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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139화 (139/153)

139화

유상혁이라는 사람은 나에게 있어 조금 신기한 존재이다.

학기초 언니를 돕기 위해 돌아다닐때 우연히 만났던 두명의 여성. 윤아 언니와 유리... 아니 빨간해파리 언니를 만났을때 알게된 남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성과는 그렇게 역여본 기억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 나는 언제나 여자아이들 틈에 둘러 쌓여있는데다가 나의 심경을 거스르면 여자아이들이 보복을 가하므로 아무래도 접근하기 쉽지 않았겠지. 솔직히 내탓은 아니다. 어쩌다보니 여자아이들이 하나둘 나의 주변에 모여들은 것 뿐이니까.

그런 점에선 빨간해파리와 여러가지 비슷한 심경이다. 물론 그냥 달라붙는 여자애들이 대부분이라 친구라고 부를 수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야기가 좀 다른 곳으로 빠져버렸네. 아무튼 '유상혁'이라는 사람은 처음에 만났을대부터 조금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지만 굳이 도울 필요가 없을텐데도 굳이 나서서 돕는 것이나, 나의 말에 순순히 따라준다는 점도 꽤나 특이했다.

사실 처음 언니를 어머니의 묘소로 데리고 가려고 했을때 그를 이용하려고 했었다. 아무래도 언니는 친구들간의 우정이나, 꿈과 희망이 넘치는 그런류의 소설이나 만화를 좋아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언니가 읽는 책에서 흔히 보던 클리셰인 '여주인공을 남주인공이 구하는' 것을 시도해보려했지만 청이 언니의 저지로 할 수 없었다.

확실히 그때 그것은 청이 선배의 말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언니랑 다시 말도 하고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 뒤로 언니가 학교에서 '친구'를 만들게 된 것도 그때의 일이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뒤로 기이할 정도로 그 유상혁이라는 사람과 언니가 엵이게 된 것이 조금 불만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라 언니가 공부를 가르쳐준다는 이유로 외박을 하고. 그것도 그 유상혁과 단 둘이!

그뿐이 아니다. 수학여행때도 그렇고, 조금씩 조금씩 언니의 주위에서 멤돌던 유상혁이라는 남자는 언니의 마음까지 들어가 버린 것이다. 모를리가 없잖아. 요즘 언니는 맨날 그사람을 눈으로 쫓으니까.

정말 알기 쉬운 언니다.

솔직히 너무 노골적으로 바라보는지라 '좋아하는게 맞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노골적이다. 보통 다른 여성이라면 힐끔 힐끔 보던가, 아니면 마음을 감추고 은근히 자신의 마음을 어필하는게 보통일 것이다.

하지만 언니는 꼭 이럴때만은 남자같아서 경악스러울 정도로 돌직구로 다가갈때가 많다. 예를들면 바로 엊그제 데이트를 하자고 하려고 했을때도 자신의 마음을 어필하려면 '너에게 호감이 있어서 데이트를 하고 싶다'라는 식으로 표현을 했어야 했는데.

「내일 시간있지? 만나지 않겠니.」

단번에 물어보고 혼자 결정을 해버렸다. 저래서야 호감이 있다기보단 그냥 친구와 약속을 잡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언니는 단순히 카페에서 몇마디만 나누고 돌아와 버렸다. 꽤나 실망한 것같지만 뭐가 이상한 것인지 본인이 모르는 것도 나름 재밌으니 두고보기로 했다.

' 곧 끝나겠네.'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보니 약 10분정도면 7교시가 끝날 시간이고. 종례나 기타 등등의 행위를 하면 30분정도는 더 기다려야하겠지. 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딱히 상관은 없다.

어제 그 사람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기로 한 것은 내가 제의한 것이니까 이정도는 참아주는게 보통일 것이다. 그때 언니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물어보는 것이 재밌어서 조금 장난을 쳤지만 생각보다 그 파장이 컸다. 얼마나 고민이 됐으면 조용히 자리에 앉아 끼적인 글이라는게.

「로리타가 먼저인가, 로리콘이 먼저인가」

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글귀였을정도로. 이 언니가 진짜.

덕분에 나도 언니에게 설명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중에 언니에게 말할 것이었지만 괜시리 안절부절 못하는 언니가 재밌기도 하고 나를 그런 식으로 취급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오늘 내가 그 사람과 만나기로 한 것은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다 그것도 나를 위해서라기보단 언니를 돕기 위한 마음이 크다. 정말정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최근 언니가 그 사람을 의지하는 마음이 상당히 크기도 하니 부탁을 해보는게 좋지않으려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있으면 어머니의 생일이니까...

솔직히 이번만큼은 언니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언니가 원하니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내가 돕는다고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번 일은 언니뿐이 아니라 나의 어머니도 이유가 있기 때문에 언니가 노력한다고 해도 무리일 것이라 생각한다.

언니는 조금씩 노력하고 변하기 위해 걸음을 내딛었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언니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그 이유를 알기에 어머니를 탓할 수 없다. 언니에게 트라우마가 있듯이, 어머니에게도 그것은 트라우마인지도 모른다.

언니도 그것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때 어머니가 언니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언니의 반응을 볼때 어머니는 직접적으로 전부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언니가 이번에 굳이 어머니의 생일을 준비한다는 것은 똑같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염두하고서 어머니의 정면에 설 생각인 것이다.

이번엔 적어도 각오를 하고 있는만큼 전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해서 상처를 받지 않을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뻗은 것이다. 상처받을지 모를 언니를 감싸주는 것은 이젠 나보다 그사람이 어울릴지 모르니까. 아버지에게서 넘겨받은 바턴을 이제 넘겨줘야 할 사람이 나타난 것인지도 모르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돌아보니 하교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교중인 학생들은 고등학교의 정문에 서있는 중학생인 내가 눈에 띄는지 저마다 한번씩 보고간다. 몇몇의 남자들은 노골적으로 나를 보고 있다.

솔직히 말해 그런 시선은 불쾌하다. 나는 언니와 다르다. 저런 시선을 가볍게 넘기지도 못하고, 남들이 나를 귀엽고 예쁘다고 칭찬하며 바라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애초에 난 시끄러운 것은 질색이다.

언니가 남들이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것을 꺼려한다면, 나는 그것을 포함하여 저런 시선이나 나에 대해 제멋대로 떠드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점만 보면 나는 언니처럼 친구가 없어야 되는게 보통이지만 기이하게도 이런 나를 좋아해주는 애들이 있기에 용캐도 친구가 드문드문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 저기 누구 기다리니? 언니? 오빠?"

" 야, 그런식으로 물어보면 겁내잖아. 중1정도로 보이는데."

역시 귀찮다. 이런건. 시선을 슬쩍 돌려보니 껄렁하게 생긴 남자 고등학생 두명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명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것으로 모자라 귀에 귀걸이마저 하고 있다. 학칙을 준수하는 나로선 그런 남학생들이 그저 마음에 안들뿐이다.

왜 굳이 저런식의 말투를 써야하는 걸까. 염색이나 피어싱은 스스로의 취향이고 패션이라고 할지 몰라도 학칙에 어긋나고 학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바지주머니를 보니 딱 보기에도 담배갑으로 보이는게 들어있다.

이건 굳이 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간혹 보이는 전형적인 불량 청소년의 모습이다. 굳이 입을 열어 상대해주는 것도 귀찮았다. 솔직히 내 머리위에서 말을 할때마다 미약하게 뿜어져 나오는 담배냄새가 매우 거슬렸다.

내가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버리자 그것이 마음에 안들었던 듯 얼굴을 내 얼굴에 가깝게 들이대며.

" 아~, 뭐야 귀엽다고 튕기는거야? 그러지말고 오빠들하고 같이 놀러가지 않을래? 오빠가 재밌는 곳 많이 알아~."

귀찮다. 이런적이 한두번이 아니긴 하지만 솔직히 귀찮은 것은 귀찮은거다. 거기다가 이런 일을 겪을때 마다 생각하지만 나의 외모는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으로. 좋게 봐줘도 중학교 1학년 이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여자애를 고등학교 고학년이 헌팅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언니의 말처럼 정말 이세상엔 페도필리아가 곳곳에 퍼져있는 것같다. 이녀석들은 주변의 시선이 두렵지 않은걸까.

" 미안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요."

마음같아서는 '냄새나니까 고개 좀 치워주시지 않겠나요, 이 쓰레기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굳이 도발할 필요는 없다. 이런 양아치 류의 사람에겐 그런 말을 해봐야 괜히 흥분해서 더 귀찮아질 뿐이고. 나중에 혹시나 중학교까지 찾아오면 다른 학생들에 피해를 끼칠지 모르니까 말이다.

난 지금 내가 다니는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으니 이 남학생이 일진같은 곳에 속해있다면 일이 커질뿐이다.

" 에이~,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니까. 그 기다리는 사람에겐 오빠가 나중에 말해줄게."

" 그래그래, 그렇게 겁내지 않아도 괜찮다니까?"

겁내긴 누가 겁네. 딱 듣기에도 내 목소리는 몹시 귀찮다는 식으로 말했을텐데 말이야. 이젠 대답할 필요성을 못느끼겠다 싶어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서있는데 갑작스럽게 내 손목을 향해 손을 뻗어오는 남학생의 손이 느껴졌다.

습관적으로 꺾어버릴뻔 했지만 우선은 가볍게 피했다. 언니 만큼은 아니어도 운동신경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다행이네.

" 아~, 겁나게 튕기네. 그러지 말고 같이-."

" 어머나, 무슨 일일까."

내가 손을 피하고 또다시 고개를 돌려버리자 남학생들이 화가난듯 뭐라 말을 하려했지만 그 말을 자르듯 차갑고 냉랭한 음성이 들려왔다. 듣는 것만으로 피가 얼어버릴 것같은 냉정한 음성.

고개를 뒤로 돌리니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짓고 매섭게 눈을 뜨고 있는 언니가 있었다. 그 뒤로 함께 하교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유상혁과 윤아 언니. 그리고 빨간 해파리와 금발의 청이 언니가 서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세삼 저 유상혁을 제외한 멤버가 얼마나 눈에 띄는지 깨달았다. 등장한 것만으로 주변에 하교하고 있던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고정시켜버릴 정도로.

" 앗, 엣 그-."

" 아, 아니 우리는 그냥 이 아이와 조금 같이 놀고 싶어서..."

두 남학생은 딱 봐도 언니보다는 고학년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게 언니는 아직 고등학교 1학년 생이고 두 남학생은 언니와 명찰의 색이 달랐으니 같은 학년의 학생은 아니겠지. 하지만 두 남학생은 언니와 정면에 마주하자 마자 뒷걸음질 치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마 언니에 대해 잘 아는것 같았다. 하기야 저렇게나 눈에 띄는 언니를 모르는게 이상하겠지만.

" 명찰을 보아하니 3학년 선배들이시네요. 제 여동생은 지금부터 저희와 선약이 있습니다만. 그리고 뒤에서 듣자하니..."

언니의 음성에 두 남학생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마치 이야기속에서 나온 메두사의 눈에 마주친 것처럼 돌처럼 굳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있었다.

" 내 여동생에게 꽤나 재밌는 소리를 하는 것같았는데 말이지."

그것은 반말이었다. 앞의 존댓말이 거짓이었다는 것처럼 차갑고 무감정한 목소리의 반말. 그 말에 두 남학생은 고개를 급히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 아~, 여동생이었구나 어쩐지 귀, 귀엽더라. 그럼 우리는 가, 가볼게!"

" 귀찮게 해서 미안했다!"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이고 귀걸이까지 하고 있는 불량청소년이라고 하기엔 불쌍해보일정도로 부들부들 떨며 남학생 두명은 애써 웃으며 급히 등을 돌렸다. 그리곤 단번에 뛰어서 도망가려는 듯했지만 그런 두명을 붙잡는 목소리가 들렸다.

" 어이, 선배."

그것은 웃음기마저 있는 빨간 해파리-아니 유리 언니의 음성이었다. 적갈색으로 염색한 머리가 인상적인 그녀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고개만 살짝 돌려 뒤를 돌아보는 두명의 남학생을 향해.

" 혹시 나중에라도 해코지하려고 하면-."

죽어요. 라고 유리 언니는 아주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역시 저 두남학생보단 유리 언니쪽이 훨씬 양아치 같았다.

아니 실제로 양아치가 맞겠지만... 그래도 내가 알기로 유리 언니는 일진쪽이나 양아치들과 관계되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나를 신경 써준 것이리라 생각된다.

흥, 괜한 짓을.

내가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때, 두 남학생은 엄청난 속도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속도보다 빠르게 달려서 우리에게서 도망쳤다. 그 모습을 보니 나를 귀찮게 하기는 했어도 조금 불쌍한 기분이 드네.

============================ 작품 후기 ============================

오늘 혹시 연재를 못할까봐 검은사막 키기전에 한편! 그럼 저는 이제 검은 사막을 하러갑니다! 어제 간만에 롤을 했다가 연속해서 져버린 슬픔....

덤으로 어제 게임하는데 여동생이 갑자기 달려와서 '죽었져, 죽었져'하고 혀짧은 소리를 내길래 뭐냐고 하니까 은혼에서 좋아하던 캐릭이 죽은 모양입니다. '으앙 은혼이 어두워졌다!'라고 절규하는 여동생을 보니 뭔가 지윤이 글을 쓰는데 탄력이 붙은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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