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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84화 (84/153)

84화

지금 내 심정을 단 한단어로 표현하기엔 매우 간단했다. 말하자면...

'졸렸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살고있는 나로선 약속시간에 맞춰 서울에 가기위해선 새벽에 출발해야만 했으니 피곤한게 당연한거지. 뭐 사실, 모이기로 한 시간자체는 열두시이므로 아주 일찍 출발할 필요는 없었지만 서울이 내가 잘아는 도시도 아니었고, 무슨 일이 있을지 몰랐기에 조금 일찍 출발한 것이다.

특히 방학인지라 늦잠에 적응된 몸이었기에 간만에 일찍 일어난 것이 두배정도는 피로감이 몰려왔다. 으윽, 역시 최근 너무 게으름을 부렸나. 그래도 일주일에 삼일정도는 부실에가서 공부도 하고 했으니 나름 부지런한 방학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인 모양이다.

' 뭐, 수연이에 비하면 게으른게 맞기도 하고...'

우리 부서의 멤버중에 방학때 가장 뒹굴거릴거 같은 사람은 내가 생각하기에 단연 수연이이다. 애초에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는게 취미이며 딱히 공부를 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성적이 무려 전교 1등... 심지어 모의고사에서는 전국 1등마저 하는 기염을 토하며 세상의 불합리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여자아이.

그런 수연이었지만 예상외로 수연이는 방학을 하고 나서 가장 부지런하게 부서에 나오고 있었다. 우리 부서는 특별히 하는 일도 없었기에 굳이 나올 필요가 없음에도 꾸준히 꼬박꼬박 나오며 무척이나 성실한 학생의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대부분이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러오는 것이긴 했어도 내 공부를 심심치 않게 봐주는데다가 본인 스스로 필요한 책이나 공부를 하는등, 몹시 바람적인 방학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공부를 가르쳐주는 것은 정말 많이 늘었지. 1학기 중간고사때 공책을 정리한 내용을 보며 느꼈지만 과연 공부를 잘하는 애라고 해야하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다만 그게 가르침으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방학동안 나를 봐주며 그러한 것들이 확실히 실력이 늘고있었다.

죄송한 이야기지만 이미 몇몇 과목은 선생님보다 수연이쪽이 이해하기가 쉬웠고 외우기가 편했다.

' 그런거보면 딱히 일이 없는 것같은데 마침 내가 서코에 가는 타이밍에 맞춰서 바쁘다니... 뭔가 이상하지만 개인사정일테니 물어볼 수도 없고.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이 지루한 기차안도 좀 즐거웠을지 모르겠다. 수연이가 독설이 있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스타일이다보니 생각보다 상당히 편한 편이다. ....지윤이 쪽은 정말 말 한마디 놓치지 않고 쏘아붙이는 타입이라서 두렵지만 수연이는 한번 냉철하게 이야기하며 비웃듯이 이야기를 비꼬아도 나름 이쪽을 신경써준다는게 느껴진다.

분명 첫만남은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설마 이렇게 친해질 줄이야. 아마, 내가 손을 잡자마자 엎어치기 당했었지. 무슨 사상최강의 제자 켄이치에서 나오는 미우냐.

거기다가 처음에 있었던 사건. 수연이와 아버지의 사이를 도와주려했으나- 나는 그다지 포인트를 얻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난다. 지윤이가 최선을 다했기에 수연이가 그렇게 아버지와 만나고 일이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미안한데. 사실 청이 선배가 그때 그냥 수연이가 피곤하게 할만한 말을 막하라고 했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생각해서 수연이가 도망치지 말해주길 바랐다. 수연이의 사정은 생각하지 못하고.

솔직히 미안한 짓을 해버렸다고 생각하지만... 마치 수연이는 예전의 윤아. 또는 나와 비슷한 모습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해버렸지. 으으, 잠자다가도 그때 생각을 하면 이불을 뻥뻥차게 된다니깐.

그래서 수연이가 그 뒤로 도망치면 어떻게든 따라가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지. 처음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지만 그덕인지 수연이와는 여러가지 일이 있엇다. 윤아나 곱슬이와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올해는 솔직히 수연이와 보낸시간이 가장 많았던 것같았다. 아니, 가장 인상깊은 경험을 대부분 수연이와 보냈다고 보는게 좋겠지.

...곱슬이와 있었던 일은 대부분 이런저런 싸움에 얽혔던 일들인지라 그쪽도 나름 강렬하다면 강렬하지만.

뭐, 이런저런 일에 말리는 것은 내가 사서 고생하는거지만 말이야. 어린시절에 있었던 그 사건이후로, 나는 내 앞에서 누군가가 상처입는 것을 보고싶지 않았다. 그 죄책감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상처투성이인 수연이의 모습은 나에게 계속 시선을 가게 만든다. 넌 대체 왜이렇게 상처가 많은거니? 심지어 환생을 했다고 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없는 일들을 너무나 많이 가진 여자아이.

어떻게 보면 라이트노벨에서 나올 법한 그런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하며 가만히 기차 창밖을 응시하고 있으려니 그토록 멀게만 느껴졌던 서울역에 기차가 서는게 느껴졌다. 종점이다보니 기차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났고 꽤나 번잡한 상황에 가슴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자주 올일이 없는 서울이다보니 이런저런 기대감이 마구마구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나 혼자뿐이라는 생각에 조금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카페 정모에 참여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 읏샤."

서울역 밖으로 나와 주변에 있는 높게 솟아있는 건물들을 보니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약속장소인 카페는 정해져 있었지만 서울역에서 어떻게 가야할지 그저 막막하게 느껴졌다.

어제 미리 버스노선이나 그런 것은 알아뒀지만... 서코가 이번에 열리는 세텍이란 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대략 오늘 일정은 카페에서 만나 친목을 다진 이후, 적당히 비디오 게임방이나 오락실 같은 곳, 또는 피시방등을 가며 신나게 놀고 밥을 먹고 각자 모텔이나 호텔로 헤어진다-라는 완벽한(?) 계획이었다.

서코는 내일이니 미리 준비할 것도 있고 말이지. 솔직히 하루종일 논다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또는 국전 근처를 돌며 각종 오타쿠용품 가게나 게임등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계획이다.

" 쩝, 역시 수연이랑 왔으면 녀석 꽤 좋아했을텐데."

아무래도 국전은 수연이가 좋아하는 게임들을 상당히 판매하는데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오타쿠 용품을 파는 곳이 상당히 많아서 수연이에게 내가 좋아하는 건프라라던지 피규어같은 것을 강추해줄 수 있었을텐데. 그런 것을 생각하면 좀 아쉬운 것같다.

" 에.... 그러니까 버스는 여기서 타서가면 되겠지?"

대충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니 여기서 버스를 타고가면 목적지인 카페와 멀지 않은 곳에서 내리는 것같았다. 버스 번호판이 동네에서 보는 것들과는 달리 천번대가 휙휙지나다녀서 뭔가 몹시 생소하기도 하고 사람도 무척 많아서 왠지 해외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집 나름 잘사는데 왜이리 촌놈이 된듯한 기분이지... 아니 내 태도가 문제인가. 하지만 이상하게 주눅이 든단말이지. 왜딴 곳에 혼자있어서 그런건가. 뭔가 스스로의 찌질함을 자각한 것같아서 우울한 기분이들었다.

그래도 그 뒤 버스를타고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했기에 '뭐 사람사는 곳이 다 똑같지'라고 생각하며 애써 태연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지만.

" 근데 너무 빨리왔네. 약속시간이 열두시인데 지금 시간은 열시... 무려 두시간이나 일찍 도착할줄이야."

혹여 길을 헤맬까봐 일찍 나온 것이었는데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올줄은 몰랐다. 최근 수연이를 매번 찾으러 가며 느꼈지만 나 꽤 길을 찾거나 하는거 너무 잘하지 않아? 그 뭐냐, 공의 경계를 보면 거기서 남주인공이 찾는 것을 잘하는 능력 비스무리하던데 나도 비슷한거 아냐?

" 아니,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지..."

두시간을 어디서 보내야하나. 근처에 피시방이라도 있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멀지 않은 곳에 피시방이 보였다. 아, 저기에서 시간을 보내면-

" 한시간에 이천원입니다."

된다고 생각했지만 가격을 듣고 바로 나와버렸다. 뭐야 대체. 우리 동네에 두 배잖아 왜이렇게 비싸! 우리동네는 한시간에 800원인 곳도 있다고. 대체 컴퓨터 사양이 얼마나 좋길래 저래. 과연 서울이라 이건가.(물론 나는 서울도 천원짜리 피시방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약속장소인 카페에서 계속 주위를 배회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려 두시간동안...

....힘들어.

============================ 작품 후기 ============================

피시방은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군대가기전에 서울에 놀러갔는데 밤에 잘곳이 없어서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친구들과 들어갔더니 무려 한시간에 이천원! 깜짝놀라 밖으로 나와서 한참 투덜거렸죠. 그다음 좀더 돌아보니 천원짜리 피시방도 있더군요.

그리고 국전은...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가보고 싶은데 몸이 좋지 않아서 못간다는.... 오늘 아리샤가 나왔으니 저는 아리샤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덤으로 프리덤 워즈도 나왔구요. 최근에 엘소드도 이벤트땜에 좀 하고 있고. 참 바쁘군요.

아, 저번에 마영전 아이디를 말씀해드리지 못한 것은 제 본캐가 무기를 팔아 비타를 마련한 탓에 본캐를 접었거든요. 이번에 나온 아리샤를 키울 생각입니다만-. 할 게임이 많아서 틈틈히 키우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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