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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133화 (133/153)

133화

오늘은 상혁이가 청소당번이다보니 나 먼저 부실에 들어왔지만 어째선지 아무도 없었다. 곱슬이 녀석은 부실로 간다고 먼저 갔으면서 대체 어디로 간거람. 윤아와 청이 선배도 없으니 뭔가 썰렁한 기분이 든다.

' 혼자인게 적적하다거나 뭔가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나도 참 이젠 함께 있는게 익숙해졌구나.'

뭔가 훈훈해진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훈훈한건 훈훈한거고 할건 해야지. 한동안 지윤이라던지 상혁이 누나가 자꾸만 부실에 찾아온 탓에 한동안 콘솔로 게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꼭 밀렸던 미연시를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기분좋게 게임 소프트를 뒤적거리는데 문득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빛나라! 학원의 왕자님!'

" ...이런게 있었나?"

미연시 틈에 낑겨 있던 케이스를 들어올리니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여성향의 로멘스 게임이었다. 흔히 미연시를 생각하면 남성향의 물건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여성향의 게임도 숫자가 만만치 않다.

난 전생이 남성이었다보니 여성향 미연시보단 대부분 남성향 미연시를 가지고 있었고, 이런 것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아-, 그러고보니 전에 미연시를 한번에 구입할때 중간에 낑겨서 왔던 것 같은데. 이런 쪽에는 영관심이 없어서 치워뒀었던 것같다.

' 역시 여성향은 좀 그렇지만.'

슬쩍 표지를보니 역시 부담스럽게 생긴 남자애들이 패키지에 반짝반짝 빛나는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리 여자로 바뀌었어도 이런 것은 좀...

" ...한번만 해볼까."

너무 남성향에 몰두하는 것은 좀 그렇겠지. 아무리 내가 짱짱 귀여운 미소녀라지만 막상 여자애가 남자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는 모르니 한번쯤 경험삼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이미 남성의 시점에서 여자를 공략하는 것은 남성향 미연시로 마스터했지만 여자쪽에서 남자를 공략하는 것은 해보지 못했으니까.

말하자면 연애를 미연시로 배웠습니다.

" 시작화면은 대체로 비슷하네. 귀여운 여성보이스가 아니라 남자 보이스가 나오는 것이 좀 거슬리지만..."

처음에 시작할 때 주인공의 이름을 설정하는 것은 비슷했으나 타이틀 제목이나 기타 시스템 메시지가 남성의 언어로 더빙되어 있어서 굉장히 신선한 기분이었다. 거기다가 해당 보이스의 남성이 굉장히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기에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기본 이름은 '토사카 유나'로 설정되어 있었지만 아무래도 미연시는 이름을 변경하는게 몰입하기 편해서 이름을 변경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생각 해보니 좋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걸처음에는 '수연'으로 이름을 지으려 했지만 아무래도 일본식 이름이 어울릴 것 같아 '유나'라는 이름은 그대로 두기로했다. 수연이나 곱슬은 역시 쓰기 애매한 이름이었으므로 특별한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던 데다가 '윤아'와 어감도 비슷하잖아?

" 그보다 내 이름은 '곱슬'이 아니거든!"

언제온건지 옆에서 귀찮게 씩씩거리며 말하는 곱슬이가 눈에 들어왔다.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할만큼 이름을 짓는 것에 몰입했었던건가.

" 알고 있어. 옆에서 시끄럽게 꺅꺅 거리지 마렴."

" ...그럼 뭔데? 내 이름은?"

" 정말 하나하나 귀찮은 녀석이구나. 당연히 네 이름은..."

...

" 아, 주인공이 긴 흑발 생머리가 아니라 단발이라니 실망이야."

" 지금 말돌린거지?! 역시 기억못하는거지!"

정말 시끄럽네. 게임을 할 때는 방해하면 안되는 것도 모르는걸까. 옆에서 귀찮게 꺅꺅거리며 소리치는것은 무시하고 나는 진지하게 게임에 몰입하기로 했다. 딱히 녀석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난감해서라거나 까먹었다는 것은 아니다. 진짜야.

「나는 토사카 유나! 이번에 고등학생이 되는 평범한 여학생! 학교가 명문에다가 부자가 많기로 유명해서 무척이 부담이 되. 하지만 소꿉친구랑 함께 입학하니 조금 다행이야.」

...뭐라고 해야하나 이건 본인의 얼굴이 나오는구나. 가끔 남성향 미연시중에선 앞머리로 얼굴이 가려져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얼굴이 제대로 미소녀로 그려져 있었다. 덤으로 저 가슴이 어딜봐서 평범한 여학생의 가슴인지? 역시 이름을 기본이름인 토사카 유나라는 이름을 그대로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윤아라고 생각하니 싱크로가 쩌는데.

" 호오, 이건 윤아인가..."

옆에서 음료수를 홀짝이며 지켜보던 곱슬이도 뭔가 납득한 듯한 모습이다. 아니 그보다 이 캐릭터 이름은 변경할 수 있었다지만 '유나'라는 기본 이름에 어울리는 마치 노린 것같은 캐릭터 모습이잖아. 단발에다가 귀여운 인상에 가슴은 크고. 심지어 소꿉친구까지 있다!

그리고 달려가는 윤아의 뒤에서 따라오는 소꿉친구. 혹시 이녀석 이름도 유산혀크로 나오는 것은 아닌가 잠깐 고민했지만 다행히도 이름은 신이치. 뭔가 근처에 있으면 살인 사건이 일어날 것같은 이름이었다. 외모는 뭐라고 해야하나 그림으로 그린듯한 미남이지만-.

" ...조금 상혁이 닮았는데? 물론 이쪽이 훨씬 잘생겼기는 한데."

" -그렇지 않니? 나도 조금 그렇게 생각했어."

분명 일러스트로 보이는 외모는 분명 유상혁과 전혀 닮지 않은 얼굴이지만 미묘하게 뭔가 닮은 것같았다. 느낌이라고 해야할지, 정확히 설명은 못하겠는데...

" 그래? 나는 별로 나랑 닮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난 이렇게 잘생기지 않았다고."

" 그건 알지만 느낌이 비슷-....이 아니라 언제온거니?"

" 언제라니. 방금 들어와서 인사했는데 둘이서 뭔가 심각하게 속닥거리느라 무시해놓고서는."

그렇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유나라는 캐릭터에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을때나 상혁이와 닮은 신이치라는 자식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왔다는 이야기다. 음, 그러고보니 여성향 게임하는 것을 상혁이에게 보이는 것은 처음인 것같은데.

" 근데 수연이 의외네? 보통 이런 것은 하지 않았잖아?

아니나 다를까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오는 녀석. 으으, 뭔가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데 뭐라고 해야하지. 아무래도 이젠 뭔가 호감을 표시하고 싶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참고할겸 했다고 솔직히 말할까? 아니 그건 아무래도 좀 그래!

" 그, 그냥."

" 그래? 뭐 가끔 하고 싶어질 수도 있지만..."

뭔가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천천히 게임을 진행했다. 이럴 때는 태연한척 있는게 역시 제일이야. 게임에 몰입하면 이 부끄러움도 사라지겠지! 그리고 애초에 난 여자애니까 이런 것쯤은 할 수도 있잖아!

' ...근데 뭔가 진행이 굉장히 익숙한데?'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토사카 유나는 소꿉친구인 유산혀크-가 아니라 마취총의 귀재인 코난-이 아니라 신이치와 입학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입학식이 진행되며 나온게 잘생긴 학생회장. 물론 공략가능한 캐릭으로 설정상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은 학생회장이라고 알고 있다. 캐릭터 설정은 매뉴얼로 읽은거지만 말이야. 어쨌거나 여기까지는 왕도의 전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신입생 대표로 나온 여자애가 뭔가 익숙한 얼굴에 검은 긴 흑발 생머리였던 것이다.

" ...야가미 유키... 어디서 들었던 이름인데."

뭔가 익숙한 캐릭터 이름에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저 캐릭터는 나와 무척이나 닮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유나의 소꿉친구인 신이치가 실수로 어깨를 툭 쳤을뿐인데 뺨치기를 해오는 이벤트가 잠깐 있었던 여성캐릭이었다!

" 아, 이거 읽어 보니까 '러브 레볼루션, 그녀는 나의 신부'라는 작품의 팬디스크라는데? 토사카 유나 시점의 여성향 게임이라고 써있네."

옆에서 야가미 유키 CG를 보며 곰곰히 생각하던 나에게 상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상혁이를 보니, 우리가 게임에 집중하는 동안 쭉 매뉴얼을 훑어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캐릭터 설정만 대충 보고 넘겨서 몰랐는데 그랬던 건가.

러브 레볼루션이라.... 아, 설마 그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이 부실에서 가장 처음했던 미연시! 그 이상한 미연시 아니야? 곱슬이도 생각났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곤 상혁이의 손에 들려있던 매뉴얼을 빼았아 읽어보려했지만- 물론 일본어를 몰랐던 관계로 다시 상혁이의 손에 돌려줄 수 밖에 없었다.

" 음, 지금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까 빛나라 학원의 왕자님!은 전작의 메인히로인인 토사카 유나의 팬디스크로 토사카 유나가 고등학교 생활을 하며 다른 학원의 캐릭터들을 공략하는 내용이라는 건가봐. 그리고 라이벌로는 전작의 히로인으로 혼혈의 카구야 선배. 그리고 이름이 ?로 표시되어있는 적갈색 머리카락의 여자아이와 히든 히로인이었던 야가미 유키라는 것 같아. 특히 이 작품에선 유키의 방해가 엄청나다고 나와있네."

" 나, 나는 딱히 방해하지 않았거든?!"

" 뭐?"

" 아니, 아무것도 아니니까 조용히 있으렴."

뭐야, 그 작품. 당연히 검은 긴 흑발생머리의 아름다운 소녀인 유키가 메인 히로인으로 써있었잖아! 언제부터 히든 히로인이 된거야!

" 아, 잡설로 본래 유키가 메인 히로인으로 설정되어있었지만 개연성이 떨어지고 공략난이도도 워낙 높아서 사실상 히든 히로인이었다고 하는데?"

개연성 안떨어지거든?! 차라리 이 이름도 나오지 않는 여자애쪽이 훨씬 개연성따위 존재도 하지 않잖아!

" ...뭔가 너 굉장히 나한테 실례되는 생각하지 않았냐."

" 응."

" 좀 부정하라고 이 계집애야!"

옆에서 뭐라 떠드는 곱슬이는 무시하도록 하고 나는 한층 진지해진 얼굴로 스토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전작을 제대로 플레이하지도 않았는데 뭔가 이 작품은 제대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같았다.

다만 전작과 다른 점은 캐릭터의 스텟도 육성을 해야한다는 점과 방과후 만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 호감도를 높이는 등의 시스템이 메인이어서 좀 귀찮았다. 보아하니 스텟에 따라 캐릭들의 호감도가 오르는 수준도 다른 것같았고.

" 역시 공부는 잘해야하겠지."

다른 것은 몰라도 공부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아무리 캐릭터가 윤아, 아니 유나라지만 기본적으로 학생인데 공부는 하고 연애를 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학원도 보내고 수업시간에 열중시켜보았지만.

" 윤아가 죽었어!"

" 아니 왜 죽는데..."

화면엔 '배드 엔딩'이라고 써있고 과도한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아 죽었다고 나왔다. 뭐냐 유나는 사람이 아니라 햄스터냐.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게.

" 스트레스를 신경쓰지 않고 공부를 시키면 캐릭터가 사망하는 앤딩이 존재하니 조심하래. 참고로 운동이나 다른 스텟은 상관없나봐."

왜 윤아가 공부를 하지 않는지 알겠다. 그녀석 공부하면 죽는구나.

아무래도 학업쪽은 천천히 올리도록 하고 우선 가장 올리기 쉬운 스텟이라는 운동을 올리려고 체육시간에 힘썼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이벤트가 발생했다.

『 수업시간, 나는 운동을 하다가 간만에 신이치와 함께 배드민턴을 할 생각이었다. 예전부터 함께 하던 운동인데다가 나도 운동만큼은 자신있어서 자주 즐겨하던 것이었다. 』

유나의 나래이션과 함께 아무래도 신이치의 호감도를 올리는 이벤트였던듯, 신이치와 함께 배드민턴을 하러가는 cg가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름이 ?로 표시된 여학생과 유키가 그 앞을 막아섰다.

『 「유나야 괜찮으면 나랑하지 않을래?」

「 신이치보단 나와 같이하자!」』

누가봐도 명백히 유나가 신이치와 함께 있는게 싫다는 태도의 둘이었다. 특히 유키의 표정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싸늘한 시선이 이쪽까지 전해져왔다. 크, 강력하구나 유키. 가장 방해를 많이 한다더니만 무슨 이벤트마다 나타나냐.

아무튼 저 ?로 표시된 여자아이와 유키중에 상대를 골라서 배드민턴을 해야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상대보다 스텟이 높으면 이기는 거고, 그럴 경우 신이치의 호감도가 오르는 것이겠지.

' ...굳이 신이치의 호감도를 올릴 필요는 없겠지? 어쨌거나 저 신이치라는 캐릭터와 유나가 잘되는건 찜찜하니까.'

누구의 스텟이 유나보다 낮을 것인가 조금 고민이 되었다. 아무리 닮았다고 해도 이것은 게임. 이쪽의 윤아와 나를 비교하자면 당연히 내가 신체능력이 좋은게 당연하지만 여기의 유키가 나처럼 이상한 신체능력을 가졌다고 보기엔 힘들다.

실제로 유키의 cg는 굉장히 가녀리고 연약해보이는 인상이 강했고. 옆의 ?소녀는 딱 보기에도 양아치에 체육계로 보였다.

그렇다면 ?소녀를 고르는게 옳겠구나 싶어 방향키를 아래로 내리려는데 옆에서 그런 나를 지켜보던 곱슬이가 미처 방향키를 움직이기 전에 선택버튼을 눌러버렸다.

" ...무슨 짓이니?"

" 나는 이런 짓을 해서 유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거든."

저건 네가 아니라며. 거기다가 나는 윤아를 괴롭혀도 상관없다는거냐!

이래서야 보나마나 윤아가 이기겠구나 싶어서 파일을 로드하려는데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유키와 대결하게된 유나가 처참하게 박살나버린 것이다!

참고로 지금까지 운동에 매진한 유나의 운동스텟은 59. 유키의 스텟은 370이었다.

" ...삼백 칠십?"

" 이거 스텟 100이 만땅아니냐. 무슨 저런게 다있어?"

뭐야 저 슈퍼사기캐릭. 너무 불합리한 스텟이잖아.

" 이거 선택지에 둘중에 누굴 골라도 패배하는데 저 ?소녀를 고를 경우 노력하는 유나의 모습에 감동해서 근소한 차이로 유나가 패배하도록 해주는데 저 유키라는 캐릭터는 용서없이 짓밟아버린다고 공략에 써있어."

뒤이어진 상혁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둘다 못이기는거냐. 아니 그보다 나, 아니 유키 진짜 악마! 완전 너무한 캐릭이잖아. 그정도의 스텟차이가 있는데 봐주지도 않고 묵살을 내버리다니.

화면에는 유나를 패배시킨 유키가 뭔가 기분이 좋아진 인상의 cg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문인지 유나를 향한 신이치의 마음은 딱히 호감도가 오르진 않았지만 내 입장에선 뭔가 굉장히 씁쓸한 광경이었다.

" 알고는 있었지만 너 진짜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이구나?"

" 좀 조용히 해주겠니."

무슨 이런 불합리한 게임이... 공부를 하면 죽지를 않나, 그나마 운동을 잘하는데 다른 히로인들에겐 상대도 안된다. 뭔가 간접적으로 윤아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같았다.

" 웹상에서는 이런 유나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신선했다며 호평일색이었다고 하내. 비참계 히로인이라고 말이야."

비련도 아니고 비참이라니. 윤아야 미안해. 상혁이 녀석은 이 게임의 이런저런 설정이 굉장히 마음에 들은 듯 계속 검색해보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등장인물들이 묘하게 우리랑 비슷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건가.

" 이거 메인 남주인공은 누구지? 제목에 왕자님이 들어가니 왕자님이 있을거 아니니?"

왠지 계속 소꿉친구인 신이치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이라 다른 캐릭들을 공략해보려 했지만 다른 캐릭터는 딱히 끌리지 않아 기왕이면 메인 남주인공으로 공략을 하려고 하니 누가 메인인지 알 수가 없었다.

" 아, 메인 남주인공은 물론 소꿉친구지만, 그와 비슷한 비중을 가진 캐릭터가 일명 '왕자님'이라고 하나봐. 그 금발머리의 혼혈 캐릭."

카구야 선배의 사촌동생이라는 금발의 바가지 머리캐릭터가 있기는 했다. 얼굴도 제대로 안보여서 몰랐는데 이녀석이 무려 '왕자님'이라는 별명을 가진 메인급 남주인공이란 말이야?

" 그 머리를 정돈하면 굉장한 미남이라고 하는데?"

과연 왕도전개... 이런 것은 또 제대로 왕도를 따라가는구나.

" 덤으로 '왕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 '유키'라는 캐릭터의 팬클럽 부회장이라는 모양이야. 그래서 별명이 눈(유키)의 왕자."

왕도로 갈거면 끝까지 가라고! 굉장히 유감스러운 녀석이잖아!

그런 남주인공 하나도 안멋있어. 거기다 이미 이녀석은 게임끝 아니야? 벌써 유키의 팬클럽에 가입해서 부회장까지 할 정도면 히로인인 유나는 안중에도 없는거 아니냐고.

" 그래서 스토리가 무척 훌륭하다고 하더라고. 팬클럽에서 빼내서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과정의 내용이라고..."

절대로 공략하고 싶지 않은 캐릭터다. 정말로.

그렇게 금발 바가지머리 캐릭마저 제외한체 게임을 진행하니 딱히 누군가를 공략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소꿉친구인 신이치가 메인 남주인공이다보니 계속 다양한 호감도가 오르는 선택지가 나왔는데 나는 신이치가 호감도가 오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으므로 비교적 좋지않은 선택지를 고르려고 했지만.

' 호감도를 떨굴 수가 없어...'

호감도를 하려면 당연히 신이치가 싫어하는 선택지를 해야하지만 자꾸 내 손은 머리로 한 생각과는 계속 반대로 호감도를 올리는 선택지를 고르고 있었다.

" 왜 자꾸 소꿉친구의 호감도를 올리는거야!"

곱슬이도 신경쓰였는지 옆에서 지켜보다가 멍하니 선택지를 누르던 나의 손에 들려있는 게임패드를 빼았아 나를 대신해서 진행했지만...(글의 내용은 해석을 할 수 없어 상혁이가 설명해주었다)

" ..호감도를 떨굴 수 없어..."

라고 말하며 우울한 얼굴로 나에게 게임패드를 돌려주었다. 아, 이젠 모르겟다, 어차피 게임인데 뭘 그렇게 신경쓰고 있담. 그냥 대충 엔딩이라도 보도록 하자. 그런 마음으로 대충 진행을 하니 팬디스크답게 내용은 그렇게 길지는 않아서 메인 이벤트까지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바로 유나가 신이치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하며 고백하는 장면!

「 우린... 친구지?」

라고 말하는 유나의 보이스가 너무 애절해서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곱슬이도 감동했는지 휴지로 코를 풀고 있었다.

팬디스크라 방심했는데 엄청 감동적이잖아! 원작보다 훨씬 잘만들었어! 과, 과연 이러니 전작의 메인히로인이라는 거구나. 이렇게 절절한 유나의 마음을 보니 역시 신이치는 유나랑 이어지는게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연하지!」

상쾌하게 웃으며 말하는 신이치의 cg가 화면에 나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 ...어?"

" 응?"

아니 보통은 여기서, ' 아니, 난 너와 친구가 될 수 없어.'라고 말하며 키스를 하고 친구가 아닌 애인이 되는 장면이 나와야 되잖아! 하지만 우리 기대와는 달리 신이치는 상쾌하게 친구 선언을 한 뒤에 둘이 손을 잡고 집으로 가며 메인 이벤트가 끝나버렸다.

" 저게 뭐니? 제대로 고백을 했어야지!"

" 상혁이 진짜 여자의 적!"

" 왜 나한테 화내는거야?! 그리고 난 저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나와 곱슬이가 상혁이를 잠시간 노려봤지만 메인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유나의 나레이션이 나오기 시작했기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 이렇게 나의 고등학생이 된 첫해는 마무리 지어졌다. 가슴아픈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끝낼 수 있었던 일도 있었다. 신이치는 그 뒤로 유키와 사귀게 된 것같고, 나도 이제 소꿉친구로부터 졸업해야 하는거겠지. 그래도 많은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야. 남은 고등학교 생활도 힘내자!』

유나가 힘차게 말하며 누구와도 이어지지 않은체 게임은 종료되었다. 화면에는 '노말엔드'라고 나오며 누구와의 호감도도 적정치에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라고 설명이 흘러나왔다.

그 처절한 엔딩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고 마치 영정사진처럼 회색으로 변한 윤아의 CG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 와~, 모두 부실에 있었구나! 다들 이렇게 늦은시간까지 뭐하고 있어?"

집에 갔다가 온 것인지 사복차림의 윤아가 부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해맑게 웃으며 무슨 일이냐고 말하는 윤아의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이미 게임화면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유나의 캐릭터 cg가 회색으로 물들어있어서 더더욱 그랬다.

" ...윤아야 미안해."

" 응?"

" 그, 나도 미안..."

나는 아직도 눈가에 흔들리는 눈물방울을 손가락으로 훔치며 윤아에게 사과했다. 덩달아 곱슬이도 윤아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윤아는 갑작스런 우리의 행동에 머리를 갸웃하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에~, 뭐야 무슨일이야?"

" 그런게 있어."

" 응, 그런게..."

" 상혁아 대체 뭐야? 왜 나만 따돌리는거야?"

" ....."

윤아는 계속해서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나와 곱슬이는 물론 마지막 장면때문에 상혁이도 윤아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윤아가 모두의 행동에 혼란스러워 하는동안 나는 그저 조용히 게임CD를 기기에서 꺼내 케이스에 넣은 다음 양지바른 곳에 놓았다.

케이스의 맨 앞을 장식하고 있는 윤아의 미소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이건 봉인해야겠네. 응.

============================ 작품 후기 ============================

당분간은 무난한 일상물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어머님의 생신이 찾아옴과 맞춰 이야기가 진행되겠죠. 저번화 댓글을 읽으니 염장이라고 하시는데... 전 아직 딱히 염장물을 쓴게 아니었는걸요.

이제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 무슨 반응을 보이실지. 아시다시피 수연이는 외강내유의 타입이고, 겉으로는 독설형 츤데레지만 속은 허술한 메가데레에요.

메가데레라구요! 그러니까 당연히 이제부턴...흠흠덤으로 5일뒤에 올리려했지만 리뷰가 올라와서....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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