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4권>
아침에 눈을 뜬 나는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딱히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뭔가 잊은게 기억이 났다던가 악몽을 꾸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의 상황자체가 고민을 할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 생각해보자.
저기요, 왜 제가 유상혁의 품에 안겨 있는건가요.
" 끄응."
움찔.
내 백회혈을 턱으로 꾹누르며 껴안은 팔에 힘을 주고 비비적거리는 유상혁. 녀석의 행동에 나는 어째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된 건가 다시한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뭐 나름 어제는 괜찮았다. 상혁이를 침대에서 못나가게 한 것도 성공했고, 속마음을 털어놓게 했으니까. 덩달아 '전 님 친구가 아닙니다'발언도 적절하게 해서 친구 플레그도 깔끔하게 부숴 두었다 이거야.
그래... 거기까진 잘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에 내가 어떻게 했더라.
분명 상혁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밖에 가서 자려고 했을 것이다. 설마 내가 자의로 상혁이와 같은 침대에서 자려고 했을리가 없잖아! 즉,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봐도...
' ...같이 잠들어버린거냐.'
나 완전 바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아, 아니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서둘러 녀석의 품에서 빠져나간다면 이 둔감한 녀석은 전혀 눈치체지 못할터. 좋아 좋아 빨리 벗어나자고.
" 으으음, 윤- .... 어?"
는 무리였습니다. 녀석의 팔을 풀기위해 살짝 꿈틀 거린 순간 상혁이는 귀신같이 눈을 번쩍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멍청한 눈을 한 체로. 물론 양 팔은 나를 꼬옥 껴안고 있었지만.
" 어,어라? 이게 어떻게 된..."
" 몰라, 죽어버려."
녀석이 미처 말을 다하기 전에 나는 급히 상혁이의 양 팔을 풀어낸 다음 힘차게 수도로 머리를 찍어버렸다. 그러자 단숨에 기절해버리는 상혁. 후, 저번에 곱슬이에게 배워두었던 당수가 이런 곳에서 쓰일 줄은 몰랐군.
요즘 폭력형 히로인은 별로인데. 상황이 상황이니 어쩔 수 없겠지. 곱슬이 말로는 이것을 맞으면 일시적으로 기억이 날아간다고 했으니 이걸로 만사 오케이다.
좋아좋아, 한건 해결!
'....이 아니잖아!'
홧김에 후려쳐서 사람을 기절시키면 범죄자와 다를게 뭐냐! 이녀석도 그렇지 여자애가 겨우 손날로 머리를 내리쳤다고 단번에 기절해버리는건 또 뭐야. 곱슬이 녀석 말처럼 진짜 일시적으로 기억에 날아가는 무슨 비전기술이라도 되는건가.
그녀석이 겨툭기 도장집 딸내미인건 알고 있지만 이런 것은 격투기라기보단 무협이라고. 점혈 같은거잖아 완전.
" 우, 우선은 씻기나 해볼까나..."
어차피 벌어진 일이다. 사과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혹여 상혁이의 몸에 뭔가 이상은 없는지 체크해보았다 동공도 멀쩡한 것이 그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같지만...
다음부터는 곱슬이한테 뭘 배워도 함부로 사람에겐 쓰지 말도록 하자.
_ _ _ _
" 흐으음...."
일행과 만나 서코 회장으로 걸어가던 상혁은 계속 뭔가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아는 나로선 상혁이가 고개를 갸웃거릴때마다 움찔 거릴 수밖에 없었지만.
움찔.
" 왜, 왜에."
" 응? 아니 아침에 뭔가 일이 있었던것같은데 기억이 안나네. 정수리도 얼얼하고..."
" 흐,흐응, 뭔가 이상한 꿈이라도 꿨나보지."
" ....그런가?"
하지만 뭔가 그것과는 다른거 같은데... 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유상혁. 꼭 이럴때는 예리하다. 생각나도 나, 나도 뭐 꿇릴 것없다 뭐! 무려 이 예쁜 나를 껴안고 자고 있었는걸 초이득이지! ...그래도 홧김에 기절시킨 것은 미안하니까 나중에 사과하도록 하자.
" 모에님은 오늘도 센죠가하라 코스프레네요? 본래 다른거 하신다고 하지 않았나요?"
" 아, 네. 본래는 빙과의 에루를 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 벤드와 센죠가하라 코스프레를 하고 만나기로 했으므로 결국 에루는 하지 못했다. 에루를 코스프레 하다가 다시 갈아입기엔 의상을 들고다니기도 귀찮으니까. 그래서 지금도 갈아입고 외투로 가리고 있는중이다. 서코에는 코스프레를 하고서 들어갈 수 없으니 적당히 가리고 있는중.
워낙 옷의 퀄이 높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코스프레 의상인지 모르는 만큼 이렇게 외투로 가리고 입장하지만 절대 따라하지는 마세요!
' 사실 에루를 제일 하고 싶었는데.'
뭐 내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지만 말이야. 하고 싶은것은 하고 싶은 것이다. 빙과에서 나오는 에루의 순수한 눈동자나 행동은 사실 전생의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던 유형의 성격이라고 한다면 믿을까나.
사실 이번 생애에 살때의 목표도 지금같은 초 쿨녀가 목표가 아니라 쾌활하고 밝은, 그런 검은머리카락의 미소녀가 되는게 꿈이었다. 전생에는 어둡고 소심해서 이번만큼은 밝게 살아보자-라는 마음이었다고 해야하나.
어린시절의 나는 그래서 뭐든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
결국 실패해버렸지만 말이야.
전생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노력해도 못했다면 지금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뭐든지 너무 뛰어났기에 실패해버렸지. 어째서 신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고 이런 능력을 내려준 것일까. 이 세계가 무슨 라이트 노벨의 세계도 아니고, 이능력자가 나와 배틀을 벌이고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확실히 나의 신체능력이나 두뇌는 평범하다고 보기엔 아무래도 이상하고.
-물론 곱슬이같이 이상하게 나와 비슷한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이다.
' 개인적으로 '저, 신경쓰여요!'라고 하고 싶었는데 에이~.'
너무 오랜 시간 굳어져 있던 얼굴표정이 그 대사에 따라 눈을 반짝이며 활기찬 얼굴로 이야기 할 수 있을진 의문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내 눈매도 에루의 둥글둥글한 눈과는 어울리지 않으려나.
어렸을때는 제법 둥글둥글하고 활기찬 어룰이었는데 크면서 성장과정 때문인지 약간 매서운 눈매가 되어버렸다.
" 그럼 모에님은 오늘 오전에 코스프레 하시고-."
" 네, 한 세시부터인가 애니송 페스티벌을 한다니까 거기에 가봐야 될 것같아요."
" 오오, 그 옆에 서있는 역활이라고 하셨죠! 개인적으로 바케모노가타리 엔딩 정말 좋아하는데 그 노래와 함께 모에님을 본다면 정말 멋질 것같습니다!"
유유윳키의 물음에 내가 대답하자 미연시 씨가 빨리 보고 싶다는 듯 활기차게 이야기했다. 곰씨도 그것을 상상했는지 말없이 하앜거리기 시작했고.
...솔직히 나라도 좀 기분이 나쁠정도였다. 무서워 저 아저씨 갈수록 웹상에서 보던 사람으로 변해가.
" 뭐 나는 도울거 없지?"
" 그래, 너는 내 모습이나 사진으로 잘 찍어두도록 하렴."
그리고 사진은 찍어서 내 블로그에 올릴 것이다. 파워블로거 이수연의 시작점이다 이거야. 우선 내 최우선 목표는 파워블로거가 되는 것이니까! ...역시 좀 나 너무 잉여롭지?
하지만 뭐 딱히 나중에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회사같은 곳에 취직하는 것은 취향도 아니니 나중에 자영업이나 할 생각이다. 뭘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자영업이 더 힘들다는 소리도 있기도 해서 고민중.
" 그럼 저희는 오늘 마지막으로 회장을 둘러보고 있다가 세시에 애니송 페스티벌을 하는 곳으로 갈게요."
" 네. 아, 그렇지."
나는 코스프레를 해야하기에 오늘도 이쯤에서 나뉠까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코스프레를 하긴 하지만 오늘은 코스프레보단 구경을 주로 하고 싶었달까. 아무래도 마지막 날이니 제대로 둘러보고 싶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러면 혼자보단 누군가 함께 가는게 좋으니-
" 유상혁, 오늘은 나와 같이 다니도록 해."
" 어? 갑자기 왜?"
" 오늘은 나도 구경좀 하면서 할려고. 왜, 싫어?"
약간 삐뚜름하게 웃으며 말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내 얼굴을 남을 비웃을때가 가장 매력적인 모양이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거야 내 얼굴.
" 싫을리가. 네가 같이 다니자고 하는데 싫어할 남자는 아마 없을걸."
내 말에 유상혁은 예상외로 피식 웃으며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순간, 예상치 못한 기습에 당황할뻔했지만 긴 머리칼을 슬쩍 넘기며 말을 이었다.
" 어머나, 칭찬고맙네. 그러면 갈까?"
" 오, 그래, 오늘은 어쩐지 마음도 편하고 해서 나도 꽤 구경하고 싶은게 많다고."
나를 바라보며 물론 네 덕분에 말이야-, 라고 짧게 덧붙이는 모습에 나는 살짝 볼을 붉혔다. 흥, 이럴때엔 또 솔직하단 말이지. 과연 라이트노벨 주인공같은 녀석이다. 분명 보통 히로인이라면 여기서 얼굴을 붉혔을거야. ...아니 이건 셀프 디스지. 지금 것은.
" ...화가 난다."
" 왜 갑자기 저런 분위기를..."
갑자기 옆에서 느껴지는 음울한 오오라에 퍼득 정신을 차리며 옆을 보자 우리의 대화를 듣던 미연시 씨와 곰씨가 죽은 눈을 한 체 서있었다. 무, 무섭다고! 지금 당장 좀비로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몰골이잖아!
" 가, 가자."
" 어? 그- 그래, 알았어."
여기서 뭐라고 말해봤자 분명 역효과만 날 것이므로 우리를 지켜보는 좀비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상혁이의 손을 끌었다. 물론 상혁이도 옆의 시선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당황한 얼굴로 순순히 내 손에 끌려왔다.
잠깐, 이러면 꼭 데이트 같잖아.
' .....뭐어.'
상관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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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오늘 한번에 30kb쓰려고 했는데 간만에 쓰니 손가락도 아프고 배도 아직 아파서 끊었습니다.(뿌잉뿌잉) 그래도 다음편은 애니송 페스티벌인만큼 그거 끊으려면 최소 20kb는 나오겠죠... 으 생각만해도 손가락이 아파온다!
제가 병원에 자주 입원하는 것은 백혈병의 후유증이지욧. 면역력이 극히 낮다보니 조금만아파도 입원을 해야한답니닷. 이번엔 그래도 빨리 퇴원을 했어요!
요즘엔 최강의 통수- 가 아니라 최강의 군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유메' 에요.
그럼 저는 지금부터 롤을 하러 갈테니 같이 일겜 하실분은 같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