문앞에 서있어봐야 좋은 것은 없으니."
" 응? 아, 뭐야 이 시선은..."
시선? 아아, 그러고보니 꽤 주목을 받고 있었구나. 이러나 저러나해도 나의 외모는 꽤 어리다보니 내가 상혁 오빠와 함께 서있으니 이상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여동생이라고 하기엔 나와 상혁 오빠의 외모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으니 이상해 보일만도 하네.
거기다가 내가 교문 앞에서 쭉 기다리고 있었으니 제 삼자가 본다면 좋아하는 남자를 기다리는 중학생 소녀로 보였을지 모른다. 그것은 기분나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 윽... 뭔가 내일 학교에 오면 이상한 추궁이 더 늘어날 것같은 기분이..."
" 후, 그래도 저정도로 예쁜 여학생들 틈에 끼어있으려면 그정도 추궁은 달게 받아야하겠죠. 정말 기이할 정도로 당신 주변엔 예쁜 사람이 많으니까요."
" 그건 그렇겠지. 확실히-."
톡 쏘아붙이듯이 말하자 상혁 오빠가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수긍했다. 정말 멍청한 얼굴이 아닐 수 없네. 이런 바보같은 남자를 무슨 이유로 좋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윤아 언니야 소꿉친구니 그렇다고 치고, 유리 언니도 워낙 단순하니 어떻게 넘어갔다고 쳐도 설마 언니까지... 이건 분명 뭐가 잘못된 거야.
' -그렇다지만 나도 결국 그런 언니의 생각을 존중할 수밖에 없으니.'
이렇게 불러내게 된 것이다.
나는 옆에 내 걸음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걷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분명 나쁘게 생긴 얼굴은 아니다.
좋게 쳐주면 꽤 준수하게 생겼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정도의 남자야 조금 큰 거리에만 나가도 널리고 널렸다. 그렇다고 공부를 대단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특별히 잘하고 하는 것도 아니다. 뛰어난 달변가도 아닐뿐더러 사교성이 좋은 편도 아니다.
도리어 언니와 같이 서브컬쳐에 빠져있는 오타쿠이다.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언니가 호감이 갈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취미가 맞았기 때문이려나. 아니, 언니는 그런 것에 특별히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다. 남과 함께 취미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 ...그렇게 뚫어져라 보면 부담되는데 말이야."
" 아, 그건 실례. 잠시 무엇좀 생각하느라."
" 에? 예상외네. 내가 이렇게 말하면 '건방지네요. 제가 바라봐주는 것만으로 고마워 하라고요.'라고 말할줄 알았는데 말이야."
윽, 분명 순간 그렇게 말할까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 그정도로 무례한 성격은 아니에요. 구더기 오빠가 마음에 들지 않긴해도 무조건적인 비난은 하지 않으니까요."
" 난 그 구더기 오빠라는 말이 다른 어떤 비난보다 가장 슬프다만."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내 속마음으로 충분하다. 아무튼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 세인가 시내까지 걸어온 모양이다. 그러고보면 둘이 말없이 걸은게 거의 한시간정도구나. 이 사람이 충분히 신경쓸만도 했다. 내가 오늘 부른게 분명 궁금할텐데 아직도 묻지 않은 것을 보면 그런 점은 칭찬해줄만 하구나.
" 잠시 저 옆에 있는 공원에 가죠."
" 응? 그래, 알았어."
슬슬 오늘 부른 이유도 설명해줘야할 것같아서 이야기를 할만한 장소를 생각해 이야기하자 그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가 문득 뭔가가 생각났는지 빙긋 웃으며.
" 아, 혹시 뭐 마시고 싶은거 있어? 이야기할 게 있으면 뭔가 음료수라도 마시면서 하는게 좋잖아?"
그정도로 말을 많이 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말처럼 뭔가를 마시면서 하는게 목도 축이고 괜찮을 것같았다. 아마 이 공원에 있는 자판기의 음료수는 대부분 천원이었었지.
" 그러네요. 아마 자판기가 저쪽에 있었으니 가도록 하죠."
" 응? 아니야 됐어. 여기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봐. 내가 사가지고 올테니까."
" 그렇게 하신다면야... 확실히 굳이 음료수를 사는데 두명이 갈필요는 없겠죠. 저는 밀키스로 부탁드려요, 돈은 여기...."
내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말하자 그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 아니아니, 그정도는 내가 사줄테니까! 그렇게 돈을 꺼낼 필요 없어."
" 왜죠? 음료수 정도는 저도 제 용돈으로 살 수 있는데 말이에요."
나는 남들이 뭔가를 사주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빚을 지는 기분인지라 지금까지 누군가가 뭔가를 사준다고 하면 늘 거절하곤 했다. 특히 그런 것으로 생색을 내는 부류가 많아서 특히 그런 편이다.
" 아니 아니, 특별한 이유는 아니야. 그냥 수연이한테 이것저것 얻어먹은 것도 많으니 동생인 너에게 조금 보답을 해주고 싶어서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
" -그런가요? 그렇다면야 상관은 없겠지만..."
연하니까 돈을 쓰게하기 싫다던지, 남자니까- 같은 이유를 말하면 거절하려 했지만 언니를 들먹이면서 말하니 할말이 없어졌다. 언니가 평상시에 자주 사준 보답이라고 하니 굳이 거절할 필요도 없고.
하지만 뭔가 꺼림직한 기분이다. 이상하게 나를 다루는데 능숙하게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내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이 말한게 마음에 걸렸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 역시 수연이랑 반응이 비슷해서 알기 쉽네...'
" 네? 무슨 말을 하신것 같은데요?"
" 아,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봐. 밀키스라고 했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상혁 오빠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미처 듣지 못했다. 뭔가 중요한 것을 듣지 못한 기분인데 어쩔 수 없지.
============================ 작품 후기 ============================
수연이와 지윤이 같은 성격을 점점 다루는게 익숙해져가는 상혁이...
아, 외전은 뭔가 후반부는 네타성이 있을 것같아서 6편부분을 마무리한 뒤에 올릴 생각입니다. 20kb씩 진행하면 금방끝날 것같은데 아쉽게도 오늘은 10kb!
아 그리고 뭔가 전전편에 은혼댓글이 잔뜩! 정작 저는 은혼을 보지 않아 말해도 모르지만... 덤으로 요즘 바빠졌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중 한분이 같이 마영전을 하지 않겠냐고 저를 꼬셔서(!) 스케쥴이 바빠졌어요.
12까지는 소설을 쓰고 3시까지는 마영전을 하고 3시 이후에는 검은 사막을 하고, 롤도 병행해야되서 시간이 빠듯해졌습니다. 그리고 여덟시 이후에는 누워서 비타로 느와르하고 토귀전극을 해야되서 스케쥴이 빠듯빠듯합니다.
비타는 아침에 여동생이 빌려가서 토귀전을 하고 있기에 쓸시간이 저녁뿐이라는게 눈물.
덤으로 제 여동생은 스무살이에요. 말투는 그래도 어리지는 않은...(외모는 중학생이지만. 그래서 지윤이 모티브가 제 여동생이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