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내가 어제와는 다른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코스프레 옷으로 갈아입고(라지만 겉옷을 벗은것 뿐이다) 어제 내가 있던 곳으로 향하면서 느껴지는 기이한 시선이었다.
물론 어제도 시선이 따라붙기는 했지만 그것은 예쁜 여성을 보면 누구나 가게되는 그러한 시선이었을뿐이고, 오늘 느껴지는 시선은 뭔가 달랐다.
마치 저사람이 긴가민가 간을 보는 듯한 시선이랄까.
' 에이, 설마. 착각이겠지.'
설마 어제 아홉시 뉴스에 나온 것을 보고 혹시 나를 알아보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복장도 다르고, 얼굴도 잘 찍히지 않았으니 알아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 그래 누가 알아보겠어.
애써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한 생각을 저리 치운 뒤, 어제 내가 코스프레를 하던 곳에 도착한 나는 우뚝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찾아왔나?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아도 어제 내가 코스프레하던 장소가 맞다. 첫 코스프레이다보니 사람이 적당히 다니는 장소를 물색하여 고심끝에 내가 서있었던 곳. 하지만 생각보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 내심 실망했던 곳이다.
하지만 말이죠. 지금 사람이 너무 많은데요?!
" 앗, 저분같아요!"
내가 뻘쭘히 서있는데 누군가 나를 발견한 듯 크게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왜 '나'를 발견하고 소리치는지 알았냐면 그도 그럴 것이 그말과 함께 일제히 모두 나를 바라봤는걸!
멘탈 초 위기!
" 정말이다!"
" 어제 코스프레 사진에 있던 분이 저분 맞아요! 오늘은 코스프레가 달라서 못알아볼번 했네!"
" 유키노시타인가본데... 정말 예쁘다!"
" 실제로보니 진짜 가녀려보이는데 저분이 정말 아홉시 뉴스에 나온분 맞아요?"
" 맞다니까!"
뭐, 뭐야 대체. 갑자기 우르르르르 빠르게 몰려오더니 단숨에 나를 둘러쌌다. 인원도 상당하고 그 시선이 하나같이 무섭게 반짝여서 나는 미처 몸을 뺄 생각을 하기도 전에 포위당하고 말았다.
' 고, 곤란해. 나 이런거에 약한데...'
남들의 시선을 받는 것과 이렇게 가깝게 다가와서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다르다. 더군다나 사방에서 웅성웅성 말도 들려와서 기본적인 패시브로 '외톨이'와 '히키코모리'를 가지고 있는 나로선 눈이 빙글빙글 돌거같았다.
거기다가 멘탈도 설탕유리같이 약해서 가장 먼저 정신이 로그아웃 해버릴지도.
" 어제 아홉시 뉴스에 나오신분 맞죠? 어떻게 차를 뛰어넘으신건가요?"
" 완전 이뻐요! 사진좀 찍어도 되나요!"
대략 사람들은 두 부류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아홉시 뉴스에 나왔던 사람인 것을 아는 사람들과, 내 외모에 혹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후자야 별로 상관없었지만 전자의 사람들에겐 뭐라고 답변할 말을 찾지 못해 끙끙거리고 있었다.
아니라고 잡아 때기엔 다들 너무 확신에 차있어서 뭔가 증거라도 있는 것같았다.
' ...아니지 생각해보면 내 사진을 찍어서 간 사람이 인터넷에 올렸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네. 뉴스에서 나온 모습은 적어도 내 옷차림은 알아볼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코스프레한 사진을 본사람들이 댓글로 뉴스에서 나온 나와 비교를 해봤을테고, 그 결과 동일인물이라 생각되었다-라고 생각된 것인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것이라면 구멍이 있다. 이번 서코에서 센죠가하라를 코스프레했던 것은 나 만이 아니거든.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인터넷에서 보고 비교하여 온 사람들이라면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 죄송하지만-, 그 뉴스에서 보셨다는 분과 저는 다른 것같아요."
평상시라면 냉정하게 딱잘라 이야기했을텐데 췟. 뭐 표정은 변함없이 무덤덤하겠지만 목소리만큼은 나치고 비교적 상냥하게 이야기해주니 상대방이 고개를 흔들며 프린트 해온듯한 뉴스에서 방송된 내 사진을 펼쳐서 보여줬다.
" 하지만 분명 어제 센죠가하라 코스프레를 하시지 않았나요?"
" 예, 했지만 저말고도 서코에 센죠가하라 코스프레를 하신 여성분은 많습니다. 그걸로 저와 동일인물로 생각하신다면 큰 착각시네요."
훗, 하고 비웃듯 미소지으며 팔짱을 끼자 상대방이 '그, 그런가?'라고 중얼거리며 머리를 긁적거린다. 그에 따라 주변에서 어제 뉴스에 나온 사람이 나라고 확신하고 왔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 생각해보니 그러네."
" 저분이 임펙트가 커서 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건가?"
" 확실히 코스프레만 가지고 단정짓기는..."
역시! 나 정말 천재! 나 완전 배트맨이라고. 정체를 남기지 않았다니까. 역시 내 생각처럼 인터넷에서 보고 '내가 아닌가'라는 추측성 댓글이 퍼졌던 모양이다. 그 횡단보도에 같이 서있던 사람들이 아닌 이상 내가 그랬다는 것은 알 수 없겠지.
" 으, 심증은 저분인거 같은데."
" 생각해보니 확실한 물증이 없구만..."
후.후.후. 좋아, 좋아. 이제 분위기에 휩쓸려 온사람들은 가겠고, 나의 외모에 혹한 사람들만 남겠지. 좋다, 기분이야. 내 어여쁜 모습을 마음껏 찍어도 허락해주지.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히히덕거리며 깨질뻔했던 멘탈을 회복시키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어라, 저 사람은....?'
내가 이 서울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기껏해야 카페 멤버들과 상혁이 정도다. 그리고 그 외에 아는 사람이라 한다면 내가 코스프레를 한 뒤에 만났던 사람정도.
' 아, 손 흔든다.'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을 알아차렸는지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 그녀는 바로 어제 내가 코스프레를 한 뒤에 만났던 동인밴드를 한다는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 여성을 따라 세 명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나는 그 두 남성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냐하면 그 세 남성도 내가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성과 다른점은 코스프레를 하다가 만난 것이 아닌, 어제 사건이 있었던 횡단보도에 있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바로,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고 있던 세 명.
그 셋중 하나가 나를 가리키며 여성에게 뭐라고 입을 열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분명 횡단보도에서 벌어졌던 일의 당사자가 나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겠지. 으~, 그러면 귀찮아 지잖아. 어쩔 수없네 정말!
나는 세 남성이 뭐라고 쓸데없는 소리를 하기전에 사람들 사이로 단숨에 빠져나가 여성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갑자기 다가온 나의 모습에 당황한 두명을 향해.
" 따라오세요."
라고 짧게 말한 뒤에 주변에서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슬쩍 웃으며 '잠시 일행이 와서 코스프레는 좀 나중에 할게요.'라고 말한 뒤 급히 빠져나왔다. 지금 코스프레보단 이 여성과 여성의 일행으로 보이는 세 남성을 처리하는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그까짓 뉴스에 나온게 뭐 어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난 그런거 정말 싫어한다고! 남들의 눈에 띄는게 싫은건 아니지만 귀찮게 뉴스를 타거나, 이슈가 되는것은 정말 싫다. 더군다나 내가 한짓이 보통 사람이 할만한 짓도 아니고 말이야. 아무튼 분명 귀찮아진다고!
나는 당황함이 느껴지는 여성과 세 남성을 끌고 사람들이 별로 없는 외각으로 향했다. 혹여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들으면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 -안녕하세요."
" 에, 네에? 아, 안녕하세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질질 끌고 온 여성의 손을 놓고 가볍게 인사를 건냈다. 나의 인사에 여성은 잠시 당황하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나보다 연상으로 보이는데 정말 예의가 바르다. ...아니 내가 건방진건가?
여성은 갑자기 자신을 끌고 온 것에 당황한 것인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다가 내가 말이 없자 두 남성을 내앞에 들이밀며 밝게 이야기했다.
" 아, 오늘은 원래 저희 밴드의 나머지 멤버를 소개시켜드릴 생각이었어요. 이녀석이 드럼이고 다른 두명이 각각 일렉과 베이스에요. 나머지 두명은 아직 오지 않아서... 그녀석들은 보컬과 일렉 기타에요. 원래 오늘 다 소개 시켜드리려고 했는데."
뉴스일 때문에 온건가 싶었는데 그것보단 그 첫날 이야기했던 '밴드'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물론 정말 그것만 이야기하려고 온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대답이 없자 뻘쭘하게 서있는 네명을 보고 있으니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반응. 학교 교실에서 애들이 나한테 뭔가 할말이 있을때 하는 반응과 유사했다.
내 분위기가 무서워서 말을 꺼내기 힘들다고 했던가. 그래도 요즘엔 많이 누그러졌는데 말이야.
" 후우, 네. 만나서 반가워요. 그리고 저도 할 이야기가 하나있는데, 어제 횡단보도에서 제 영상찍으신 분들인가요?"
" 엑, 네, 넵!"
뭐야 왜 이렇게 긴장해. 나보다 족히 나이는 서너살 많아보이면서 고작 여고생한테 저렇게 저자세여야 되겠어. 물론 지금 내가 심적으로 불안해져서 그게 분위기로 나타나는 모양이긴 한데.
" 아, 우연히 취제하시는 분이 찍은 동영상을 빌려달라고 해서 퍼지게 되어서 말이죠. 그 죄송하다고 사과하려고... 누나에게 이야기듣고 도와주실분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설마 그분일줄은 몰랐어요."
" 그분-이라고 하기보단 말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연상으로 보이시니."
딱 잘라 이야기하는 말에 애써 웃으며 이야기하던 남성이 굳어버렸다. 그런 나와 남성의 대화를 바라보던 여성과 다른 두 남성은 내 귀에 안들릴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소곤소곤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 누나, 와 대박. 확실히 엄청 예쁘긴한데 분위기도 완전 싱크로율 쩌네. 말도 못붙이겠다.'
' 어제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나도 좀 무섭다야.'
' 만약 동갑이었다면 유키노시타처럼 독설같은걸 하려나?'
안들릴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수연이 귀는 고양이 귀! 청각 짱 좋다고!
무섭다는 말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예쁘다고 했으니 특별히 봐주도록 하겠어!
============================ 작품 후기 ============================
쓰고보니 100화군요. 검은사막 재밌게 하고있슴다! 게임패드가 아주 잘 구현이 됐네요. 패드 있으신분들은 패드 추천드립니다. 진동이 빵빵해서 타격감이 죽여요!
근데 게임은 좀 어렵군요. 내가 어려운 게임이 있다니!
아무튼 예상하신 것처럼 수연이가 자꾸 밴드랑 얽힙니다! 사실 이번편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이거든요. 더불어 상혁이 멘탈은 점점 쪼개지고! 마지막날 반에 이벤트... 어라 이번 밤이군요! 물런 러브코미디 전개는 없을 것같지만 러브러브한 전개는 나올 수도 있습니다.
러블리 수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