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상혁은 고민하고 있다. 그것이 무슨 고민이냐면 최근 이상한 자신의 친구-의 문제다. 사실 친구는 아니라 본인 말로는 그저 '같은 편'이라고 했었지만 말이다. 본래 좀 특이했던 녀석이긴 했지만 최근들어 그런 것이 좀 심해졌다고 해야하나. 유독 자신의 주위에 돌아다니며 기이한 행각을 하고 있다.
그녀석이 기이한 행각을 하는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긴 하지만 요즘은 빈도가 조금 많은 것같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폐만 되냐고 하면 그것은 또아니다. 기이한 행동만큼이나 기묘하게 챙겨주는 기분도 들기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지.
처음엔 설마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건가? 라는 가설을 세워보았지만 뭔가 갈수록 아리송해져서 그만뒀다. 그녀가 그렇다면 자신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그녀가 딱히 자신에게 호감을 가질만한 상황이 생각나지 않기도 하고, 그 행동들도 호감을 표한다기보단 묘한 괴롭힘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체 뭘까...
의문만 점점 깊어져가는 실정이다. 덩달아 그녀뿐이 아니라 주변의 반응도 뭔가 이상하다.
뭔가 초조한 분위기? 아니면 뭔가 알아주길 바라는 듯한 간절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다. 특히 윤아나 곱슬이는 최근 자신이 고백을 거절했던 것도 있어서 미안한 감이 없잖아 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지켜보니 아직도 뭔가 남은건가-싶어서 가끔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거기에 지윤이에 이르러서는.
" (빤히) "
저렇게 뚫어져라 보고 말이야. 대체 다들 어디간거야, 어서 돌아와줘. 상혁은 소리없이 간절히 기도해보지만 수연이들이 밖으로 나간 것은 방금이다. 수연이가 부실로 들어오자마자 곱슬이와 윤아가 급히 끌고나간 탓에 부실에 남아있는 것은 수연이와 함께 부실에 찾아왔던 지윤이와 상혁이 뿐이다.
청이 선배는 또 뭐가 그렇게 재밌다고 방실방실 웃으면서 따라갈 것은 또 뭐야.
' ...죽겠다.'
시선에 죽을 수 있다면 이미 자신은 먼지 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을게 분명했다. 마인부우라고 해도 부활하지 못할만큼 아주 없어져버렸을 것이다.
" ......."
뚫어져라 바라보던 지윤은 뭔가 생각하는 듯이 팔짱을 끼고 나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뭔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내일 혹시 시간 있으신가요. 구- 아니 음 뭐라고 불러야되나..."
" 평범하게 오빠라고 하면 되잖아."
" 그러면 제가 당신가 엄청 친한 것같잖아요."
굉장히 빈정거리는 말투다. 거기다가 분명 방금 자연스럽게 구더기라고 부르려고 했었지. 솔직히 말해 순수하게 성격이 나쁘고 다루기 힘든 것은 지윤이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수연이는 남을 괴롭히고 매도하는 것을 즐기기는 해도 저정도는 아니다.
" 그래. 시간이야 있는데 왜?"
더이상 저 말투를 교정해주려고 해봐야 시간낭비일게 분명하니 상혁이는 그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지윤은 그런 상혁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 내일 저와 만나죠."
" 엥?"
전혀 예상외의 발언에 무심코 바보같은 소리를 내고 말았다. 지윤은 그런 상혁이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 장소는 이 학교 정문에서 만나도록 해요. 제가 학교 끝날때 맞춰올테니."
" 아니아니 잠깐 기다려봐, 뭔가 이상하지 않아?"
상혁이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하자 지윤이의 눈가가 마음에 안든다는 일그러졌다. 수연이와 다르게 정말 알기 쉬울정도로 '마음에 안든다'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얼굴이었다.
" 뭔가요. 말하지만 이미 시간이 있다고 한 이상 거부권따윈 없어요."
" 뭐야 그 막무가내인 말은... 아니 그것보단 여러가지로 문제가 될게 많다니까!"
" 문제? 그렇게 비비꼬지 말고 직접적으로 말하세요. 그렇게 귀찮게 빙빙 돌려말하는 것은 싫어하니까요."
그 귀찮게 돌려말하는 방식이 극에 달한게 네 언니다만. 상혁은 차마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단순히 무표정하게 노려보는 수연이와 달리 지윤이의 노려보는 얼굴은 그야말로 사납기 그지없다.
" 그, 가끔 네가 잊는 모양인데 여긴 고등학교라고? 넌 중학생이잖아. 거기다가 내가 너랑 단둘히 가버리면 주변에 있는 애들도 이상하게 생각할거라고."
" 성가신 성격이네요. 그런걸 신경쓰다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하는 지윤의 모습에 상혁은 곱슬이의 심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가장 귀찮고 성가신 것은 지윤이인 것이 확실한데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 고작 한살차이잖아요? 뭐가 그렇게 신경쓰인다는거죠?"
고작 한살차이- 그 말에 상혁은 세삼스러운 눈으로 지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지윤과 자신은 고작 한살밖에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윤이의 외모는 아무리봐도 중3의 외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키도 작은데다가 외모는 아무리봐도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정도의 나이로 보인다.
말하자면 날카롭고 '아름답다'라는 수연이와는 정반대로 그저 '귀엽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얼굴이라는 것이다. 눈꼬리도 살짝 올라갔고 시종일관 뚱한 표정. 미나미가의 막내같구나-라고 가끔 생각하는 표정이다. 물론 그녀석은 진짜로 초등학생이지만.
차마 그런 말을 입밖으로 꺼내보았자 더욱 화내기만 하겠지. 하기야 누구라도 '너 초등학생처럼 보여.'라고 말한다면 화가 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조금 돌려 말하면 칭찬이 될 수 있다.
" 하지만 너는 동안이잖아? 거기다가 나는 삭은 편이잖아."
" 말하자면 제가 초등학생같은 외모라서 부담된다는 거네요."
애써 자신을 깍아내리며 말해보았지만 매서운 눈으로 노려봐졌다. 무서울정도로 좋지 않은 쪽으로만 정확히 알아듣는 것이 과연 수연이의 여동생이다.
" ...거, 거기다 아무래도 주변의 애들이 내가 너랑 같이가면 의심할거라고. 최근 이런저런 일도 있었고 평상시 네가 나와 그다지 친하게 말을 건적도 없잖아."
" 뭘 그렇게 변명하듯 말하는 거에요. 제가 초등학생같이 생겼다는 것은 잘알아요. 그점이 좀 분하긴 해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에요."
태연하게 말하는 지윤의 말에 상혁은 조금 예상외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면 작은 키와 어린 외모에 콤플렉스 같은 것이 있는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윤은 그런 것에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슬쩍 웃었다. 그런 것에 신경쓰는 자신이 우습게 보였던 모양이다.
" 물론 그점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아직 중학생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 귀여운 것을 좋아하니까 그런 것을 고를땐 이득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약속장소는 변함없이 이 학교의 정문에서 기다리겠어요."
" ....왜?"
" 그냥 여기가 편하고 제가 기다리기도 쉽잖아요. 다른 곳은 굳이 말하자면 귀찮으니까."
상혁의 말에 지윤은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평상시라면 좀더 귀찮게 굴었을지 모르지만 내일은 부탁할 것도 있고, 굳이 이런 곳에서까지 귀찮게 매도해봤자 말만 길어질 뿐이다.
" 그럼 어쩔 수 없지. 알았어."
" 좋은 태도에요."
칭찬받았다.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지윤이는 남을 다루는데에 굉장히 익숙한 모습이다.
귀여운 외모이지만 무서울정도로 똑바르고 어른스럽다. 물론 비꼬는 말투나 매도하는 말버릇이 있기는 하지만 거짓말을 하거나 뒤에서 모략을 꾸미는 성격은 아니다.
직접적으로 말하고 남을 데할때 진심으로 마주쳐오는 분명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 ...호오."
" -흐응."
" 헤에...."
" 어머나♪"
그런 생각을 하며 지윤이를 보고 있으려니 뭔가 주변에 기이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묘하게 싸늘한 시선의 세명과 재밌다는 듯이 입을 가리고 웃고 있는 청이 선배가 시선에 들어왔다.
특히... 수연이의 시선이 몹시 차가웠다. 그 눈을 보아하니 아마 상혁이가 지윤이와 대화하던 것을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상혁이는 지윤이와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몰랐지만 말이다. 아마 지윤이는 알고 있었던 듯 태연한 얼굴이다. 하기야 상혁이의 뒤에 서있었으니 지윤이가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 ...어려보이는 쪽을 좋아하는거니?"
뭔가 터무니 없는 오해를 하는 것같았다. 수연이의 말에 웃으면서 부정을 하고 싶은 상혁이였지만 뭔가 윤아와 곱슬이의 시선도 몹시 차가운게 쉽게 넘어가기엔 힘들 것같았다.
" 어쩐지 나나 윤아가 붙어도 반응이 없다했더니..."
" 응응, 뭔가 곱슬이의 말처럼 이해가 되는 추측이야. 상혁이가 저렇게나 순순히 여자와 약속을 잡는 것은 본적이 없어. 좀더 변명을 하거나 하는걸."
바로 어제 수연이와 더 순순하게 약속잡고 만났는데 그 기억은 사라진 모양이다. 거기다가 너희들이 붙었을때 반응을 했으면 그게 더이상한거 아니냐! 그렇게 상혁은 소리치고 싶었지만 뭔가 이미 세명은 '어려보이는 쪽을 선호하는 듯하다'라고 마음껏 오해를 하고 있는듯한 모습이다.
상혁이로선 지윤이가 뭔가 변명을 해주길 바랐지만 지윤이는 그저 자신의 교과를 꺼내놓고 오늘 있었던 수업을 복습하고 있을 뿐이다.
" 하지만 예상외네. 너 상혁이를 싫어하지 않았니?"
수연이가 이상하다는 듯이 묻자, 지윤은 굳이 수연을 바라보지 않고 시선을 책에 고정한테 태연히 대답했다.
" 싫어하지는 않아. 마음에 안들긴해도 언니를 계속 도와준 사람이니 싫어하지는 않지."
그 말에 지윤이와 청이 선배를 제외한 일행 모두가 지윤이를 굉장히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동안의 말을 볼때 명백하게 싫어하는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 그리고 왜 굳이 내일 단 둘이 만나려는 거니? 그냥 여기서 이야기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초조한 듯이 말하는 수연의 말에 지윤은 고개를 살짝 들어 수연이에게 시선을 마주친 뒤 평상시처럼 입가를 삐뚜름하게 올리며.
" 비밀이야."
-라고 말했다.
============================ 작품 후기 ============================
뭔가 일주일만인데 짧군요! 사실 지윤이와 상혁이의 이야기까지 쓰려고 했는데 그러면 너무 길어질 것같아서 짤랐습니다. 한동안 또 검은 사막 하느라 글을 못썼네요. 그래도 한동안 많이 쉬었으니 이제 다시 글을 써야겠죠.
근데 가장 큰 문제는 어제 마영전 골든타임에 접속 못했어요! 토요일 일요일 둘다! 으아, 까먹어버릴줄이야! 딱히 게임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누워서 조아라 소설을 보다가 까먹어 버렸어요. 으이아아이아이 아무튼 이제 슬슬 염장질과 함께 스토리에 들어가야죠. 말했듯이 이번편은 지윤이-수연이-새엄마가 연관된 스토리니까요. 친어머니에 관한건 어디까지나 떡밥뿐입니다.
그럼 내일 뵐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