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 저기... 수연님, 괜찮으시다면 잠시 저희와 같이 가주시겠어요?"
" 예."
아마 실행위원회같은데에 말해서 리허설같이 잠시 맞춰보는게 가능한지 말하려는 모양이었다. 예상했던 일이기에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 상혁이를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벤드부를 돕기로 한 이상, 상혁이가 계속 따라오기도 곤란했기 때문이다.
" 일이 이렇게 됐으니 너는 관객석에서 기다리렴. 아니면 다른 일행들과 어울려도 좋아."
" 흐음~. 뭐어 너라면 이젠 뭘 하든 '너니까!'라는 생각만 들어서 말이지. 좋아, 그러면 나는 카페원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돌아올게. 아직 시작시간도 좀 남았고, 기왕 네가 노래를 부르기로 했으니 함께 보는 것이 좋을 것같아서."
" 어머나, 네가 야릇한 시선으로 지켜본다고 하니 마치 시선으로 범해지는 그런 불쾌한 기분이 들지만 참아주도록 할게."
" 난 한마디도 야릇한 시선으로 본다고 말하진 않았는데."
" 함축적인 의미로."
" 전혀 그런 말은 함축하지 않았어!"
오랜만에 상혁이를 놀리니 속이 시원하다. 요즘 상혁이를 제대로 놀리지 못하다보니 이런 기회가 잡혔을때 확실히 놀려둬야지. 거기다가 내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녀석이 지켜본다고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난 남들 앞에서 노래를 처음 부르는 것이니,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자신해도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다.
" 아무튼 화이팅. 내가 걱정할 군번은 아니지만 그렇다해도 너 처음하는거잖아? 너 멘탈도 약하니까 막상 시작하면 입도 때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 ...호오. 이 무슨 악담을. 네 그런 악의넘치는 기대는 확실히 부숴줄게."
" -아, 악담이라니! 그냥 걱정되서 한소리야!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혹여 무대에선 도망치지 않을거지?"
이, 이게! 겨우 몇번... 그래 겨우 몇번 도망친정도로 으으. 건방진 녀석. 언제부터 자기가 나를 그렇게 일방적으로 걱정하는 입장이 됐다고.
" 건방져. 이제 난 다신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했어. 네가 그때 내가 힘들때마다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했잖.... 칫, 됐어. 난 갈테니 관객석에서 펭귄처럼 박수나 치고 있도록 해."
" 아-아, 그, 그래. 내 말이 조금 그랬을지 모르지만 걱정해서 그러는 거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그, 내 나름의 조크랄까 긴장을 풀어주려고 한거였는데..."
시무룩한 얼굴로 말하는 상혁이의 모습에 '별로 신경안써.'라고 말해주려다가 흥, 하고 작게 코웃음치고 등을 돌렸다. 아무리 내가 전적이 있다지만 설마 저기서 도망을 칠까. ...물론 남들이 멋대로 시켜서 무대위에 선 것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자의니까 그럴리가 없잖아.
' 깜짝 놀랄만큼 멋진 노래를 불러줘야겠어. 그래야 더이상 건방진 소리를 못하겠지.'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위원회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민서에게 다가갔다. 다행히도 위원회가 말한 이야기는 꽤나 긍정적인 이야기였던지 민서의 표정도 무척 밝았다. 더불어 민서의 뒤에 있던 남성들도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섟인 얼굴로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역시 도와주기를 잘한거겠지.
만약 내가 돕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으려나. 역시 그냥 돌아가게 되었을까? 아니면 나말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되었을지도 몰라. 어쨌거나 지금은 내가 돕기로 되어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여태까지는 계속 피해온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제는 조금쯤 이렇게 남을 돕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살며시 웃었다.
- - - -
" 괜찮을려나 그녀석."
상혁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옆에는 '모에님이 직접 노래를 부른다고!' '그럼 지금 당장가야지!' '모에님 긔여워!' 라고 말하는 이제 팬이 되어버린 카페원들과 함께 앉아있었다.
아직 애니송 페스티벌이 시작하려면 10분정도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좌석은 꽤나 텅텅 비어있었다. 꽤 많은 좌석수에 비해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적다고 해야하나. 하기야 이 이벤트는 올해 처음하다보니 모르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서코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오가며 신기한듯이 바라보기는 했지만 그뿐. 관객이 되기위해서 앉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 그나저나 고딩님은 대체 모에님과 무슨 사이에요?"
상혁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유유윳키가 물어왔다. 자신보다 두살이나 많음에도 이렇게 예의를 지켜주는 것을 보면 정말 성격이 좋은 사람 같았다.
" 글쌔요...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 나는 너의 친구가 되지 않아.』
정작 수연이는 자신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혁이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상혁이에게 빚이있는한 자신은 언제까지나 너의 편이라고 말했었다. 솔직히 상혁으로선 대체 무슨 소리야? 싶기도 하고 이녀석 소설이나 게임을 너무 많이한 것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수연이 나름의 뜻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연이는 독설을 자신에게 자주 내뱉기는 하지만 허언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게나 진지한 말로 '나의 편'이라고 했으면 그것은 분명 수연이에게 있어 의미있는 말일 것이다.
" 그래요? 저는 애인이라고 생각했는데."
" 나도."
상혁의 말을 들은 미연시 씨와 곰 씨의 말에 상혁은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과 수연이가 애인이라니! 아마 수연이의 귀에 들어간다면 자신은 어떤 처벌을 받을지 상상도 할 수없었다.
애초에 자신이 누군가와 사귀게 된다니. 그러면...
' 윤아는 지금 뭐하고 있으려나.'
슬쩍 다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시간을 보려는 목적이 아니고, 윤아에게서 뭔가 연락온게 없나하고 보는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역시 연락은 없었기에 조금 씁쓸했지만 어제처럼 계속 신경이 쓰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마- 어제 수연이가 자신에게 한 이야기나, 푹 잠을 잘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 최근 수연이 덕을 많이보네.'
정모에 와서 어색함없이 즐길 수 있었던 것도 수연이 덕이고, 윤아에게 연락이 없음에도 안도할 수 있는 것도 수연이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편'... 막상 들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지금 생각하면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 아, 시작하는 것같아요."
손에들린 형광 막대기를 들고 이야기하는 유유윳키의 말에 상혁은 퍼득 정신을 차리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처럼 곧 시작하려는 듯이 사회자가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유머러스하게 생각보다 관객이 없다는 둥, 또는 많은 환호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오늘 무대를 장식할 첫번째 벤드를 호명했다.
" 서서 구경하는 사람이 많네."
기왕이면 자리도 많은데 앉아서 구경하면 좋으련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서 구경하다가 금방 자리를 떠났다. 물론 이유는 안다. 대부분 서코에 온 사람들은 애니송 페스티벌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동인 작품을 구경하거나 코스프레를 보는 등 다양한 것을 체험하는 것이 목적이니 말이다. 아마 삼일동안 대부분 구경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자리에 앉아서 구경을 할 사람들은 많이 없을 것이다.
수연이는 언제나오는 걸까.
상혁은 눈앞에서 열정을 가지고 노래하는 벤드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노래를 하고 있는 벤드를 보며 할 생각은 아니지만 상혁은 딱히 큰 감흥이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제법 신기했지만 그래봐야 아마추어 벤드이고 그 아마추어가 부르는 애니송에 불과하다. 원곡을 더 좋아하는 상혁으로선 '뭐 이런것도 색다르네.'라는 생각정도만 들분 뭐가 대단하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그냥 라이브니까 신기하다-정도?
매정할지 모르지만 아마 다른 관객도 그런 사람들이 몇몇 잊는지 자신처럼 고개를 흔들며 떠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반면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유유윳키처럼 '모에님을 보러왔는데 의외로 신나네요.'라고 말하며 즐겁게 듣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가 너무 무심한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열심히 노래하는 사람들을 보며 수연이나 어서 나와서 노래부르는 것을 보고 싶다-라고 생각만 하고 있다니. 나와 그리 나이 차이도 나지 않는 벤드부의 사람들을 보며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자신은 '열정'같은게 없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긴, 수연이를 돕기위해 '정신과의사가 되겠어!'라고 말하기 전까지만 해도 마땅의 뭔가를 할 의욕도 가지지 않았던 자신이다. 충분히 그럴만했다.
한팀 두팀.
몇 개의 벤드가 노래를 불렀는지 정확히 모른다. 상혁은 그저 벤드가 나오고, 새로운 벤드가 노래를 부르고, 다른 곡을 부르고 그러한 것밖에 인지하지 못했다. 간단히 말해서 관심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슬슬 막바지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할 무렵, 사회자가 힘차게 소리쳤다.
" 그러면 다음 순서입니다! 참 재미있는 벤드인데요. 오늘 벤드의 멤버 두명이 오지 못하게 되어 급히 새로운 멤버를 영입해서 참가하게된 벤드입니다. 벤드의 이름 '알타이르'. 곡명은 '네가 모르는 이야기(君の知らない物語)'. 바케모노가타리의 엔딩곡이죠. 일본 현지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가지고 있었던 곡입니다. 그러면 나와주세요!"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알타이르' 벤드가 등장했다. 그리고 동시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보컬의 위치에 서서 마이크를 톡톡 두드리고 있는 수연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정말 대단한 싱크로율이다. 거기다가 정말로 코스프레를 하고 노래를 부를 줄이야. 상혁은 이럴때만 담력이 대단한 수연이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아름답다.
아마 수연이를 보는 관객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검은 머리카락은 마치 흑단과 같고, 그 차가운 얼굴은 소설에서 읽던 여주인공과 같이 하얗고 아름다웠다.
무표정한 얼굴
무감정한 얼굴.
냉정하고, 냉철한. 그런 수연이의 모습에 관객은 웅성거리다가 점차 숨을 죽였다.
노래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준비가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렉트릭 기타를 메고, 마이크 앞에 서있는 수연은 언제든지 노래를 할 수 있게 속을 가다듬고 있었다.
긴장 되는구나.
수연은 막상 무대에 서서 사람들을 마주보게 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재능을 가지고 있고, 남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손쉽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역시 실전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여기쯤 되니,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다.
괜히 쓸데없이 나서서는...
언제부터 자신이 이렇게 남일을 신경쓰게 된건지 또다시 한숨만 나온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돕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무대에 서기 바로 전까지만해도 그리 생각했지만, 막상 무대위에 서고나니 그런 기특한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괜히 올라왔다.
괜히 도와준다고 했다.
그냥 이런 생각이 들 뿐이다. 마이크를 톡톡 두드리며 긴장을 풀어보려고 하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멘탈이 무척이나 약하니까. 솔직히 당장이라도 산산히 깨져서 '나 그냥 안할래요.'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저번에 아이를 구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과는 또 다르다.
그때는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지만, 지금은 자신이 원해서 이렇게 된거다.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예쁘다- 귀여워 하는 것은 좋지만, 대놓고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또 다르다.
숨고 싶다.
애초에 자신은 아웃사이더에, 외톨이, 방콕족. 일본식으로 말하면 히키코모리에 불과한 그런 초 외톨이인이다. 최근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잊고있었지만 역시 자신은 사람들이 많은 곳은 힘들다.
어떡할까-, 역시 무서운데에. 그런 생각을 하며 관객석을 훑어보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고 있는 상혁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뭐야, 이쪽은 이렇게나 진지한데. 수연은 그런 생각이 들어 조금 뾰루퉁해졌지만 이내 자신의 생각은 표정에 잘 들어나지 않으니 여유로워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다해도 실실 웃고 있는 것은 대체 뭐야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게 다 저녀석 때문이야.
수연은 인상을 살풋 찡그리며 실실 웃고 있는 샹혁을 살며시 노려봤다. 그러자 실실 웃고 있던 상혁의 얼굴이 굳으며 갑자기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흥 쌤통이다.
아무튼 상혁이 때문에 자신이 여기에 서게 된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1년전의 자신은 이런 짓을 절대로 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올해 수학여행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저 유상혁 때문에 바뀌어 버렸다. 그때 녀석이 '넌 미래에 뭐할거야?'라는 식으로 말해서 괜히 이런저런 생각을 해버렸다. 앞으로 뭘해야하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되었고.
거기다가 저녀석이 '힘들면 언제나 옆에있어준다'라는 식으로 이야기 해버리는 바람에 도망치는 것도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런 것이 하나하나 쌓이다보니, 괜히 길거리에서 아이를 구해서 곤란해지고, 지금처럼 쓸데없이 벤드를 돕다가 어울리지도 않게 메인 보컬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체 왜일까.
이제와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왜 자신은 이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그냥 얼굴만 맞댄 사이이고 앞으로 만날 일도 없는데. 수연이 자신으로선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만큼 이상한 행동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유는 알고 있다. 그때 자신은 그냥 이 벤드를 돕고 싶었다. 그냥 할 수 있으니까 돕고싶었다. 단지 그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후회하지 않아야되는데- 후회하게 되어버리네.
" 준비됐지?"
옆에서 기타를 들고 있는 민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비? 물론 전혀 되어있지 않다. 잠깐만 기다려, 나 그냥 안하고 싶어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역시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연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많았다.
어쩐지 조금전보다 더 많아진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곤란해, 정말 곤란하다고.
정말 정말 곤란하지만-.
노래를,
" いつもどおりのあの日の事이츠모 도오리노 아노 히노 코토
언제 나와 같은 그날
君は突然立ち上がり言った
키미와 토츠젠타치 아가리잇타
너는 갑자기 일어서 말했지"
시작하자.
" 今夜星を見に行こう
콘야 호시오 미니유코우
오늘 밤 별을 보러 가자"
수연이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사람들이 그녀를 일제히 응시했다. 솔직히 수연이 자신도 놀랐다. 자신의 목소리가 이렇게나 깨끗했던가. 방금 리허설을 하며 슬쩍 불러본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이렇게나 긴장했는데. 당장 도망치고 싶었는데.
모르겠다. 나 실전에서 강한거야? 라고 스스로 생각해봐도 알 수없다. 곁눈질로 옆을 바라보자 민서와 다른 사람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했다. 그저 자신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웃으며 연주하고 있었다.
아, 역시 돕기를 잘했구나.
수연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두려움도, 긴장감도 다 날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박자가 다가오자, 수연은 천천히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데었다. 일렉기타를 연주하며 부드럽게, 미소짓고.
" たまには良いこと言うんだね
타마니와 이이코토 유운다네
가끔은 좋은 소리를 하는구나
なんてみんなして言って笑った
난테 민나시테 잇테 와랏타
이러면서 모두와 함께 웃었지
明かりもない道を
아카리모 나이미치오
빛도 없는 어두운 길을."
이제야 알겠다. 왜 자신이 조금씩 달라지고, 이렇게 남을 돕고. 이 자리에 서게 됐는지 조금은 알 것같았다. 그래, 계기는 상혁이였다. 상혁이가 자신을 수학여행에서 자신을 쫓아왔기에. 그 악몽에서 손을 붙잡아주었기에.
잊고 있었던 꿈을 생각하게 해주었기에 자신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バカみたいにはしゃいで?いた바카미타이니 하샤이데 아루이타
바보처럼 신나게 걸었어
抱え?んだ孤?や不安に
카카에콘다 코도쿠야 후안니
품고 있는 고독과 불안에
押しつぶされないように
오시츠부 사레나이요우니
짓눌러 버리지 않도록."
잊고 있었던 것이다. 전생의 명환이었던 자신은 명확한 꿈이 있었다. 정의로운 경찰관이 되어,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 그런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실망하고 새롭게 태어났다.
이 수연으로서.
그렇게 태어났다. 명환이랑은 달랐다. 무엇을 하든 너무나 잘했고 너무 뛰어나, 모든게 즐거웠다. 그렇기에, 바보처럼 주변을 보지 못한체 열심히했다. 주변의 시선이 어떤지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을 생각하면 과거 명환이가 가지고 있던 고독함에, 어두움과 슬픔에 눌려, 지금의 수연이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지키고 싶었기에, 그렇게 외면했다.
" ?っ暗な世界から見上げた
맛쿠라나 세카이카라 미아게타
한없이 어두운 세계에서 올려다본
夜空は星が降るようで
요조라와 호시가 후루요우데
밤하늘은 별이 쏟아질 것만 같아."
하지만 자신은 바보였기에 또다시 실패했다. 또다시 어둠에, 나락같은 칠흑속에 감싸여, 빛을 찾지 않았다. 누구도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전과 다른 나의 신체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전은 제대로 하는게 없었다면, 이번 삶에는 스스로가 감당이 되지 않을 것같은 재능에. 모든지 잘했기에 외면당했고, 그것이 이상할정도로 뛰어났기에 공포스러웠다.
그렇기에 나는 그저 예전처럼 소설이나 만화, 게임을하며 그런 것을 꿈꿨다. 가족들간의 사랑을, 친구들간의 우정을- 연인과의 사랑을. 그것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나의 마음에 박혀 마음속을 조금이나마 밝히고 있었다.
" いつからだろう? 君の事を
이츠카라다로 키미노 코토오
언제부터였을까? 너를 향하여
追いかける私がいた
오이카케루 와타시가 잇타
쫓아가는 내가 있었어.
どうかお願い驚かないで聞いてよ도우카 오네가이 오도로카나이데 키이테요부디 부탁이야 놀라지 말고 들어줘
私のこの想いを
와타시노 코노 오모이오
나의 이 마음을-."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무엇을 바라는건 없었다. 그저 소설처럼 만화처럼. 자신을 단장하고 그속에 있는 존재처럼 그렇게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자신의 어깨를 잡아온 남자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민폐라고 생각했고.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은 남자라고 생각했다.
무시했고, 보기 싫었다.
하지만 남자는 쫓아왔다. 계속, 계속.
외면하고 떨쳐내도, 쫓아와줬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해도 안되고 그저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자면 그때 그와 했던 짓과 전혀 다른 것도 아니다. 필요없는 짓,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라고 비난했을 짓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
마치 그를 따라하듯 내가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따라했다기 보단, '본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그의 모습을 비춰 했을 뿐이다.
내가 왜 이런 재능을 가지게 되었을가.
나는 그것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 あれがデネブ アルタイル ベガ아레가 데네브 아르타이르 베가
저게 데네브, 알타이르, 베가
君の指差す夏の大三角
키미노 유비사스나츠노 다이산가쿠너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여름의 대삼각형
?えて空を見る
오보에테 소라오미루
떠올리며 하늘을 보았어
やっと見つけた織??
얏토 미츠케타 오리히메사마
겨우 찾은 직녀님
だけどどこだろう彦星?
다케도 도코다로우 히코보시사마하지만 견우님은 어디 있는 걸까
これじゃひとりぼっち
코레쟈 히토리봇치
이래서는 외톨이잖아."
전생의 자신은 외톨이였다.
그것도 끔찍할 정도로 외톨이.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못하고, 다가가려해도 마음을 다치고, 언제나 언제나 그렇게 고독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고, 그렇게 사회에서 버려지고 혼자가 되었다. 죽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은 고독하게 쓸쓸한 외톨이로서 죽었다.
나는 그것에 대체 왜 나만? 신은 나에게 뭔가 악감정이라도 있나? 라는 생각마저 했다. 하지만 이제야 뭔가 알 것같았다.
"?しげなひとつ隣の君타노시게나 히토츠토나리노 키미
옆에서 즐거워하는 너
私は何も言えなくて
와타시와 나니모 이에나쿠테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서
本?はずっと君の事を
혼토와 즛토 키미노 코토오
사실은 줄곧 너에 대해서
どこかでわかっていた
도코카데 와캇테이타
어딘가에서 알고 있었어
みつかっだって?きはしない
미츠카앗닷테 토도키와 시나이
찾는다고 해도 닿지 않아
だめだよ泣かないで
다메다요 나카나이데
안돼 울지마렴
そう言い聞かせた
소우 이이키카세타
그렇게 말하며 타일렀어
?がる私は臆病で
츠요가루 와타시와 오쿠뵤우데
강한 척 하는 나는 겁쟁이라서
興味がないようなふりをしてた
쿄우미가나이 요우나후리오시테타흥미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었어."
어쩌면 신은, 전생의 외톨이었기에, 외로움을 알고 있었던 나이기에 지금 '수연'으로서 태어나게 해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두에게 외면받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던 나.
우습게도 그런 나의 꿈은, 경찰관이었다. 그리고 그 정확한 의미는.
'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라는 마음에서 나온 꿈이었다. 전생의 명환이는 아무것도 할 수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자신은? 이수연은 어떨까. 무엇이든 할 수있다.
누구보다 고독했기에 그것을 가만히 두고넘어가지 못할거라고, 신은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 마치 슈퍼 히어로처럼. 적어도 너의 근처에 있는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도록.
이런 재능을 준게 아닐까. 지금에서야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자신의 망상일지도 모른다. 아마 그녀석 때문이 분명했다. 괜히 자신을 긍정적인 쪽으로 돌려서 애매하게 이렇게 되버렸다. 더이상 등을 돌리고 도망칠 수 없게 되었기에, 이런 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겉으로 남을 외면하고 강한척 냉정하게 굴었지만, 내 속은 외톨이에 겁쟁이라서 여기까지 와버리면 어떻게 해야할지 우왕좌왕해버린다.
" だけど.
다케도
하지만.
胸を刺す痛みは?してく
무네오사스 이타미와 마시테쿠
가슴을 죄는 고통이 늘어나
ああ そうか
아아 소우카
아아, 그렇구나
好きになるってこういう事なんだね스키니나룻데 코우 유우 코토난다네
좋아한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どうしたい? 言ってごらん
도시타이 잇테고란
어떡하고 싶니? 말해보렴
心の?がする
코코로노 코에가스루
마음속의 소리가 들려
君の隣がいい
키미노 토나리가 이이
너의 곁이 좋아
??は?酷だ
신지츠와 잔코쿠다
진실은 잔혹해
言わなかった
이와나캇타
말하지 않았어
言えなかった
이에나캇타
말할 수 없었어
二度と?れない
니도토 모도레나이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어."
그래서 나는 너를 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낯선 곳으로 달려 와버렸으니까. 너라는 이정표를 따라 가게 된다. 나, 인생은 이어달리기라고 생각하거든. 누군가에게 넘겨받은 바톤을 쥐고, 언젠가 그 바톤을 다시 넘겨줄때까지 멈추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달리기.
나는 그 길을 줄곧 혼자 달려왔어. 나만 달리는 길을 계속 달려왔지. 하지만 네가 멋대로 손을 끌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로 끌고 온거야. 그래, 나는 미아가 되었어. 이래서야 내가 너를 보게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이것을 노린 것이라면 너는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계속, 계속 혼자 외톨이로서 살아와, 이제서야 이런길에 와버리면 헤메는게 당연하잖아. 외면하던 나의 재능을 이렇게 이렇게 남을 위해 돕게 쓰게 된 것도 모두 그런 것들이 쌓여 이루어진 것. 아마 신님은 이런 것을 바란걸까?
정말이지 곤란하다.
수연은 그렇게 생각한다. 덕분에 자신은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녀석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분명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젠 뭐 어쩔 수없지, 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그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호감을 가지는게 나쁜 일이 될 수는 없잖아. 그랬기에 윤아에게도 말했다. 곱슬이는 시끄러울 까봐 말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것을 본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또 힘들다.
왜냐하면, 정말 곤란하게 그녀석 이상하게 인기가 있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그녀석을 좋아하는 녀석들도 나처럼 갑작스럽게 호감을 느끼게 된게 아니라 몇년, 몇년을 계속 기다려온 녀석들이다.
그것을 외면하고 나의 마음을 피력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따, 딱히 자신이 먼저 한다는 것도 아니지만!
" あの夏の日きらめく星아노 나츠노 히 키라메쿠 호시
그 여름날의 빛나는 별을
今でも思い出せるよ
이마데모 오모이다세루요
지금도 떠올릴 수 있지
笑った顔も怒った顔も
와랏타카오모 오콧타카오모
웃던 얼굴도 화났던 얼굴도
大好きでした
다이스키데시타
무척 좋아했었어.
おかしいよね
오카시이요네
정말 이상하지
わかってだのに
와캇테다노니
알고 있었는데
君の知らない
키미노 시라나이
네가 모르는
私だけの秘密
와타시다케노 히미츠
나만의 비밀."
어쨌거나 그런거다. 지금 자신이 무대에 서게 된 것은 결국 그런 것이다. 괜히 밝은 곳으로 나와버린 내가. 그녀석처럼 곤란한 사람을 두고 못봐서 이렇게 무대에 서버리게 되어버렸다는 것이지. 내가 가진 재능도 이럴 때가 아니면 쓰기 곤란하고.
나쁘지 않잖아?
"夜を越えて遠い思い出の요루오 코에테 토오이 오모이데노밤을 넘어서 아득한 추억 깃든 곳에서
君が指をさす無邪?な?で
키미가 유비오사스 무쟈키나 코에데 네가 손짓하는 순수한 목소리로."
노래의 마지막을 부른다.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
상혁은 그런 수연이의 모습을 넋을 놓고 보았다. 일본어를 알아듣지만 노래 가서를 바로바로 알아들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은 아니다. 단순히 스피킹이 되는 것과 노래가사를 다 알아듣는 것은 다르니까.
하지만 그래도, 가사를 알 수 있을 것같았다. 그러니까 지금 길을 가던 수많은 사람들이 발을 멈추고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는 것이겠지.
그녀는 알고 있을까?
지금 그녀가 터무니 없을만큼, 환하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걸. 이렇게나 부드럽게 웃고 있는 수연이의 얼굴은 상혁이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부드럽게 웃는 얼굴에 남아있는 애틋함이 남성의 심금을 울렸다.
수 많은 사람들이 수연이의 노래에 감동하고 박수치고, 앵콜이라 소리 높이는 것을 보며 상혁은 약간 곤란한듯 서있는 수연이를 바라보았다.
저게 진짜, 아마 마음에 꽁꽁 감춰두었던 수연이겠지.
수연이는 수학여행이후로 정말 많이 달라졌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상혁이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자신이 도와준 이후 달라진게 사실이고, 수연이의 태도도 이후 많이 자신에게 누그러졌지만 지금 수연이의 모든 모습이 자신때문에 저렇게 된 것은 아니다.
분명.
수연이는 단지 누군가 옆에 있어주길 바랐을 뿐이다.
그게 누구이든 솔직히 아무 상관없었다. 마침 우연히 그것이 자신이었을 뿐이다. 그 행운을 생각하자 상혁은 조금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과는 다르다. 누가 있더라도 달라지기 힘든 자신과는 말이다.
아마 수연이는 자신의 이런 본심들을 본다면 '유상혁 답지않게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긴.'이라고 매도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사실인걸.
상혁은 민서에게 껴안겨, 그것을 귀찮은 듯이 밀어내는 수연이를 보며 쓸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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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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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락 좀 해라, 그리고 오늘 돌아간다 - 상혁]
" ......"
윤아는 자신의 핸드폰에 와 있는 메시지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대체 뭐하는 짓일까. 괜히 걱정을 끼치는 것같아 마음이 심란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핸드폰에만 가도 움직이지 않는걸.
나쁜 일은 아니다. 도리어 축하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상혁이에게 축하를 받는다면 정말 힘들 것같았다. 그런 쪽으론 바라지 않는다고 줄 곳 생각했는데도 막상 이런 때가 오니 두려움이 몰려온다.
" 음, 윤아야? 거기서 뭐하니?"
" 네 ,넵!"
혀를 씹어버렸다. 알싸한 통증에 윤아가 인상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이 눈에 들어왔다.
" 상혁이에겐 말했니?"
" 아, 아니요."
고개를 흔들며 말하자 아버지는 부드럽게 웃으며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왠지 이해하고 있다는 듯해서 눈물이 날 것같았다.
" 그래-, 계속 함께 있었으니까. 아버지도 여러 생각하고 있지만... 뭐 그건 언제까지 말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되도록 이번주까지는 말하면 좋겠구나."
" 네-에."
윤아의 대답에 슬며시 웃은 윤아의 아버지는 부엌으로 저녁을 하기 위해 돌아갔다. 그런 아버지의 등을 보며 윤아는 재차 핸드폰을 꺼낸 뒤 오늘만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 윤아는 내가 언제까지나 지켜줄테니까!]
" ....바보..."
이제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욕심일 뿐이다. 얼마나 그가 힘들어하는지 알기에. 아파오는 머리에 윤아는 벽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머리가, 너무나 복잡했기에.
<終>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윤아편입니다! 정확히는 윤아 곱슬이 수연이 편이지만...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요. 손가락이 아파서 후기도 길게 못쓰겠다. 네가 모르는 이야기 가사는 지식에게서 가져왔습니다. 사실 붙여쓸까 했는데. 막상 붙여쓰니 읽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뭔가 용량이 뻥튀기 된 것같지만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럼 다음편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