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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87화 (87/153)

87화

" 그리고 짐이 상당히 많네요?"

혹여 계속 성인게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는데 다행히도 곰형이 주제를 돌렸기에 이야기의 중심은 야겜에서 수연이의 짐으로 넘어갔다. 아, 사실 나도 꽤 궁금했어.

평상시의 수연이라면 항상 간편한 짐만을 들고 다니다보니 뭔가를 저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온 것은 처음보거든. 거기다가 이런 '서코'와 같은 행사에는 돌아다닐 일도 많을텐데 짐이 많으면 불편하잖아.

" 아, 이건-."

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가방을 뒤적여 뭔가를 꺼냈다. 저런 가방에 뭐가 들어있나, 라는 마음으로 시선을 집중하고 있던 우리는 수연이의 가방에서 튀어나온 물건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옷?"

왠 옷이지? 라는 생각이 첫째로 들었지만 유심히 보니 그 교복이 눈에 상당히 익은 것처럼 보였다. 내가 저걸 어디서 봤더라...

" 아, 그거 혹시... 코스프레 의상아니에요? 바케모노가타리에서 나왔던 교복같은데?"

가장 먼저 그 물건이 무엇인지 눈치챈 것은 유유윳키였다. 그의 말에 다시 한번 수연이의 손에 들린 옷을 보자 내가 왜 이 물건이 익숙했는지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애니로 봤으니 알고 있을 수밖에.

바케모노가타리의 배경이 되는 학교의 여성교복. 그것을 몹시 고퀄리티로 재현한 의상이 수연이의 손에 들려있었다.

" ...코스프레할려고?"

" 어머나, 그럼 코스프레 의상을 코스프레 할려고 가져온 것이겠지. 아니면 우리 유상혁군은 뭔가 다른 용도로 쓰고 있는 걸까?"

" 그, 그럴리가 없잖아!"

하지만 의외다. 설마 수연이가 코스프레라는 것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할지는 몰랐다. 묻기전에는 몰랐지만 막상 이야기를 듣고 수연이를 바라보니 무표정한 얼굴에 미묘한 의욕이 가득 전해져온다. 최근에 알게 된 것이지만 수연이는 무표정하다고 속마음까지 무감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표정으로 잘 나타내지 않을 뿐이지.

" 와, 드디어 우리카페에도 여성 코스어가... 혹시 어떤거 하실건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코스프레를 한다'라는 수연이의 발언을 가장 반긴 것은 다름아닌 미연시형이었다. 그러고보니 이 미연시라는 형은 카페 채팅방에 있을 때부터 코스프레를 좋아했었지. 자기가 가끔 코스프레를 한 사진도 올렸었고, 코스프레 행사가 있으면 찾아가는 편이라고 들었다.

거기다가 무려 작년에는 코스프레를 한 체로 정모에 나왔다고 하지않았던가.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는 둘째로 열정만큼은 상당한 코스어라고 할 수있을 것 같았다.

수연은 미연시형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수연이도 채팅방에 함께 있었다면 분명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미연시 형이 코스프레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그렇기에 수연이도 나름 선선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 한다면 히타기나 하네카와를 할 것 같네요."

....역시! 내심 수연이가 코스를 한다면 그 두명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 우선 센죠가하라 히타기는 바케모노가타리에서 수연이가 좋아하는 검은 긴 생머리의 미소녀로 나오고, 하네카와의 경우엔 흑발을 묵으면 그만, 거기다가 내심 수연이가 좋아하는 캐릭터인 것같았다.

입학 첫날에 나에게 했던 말도 하네카와의 대사였었지.

" 정말... 잘어울릴 것같네요."

" 뭐라고 해야하나, 그냥 옷만 입으셔도 될법한데요."

곰형과 유유윳키는 내심 수연이가 코스프레한 모습을 상상한듯 미묘하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의 반응에 미연시형은 '왜 저번에 내가 코스프레했을 때는 그렇게 순순히 넘어가지 않았냐'라고 따지자, 두사람은 그저 고개를 돌리며.

" 아무래도 코스프레의 완성은 얼굴인 것같아."

짧게 응답했다. ...역시 외모만능주의. 두사람의 말처럼 기본적으로 예쁘면 코스프레는 상당수 먹혀들어가는 편이지. 거기다가 캐릭터의 이해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그런 점에서 센죠가하라 히타기는 수연이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었다. 독설캐릭에 검은 긴 흑발 생머리이며 작중 츤데레. 물론 수연이에게 데레란 없지만 아무튼.

" 근데 왜 하필 이번 서코로 정한거야?"

곰형과 미연시형, 유유윳키가 코스프레로 저마다 떠드는 것을 무시하고 나는 조용히 수연이에게만 들리도록 물었다. 수연이는 이런 나의 질문에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며 흘깃 시선을 보냈다.

" 고등학생도 됐으니 한번 해보고 싶었어. 이렇게 예쁘니, 코스프레같은 것도 해봐야하지 않겠니?"

전부터 생각했지만 수연이는 꽤나 자기자신을 좋아한다. 보통 여자애들이면 자신이 예쁜 것을 알아도 내숭을 떠는 경우가 상당히 있는데 수연이는 직설적일만큼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지윤이가 말하길 수연이의 과거 말버릇은 '나 정말 최고'였다고 했던가. 수연이답다면 수연이다운 말이다.

" 확실히 어울리긴 하겠지만... 뭐 다른 이유는 없고?"

" 다른 이유-."

카페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거나, 그런 마음을 담아 묻자 수연이는 다시 한번 나를 흘깃 쳐다본 뒤에 시선을 돌렸다.

" ...특별히, 없어."

뭔가 평상시처럼 딱떨어지는 말투가 아니었다.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그것은 수연이가 원해서라기보단 뭔가 다른 연유가 있는 것같아서 특별히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본인이 하겠다고 하는데 꼬치꼬치 캐물어봐야 좋지않으니까.

" 그래서 모에님은 가타리 시리즈에서 누가 제일 좋아요!"

" 역시 하네카와죠!"

" 아니야, 모에님은 예전부터 센죠가하라를 좋아했다니까."

아니 이사람들은 언제부터 코스프레에서 바케모노가타리로 주제가 넘어간거야! 거기다가 특유의 취향싸움이다. 오타쿠들에게 종종 있는 것인데, 같은 작품을 좋아해도 거기서 물고빠는 캐릭터의 취향이 극렬하게 다르면 지금처럼 대립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흠흠, 개인적으로 난 가타리 시리즈에선 역시 시노부가... 시노부가 본처겠지. 당연히.

흡혈귀 펀치!가 나온 편은 보다가 죽을뻔했다. 윤아에게도 한번 얘 귀엽지 않냐고 떠보기까지 했었는데 윤아가 '....상혁이는 혹시 취향이 이런 외국 금발어린애였어?'라고 물어서 차마 그 뒤로 물을 수 없었다.

나는 단지 좋아한 캐릭이 우연히도 그말 로리타였을 뿐이다. 그런 평가는 너무 냉정하잖아.

" 흐응. 전 원래 히타기를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시노부가 좋던데요. 귀엽고."

예상외로 수연이는 내가 물고 빠는... 이 아니라 좋아하는 시노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내가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내심 기분이 좋군. 역시 가타리 시리즈에선 시노부지. 사람들이 뭘 몰라요.

" 그, 그럴수가. 모에님이라면 분명 센죠가하라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 하네카와쨩..."

이 사람들 필요이상으로 낙심하잖아! 고작 캐릭터 인기투표 때문에 우울해진 분위기에 나는 황급히 옆을 지나가던 웨이트리스를 불렀다. 계속 카페에서 대화를 하고 있으니 커피라도 시킬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모르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시킬겸한 행동이기도 했다.

" 그럼 어떤 것을 주문하시겠나요?"

친절하게 물어오는 웨이트리스 아가씨에게 나는 좀 고민하다가 역시 무난한 바닐라라떼로 주문했다. 다른 일행들도 방금전까지 우울했던 기분은 벗어버렸는지 저마다 커피를 주문했다.

" 수연이는 어떤거 먹을래?"

" 아메리카노."

언제나와 같은 대답이 들려왔다. 그러고보면 수연이는 카페에 오면 아메리카노만을 시켰었지. 상당히 좋아하는 것같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다른 것을 먹는 것이 좋을 것같아서 재차 말했다.

" 늘 같은 것을 먹기는 좀 그렇잖아. 혹시 다른거 먹지 않을래?"

" ......"

나의 말에 수연은 곤혹스런(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굳게 닫았다. 혹시 아메리카노를 먹지 못해서 그런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것같았다. 마치 뭔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한....

" 혹시 메뉴판 필요해?"

" 서, 설마. 흥, 건방지네."

뭐가 건방지다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연은 팔짱을 끼며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대체 커피하나를 주문하는데 무슨 생각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수연이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했다.

" 저기... 주문은."

수연이가 말이 없자 난감해진 웨이트리스가 천천히 묻자 수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 그럼 바닐라 라떼라는 걸로...."

스치듯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워낙 작은 말소리여서 바로 옆에 있던 내가 아니면 듣지 못할만큼 작은 소리였다. 왜 그런 태도를 보이는 지는 모르지만 수연이는 조금 초조한 듯 말을 덧붙였다.

" 이상하게 생각하지마. 단지 가끔은 그런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을 뿐이니까."

" 누가 뭐랬냐."

" ...!"

내가 그리 답하자 수연이는 얼굴을 살며시 붉히고, 눈가를 가늘게 좁히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흔치 않은 수연이의 표정변화이며 처음보는 분한 표정이었다. ...대체 왜, 뭔데 이러는거야? 뭔가 속으로 부들부들떠는 수연이를 보자 내심 불안해진 나는 황급히 옆에 서있는 웨이트리스에게 주문했다.

그제야 수연이의 피부가 아릴정도로 살벌하게 느껴지는 기운이 조금 사라진 것 같았다.

" 아니 그러니까, 소설판을 보면 말이야."

" 그건 소설판이고 애니판을 따져야죠."

옆에서도 뭐라 떠들고 있는 것같지만 무시하도록 하자.

============================ 작품 후기 ============================

오늘 못올릴뻔 했습니다. 프리덤 워즈하느라...

아, 프리덤 워즈 너무재밌네요. 하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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