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 저번에 수연이랑 이곳에 왔을때는 뭐했었어?"
내심 궁금해져서 그렇게 묻자 상혁이는 볼을 긁적이다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답했다.
" 내가 수연이에게 돈을 빌려준게 있어서 그걸 갚겠다고 옷을 사줬었어. 오늘 자신과 어울릴때는 이옷을 입으라면서."
" 헤에-. 그 계집애가 그랬단 말이야?"
겉으로는 아닌척 관심없는척 그렇게 지내더니 막상 둘이서만 있게되니 나타나는 그 행동력 감탄스럽구나. 그러고보니 윤아도 기껏 상혁이를 꾸며서 보냈는데 수연이가 그렇게까지 할줄은 몰랐어~라고 했었지. 그게 이 말이었구나.
과연 보통이 아니다. 내 예상보다 훨씬 질투도 심하고 소심하게 하나하나 신경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정도면 그간 내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척 태연하게 있었던 것이 신기할정도라고 해야하나.
" 그리고 그 뒤로 영화도 보고 그랬다는 거지?"
" 아아, 뭐어-."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피하면서 대답하는 상혁. 뚱하니 노려봤지만 내가 뭘 어쩌겠는가. 상혁이 여자친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랜시간 함께 지내온 소꿉친구라고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소꿉친구라고 하기엔 옛날에 어울린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으니까.
" 뭘 그렇게 신경써? 어차피 내가 상혁이 여자친구인 것도 아닌데."
"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상혁은 뭔가 미안한듯 웃었다. 아마 내가 상혁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상혁이는 나에게 명백히 거절의 말을 밝혔지만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고 지금처럼 다시 한번 고백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지. 그러니 상혁이가 신경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분명 이번에 내가 고백한다고 해도 상혁이는 거절할 것이다. 그것은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학기초부터 상혁이는 이미 다른 녀석에게 눈이 팔려있는 상태였으니까. 그것을 알고 있던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니다. 윤아도 어느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상혁이는 그렇게 무언가에 크게 관심이 있는 성격이 아니다. 기껏해야 애니를 보거나 서브컬쳐에 흥미를 가지는 정도이지만 그 외에는 특별히 무언가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윤아가 특별한 것이었고.
하지만 올해 내가 고등학교에서 만난 상혁이는 그것과 좀 달랐다. 유독, 할 필요가 없었던 일을 굳이 쫓아가서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일에 엮여 있던 사람은-.
" 나가자."
" 응?"
" 어차피 여기서 살 옷도 없잖아? 조금 걸으면서 이야기나 하자. 조금 옷가게나 구경하고 그러면서 데이트하는 기분을 내려고 했는데 우선 그것부터 해결해야 상혁이가 나에게 신경을 쓸 것같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상혁이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 특별히 다른거 신경쓰고 있었던 것은 아니야! 그저 뭐라 해야하나.. 아까부터 점원 누나의 시선이 신경쓰여서 옷에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고...."
...그것도 어느정도 맞는 말인 것같기는 하네. 확실히 아까부터 미묘한 시선을 보내오는 점원언니는 상혁이를 '이녀석 생긴 것과 달리 여자를 후리고 다니는 녀석이네?'라는 듯한 매서운 눈이었다. 입은 프로답게 웃고 있었지만 그 눈은 결코 웃고 있지 않았다.
" 흐음~."
하지만 나는 도리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장난이라고 해야하나, 복수라고 해야할지도 모른다. 나는 상혁이를 보고 슬쩍 웃은다음 확하고 상혁이의 팔에 팔짱을 꼈다.
" 켁! 갑자기 왜그래!"
당황한듯 팔을 떨쳐내려 움직이려 했지만 여자애가 팔에 매달린 거다. 거기다 온몸을 사용하여 밀착했으니 상혁이도 뭔가를 느낀 듯 팔을 빼내려다가 움찔거리곤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내가 비록 다른 부원들에 비하면 작다고는 하지만 극히 평균이라고! 물론 나로선 가볍게 팔짱을 낀거지만 빼내려고 몸부림치면 닿을 수밖에 없다 이거야. 거기다가 내 힘을 상혁이가 이길 수 있을리도 없지. 내 손에서 팔을 빼낼려면 왠만큼 발버둥 쳐서는 무리다.
" ...그 저기 곱슬아. 너무 가까운데..."
제대로 시선도 마주치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는 상혁이를 보자니 묘하게 신선했다. 역시 나도 아주 여자로서 매력이 없지는 않구나. 맨날 나만보면 시비를 걸어오는 옆학교 일진들때문에 내가 그렇게 양아치 같이 생겼나 싶었는데 다행인 것같았다.
" 작은 심술이야, 아무튼 옷가게는 나가도록 하자. 다음에 어디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이야기도 나눠야하니 조금 밖에 나가서 걸으면서 생각하면 될 것같아!"
기운차게 말하며 팔짱을 낀 체로 상혁이를 당기자 상혁이가 휘청휘청 끌려왔다. 상혁이는 은근히 나에게서 팔을 빼내려는 것같았지만 내가 그것을 봐줄리가 없지. 도리어 팔을 빼내려할 수록 더 깊이 잡아당기자 상혁이도 그것을 알았는지 얼마지나지 않아 잠잠해졌다.
슬쩍 올려다보자 상혁이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아무리 이런 나라도 여자애이다보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그런 상혁이의 모습이 귀여워서 조금 웃음이 나올 것같았다. 멋대로 이런 짓을 하는게 좀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 정도가 아니면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을 것같으니까 조금쯤은 괜찮을거야.
" 상혁아, 너는 왜 수연이가 지금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해?"
팔짱을 끼고 걸으며 묻는다. 어찌됐든 오늘 만난 목적은 수연이였던 만큼 이야기는 꺼내야 하겠지. 물론 내 목적은 좀더 다양한 것이었지만. 적어도 지금 상혁이가 나온 이유는 나에 대한 것보단 수연이에 관한 문제 때문이니까.
나의 말에 상혁이는 잠시 곰곰히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 역시 그날-, 내가 두고갔던 것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중이야. 그날 윤아에게 나를 보내주는 수연이의 모습이 걸려."
" 왜? 울거나 했어?"
"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는 상혁이의 얼굴은 그날 수연이의 얼굴을 떠올렸는지 조금 찌푸려진 얼굴이었다. 나는 윤아에게 들어서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상혁이의 입으로 직접듣는 것과는 달랐기에 잠자코 있었다.
" ...웃으면서 보내줬어. 하지만 그 얼굴은 그냥 웃는 것과는 달랐다고 생각해."
웃으면서-, 물론 그렇게 헤어졌다고 듣기는 들었다. 윤아로부터 전해들었지만 그때도 생각했듯이 나라면 과연 그 상황에서 상혁이를 순순히 보내줄 수 있었을까? 그때 수연이는 분명 그때 상혁이를 보내주었을때 윤아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별하는 기분으로 상혁이를 보냈을 것이다.
웃으면서 이별이라. 흔히 드라마나, 만화나 소설같은 곳에서 자주 묘사되거나 나오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접고, 그를 위하며 그의 행복을 빈다. 이게 영화나 소설처럼 쉬울 거라 생각해?
결코 그렇지 않아. 나도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것을 스스로 잘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웃으면서. 나는 괜찮다고 말할수 있을까?
" 하지만 그렇다고 그 계집애가 태도가 확달라진 것을 설명할 수는 없잖아."
" 그건..."
분명 그날 수연이를 두고 갔지만 그것이 수연이의 태도에 영향을 줬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백팔십도 바뀐다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그것은 마음에 스크레치를 남길만큼 상처가 생긴 것도 아니고, 큰 충격을 받을 만한 사건이 아니다.
왜 그렇게 단언하냐고? 왜냐하면 그것은 그날 수연이가 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각오를 하고 상혁이를 보낸 것이다. 일반적인 통보가 아니라 스스로 마음먹고 그렇게 스스로 행한 일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수연이다. 아무런 각오도 없이 그런 말을 했을리 없다.
그러니 그날 상혁이가 윤아를 향해 뛰어갔던 것은 영향을 주었을지언정, 순수하게 그것만으로 변화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 어렵네. 바로 얼마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쓰게 웃으면서 말하자 상혁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팔을 팔짱을 끼고 있는 나를 재차 인식하곤 얼굴을 붉혔다.
" 그, 최근에 또 그런적이 있었어?"
" 에에~, 당연하지. 당사자는 몰랐겠지만 바로 최근에 윤아와 상혁이의 일이 있었으니 다들 고민이었거든!"
" ....아, 역시 다들 신경쓰고 있었어?"
" 당연하지!"
신경을 쓰지 않았을 턱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그 사건에 전혀 연관도 되지 않았었고, 사고가 나기전의 상혁이는 전혀 몰랐으니까... 윤아와 상혁이의 일에 끼어들 수 없었다. 그때 상혁이의 태도와 윤아의 행동은 지금 내가 아는 일보다 더 전의- 과거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결국 나는 그것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날 사라진 상혁이를 열심치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은 것은 수연이였고. 도움을 준 것도 녀석이었다. 그것이 너무나 분하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는 거겠지.
" 아마-, 이것도 분명 수연이가 지금까지 해온 행동, 그리고 겪어온 일을 통해 일어난 변화겠지. 그 계집애가 아무런 고민도 없이 한번에 그렇게 모습을 바꿨을리 없어. 부실에 나오지 않았던 날 분명 고민했을거야."
밝고 명랑한, 그리고 너무나 완벽한 이수연. 지윤이가 말하길 그것은 어머니와 트러블이 있기전의 언니라고 했다. 처음 재혼했을때부터 상처를 받기전의 수연이.
그렇다면 그것이 수연이의 본 모습인지도 모른다.
도망친다.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알 수없다. 오히려 지금까지 매정하고 냉정한 그 이수연이 도망치고 있었던 이수연인지도 모른다. 이제서야 제대로 마음먹고 앞으로 걸어가기로 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당사자가 아니니 무엇을 생각해도 그것은 결국 추측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 만약 도망치는것이 아니라서 그렇게 모습을 바꾼 것이라면 왜 상혁이에게 아무런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거야?
그전의 행동들을 보면 녀석은 분명 상혁이에게 분명 호감이 있었다. 지윤이도 심통맞게 말하긴 했지만 자신의 언니는 분명 상혁이에게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근데 그 날 상혁이를 보내준 뒤에 칼같이 마음을 잘라냈다고?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고작 1년을 지켜본 수연이지만, 내가 아는 이수연은 그렇게 그 얼굴만큼 단호하고 냉정하지 않다. 정신력이 강하지도 않다. 오히려 약하고 얉은 얼음처럼 쉽게 깨질 것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쉽게 그동안 가지고 있던 마음을 버릴 수 있는 녀석이 아니라는 것이다.
" ...그러고보니 그때도 이 길을 걸었어. 이렇게 걷다가 공원에서 수연이와 이야기를 나눴어."
상혁은 주변을 둘러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러고보니 수연이와 둘이서 데이트를 했었다고 했지. 그때도 지금 나와 한 것처럼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했었던 모양이다.
" 나에게 무슨 일있었는지 물으면서-, 그렇게 걸었었어. 생각해보면 그때 수연이는 나와 윤아의 일을 해결해주려고 고민중이었던 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
분명, 그랬겠지. 그때 녀석은 상혁이와 윤아의 일로 머리속이 가득해서 어떻게든 해결해주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석이 상혁이와 단둘이 만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부끄러움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다.
" 아핫, 그렇다면 지금은 그때와 반대구나?"
가볍게 웃으며 말하자 상혁이는 설핏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다만 그때와 달리 우리는 수연이에게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거겠지."
" 아니, 그 계집애라면 옆에 있었다고 해도 입을 꾹닫았을게 분명해."
" 하긴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녀석은 남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싫어하니까. 지금까지 수연이의 나약한 모습은 우리중에 상혁이만 보았었다. 내 앞에선 단 한번도 약한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고 언제나 철두철미하고 냉정하고 차가운 그런 이수연이었다.
그건 그만큼 남들을 외면하고 거절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 조금, 이쪽으로 걸을래 상혁아?"
" 응? 아, 그래 알았어."
나는 조금 걷다가 샛길로 빠져서 걸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면 상혁이의 집으로 가는 골목길이 나오지만-, 지금 내가 가는 곳은 그때와 조금 다른 곳이다. 그곳보다 좀 더 먼 그런 곳.
공통점이라면 사람이 그다지 않는 곳이라는 점.
나와 상혁이는 말없이 걸었다. 그 거리가 상당했음에도 상혁이는 굳이 군말하지 않고 따라왔다. 시내에서 꽤 벗어나고 있음에도 왜 이쪽으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 나는 수연이가 하루아침에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 왜?"
나는 걸어가면서 담담히 말했다. 그 말에 상혁이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어왔다.
" 사람은 결코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고 고민하고 시간이 지나며 많은 것들을 겪으며 그렇게 바뀐다고 믿거든."
" 하지만 큰 상처를 받고 바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도 ...좀 그런면이 있었고. 그날 내가 수연이를 두고간 것이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 그게 왜 상처가 되? 수연이가 언제 상혁이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도 아니잖아. 그날 상혁이는 수연이를 두고가는 것이 맞았어. 그건 절대로 옳은 일이니까 스스로를 탓하지 마."
그건 내 생각이 아니다. 분명 수연이 녀석도 상혁이가 가길 바라고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상혁이가 그날 그자리에 남기를 바랐다면 그렇게까지 말했을리 없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남아주기를,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상처가 되었을리는 없다.
" 그래, 상혁이의 말처럼 큰상처를 받고, 충격을 받는다면 하루 아침에 사람이 달라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 하지만 이수연은 아니야. 녀석은 각오했어. 그렇게 마음먹고 스스로 그렇게 행동한거야."
" 하지만 그건 너의 생각이잖아?"
나의 말에 상혁이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해왔다. 내가 단언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뭐 틀린 것도 아니다. 내가 하는 말은 수연이에게 직접듣지 않는 이상 모두 추측일뿐이다. 이렇다 저렇다 말해도 모두 예상일 뿐이다.
" 그래, 그럴지 몰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이수연과 나는 정반대이지만, 만약 내가 녀석과 같은 상황에 쳐했다면 분명 나도 너를 웃으면서 보내줬을거야."
" ...왜?"
" 아무리 내가 너를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말을 하고 싶어도-. 일어나버린 일을 외면한체 도망칠 수는 없어. 윤아는 그날 너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고백하려고 했어. 그 마음을 아는데 붙잡을 수 있을 턱이 없잖아."
어디까지나 그때의 우리는 중간에 끼어든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윤아와 상혁이의 사이에 끼어든 불청객. 그리고 같은 사람을 좋아한 여자아이. 그 용기를 내서 하는 고백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절대 물러 설수 없었다.
정면으로 받아쳐,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지금 이수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겉모습을 바꾼 건지는 모르지만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바꾼 것은 아닐 거야. 스스로 마음먹고 무언가를 잘라내고 이별하기 위해. 그렇게 마음먹고 바꿨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사람의 성격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사람의 감정은 마음먹은 것처럼 쉽게 변할 수 없는 법이니까.
" 아무도 그런 것을 바란 사람은 없었는데 정말 바보야, 그녀석."
어떤 의미론 그것도 도망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새롭게 현실을 마주보기 위해서 스스로를 바꾸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망치는 것이지만 도망치는 것이 아닌 행위.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이수연의 모습.
그것이 진실한 이수연인지, 아니면 거울속에 비친 가상의 이수연지는 모른다.
" 있잖아. 상혁아, 사람이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선 얼마나 노력해야 될거라 생각해?"
" ...글쌔? 아무래도 쉽지는 않을거라 생각하는데."
" 그래, 결코 쉽지는 않아."
나는 그렇게 말하며 지금까지 하고 있던 상혁이의 팔짱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노는 아딜은 없고 낡은 놀이기구만 있는 놀이터가 눈에 들어온다. 옆을보니 익숙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 혹시, 상혁아 이곳이 어딘지 알아?"
" 이곳? 아-, 여기는...."
아무 생각없이 나를 따라왔던 것인지 상혁이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놀기엔 낡은 놀이터. 흙의 질도 좋지 않아 흙장난을 하기도 좋지 않았고 근처에 큰 도장이 시야를 막아 이곳에 놀이터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아이들도 많았다.
" -기억해, 여기는 그, 옛날에 자주 왔던 곳이었어."
상혁은 과거를 회상하는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며 반갑다는 듯이 웃었다. 다행히다. 아주 잊지는 않았구나.
" 나 말이야. 아주 예전에는 힘도 없고 겁도 많아서-. 자주 여기로 도망쳐왔어."
사람이 없고 아이들이 잘 놀지 않는 이 놀이터는 내 아지트'였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얼마지나지 않아 다른 아이들이 몰려와서 떠도는 신세가 되었지만.
" 곱슬이 네가? 전혀 상상이 안되는데..."
" 뭐야, 너무해! 나도 어렸을땐 이렇지 않았는걸!"
아무리 지금 양아치다 뭐라 불려도 어린시절엔 그냥 겁많은 소녀였다고! 볼을 부풀리며 노려본 나는 이내 눈에 힘을 풀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찌보면 덤빈다고 일일히 싸운 내 탓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나는 조용히 걸어가 주변의 놀이기구를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어렸을때엔 높아보였던 미끄럼틀도 지금보면 고작 내 키높이 정도에 불과했다. 오랫동안 사용한 아이들이 없는지 조금 먼지가 쌓여있었다.
" 나 말이야. 예전에 이 옆에 있는 이 건물에 살았어. 그때는 도장이었는데 아버지가 그 도장의 사범이라서 언제나 이 놀이터에서 놀았었어."
사람이 많은 놀이터에 가면 언제나 놀림 받았고 괴롭힘을 받았기에 이 아이들이 오지 않는 놀이터는 내 아지트였다. 작은 왕국이었다. 혼자 모래장난을 하고. 미끄럼틀을 타며 그렇게 놀았다.
" 마치 수연이 녀석처럼-. 그렇게 남들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고 그렇게 혼자가 좋다고 생각했지."
집에 가면 아버지가 있었기에, 나는 언제나 밖의 이 놀이터에 있었다. 아버지가 싫었다는 점도 있고 무섭기도 했다. 집이 싫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때 오지 않았던 아버지가 미웠다. 그렇기에 아버지가 하는 운동같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곁에 있는 것조차 너무나 싫었다.
혼자 여기서, 자상하게 웃어줬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놀았었다.
" 근데 말이야. 어느날 이곳에 이상한 애들이 나타나기 시작한거야."
그 아이들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상냥한 애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는 언니로 보이는 여자애와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여자애는 마치 자매같아 보였다. 그 아이들은 이런 곳에 놀이터가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주변에 많은 친구들을 이끌고 이곳에서 놀고 있었다.
나만이 알던 아지트에 갑자기 나타난 침략자에 당황하고 있자, 그 포니테일을 하고 있던 여자아이는 나에게 손을 내밀며.
「같이 놀지 않을래?」
라고 말해줬지만- 나는 그 손을 잡지 않고 도망쳤다. 환하게 웃으면서 많은 아이들에게 둘러쌓여있는 그 아이가 너무나 부러워서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질투였는지 모른다. 나와는 전혀 달라보인 그 아이가 너무 부러워서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 바보같지? 그래서 다른 놀이터에서 놀려고 해봐도 금세 다른 아이들에게 표적이 되서 괴롭힘 받고. 우울한 아이라고 놀림받고. 돼지라고, 멍청이라고 놀림받았어. 그때 나 꽤 뚱뚱했거든. 언제나 뒹굴거리면서 먹기만한 탓일까?"
씩 웃으면서 말했지만 상혁이는 뭔가가 생각난듯 눈을 가늘게 좁혔다. 뭔가가 기억난 것건가? 하지만 난 그런 상혁이의 팔을 주먹으로 툭치며.
" 너무 힘들고, 맨날 울정도로 힘들었어. 그래서 어느 날 이곳에 돌아왔는데 어떤 아이가 있던거야."
그 말에 상혁이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입을 벌려 뭔가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검지손가락으로 입을 살며시 눌러 막은 뒤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그 여자아이들은 없었어.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몇몇 남아있었지. 그리고 그 아이들이 나를 보고 괴롭히려고 했는데 갑자기 멍하니 나를 보고 있던 그 아이가 날 도와줬어."
그것은 꽤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머리카락이 잡아당겨지고, 돼지라고 매도당하며 괴롭힘을 받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달려와 구해준 소년. 그 아이는 뭔가 악에 받친것처럼 나를 괴롭히던 소년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여러명이 둘러싸서 때렸음에도 주저하지 않고 싸웠다. 먼저 그 아이들이 울면서 떠나기 전까지 계속.
" 내가 왜 그런거냐고, 왜 도와준거냐고 물었는데. 그 아이가 한 말은 '그냥.'이 한마디 였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도와줬으면서 웃기지?"
그 아이가 왜 나를 도와준 것인지 이유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 뒤로 우리는 이 놀이터에서 약속한 것처럼 만났다. 만나고 한사람이 안온다며 투덜거리는 그 아이는 언제나,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혼내주었고. 처음에 조금씩 이곳에 오던 아이들도 그런 소년의 행동에 결국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 내 왕국이던 시절처럼. 이곳은 나와 소년만이 아는 그런 놀이터가 되었다. 처음엔 그것이 너무나 기뻤다. 다시 나만의 왕국이 되었고 자신을 도와준 친구가 생겼다. 단지 그렇게 생각하며 너무나 즐거웠다.
"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아이는 마음속에 상처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하지만 나는 그 아이에게 도움을 받는 것만이 익숙해서- 그것을 애써 외면했어."
그 소년은 마치 누군가의 대신이라는 듯이 나를 도와주었다. 내가 힘들때면 언제나 구해주러 와주었고. 놀림을 받을때면 구해주었다. 친구가 없어 지루할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와서 나와 놀아주었다.
"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 전날까지 나는 계속, 계속 그렇게 그 아이한테 받기만 했지."
그 아이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일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막상 헤어질때가 되자, 그아이에게 받기만 했던 것이 너무 아쉬웠다. 미안했다. 그래서 마지막날 그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나, 있지. 이제 이사 가.』
『또 만날 수 있어?』
나는 그 말에 뚜렷한 답변을 해줄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아닌 아버지가 결정해야할 문제였으니까.
『응,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어. 나중에-, 분명 분명 확실히.』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 소망하듯 그 아이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다행히라는 듯이.
『다행이다. 나, 지금 친구라곤 너뿐이라서 무척 막막했는데 다시 돌아온다니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며 웃는 소년의 모습은 밝았지만, 어두워보였다. 결국 나는 이 아이가 가지고 있던 어두운 마음이 무엇인지 끝가지 알지도 못하고 받기만하고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도움만 받고 하나도 이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들으려 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지. 나 노력할게. 다음에, 다음에 만날때는 지금처럼 너에게 도움만 받는 바보가 아니라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소년을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만날때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마음먹기로 했다. 언제나 도움 받았고 힘들때 나를 도와줬던 소년을 위해서 그렇게 다짐했다.
『응... 기대할게.』
나의 말에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던 소년은 이내 살며시 웃으며 그렇게 답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서글퍼 보여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애써 방긋 웃으며 지금까지중 가장 씩씩하게 이야기했다.
『 안녕. 다음에 또보자! 나, 잊으면 안 돼!』
『응, 기억할게.』
그렇게 기약없는 약속을 하며, 나는 그 아이와 헤어졌다. 언제 만날 수 있다고 확답도 하지 못한체 그렇게 헤어졌다. 그 길로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집의 짐을 정리하고 있던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뛰어들어온 나를 보고 날란 듯이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아버지의 앞에 이렇게 똑바로 선 것은 너무나 오래전 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무서워하던. 미워하며 외면했던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소리쳤다.
『 나-.』
뭐라고 말해야할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어쩐지 그아이와 헤어진다는 생각에 눈물마저 쏟아졌다. 의연한척. 아무렇지 않은척 말하고 왔지만 역시 슬펐다.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 나-, 나....! 달, 달라지고 싶어요!』
나를 똑바로 바라봐오는 아버지의 시선에 다리가 떨렸지만. 소리쳤다. 떨어지는 눈물을 닦지않고 울먹이는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 바뀌고 싶어...! 강해질거야. 울...보도 돼지도 아닌. 그런 아이가 되고 싶어요...!』
이젠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도움을 주고 싶었으니까.
『 도, 도와주세요. 부탁드려요, 아빠-!』
나는 아버지가 싫었다. 어머니가 마지막에 병으로 돌아가실때 시합때문에 오지 않았던 아버지가 미웠다. 끝까지 오실거라 믿고 웃으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버지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하는 운동따위 보기 싫었다. 어머니를 져버리면서까지 나갔던 그런 것따위 필요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달라지고 싶었으니까.
바뀌고 싶었으니까.
그 아이를 다시 만났을때. 지켜주고 싶었으니까.
" 나, 노력했어."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상혁이를 향해 살짝 웃었다.
" 계속, 계속 너와 만날 날을 생각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눈물이 나와도 참고 노력했어."
달라지고 싶어서. 스스로를 바꾸겠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노력했다. 하지 않았던 운동을 하고 하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하며 다시 만날 날만을 생각하며 계속 계속 그렇게 노력했다.
" 나, 기억해?"
내 말에 상혁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옅게 웃으며 고개를 내려 잠시 아래쪽을 쳐다봤다가 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해오며.
" 아아, 기억하지.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그때 보았던 너의 눈동자 그대로구나?"
" 이미 늦었어."
베에- 하고 혀른 내밀며 말하자 상혁은 미안하다는 듯이 볼을 긁적였다. 눈동자- 그래 그 아이는, 상혁이는 언제나 내 눈이 예쁘다고 말했었다. 마치 내 이름과 같은 눈동자라면서.
" 그- 곱슬...."
" 이럴 때는 이름으로 부르라고 바보야!"
이런 상황까지 별명을 부르려고 하다니! 내가 눈을 흘키며 말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미안하다는 듯이 웃은 상혁은 약간 어색하다는 듯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어왔다.
" ....그."
잠시 뜸을 들이던 상혁이는 이내.
" -유리야. 신유리, 맞지?"
" 다행...이네. 사실 까먹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래도 똑바로 기억하고 있었구나?"
" 내가 직접 눈동자가 그 뭐시냐, 투명한 유리처럼 예쁘다고 했으니까..."
자기가 말하고도 부끄러운 듯 머리를 벅벅긁으며 상혁은 시선을 회피했다. 나는 그말에 작게 웃으며 상혁이의 몸에 바짝 붙어 그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 있잖아. 나, 많이 달라졌지? 예뻐졌어?"
" 어, 으응. 몰라볼정도로..."
" 아하하, 그거 기쁜데. 언제나 언제나 이렇게 말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어."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봐오는 그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알고 있다. 지금 상혁이의 마음에 내가 들어갈 곳이 없다는 것은. 하지만 계속 기다려왔으니까.
이렇게 다시 만나는 날은 언제나 꿈꿔왔어. 그러니 조금쯤은 괜찮잖아.
" 노력했어. 노력했어. 다시 만났을때 상혁이를 지켜주고 싶어서."
말하면서 조금 감정이 벅차 눈이 촉촉해지는 것같았다.
" 도와주고 싶어서. 언제나 어둡던 상혁이의 마음을 밝게 해주고 싶어서."
다음에 만났을때는 꼭 상혁이를 도와 그 마음에 꼭꼭 감춰두었던 것을 듣고 싶었는데.
" 하지만-, 그 역활은 내가 아니었던 듯하구나. 하지만, 나-. 정말 정말 노력했는걸. 그러니까... 그러니까..."
상혁이의 옷깃을 잡고 눈을 꾹 감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 칭찬... 해줄래?"
계속, 계속 이날만을 바라보며. 상혁이를 돕고 싶어서. 지켜주고 싶어서 이렇게나 달라진 나를.
" 노력, 했다고."
결국 그 일은 한 것은 내가 아니었지만 이렇게나 노력해온 나를.
" 힘 냈다고-."
계속 계속. 포기하지 않고 이 날만을 기다린 나를.
" 조금만, 조금만..."
장하다고. 그동안 힘들었을 것같다고 위로해주며. 그렇게 칭찬해주면 좋을텐데.
" 머리, 쓰다듬어주라..."
나 정말 많이 힘냈어. 노력했어. 상혁이가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어. 진심으로 나를 보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누군가의 대신이 아닌 진짜 나를 보기를 바랐어. 그때 상혁이가 나를 도왔던 것은 다른 누구를 대신해서였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에는 내가 상혁이를 도와 똑바로 나를 보게 해주고 싶었다.
나, 신유리를 좋아하게 해주고 싶었다.
무리였지만.
실패했지만.
하지만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열심히 해왔다고 해주면 좋을 것같다. 위로가 될것 같았다. 그것이면 만족할 수 있을 것같았다.
내가 윤아가 아닌, 신유리로서 기억될 수 있다면.
윤아의 대체자가 아닌 기억속 유리로 남을 수 있다면.
눈을 꾹 감고 있던 나의 머리에 약간 떨리는 손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나는 그저 옷깃을 잡고 그 손에 몸을 맡길뿐. 상혁이는 그저 말없이 나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며 작은 목소리로.
" ...미안."
사과를 했다. 바보. 사과할필요 없었는데. 알고 있다. 상혁이가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늦어버렸고 다른 사람이 그 마음에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것으로 좋아. 이 조금의 응석으로 만족한다. 상혁이를 바꾸는 것은 내가 될 수 없었지만 똑바로 상혁이가 나를 보고 내 이름을 기억해줬으니까.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눈물은 멈출수 없었다.
각오하고 있었는데.
이미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는데.
눈물이 나왔다. 옷깃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 흑. 으흑."
각오했어도, 예상했어도.
나는 그보다 상혁이를 좋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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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이의 독백은 여기까지 입니다, 이제 다음편부터 수연이가 나오겠네요! 수연이와 본격적인 곱슬이의 대립이 다음편에서 예정!
근데 다음편은 이번편보다 길듯한데 걱정... 손가락 아프다. 이번편을 썼던 것을 쓰고 약간 더 쓴터라 손이 더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