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 -그러네, 바보네 너."
유리는 빨갛게 부은 볼에 흘러내리는 수연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한숨을 쉬었다. 생각보다 훨씬 약한 아이였다.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고 순수한 이유였다. 이것은 자신이 아무리 말한다고 달래줄수 없겠지. '친구'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 상황에선 친구보단 역시...
" -언니!!"
-가족이려나.
" 야, 숨어있으라니까 왜 튀어나오고 그래?"
" 당신이야말로 누가 야만인이 아니랄까봐...! 언니 볼을 좀 보라구요!"
" ...저기 난 말야 코피까지 터졌다고."
평상시의 틱틱 거리는 모습은 어쨌는지 지윤이는 달려오자 마자 어안이 벙벙해하는 수연이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줬다. 그러면서 멀뚱멀뚱한 시선으로 이녀석이 왜 여기에 있어? 라는 듯이 유리를 바라보았다.
" 너가 나오면 몰래 따라오라고 이야기해뒀어. 마침 이장소도 알고 있길래 이곳 어디에 숨어있으라고 이야기해뒀거든."
아마 수연이가 자신과 싸우던 것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지윤은 머리가 헝클어지고 볼이 빨갛게 변한 수연이의 얼굴에 울상을 지었다. 저런 것을 보면 용캐 그동안 튀어나오지 않고 참은 것도 대단하구나.
애초에 유리는 수연이가 이정도까지 큰 이유를 두고 행동을 바꾼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과 윤아를 신경썼기에 마음을 접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한 정도였고, 혹시 과거의 무슨 일이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어 지윤이를 불러두었던 것이다. 수연이에겐 아무래도 자신보단 지윤이가 말하는게 설득력이 있을테니까.
" ...다 들었니?"
어느 정도 평정을 되찾은 수연이가 지윤이를 향해 물었다. 그런 수연이의 물음에 지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더.
" 응. 저기 뒤에 숨어서 듣고 있었어. 몰랐어. 언니가 그런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언니의 어머니가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도."
" 말하지 않았으니까 모르는 건 당연해."
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조용히 감았다. 자신이 물러섰던 이유. 그리고 가장 하고 싶었던 것. 그런 것은 수연이가 지금까지 이수연으로서 살아오며 있었던 경험때문이었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기에 잃고 싶지 않았기에 물러섰던 것이다. 가면을 스고 연기를 하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편이 사람을 상대하는데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멋진 언니가 되고 싶었어. 동생에게 귀감이 되는 그런 언니. 모두에게 사랑받고 화목한 가족들에게 둘러쌓여있는게 꿈이었으니까."
명환이로서 죽었을때부터 홀로 바라던 것이었다.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생각했던 것이었다.
외로운 것은 싫었다. 혼자인 것은 싫었다. 자신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품고 죽어서 인지,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자신은 다시 태어났다.
다시 남성으로 태어나진 못했지만 새롭게 생명을 얻었다.
그것은 마치 꿈에서 깬듯한 느낌이었다. 눈을 뜬 순간 보인 것은 검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여성. 그 여성은 자신을 엄마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을 본 것은 그 순간이 처음이었을텐데, 어머니의 눈은 너무나 슬퍼보였다. 기뻐보였다. 그저 자신이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쁜 것처럼. 자신의 탄생을 축복하고 그렇게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러며 자신을 모두에게 사랑받을 아이이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것이 유언이 될줄은 몰랐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게 자신을 사랑한 어머니의 죽음이었고 처음으로 들은 말은 어머니의 유언이었다.
새롭게 태어난 몸이 전과 다른 여성이었다는 것은 어색했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전생에 좋아하던 것들을 외면했지만 그것은 상관없었다.
자신을 사랑한. 사랑해준 어머니의 유언을 들어주고 싶었다. 하늘나라에서 자신을 지켜보며 안심하게 해주고 싶었다. 어머니의 말처럼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런 아이가 되려고 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했기에 자신을 어려워했다. 말을 하려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신은 그 마음을 이해하고 그런 아버지의 의사를 존중했다. 새로운 어머니와 재혼하는 것도 어쩌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어머니를 사랑했으면서 재혼하는 것을 보면 '이수연'이라는 소녀를 사랑하고는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화목한 가족을 이루고 싶어서.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도 그것을 바랄 것이기에, 새로운 어머니에게도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하지 못했던 사랑을 마음 것 주기위해 사랑받기위해 노력했다.
실패하는 그 순간까지 그렇게 노력했다.
하지만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새로운 어머니에게 사랑받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자신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들을 사귀려고 해도 진심을도 다가오는 아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전생의 명환이었던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너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듯이 속삭이듯이. 그것이 무서웠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이젠 내가 거부하기 시작했다.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더이상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 잃는 것이 두려웠어. 그래서 다시 한번 어린 내가 되려했어. 지윤이에게 자랑스러운 언니였던 그때. 이번이라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같았어. 내가 상혁이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것이 모두 어그러질까봐 말할 수 없었어. 참을 수 밖에 없었어."
" 바보. 그럴리가 없잖아!"
" 이렇게 되본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잃고 싶지 않았어. 이제서야 아버지가 나를 사랑한다해주었고, 지윤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어. 조금씩 내가 바라던 것에 가까워지고 있었으니까-. 친구들이 생기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모두가 소중해서 모두 지키고 싶었어."
자신은 언제나 배척되는 입장이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누구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키는 법을 몰랐다. 열심히 그것을 갈구했지만 막상 그것이 손안에 들어오니 다루는 법을 알지 못했다.
지금의 수연이는 오직 사람을 거부해온 피해온 자신이었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받는 그런 아이가 되려고 했을 뿐이다.
" 하지만 정답이 아니엇나보네. 이렇게 둘이 걱정을 했던 것을 보면... 지윤이는 꽤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 ...크흠, 흠...."
수연의 말에 지윤은 눈길을 피하며 작게 헛기침했다. 꽤 좋아한 정도가 아니라 아죽 푹빠져 지냈지만 차마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역시 어린 시절의 언니는 위험하다고 속으로 되뇌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나는 언니가 좋아. 그것이 어떤 언니라도 상관없어.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노력하는 언니는 싫어. 평소처럼 방에서 뒹굴거리고, 이상한 게임이나 하고. 남을 메도하길 좋아하는 그런 언니라도 상관없어. 하지만 그렇게 남을 신경쓰고 힘들어하는 언니를 보면...."
지윤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 나도 신경쓰이고 힘들어져. 어린시절부터 언니의 나의 우상이었지. 언니가 어머니의 생일날 방에 들어간 뒤로 많이 생각했어."
평소처럼 불러도 나오지 않는 언니. 언제나 자신에게 웃어줬던 아름다운 언니는 그 뒤로 웃지 않았다. 다시 놀고 싶었다. 머리도 쓰다듬어지고 칭찬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더이상 언니는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무엇을 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세계에서 그렇게 숨어버렸다. 그것을 지윤은 찾을 수 없었다. 손을 내밀어도 닿지 않았다. 소리쳐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언니를 보며 지윤은 너무나 슬펐다.
왜 지윤이랑 놀아주지 않는거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언니는 변하지 않았다. 조금 기다리면 평소의 언니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윤이가 뭔가 잘못한 걸까. 뭔가 잘못한게 있으면 말해주면 좋을텐데.
귀찮게 하는게 싫으면 떨어질테니까. 시끄러운게 싫으면 조용히 할게. 지윤이가 뭐가 잘못했는지 말해줘. 그렇게 자신을 외면하지 말아줘. 그렇게 말해보아도 돌아온 것은 차가운 시선이었다. 냉소였고 자신을 거부하고 매도하는 말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싫어서라기 보단 혼자가 되고 싶다는 그런 외로운 모습이었다. 도와달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약한 모습이었다.
언니를 돕고 싶었다.
"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아파하는지 말해줬다면 좋았을텐데..."
끝내 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좋아하는 언니처럼 꾸미고, 말투도 조금 닮기 시작했다. 언니의 등을 언제나 뒤쫓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언니처럼 될 수 없었다.
언니는 조금만 노력하면 모든지 할 수 있었는데 자신은 할 수 없었다. 열심히 공부해도, 열심히 운동을해도. 무엇하나 언니의 뒤를 쫓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에 절망하지 않았다. 열등감을 느끼지도 스스로를 환멸하지도 않았다. 다만 조금 분했다. 마치 언니는 너무나 완벽했기에 자신의 도움은 쓸모가 없는 것같아서.
무엇하나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 하지만 올해 초, 언니와 함께 달리게 되었을때 깨달았어."
영원히 잡을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것같다고 생각했다.
" 언니를 따라잡고 바닥에 굴렀을때 알았어. 언니는 힘들었던 거야. 계속 힘들었던 거야. 아버지일도 어머니의 일도 계속 계속 참으며 달리고 있었던 거야."
자신에게 따라잡혀버릴만큼 궁지에 몰려서.
" 그래서 계속 도우려했어. 예전의 언니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 이번에는 좀더 적극적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언니의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그렇게 노력했다. 언니의 속마음을 자신이 직접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 ...지윤이 잘했지, 언니? 나아, 지금 언니가 한말 계속 듣고 싶었어... 왜, 왜 그동안 계속 힘들어했는지. 어렸을때와 왜 그렇게 달라진 건지... 언니에게서 직접 듣고 싶었어."
지윤이의 눈에 눈물 방울이 맺혔다. 최근 조금씩 다시 친해진 언니였지만 결국 들을 수 없었던 말을 이제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이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올 것같았다.
그런 지윤이를 머뭇머뭇 거리며 머리를 쓰다듬는 수연을 향해 유리는 아픈 볼을 쓰다듬으며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 이번 일도 단지 너를 위해서만은 아니야. 그 성가신 계집애가 힘들어해서 도와준거지. 나는 너같이 복잡한 계집애보단 이 단순한 녀석이 이해하기 편하니까."
" -흣, 누가 단순하다는 거에요! 이 해파리가!"
수연이의 품에 안겨 있기에 특별히 다른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지윤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체 붉어진 얼굴로 유리를 향해 소리쳤다.
" 뭐, 그렇다는거지."
" 뭐가 그렇다는 거에요? 언제부터 저를 당신과 동급으로 보고 있었던 거에요!"
눈물을 뚝뚝흘리면서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소리치는 지윤이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수연은, 이내 자신도 모르게 픽 웃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작게 웃기 시작했다. 평상시의 수연이라면 절대 볼수 없는 그런 웃음.
그런 웃음 소리에 티격거리던 둘은 싸우던 것을 멈추고 수연이를 돌아보았다.
" ...언니?"
" 뭐야? 갑자기 왜 웃어?"
그런 둘의 말에 수연은 웃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눈에 맺혀있는 눈물방울을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그냥."
마치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 그냥, 바보같아서."
뭔가 참고 있었던 자신이 바보같아서. 전생의 자신과 크게 달라진 것같지 않은 스스로가 한심해서. 계속 이렇게 자신을 신경써준 동생을 몰라준 것이 미안해서. 그런 동생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걱정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워서.
" 언니, 저, 저는 이런 단세포처럼 바보가 아닌걸요!"
" 누가 단세포야."
" 당신이잖아요, 당신!"
수연은 그렇게 다시 다투기 시작하는 둘을 보며 계속 웃었다.
해가 져서 돌아가게 될 때까지 계속, 그렇게.
----------------
에필로그
----------------
팔락-.
" ......."
침묵이, 신경쓰인다.
지윤이와 곱슬이 덕에 다시 생각을 고쳐먹은 나는 평상시처럼 긴 생머리를 하고 초 쿨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다음날 부실에 들어가니, 뭔가 미안하다고 갑작스럽게 절을하고 있는 상혁이를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윤아가 시킨 것인지 윤아도 뭔가 갑자기 '나, 나는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이젠 진짜 치, 친구고!' 라고 말해졌다.
아무래도 곱슬이가 어느정도 수습을 한 것인지 굳이 내가 따로 설명을 할필요는 없었다. 정작 당사자인 곱슬이 녀석은 오늘 피곤하다고 학교에 나오진 않았지만.
그 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면서 뭔가 말하려던 상혁이는 윤아의 손에 잡혀 끌려나갔고 어째서인지 지금 이 부실에 남아있는 것은 오렌지 주스를 쪽쪽 빨고 있는 상혁이의 누나인 상화 언니와 바로 나뿐이다.
청이 선배도 마침 오늘은 늦는다고 하다보니...
" -저기 말이야."
" 네."
갑작스럽게 물어오는 상화 언니의 말에 내가 가볍게 답했다. 저번처럼 부드러운 내가 아니라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음에도 상화 언니는 특별히 상관없다는 듯이 오렌지 주스를 빤히 바라보며 말해왔다.
" 7년전에, 그 사고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야?"
" 네, 단지 보기만 했지만."
갑자기 왜 그런 소리를 하는거지?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상화 언니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딱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오렌지 주스를 살짝 흔들고 있었다.
" 그리고 그 곱슬머리 여자아이 말로는 그 놀이터에서 자주 놀았다던데 그것도 사실이야?"
" 아-, 그것도 맞아요."
그건 나중에 나와 지윤이, 곱슬이랑 일이 해결된 후 돌아가면서 말해줬던 이야기이다. 곱슬이의 이야기를 엿들은 탓에 곱슬이의 이야기속에서 나오는 '함께 놀지 않을래?'했던 여자애가 바로 나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거기서 놀았던 탓에 그렇게 방황하며 다녔다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네.
" 그때는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있었고, 여동생은 양갈래 였지?"
"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묘하게 구체적인 질문이다. 마치 취조를 하는 듯한 기분이랄까.
" 그리고 그 7년전의 사고에선 혹시 길을 잃은 남자아이를 경찰서로 데려가 돌려보낸 적이 있지 않아?"
" -....그렇습니다만."
그것은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인데 어떻게 아는걸까. 딱히 누군가와 관계된 것도 아니었고 나로서도 그냥 길잃은 애를 도와준 그런 뿌듯한 추억일뿐인데.
" 그러네."
언제나 가벼운 말투로 이야기하던 그녀답지 않게 묘한 분위기로 중얼거린 그녀는 천천히 오렌지 주스에서 시선을 떼고 나에게 그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쳐왔다.
" 네가 상혁이를 구해준 여자아이구나."
" ....네?"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왠 헛소리를 하는건가 싶어 눈을 가볍게 찌푸리고 그녀를 응시하니.
" 너."
뭔가 이질적인 것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 정체가 뭐야?"
차갑게 이야기해왔다.
<終>
============================ 작품 후기 ============================
5권분량 끝!
전편에서 몇몇분들이 궁금해 했는데 곱슬이와 수연이의 싸움에 관한 것이 몇몇 질문이 있더군요! 곱슬이가 자신은 글러브를 낀 것은 자신이 강해서 낀게 아니구요- 어디까지나 격투기를 배운게 곱슬이였기 때문이에요. 어디까지나 일반인과 격투기를 배운 사람의 관계이니 원래 싸우면 안되지만 격투기를 배운 사람으로서 일반인과 싸우는 입장이니 글러브를 낀거죠.(권투글러브가 아니라 이종격투기하는사람들이 끼는 그런 글러브입니다!) 그리고 수연이가 곱슬이보다 우위였던게 사실이에요. 팔이 잡힌체 똑같이 쳤어도 수연이는 잡힌체로 대부분 주먹을 피했고 곱슬이는 수연이 주먹을 있는데로 맞아서 코피까지 터졌죠. 말하자면 맺집이 좋은거고 수연이는 그다지 싸운적이 없으니 아픈것에 약한 거구요. 그래서 딱히 수연이가 이긴게 아니라 비긴 것으로 된거에요. 수연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곱슬이가 전혀 못했으니... 딱히 수연이가 최강인데 거기에 곱슬이가 동급으로 묘사된 것은 아니에요. 단지 비긴 것으로 나오긴 했지만.
글러브도 곱슬이가 더 강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위치상 어쩔 수 없었다는것!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곱슬이는 일반인한텐 폭력을 휘두르지 않아요(양아치들이 덤빌때는 빼고). 질투로 애들을 끌고가서 수연이를 헤코지할테도 평범한 여자아이들처럼 머리끄댕이나 잡으려 했을정도...(이것도 나름 양아치스럽지만)싸움관련은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라 내용을 팍 줄였는데도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요! 덤으로 음 오글거린다거나 하는 분들이 있군요. 저는 나름 쓰면서 울컥했는데.
뭐 그것도 그럴게 수연이의 가정사정은 제 가정사정을 좋지 않게 비튼 경우입니다. 그래서 약간 감정이입하기가 쉬웠어요. 저희 어머니도 백혈병으로 거의 제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시고(정작 저도 백혈병에 걸렸지만) 새어머니랑 살았는데 새어머니에게서 태어난게 제 여동생이거든요. 그래서 제 여동생을 모티브로 지윤이를 짠거구요. 지윤이가 귀여운 성격인 것도 여동생이 제 여동생이 실제로 귀엽다보니...(진짜에요)아무튼 수연이의 친 어머니는 제가 생각하는 제 친어머니를 떠올리며 썼어요. 전 친어머니의 얼굴도 모르고, 기억하는게 하나도 없어서 대부분 상상이지만요. 아마 제 친어머니도 저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인지 저도 어렷을때부터 남들이 좋아할만한 짓을하고, 칭찬받고 그런 것을 좋아했거든요. 수연이는 그런 면이 강조된 캐릭터라고 보시면 되요. 애정이 극히 부족하고 필요한 아이라고 해야하나.
저는 쓰면서 딱히 오글거리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제입장을 그대로 쓰다보니 그런가봐요.
참고로 곱슬이의 경우엔 제 친구에요 ㅋㅋ. 모티브가 남자이다보니 곱슬이도 약간 남성적인 캐릭터성이랄까. 물론 곱슬이처럼 과장되진 않고 어디까지나 일부 모티브만 따온 것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