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요즘의 나는 조금 초조하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처럼 내가 느끼던 기분나쁜 초조함이 아니다. 뭔가 간질간질하고,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하는데 하지 못하는 그런 답답함이 쌓인 초조함이라고 해야하나. 2학기가 시작된지도 시간이 조금 지났다. 이제 조금 있으면 중간고사가 다가오겠고, 중간고사가 지나면 어머니의 생신이겠지.
어머니의 생신-.
지금까지는 솔직히 외면하고 있었다. 내가 축하드리려고 해봐야 어머니는 좋아하지 않을거라 생각했기에 외면했다. 하지만 올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꼭 외면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어린시절 그때 있었던 일은 분명 어머니의 잘못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나만을 생각했기에 다시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피해왔고 도망쳤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물론 또 상처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거절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처럼 무너질 것같지 않았다. 솔직히 어머니가 이제서야 나를 받아들여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대로 외면하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단순히 나와 어머니에 그치지 않고 가족, 특히 지윤이에게 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족들을 외면하고 도망치고 있던 동안, 나를 위해 노력해주었던 지윤이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내가 조금 힘내봐야 하겠지.
영 못미더운 나지만, 적어도 동생에게만은 제대로 언니의 역활을 하고 싶다. ...조금 늦은 건지 모르겠지만. 지윤이는 그동안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내가 계속 갈등관계에 있었던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보통은 이런 나를 싫어하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이렇게 계속 뒤를 쫓아와준 동생이 기특하고 또 고마워서 이제는 나도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생일에는 다시 한번 어머니와 대화를 해볼 생각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온다 하더라도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 ...아버지?"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베란다에 나오니 아버지가 서계셨다. 오늘은 금요일임에도 약속을 가지 않으셨던 것 같다. 갑작스런 나의 말에 고개를 돌린 아버지가 살짝 움찔했다. 그래도 이전보단 훨씬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아무리 갈등이 해소되었다해도 최근 몇달 전까지도 나를 조금 부담스러워 하던 아버지였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도 부담스러워 하시지만 조금씩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생기고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로서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그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은 나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는 것을.
" ...수연이구나. 요즘 학교 생활은 괜찮니?"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이는 경치를 바라보고 계셨던듯, 아버지는 베란다 난간에 몸을 기댄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10월이라 날씨도 쌀쌀해지는데 춥지 않으신걸까.
" 특별히 힘든 일은 없어요. 친구도 많이 생겼구요."
" 그런가..."
나의 말에 아버지는 뭔가 먼 곳을 보는 눈으로 야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계셨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잠자코 응시하고 있다가, 문득 상혁이의 누나인 상화 언니의 말이 기억났다.
전생에 나를 죽인 자동차 사고의(이름만 같을지 모르지만)피의자가 어머니였다면 어머니는 지금 살아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았다.
상화 언니의 말에 따르면 상혁이도, 청이 선배도, 윤아와 곱슬이 모두 내가 있었기 때문에 삶이 달라졌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니다. 나 이수연의 어머니는 본래 살아있어야 했다. 내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 세상에서 어머니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그것은 대체 왜일까.
아버지라면 뭔가 알고 계시지 않을까. 나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몸이 병약했기에 나를 낳으시고 돌아가셨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 궁금했다.
" 아버지."
" 음?"
" 제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나요?"
갑작스런 나의 말에 아버지는 야경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잠시 나에게 돌리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직접 아버지에게 어머니에 대해서 물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잠시 가만히 바라보던 아버지의 얼굴은 딱히 곤란함이나 말하기를 꺼려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저 '의외'라는 표정.
" 너의 어머니-라."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린 아버지는 다시 베란다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기를 몇분, 아버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 너의 어머니는 신비한 사람이었다. 마치 이미 나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으면서, 또 알지 못한다는 듯이 행동했어."
그것은 무슨 이야기일까. 내가 잠자코 귀를 기울이자, 아버지는 독백처럼 조용조용 이야기를 했다.
" 그때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어서, 나는 한가지 목표만을 바라고 있었지. 너의 어머니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어. 그래서 너의 어머니와 잠시 대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고작 고등학생의 나이에 불과했으면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들였지."
거기까지 말한 아버지는 잠시 이곳에서 기다리라면서 거실로 돌아가셨다. 그리곤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베란다로 나오셨다. 내가 무슨 일인가 싶어 빤히 바라보자 아버지는 설핏 웃으며 나에게 무언가를 건냈다.
" -이건?"
작은 케이스였다. 그것을 천천히 받아들어 열어보자, 들어있는 것은 신기한 조형의 목걸이였다. 특별히 아름다운 형태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비싸보이지는 않지만 그저 무엇인가 신비한 모습의 목걸이.
" 그건 너의 어머니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걸고 있던 목걸이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네가 태어난 순간 너의 목에 걸어줬던 목걸이지."
나의 목에 걸어줬던 목걸이... 그런게 있었던가. 애초에 내가 정신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이런 것이 나의 목에 걸려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저 어머니의 마지막 말과,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모습. 그리고 그 충격에 내가 울음을 터트리던게 끝이다.
그저 울고, 슬퍼서 너무나 슬퍼서 한동안 그렇게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원래 아이를 낳을땐 이런 목걸이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네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들어가려했어.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절대 반대하는 사람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결국 너의 목에 걸어줬지."
거기까지하고 말을 멈추었던 아버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네가 태어나던 그 순간은 나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단다. 정말 감격의 순간이었지. 간호사의 손에 아이를 넘겨받아, 너의 어머니에게 넘겨준 것이 바로 나였단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어."
" 이상한 점?"
" 그래, 간호사로부터 넘겨받은 너는 숨은 쉬고 있었지만 뭔가 이상했단다. 미동도 하지 않는, 이상한 인형처럼.... 숨은 쉬고 있지만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 하지만 그것도 네가 그 목걸이를 걸자마자 없어졌단다. 생명이 불어넣어진 것처럼 말이야. 그런 너를 보며 너의 어머니가 얼마나 울었는지 너는 모르겠지."
아버지의 말에 나는 손에 들린 케이스 속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꺼내 손에 쥐니 무언가 따뜻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태반에 있는 아기와 같이, 안락한 무언가가 목걸이에서 전해지는 것같았다.
" 이제서야 너에게 전해줘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네가 너의 어머니를 그저 잊고 싶다고 생각해서 먼저 말을 꺼낼 수 없었다."
" 아니요, 괜찮아요."
실제로 나는 계속 아버지에게 친어머니의 모습을 상기시키는 것을 피했으니 틀린말은 아니다. 어머니가 계속 소중하게 걸고 있었던 목걸이... 나는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목걸이를 보며 마지막까지 나를 향해 웃어줬던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요.
- - - - - - - - -
" 어라, 목걸이했네?"
부실에서 잠자코 책을 읽고 있으려니 상혁이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뭐가 그렇게 신기한데? 괜히 기분이 나쁘네. 나도 어쨌거나 여자애인데 악세사리를 한게 그정도로 의외인가? 거기다가 오늘 하루종일 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눈치채다니.
" 기분 나쁜 시선은 치워주겠니. 그런 눈으로 보면 목걸이가 불쌍해."
" ...대체 내가 무슨 눈으로 봤길래 목걸이가 불쌍한건데."
" 어머나, 그것은 스스로 거울을 보는 편이 빠를걸? 물론 그렇게되면 스스로를 불쌍하다는 생각에 비관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 난 얼마나 불쌍한 녀석인거야."
상혁이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머리를 긁적였다.
" 아니 뭐, 너 꾸미는 것은 좋아해도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악세사리는 잘 사용하지 않잖아? 목걸이를 하는 것은 처음봐서."
" 흐응, 잘도 아는구나. 그동안 내 예쁜 귓볼이나 새하얀 목덜미, 가녀린 손가락을 뚫어져라 관찰하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았어."
" 자화자찬을 하던 나를 매도하든 둘중 하나만 해라."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는 상혁이의 말에 나는 끙, 하고 인상을 살풋 찡그렸다. 뭐가 어이없다는 듯이 보는거야. 정말 아무 관심도 없었다는 것처럼... 으, 아니면 사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 귓볼이나 목덜미가 예쁘지 않은걸까.
" ...귓볼이든 목덜미든 남자가 말하면 뭔가 성적취향같으니 이야기하지 않은거야. 그러니 중얼거리지마, 무서워."
" 실례구나. 그런 것은 못들은척 해주렴."
나도 모르게 또 혼잣말을 했던 모양이다. 이건 조금 부끄러운걸. 나는 살짝 헛기침한 다음 자세를 바로잡고 나름 진지한 태도로 물었다.
" 그래서 귓볼이니, 아니면 목덜미니? 아니면 역시 손가락일까?"
" 그러니까 그 주제에서 벗어나라고!"
그렇게 소리친 상혁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조금 붉어진 얼굴로.
" 하지만 그... 역시 목덜미가 예쁜게 좋겠지? 나는 그 머리를 포니테일이나 트윈테일로 묶었을때 보이는 목덜미가 예쁘더라고."
" 그렇게 자세히 묻지는 않았지만..."
이녀석 사실은 말하고 싶었구나. 거기다가 사도다! 검은 긴 흑발 생머리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이라니! 내 머리스타일은 목덜미를 가린다는 비판이냐!
아니면 포니테일을 해달라는 것을 돌려서 표현하는건가.
" 그렇게 애원해도 포니테일은 하지 않아."
" 아니 애원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잠시간 말장난을 하던 나는 문득 부실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눈치 챌수 있었다. 청이 선배는 뭔가 미묘하게 웃으며 나를 보고 있고, 곱슬이와 윤아는 나를 대놓고 빤히 보고 있었다.
" ...왜들 그렇게 보는거니?"
내가 눈을 가늘게 좁히며 묻자 윤아가 어설프게 시선을 피하며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곱슬이는 오히려 내 말이 어이없다는 듯이.
" 뭔가 되게 애매한 것같아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녀석은. 내가 뚱하니 주변을 훑어보자 청이 선배가 언제나처럼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 그냥 수연이가 상혁이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 에...."
참고로 당황한 듯이 말한것은 내가 아니다. 내 옆에 있던 상혁이 녀석이지. 나는 그저 눈을 동그랗게 떴을뿐 특별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뭐야 왜 이녀석은 괜히 힐끔 나를 보고서 얼굴을 붉히는거야. 나까지 괜히 부끄럽잖아.
" 에, 에이. 청이 선배도. 수연이가 절 좋아할리가 없잖아요."
엥? 상혁이의 말에 내가 고개를 돌려 녀석을 보았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였고, 갑작스런 그의 말에 모두가 상혁이를 빤히 응시했다. 상혁이는 그 시선에 당황한듯 '왜, 왜?'라고 말하며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러자 상혁이에게 향했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뭐야, 뭔데.
" 수연아, 잠깐 진지한 이야기좀 해보자."
끄앙! 내가 뭐라 반박할 틈도 없이 곱슬이가 내 팔을 잡고 부실밖으로 끌고 나갔고, 그 뒤를 윤아가 잽싸게 따라왔다. 청이 선배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즐겁게 웃고 있었고, 상혁이는 여전히 당황한 눈치였다.
곱슬이의 손에 끌려 나오다시피 밖으로 나온 나는, 나를 끌고 나온 두사람을 향해 왜그러냐는 듯이 바라보았다. 물론 왜 그런지는 대충 알고 있지만...
" 저기 수연아, 분명 상혁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것 맞지? 근데 왜 상혁이는 전혀 모르는거야? 오랜 소꿉친구 생활의 경험으로 볼 때 상혁이는 정말 네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인데."
" 내가 봤을때 둘이 관계도 나쁘지 않은것 같은데 왜 상혁이가 저런 생각을 하는거야? 최근에 이런저런 일도 많았잖아."
둘의 말에 나는 살짝 뻘쭘해져서 시선을 회피했다. 난 나쁘지 않은걸. 비 속에서 상혁이를 찾아가기도 했고... 음. 그게 끝인가? 아니 데이트했잖아. 서코도 같이 갔고.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편이라고 했는걸. 이정도면 충분히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내가 그런 생각을 대충 정리해서 말하자 윤아와 곱슬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것봐 저녀석이 둔감한거라고. 하지만 나는 다 이해해. 원래 라노벨 주인공들은 직접 고백하기 전까지는 '에... 난닷테?'하는게 보통이니까.
물론 진짜로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한다면 쿨하게 넘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만.
" 아니, 그보단 그것만 가지고 네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아냐?"
" 응? 그정도면 제대로 표현했잖니."
" 아니아니 수연아. 데이트 한거야, 당시 고민상담을 겸한거였고 직접적으로 뭔가 표현하지 않았는데 함부로 '이 애가 나를 좋아하네?'라는 생각을 할만큼 상혁이는 경솔하지 않아. 아까 대화를 보니 전보다는 낫다고는 생각하는데..."
지, 직접적이라니. 무서워라 요즘 여자애들. 그런 것을 부끄럽게 어떻게 표현해? 지금도 나 진짜 열심히 표현하고 있는거야.
" 흥, 난 제대로 하고 있어. 예를들면 상혁이가 혼자서 이런저런 일을 맡고 있길래 내가 대신 해준적도 있고. 너도 알잖니?"
내가 그렇게 말하며 곱슬이를 보자 곱슬이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 아아, '굼뱅이인 너는 기껏해야 구르는 재주 뿐이잖니. 방해나 하지 말고 돌아가렴.'하고 쫓아냈던거?"
" 심해... 누가봐도 무능한 인간이랑 일하기 싫다는 태도잖아."
아, 아니 그것말고도 다른 것도 있다니까.
" 체육시간에 다리를 다쳤길래 양호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선생님께 부탁한 적도..."
" 그거 상혁이가 간만에 애들이랑 어울려서 축구하는데 네가 갑자기 빼낸거 말이지? 나는 괴롭히는줄 알았어."
" 심해..."
뭐야 그 눈은!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었다고. 아프잖아!
" 거기다 이건 내 패거리에 있는 애들한테 들은건데, 상혁이가 어떤 여자애랑 같이 있는걸 보고 네가 한참 노려봤다던데 사실이야?"
여자애를? 아아, 그런적이 있기는하다. 복도에서 어떤 여자애랑 대화하고 있는 상혁이를 내가 그냥 유심히 지켜보았던 기억이 있기는한데.
" 뭘 그냥 유심히 지켜봐, 그 여자애 네 시선받고 울었다며!"
" 나, 난 그냥 쳐다본거인데 그 아이가 심약했을 뿐이잖니. 거기다 그건 상혁이 입장에선 플러스 아니야? 어떻게 보면 내가 다른 여자애가 접근하는게 싫어서 질투하는거라고 생각할지도..."
앗, 그때의 나 굉장히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구나! 아무튼 이건 질투지, 질투. 나는 그냥 본다고 봤는데 나도 모르게 질투해서 노려본건가. 부끄럽네~.
내가 살며시 볼을 붉히자 곱슬이가 손을 절래절래 흔들며 냉담하게 말했다.
" 아니, 아니지. 너 그때 둘이 대화하고 있는 사이로 당당히 뚫고 갔다며. 덤으로 지나가면서 '어머나, 복도에서 쓸데없이 길을 막지 말아줄레?' 라고 하면서."
" 무섭다 수연이..."
...그랬었나? 아, 아무튼 당시엔 질투해서 그랬던거야. 곤란하네, 전생에 남자였다보니 여성으로서의 질투를 막을 수가 없는걸.
" 어쩐지 최근 상혁이가 나한테 '역시 내가 요즘 수연이한테 잘못한게 많기는 하구나...'하고 한탄을 하던데..."
" -그렇단다. 그 성가신 성격 안고치니까 모르는 거잖아!"
" 읏...!"
....으음. 여, 역시 그런가. 현실의 츤데레는 그냥 성가신 여자일 뿐이다,라는거지. 하지만 그런식으로 밖에 표현하기 힘든걸 어떡해. 나는 곱슬이 녀석처럼 무작정 대쉬하거나 부끄러운 말을 할 자신은 없는걸.
" -하지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역시 부끄럽잖니."
" 그럼 간접적으로 말해도 좀 정상적으로 표현해라 이 계집애야. 애초에 좋아한다면서 구더기니 쓰레기니, 도움이 안되는 벌래구나? 라고 하는 녀석이 어딨냐!"
" 나름 애칭인데..."
" 진지하게 그런 애칭을 가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거라고 생각해. 수연아."
윤아 너무 단호해. 단호박인줄. 거기다가 구더기라고 하는건 내가 아니라 주로 지윤이란 말이야. 우리 자매 사이에서는 나름 애칭으로 통하고 있는거라고.
" 아무튼 윤아의 이야기까지 들어보니 확실히 상혁이가 모를만한 것같네. 그래도 나는 상혁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인지하지 못했구나."
뭐야 그 시선들은. 난 내 나름 열심히 한거라고. 애초에 지금까지 솔직하지 못했던 내가 하루 아침에 겉으로 데레데레 해질 수 있을리가 없잖아. 하지만 곱슬이나 윤아의 말도 맞다. 호감을 가졌다고, 좋아한다고 인정한 이후 좀더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는게 좋았을 것이다.
애매하게 돌려말하거나, 이상하게 표현한탓에 상혁이가 인지하지 못한 것이니까. 제대로 말하거나 표현했다면 상혁이도 제대로 눈치 챘겠지.
' 으음, 혹시 뭔가 애니나 소설에서 있었던 이벤트를 참고해서 해볼까.'
매일 도시락을 싸주거나 하는 것은 역시 내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고 상혁이도 부담스러워 하겠지. 데이트...는 다음에 생각해보고, 좀 더 독특하고 강렬한 인상을 가진거 없을까.
" 아, 납치해서 감금이라던지..."
문득 가타리 시리즈에서 센죠가하라가 했던 것을 떠올리며 중얼거리자 뭔가 내 주위의 시선이 차가웠다. 아, 또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린건가.
" 이거 완전 획기적인 계집애네... 어떻게 거기서 납치와 감금이 나오지?"
" 버, 범죄는 금지야!"
역시 애니나 소설을 참고하는 것은 그만두도록 하자.
============================ 작품 후기 ============================
검은사막 오베가 다가오네요. 헤헤헤. 저번에 파이널 클베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정말 기대중입니다. 테이머가 나왔으면 테이머를 하려했는데 정말 아쉽네요~. 우선 레인져라도 키우다가 테이머가 나오면 테이머로 갈아타야겠어요!
그리고 전편에서 어떤분이 상혁이의 외모를 물어보셨는데. 글에서 상혁이의 외모는 단지 '꽤 준수한 얼굴' 정도로만 나오고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았어요. 그것은 일부 미연시에서 주인공 얼굴이 잘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주시면 되요! 그러니 마음껏 상상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어떤 ts작품을 봤는데, 극열의 리버레드 라는 제목을 가진 소설이에요. 43편이나 나왔는데 재미에 비해 선작이 이상하게 적더라구용... 전 읽어보니 엄청 재밌었습니다.(마법소녀 물같은거 좋아해서...) 이 작품의 진입장벽은 주인공 웃음소리만 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나중엔 웃음소리도 나름 머릿속으로 뇌내 치환하니까 괜찮았습니다.
'제가 설마 여고생이겠습니까' 라는 글도 재밌더라구요. TS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봐보세요!
근데 방금 아래 달린 댓글을 보니 생각났는데 흔한직업으로~ 라는 글도 정말재밌었는데 삭제되었더군요. 그거 새벽에 올라왔을때 작가님이 글올리셨던거 봤는데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쪽지로 이런저런 말을 많이들어서 그렇다고 하시던데 아쉽더군요. 전 신고같은 것을 한번도 당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인기작품은 이런저런 견제를 받는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조용한 라노벨란이 좋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