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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91화 (91/153)

오타는 제가 오늘 시간이 없어서 내일 검수하고 수정하도록 할게요.(사실 댓글로 달릴때까진 잘 수정하지 않지만!?) 91화

" 응? 갑자기 왜그래 수연아?"

갑작스럽게 발걸음을 멈추는 수연이의 모습에 나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가볍게 물었다. 이제 조금있으면 쉴 수 있는 모텔에 도착하니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 사실을 수연이도 할텐데 왜 갑자기 멈춘거지?

" ......"

하지만 나의 질문에도 수연이는 말이 없었다. 평상시와 같은 무표정이었지만 그 얼굴은 뭔가 혼이 나간듯이 멍한 눈을 한 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체 굳어있을뿐이었다.

" 왜, 왜그래? 무슨 일이야?"

어떠한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 녀석의 모습에 내가 당황하며 재차 물었지만 역시 묵묵부답. 그저 제자리에 서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체 꼼지락거리고 있을뿐이다. 길가의 사람들도 그런 수연이의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지나갔고, 점점 시선이 쏠렸기에 나로선 어쩔 수없이 수연이의 팔을 살짝 치며 정신을 차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 수연아?"

" .......읏."

그때였다.

내가 팔을 치는 충격에 정신을 차렸는지 수연이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아, 다행이구나. 나는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긴줄 알았어,라고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수연이의 표정이 변했다. 입술을 꾹 깨물며 눈가가 일그러진다고 생각한 순간-뚝, 뚜욱, 뚝.

" 수, 수연아?! 무, 무슨 일이야!"

방울방울 소리없이 수연이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저번에 수학여행때 우는 모습을 보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랐다. 마치 꾹 참으려고 했는데도 넘쳐버린 억눌린 눈물이 방울방울 세어나오는 것같아 어떤 의미로는 더 서글퍼 보였다.

" 와, 저녀석 여자애 울린거 같은데?"

" 뭐?! 와, 진짜 나쁜놈이네. 여자애 표정봐. 진짜 우는거 억지로 참으려하는게...."

" 저렇게 예쁜 애가 뭐가 아쉬워서 저런 남자애랑 다닌데냐?"

길가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탓에 상황은 나에게 극히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니 이봐! 어떻게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데! 나도 황당하다니까? 갑자기 같이 걸어가던 여자애가 이렇게 울기 시작하면 나는 뭐라고 말을 해야하는건데!

하지만 억울한건 억울한거고 나로선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수연이다. 수연이가 이렇게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면 또 무슨 사건에 휘말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수연아. 진정하고, 왜 그러는지 설명해줄래? 말을 하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잖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참고 있는 수연이의 모습에 나는 아이를 달래듯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솔직히말해 저번 수학여행때만큼이나 최대한 신경쓴 음성이었다. 다행히 수연이도 이런 나의 말을 들었는지 눈물이 맺혀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나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 ....삼, 삼십..."

" 응?"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잘 들리지 않는 것같아 귀를 쫑긋 세우며 집중하니.

" 지갑을 잃어버려서, 내 삼십만원이..."

" -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즉, 수연이가 가지고 온 지갑을 분실했다 이말인가? 그 지갑에는 삼십만원의 거금이 있었고. 거기까지 생각을 정리하자 나는 눈앞에서 울먹거리는 수연이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윙건담 박스가 들어있는 종이봉투와, 내가 들고 남은 코스프레 의상이 담겨있는 봉투를 손에 꾹 쥔체 울먹거리고 있는 수연이는 뭐랄까- 귀... 귀엽잖아.

이런 생각한거 알면 분명 죽이려하겠지만 어쩔 수없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수연이는 미묘한 소시민적인 구석이 있다. 분명 전생이 명환이었다고 하니 녀석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없지만 분명 아직 남아있는 것도 있는 것이다.

아까 윙제커를 살 때 기겁하던 모습을 보고 예상은 했지만 역시 금전적인 부분에서 특히 그런게 부각된다고 해야하나. 신체적 재능으로 극복할 수없는 돈에 관련된 것에 특히 약한 것같이 느껴진다.

그런 수연이가 무려 30만원을 잃어버렸으니 멘탈이 깨질만하지. 그정도 금액을 잃어버리면 아무리 나라도 아까워서 잠자다가 이불을 뻥뻥찰지 모른다. 하물며 수연이는 돈을 아끼고 아껴 취미생활에 투자하는데 모아둔 돈이 통체로 날아간 상황일게 분명하다.

아마 이번 정모에도 혹시 몰라서 그정도를 가져온 것일테고 남겨서 돌아갈 생각이었겠지.

" ....집에 돌아가야 될까..."

수연이는 멘탈이 깨진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듯 공허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 그러고보니 돈도 없고.. 돌아갈 차비도 없네... 이번 서코 많이 기대했는데..."

뚝, 뚜욱.

" 우, 울지말라니까.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나 돈 꽤 들고 왔으니까."

진짜 서코많이 기대했나보네. 저렇게 굳이 말을 꺼내는 것으로 보아 가기 전날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을 안고 기분좋게 잠들었던 모양이다. 즐겁게 놀 생각만만으로 왔는데 이런 상황이 생겼으니.

" 하지만-, 너한텐 이미 건담이... 그리고 그렇게까지 빌릴 수는..."

나에게 계속 돈을 빌릴 수는 없으니 돌아가겠다는 건가? 수연이답다면 수연이 답다. 멘탈이 깨졌는데도 놀랄만큼 올바르다. 이런 상황이면 보통 일행이라고 할 수있는 나에게 빌린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수연이는 그 빌린다는 행위도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 아... 하지만 나도 수연이 방까지 따로잡아줄 돈은 없는데.'

그러면 3일씩이나 이곳에 있을 수 없다. 뭐 그건 이따 모텔까지 가고나서 수연이와 상담하도록 하고 우선은 수연이의 깨진 멘탈부터 수습하는게 먼저다.

" 괜찮다니까. 서코 보고 싶잖아? 준비도 단단히 해왔으니 그냥 가면 아쉽지."

" 난 빚지는걸 싫어해. ...하지만."

내 설득이 먹혔는지 수연이는 여전히 그렁그렁한 눈이었지만 비교적 진정된 얼굴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렇게나 나한테 돈을 빌리기 싫은걸까? 아니면 누구에게 폐를 끼친다는게 싫은건가. 수연이의 생각은 솔직히 나로선 알 수가 없었다.

" -미안. 그러면 신세를 질게. 하지만 돌아가면 꼭 갚을거니 걱정하지마."

" 알았어. 그러면 우선 이동하자."

휴, 다행히도 수연이의 '서코에 가고싶은 마음'이 이겼던 모양이다. 아니었다면 나에게 차비만을 빌려 돌아갔겠지. 그랬으면 엄청 찜찜할뻔 했는데 다행이야.

수연이는 빚지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에전에 중간고사때 내가 한번 구해줬다고 병간호를 해준 것도 그렇고 학교시험 공부를 열심히 도와준 것을 보면 잘 알 수있다. 아마 오늘 내가 멋대로 윙건담을 사준 것도 큰 부담으로 생각하고 나중에 갚는다고 신신당부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30만원을 분실하고 이 서울에 머무는 동안 내내 나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기분이 어떨까. 아마 당장 돌아가는게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서코를 구경하고 싶고, 카페 정모에서 빠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 ...하지만 내 30만원..."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넣은체 꼼지락 거리는 수연이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정말 아까운 모양이네. 하기야 써보지도 못하고 분실한 돈이니...

' 아무튼 이제 모텔에 가서도 문제구나. 방을 어떻게 해야하나 두개를 잡기엔 3일씩이나 있기 힘들고.'

하루나 이틀만 있다가 가자니 수연이가 싫다고 할 것같은데 고민이다. 누나한테 전화해서 돈좀 보내달라고 해볼까? 아, 그건 안되겠네. 생각해보니 지금 누나도 한창 과소비를 한 상태라 돈이 없을게 분명하군.

수연이는 나의 뒤에서 시무룩한 얼굴로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손에는 윙제커와 코스프레의 의상을 들고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이건 또 새롭네. 시무룩한 얼굴의 수연이는 또 처음인걸. 요즘들어 계속 여러가지 다양한 수연이를 알게 되는 것같다. 아마 수연이도 자각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기본적인 무표정에 여러가지 다양한 표정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해야하나? 아마 그것은 수연이가 우리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핸드폰에 표시된 지도를 따라 도착한 모텔은 생각보다 괜찮은 외견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모텔에서 자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뭔가 음습한 성인의 공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나의 생각은 기우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 아, 이런 학생 미안해서 어쩌지? 지금은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 네? 아, 그러면-."

모텔의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우리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돈은 없었지만 그래도 옆에 수연이가 있기도 했고 발랑까진 학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방 2개 있나요?'라고 물어보았지만 다행히라고 해야할지 큰일이라고 해야할지 빈방은 딸랑 한개였다.

어차피 나로선 돈이 부족했으므로 다행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단번에 오케이하고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랬다간 아무리 수연이라도 날 '이녀석 날 어떻게 해보려는건가?'라고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낼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 그럼 다른 곳을 찾아봐야하나."

나는 마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만 그 소리는 다른 사람에게 들리기엔 충분했다. 수연이에게도, 모텔의 주인에게도. 이런 내 말을 들은 아저씨는 손을 내저으며.

" 학생. 지금 여러가지 행사가 겹쳐서 우리같은 괜찮은 모텔들은 대부분 꽉 차있을거야."

다행히도 내가 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수연이는 아저씨의 말에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아마도 이렇게 되면 나와 같은 방을 써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 어떡할까? 다른 곳을 찾아보는게 좋으려나. 그리고 나도 모텔비만은 방을 따로따로 잡으면 돈이 좀 부족해서 그러면 하루나 빠듯하게 이틀정도 밖에 묵을 수 없을 것같은데."

" ....으."

나의 말에 수연이는 크게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이것은 표정에 그리 나타나지 않았지만 약간 찡그려진 눈이 수연이의 고민을 나타내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미성년자인데다가 여고생으로서 남자와 한방을 쓴다는 것에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일테지.

하지만 본인이 빌리는 입장인데다가 서코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서 크게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 -하아."

작은 한숨. 그것을 끝으로 수연이는 머릿속에 있던 수많은 고민을 밀어두고 나를 향해 똑바로 응시하며 작게 입술을 오물거렸다.

"...믿을게."

그 말이 끝이었다. 수연이는 나머진 나에게 맡긴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버렸으니까. 으와, 저렇게 일방적으로 신뢰를 나의 가슴에 박아버린다면 어쩔 수 없잖아. ...뭐 나도 남자니까 여자애와 같은 방을 쓰면 두근두근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물론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도 남자니까!

" 그럼 방하나만 부탁드릴게요."

" 학생, 능력 좋구만."

모텔 주인아저씨는 껄껄 웃으며 방의 열쇠를 손에 쥐어 주었다. 1박에 5만원. 그리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금액이었다. 막상 그 열쇠를 받아들자 수연이와 같은 방을 쓰게 됐다는 것이 실감이 나서 얼굴이 붉어질 것같았다. 윽, 정말 정신차려야지. 수연이가 믿는다고 까지 했는데.

나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열쇠에 적혀있는 호실로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수연이의 불행이란....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는지 그냥 잃어버린 것인지는 모릅니다. 중요한건 돈이 없다는거! 아시다시피 수연이의 돈에 대한 감각은 극히 소시민이다보니 30만원을 잃어버린 것은 타격이 크죠.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한방인게 중요하지.

빵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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