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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126화 (126/153)

126화

이상한 곳은 없겠지?

나는 약속장소로 걸어가며 간만에 한껏 힘낸 옷차림을 점검했다. 다행히 특별히 이상한 곳은 없는 모양이지만 평상시에 잘 입지 않던 나풀나풀한 의상인 탓에 조금 어색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본래 나는 불편한 옷은 잘 입지 않는 주의고, 이런 옷은 나보단 수연이 녀석이나 지윤이가 주로 입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도 명색의 여자인데 좋아하는 남자애를 만나러 갈때는 털털하게 입고 갈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름 힘낸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그런 것에 신경쓰느라 예상보다 약속장소까지 가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같지만...

이게 다 그 상화 언니 때문이다.

본래 상혁이의 집에 직접 찾아가려했지만 상혁이가 말하길 아무래도 자신의 누나가 신경쓰는 것같다면서 시내쪽에서 만나자고 이야기를 전해왔다. 나로선 집과 그다지 멀지도 않았기에 특별히 상관은 없었지만 간만에 상혁이의 집에 찾아가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 된 만큼 조금 아쉬웠다.

' 윽, 상혁이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나왔잖아.'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니, 예상외로 상혁이가 이미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걸어오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다지만 그래도 아직 약속시간 30분전인 것을 보면 충분히 일찍왔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상혁이가 오기전에 미리 차분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 작정이었는데 이래서야 곤란하다.

" -아, 왔구나?"

" 으응. 그런데 상혁이도 생각보다 일찍왔네?"

" 응? 아아-, 예전에 누구씨한테 늦게나왔다고 한소리를 들어서..."

누구씨라... 호오오오. 냄새가 나는데 말이야. 딱 느껴보니 분명 여자애인 것같고 분명 우리 부서에 있는 사람 같단 말이지. 윤아나 청이선배는 그런 것으로 사람을 매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십중팔구 이수연 녀석이겠지. 나도 모르는 사이 몰래 만나고 있었단 말이지.

" 뭐라고 해야하나, 오늘 그 뭐냐. 워낙 예쁘게 입고와서 처음에 네가 맞나 긴가민가했어. ....뭔가 나는 너무 평범하게 입고나와서 좀 미안한 기분인데."

갑작스런 상혁이의 칭찬에 얼굴이 뜨거워졌지만 이어진 말에 조금 나만 들뜨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혁이의 말처럼 한껏 멋내고 온 나와 달리 상혁이의 옷차림은 평범한 캐쥬얼 복장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리봐도 친구를 만나러 갈때나 입는 복장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뭐- 조금 슬프지만 예상했던 일이긴 하다. 말이야 나와 데이트였지만 상혁이가 나를 만나기로 한 이유는 나와 만나는 것보단 수연이가 이상하게 변한 현 상황을 바꿔보자는 듯이 말한 나의 발언때문이었으니 말이다. 아마 상혁이는 진짜 데이트라기보단 당시 수연이를 떠보기위한 말이었다고 생각했을게 분명했다.

물론 나도 단지 상혁이와의 데이트만을 바라며 그 말을 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수연을 도발하기 위한 말인 것도 사실이었고, 지금 녀석이 변한 것을 바꿔보기 위해 상혁이를 부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상혁이와 데이트를 하자고 한 말도 사실이었다. 윤아가 상혁이에게서 친구 선언을 하며 한발짝 물러선 지금의 상황에서, 나도 확인할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좀더 고등학교를 다니며 천천히 상혁이의 마음을 바꿔볼 생각이었지만-아무래도 이미 결판은 난 것같으니까.

" 아니야, 괜찮아. 어차피 내가 상혁이와 만나기로 하자고 할때 말했던 것도 수연이 때문이라고 말했으니 그럴 수 있어."

" 하지만..."

" 됐다니까, 자. 그보다 점심식사는 하고 나왔어?"

나는 확, 하고 상혁이의 손을 잡으려다가 아무래도 그건 좀 그런가 싶어서 옷깃을 잡아끌었다. 그러면서 혹시 주변에 우리를 보고 있는 사람이 없나 고개를 돌려보지만 특별히 이상한 기척은 없었다.

오늘 상혁이와 만나러 갈때 수연이의 핸드폰으로 '신경쓰이면 나오도록 해.'라고 문자를 보내뒀지만 아무래도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녀석이라면 분명 몰래 숨어서 나오던지 할 줄 알았는데 기척이 없는 것을 보면 정말 이대로 나와 상혁이가 데이트를 하는 것을 방관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 내가 나오라고 한 문자를 보면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서 나올줄 알았는데 말이야. 아니면 지금 생각을 하고 있거나 나도 알아차리지 못할만큼 진지하게 숨어있을지 모르지. 아무리 나라도 그녀석은 다 파악할 수 없고.'

상혁이의 옷깃을 잡아 끈 나는 평범하게 시내에 있는 근처의 옷가게들을 구경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중에 결판을 내건 뭘하건 우선 오늘 만나기로 한 목적은 수연이에 관한 것이므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필요했으니 말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 어머나 저번에 왔던 학생 아니에요? 오늘은 그 옆에-."

" 하, 학교 친구에요!"

" -딱히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여성복은 이쪽이랍니다. 남성복은 이번에 들어온 신상품은 이쪽이에요."

갑작스런 점원의 미묘한 말에 눈에 띄게 당황하며 부정하는 상혁이의 모습에 나는 눈썹을 가운데로 모으고 살며시 상혁이를 노려보았다.

" 헤에~. 전에도 이 가게에 왔었구나? 근데 아무리 봐도 상혁이가 이용할만한 가게는 아니고... 점원 언니도 묘한 소리를 하던데."

"......"

" 수연이랑- 온거 아냐?"

" 트, 특별히 이상한 일은 없었어. 그냥 만나서 영화나 보고 논 것뿐이니까!"

역시나!

그 계집애 역시 노리고 있었다니까. 시기를 보니 그다지 오래 된 것도 아니야. 보나마나 그때 윤아때문에 상혁이가 한창 혼란스러워 할 때였겠지. 겉으로는 무관심한척 하면서 이렇게 뒤에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을 줄이야. 방심했어.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야 진작 알았지만 이렇게 직접 시내를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했을 줄을 몰랐다. 나도 옷가게를 돌며 이런 제대로된 데이트를 시도한 것은 처음인데!(전에 한번 할뻔했지만 결국 중간에 끊겨버렸고) 거기다가 영화까지 함께봤다고? 그냥 연인사이 잖아.

" 뭐어, 알았어. 나야 어떤 상혁이도 좋아하니까 그냥 넘어가줄게. 하지만-."

" 으, 응?"

" 대신 수연이에 관한 이야기를 끝낸 뒤엔 나하고 영화도 보고 제대로 놀면 청이 선배나 다른 사람에겐 말하지 않을게 특히 네 누나라던지... 윤아야 이미 알고 있을테고."

" 윽."

" 나야 상관없지만 네 누나나 청이 선배가 알면 꽤나 흥미진진해 할 걸? 사실 윤아에게 나도 이야기는 살짝 들어서 수연이와 뭔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나 제대로 데이트 했을 줄은 몰랐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상혁은 고개를 푹 숙이며. '누나한테만은 하지 말아줘...'라고 울상인 얼굴로 말했다. 아마 어지간히도 누나에게 시달리는 것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러고보면 수연이는 둘째치고라도 그 상화 언니라는 사람도 곤란하단 말이야. 남매이면서 뭘 그렇게 달라붙는 거야. 수연이가 하는 야겜도 아니고 실제로 저런 사람이 존재할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 터무니 없는 괴짜주제에 요리실력은 장난 아니고 윤아의 말을 들어보면 이미 대학까지 조기 졸업한 천재라던가.

이수연도 그렇지만 묘하게 이 세상은 이상한 사람들에게 재능이 몰빵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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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kb가 날라가 버렸습니다. 열심히 썼는데 실수로 익스플로러 탭창에 루리웹을 끈다는게 조아라를 꺼버려서...

왜 루리웹이나 조아라나 아이콘이 퍼런색인건지.. 원망스럽다.

알다시피 전 비축분이 없어서 즉각즉각 쓰는 타입이라 날아가자마자 멘붕. 같은 내용을 머릿속에서 끄집애내서 다시 쓰느라 2차 멘붕. 20kb까지 썼다가 같은 내용 다시 쓰려나 손가락이 아파서 3차 멘붕.

...결국 날린 20kb는 우주로 사라지고 도중에 끊긴 8kb를 올립니다. 크읔. 원래 썼던 부분에선 영화도 보고 수연이 이야기도 한다음 이제 곱슬이가 과거를 언급하면서 뚜앙 하고 이번편 끝이었는데 날아가버렸슴....

가뜩이나 데이트편은 언제나 쓰기 힘든데 하필이면.. 난 빨리 수연이하고 곱슬이가 한바탕 붙는걸 쓰고 싶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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