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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99화 (99/153)

99화

" ......."

[ 근처에서 촬영중이던 한 학생이 찍은 영상입니다. 차에 치이기 직전, 아이를 안고 차를 뛰어넘어서 구했는데요. 이것을 본 네티즌들은 '어떻게 저런 것이 가능한거냐'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큰일- 났다아아아!

사람들이 좀 있기는 했지만 내가 구한 방식이 실상 말도 안되는 짓이라 뉴스에 이야기하거나 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태평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설마 그때 영상을 찍은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 생각해보니 횡단보도에서 비디오카메라로 동영상을 찍고 있던 사람들을 본 것같기도 하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화질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다가, 내가 곧바로 도망간 탓에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텔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에 들어가서 확인하니, 대형 포털 사이트에선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이런 저런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 으으, 곤란하다 곤란해.'

그렇다고 아이를 구하지않았다면 이보다 더 후회했겠지. 할 수 있는 일은 하는게 옳다. 그런데 말이지 오늘 새삼 생각한 것이지만 나 좀 특이하지 않나? 가끔 느끼지만 내 신체능력은 좀 비정상적이다. 하기야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보다 특이할 수는 없지만...

" ...하아."

갑자기 한숨소리가 들렸다. 물론 속이 타기는 하지만 내가 내쉰 한숨은 아니고 내 옆에 있는 이상하게 죽을 상이신 유상혁 군이 한숨을 내쉰 것이다.

모텔에 돌아오고, 시간이 지날 수록 초조해 하더니 지금에 와선 저렇다. 지금 큰일난 것은 바로 나라고! 한바탕 독설로 갈구고 싶었지만 녀석이 계속 핸드폰을 보며 안색이 어두워지니 차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어제 한 말을 생각하면 보나마나 윤아의 연락이 없기 때문이겠지. 흥이다. 이렇게나 예쁜 내가 같은 방에 있는데 저러다니! 저정도면 윤아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 하지만 그러면 이상한게-. 그러면 내가 윤아에게 해변에서 상혁이에게 호감이 있다고 했을때 그리 초조한 얼굴을 하지 않아도 됐잖아. 윤아가 유상혁처럼 둔한 것도 아니고 저녀석이 윤아를 좋아했으면 윤아가 그 사실을 몰랐을리 없어.'

분명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상혁이의 얼굴은 내가 전에 자주 짓던 고뇌하는 얼굴과 무척 닮았으니까. -그나저나 생각해보니 내가 저런 얼굴을 하지 않게 된지도 꽤나 시간이 지났구나.

아버지와의 문제도, 전생에 관한 문제도, 여러가지 트라우마도 전부 떨쳐내지는 못했어도 어떻게든 안고 나아갈 수 있게 된 기분이다. 그러고보니 나 최근엔 좀 남들과 어울리는데에 익숙해졌지?

올해 초만해도 남들이 다가오는 것이 싫어서 '다가오지마 베리어!'를 마구 사용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지금은 아무리 해보고 싶었다지만 눈에띄는 코스프레도 태연하게 하고. 정모에 나가 낯선 사람들과 대화도 편하게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지만 이정도면 어마어마하게 커뮤니케이션이 발전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지윤이에게 말한다면 '흥, 말을 지어내긴. 언니가 그럴리가 없잖아.'라고 밉살스러운 소리를 할게 분명하다.

물론 그게 지윤이의 츤데레라는 것은 최근에 알게 됐지만! 여동생 완전 최고! 내가 남자였으면 해외로 도피했을거야. 현관합체라고-! 는 좀 아닌가. 아무튼! 최근에 요스가노소라를 플레이해서 좀 폭주하는 것같다.

" ....하아아."

또다시 한숨소리가 들렸다. 정말이지 완전 죽을상이다. 그렇게나 신경쓰이나? 하긴 나라도 지윤이가 갑자기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저럴지도 모른다. ...올해부터 관계가 수복되긴했지만- 그것이야 내가 지윤이를 피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관게가 수복된 지금은 이렇게 멀리나가면 관심없는척 계속 내 안부를 물어본다. 나도 그것에 제대로 답변을 해주지만, 이번만큼은 상혁이와 한 모텔에서 머물게 됐다는 것만큼은 말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상혁이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니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지.'

옆에서 혼자 땅을 파고 있는 유상혁군에게 내가 뭐라고 하려 해봤자 괜히 알지도 못하면서 나서는 것에 불과하니까. 오늘은 그냥 조용히 잠을 자는게 좋을 것같다. 코스프레를 처음으로 한탓에 피곤하기도 하고, 뉴스에 나온탓에 조금 혼란스러운 감도 있으니까. 다행히 지윤이는 뉴스를 보지 못했는지 연락은 없지만 만약 알게 되면 언니냐고 물어보겠지.

" 난 잘게. 너도 늦잠자지 않도록 늦지않게 자도록 하렴."

" 어? 응. 그래, 잘자."

약간 정신머리가 없는 대답이었지만 굳이 추궁하지는 않았다. 침대가 있는 방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며 재차 힐끔 고민하는 상혁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멘탈에 금이간 얼굴이라고 해야하나.

' 오늘은 넘어가주지만...'

상혁이가 내일도 저런다면 나도 스스로 내일 가만히 있을지 의문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도 뭐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고 있는거고. 특별히 뭐라하거나 설득이나 추궁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평상시 답지 않게 고민하고 있는 저 얼굴이 조금 안쓰러워보였기에.

후우, 이런 것을 보면 가끔 내가 저녀석에게 박혀있는 플레그를 뽑아내는 것은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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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코 2일차.

어제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태연하게 가는 내 서코에 대한 집념은 정말 대단하다. 상혁이 녀석도 어제 밤에 그리 궁상떨던 것은 거짓이었다는 듯이 지금은 괜찮은 얼굴이니 다행다행.

오늘은 유키노시타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이고, 나랑 이런저런 멘탈이 비슷해보이는 녀석인지라 공감도 많이가는 편이다. 사실 내 독설은 가하라씨보다는 유키노시타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고, 머리카락을 다듬은 모양도 기본적으로 비슷하게 하는편이다. 말하자면 내 검은 긴생머리의 어머니는 유키노시타라는 이야기!

...덕분에 내 말투가 일본어 번역체인 것은 좀 곤란하지만.

그래도 요즘엔 표준어를 사랑하기 위해서 좀 말투를 바꿔볼까 생각중이라고. 아이때만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방구석에 틀어박힌 뒤로 이렇게 변해버렸다. 곤란해 정말.

" 안녕하세요!"

" 모에님은 오늘도 정말 대단하시네요!"

" 어제 정말 굉장했어요!"

카페원 세명과 약속장소에서 만나 서코로 걸어가는데 세명의 반응이 뭐라고해야하나, 몹시 격렬했다. 내 코스프레가 그렇게나 잘어울리나 싶었지만(지금은 겉에 외투를 둘러 가리고 있었다. 역시 교복이 베이스인지라 겉으로 보기엔 일상복이고 머리카락에 유키노시타 특유의 리본은 하지 않았다) 그건 아닌듯 싶었다.

" 정말 라노벨에서 튀어나온 여주인공 같으세요."

" 어제 어떻게 아이를 안고 자동차를 뛰어넘은거죠?"

" 맞아요. 가신뒤 아이를 저희가 들어보니 족히 20kg은 넘던데, 그런 아이를 안고 어찌 그리 높이 점프하실 수 있는건가요?"

아무래도 어제 아이를 구한게 영향이 컸던 듯 싶다. 다만 내 예상과는 달리 '아이를 안고 차를 뛰어넘었다'라는 비정상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그때 보인 나의 아름다움에 관한 찬양에 가까웠다. 뭐야 이거 무서워.

뭐 그렇다해도 내가 어떻게 차를 뛰어넘은건지에 대해 추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므로 나는 내옆에서 계속 조잘거리는 세명을 향해 '쉿'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 A Secret Makes A Woman Woman..."

이라고 말했다. 말할 것도 없이 내가 좋아하는 대사중 하나. '비밀은 여자를 아름답게 만든다'라는 베르무트씨의 명언이다! 슬며시 미소를 흘려주면서 하는 나의 말에 세명은 잠시 벙찐 표정을 짓더니.

" 넵! 모에님의 비밀은 저희가 지킬게요!"

" 맡겨주세요!"

" 정말 아름다우세요!"

매우 열렬한 반응을 보여줬다. ...다만 나보다 한참 큰 남자들이 하는 반응인지라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특히 포동포동한 얼굴의 곰씨가 눈을 반짝이며 숨을 헠헠 쉬면서 이야기한 터라 나조차 뒷걸음질 칠뻔했다.

" ...그런걸로 괜찮은거냐 너."

옆에서 상혁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렇게 말해왔지만, 나는 가볍게 코웃음을 취며.

" 추종자가 늘어나면 좋은거지."

" 그걸로 좋다면 상관없지만..."

그렇게 말한 상혁은 슬쩍 세명을 바라보았다. 나도 뭐 대충 넘어가기는 하지만 세명의 반응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 유유윳키는 원래부터 나에게 마음이 있었던 탓에 나를 우상화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고, 곰씨와 미연시 씨도 유유윳키만큼은 아니어도 꽤나 나를 받들어 모시는 듯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솔직히, 아주 부담됩니다...

' 그래도 서코에가면 난 코스프레를 해야되니 한동안 따로 다닐테니 괜찮겠지.'

어차피 난 유명하지도 않으니 대충 구석에서 소소하게 사람들과 사진이나 찍고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옆에서 졸졸 쫓아오는 세명을 애써 외면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코를 향해 걸어갔다.

....물론 이런 나의 생각은 얼마지나지 않아 금방 바뀌게 되었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여태까지 가장 비중이 적던 윤아가 알고보니 아주 강력한 보스라는 분위기.

이대로라면 수연이는 호라 모 젠젠이 되는 것인가!

(초반에 있었던 외전 생각하시면 안되요! 전 스토리를 쓰면서 생각하다보니 그렇게 될지 안될지는 확실치 않음! 애초에 그편은 달달한 수연이를 보고싶다는 분의 요청으로 쓴거라.)

아, 참 여러분 제가 말이죠. 검은사막 클베에 당첨이 됐거든요. 그래서 말이에요. 그게 클로즈베타 기간이 13일정도 되더군요. 헤헤헷 데헷. 참고로 내일부터 시작이에요 우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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