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휴식고딩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유유윳키★: 아, 고딩님 안녕하세요.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안녕하세여.
휴식고딩: 안녕하세요.
빨갛게익은곰: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정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잘 오셧네요. 고딩님 이번에 오시기로 하셨죠?
휴식고딩: 네 방학이기도 하고 가보려고 생각중.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저와 동갑이라고 하셨으니 친구먹겠네요.
미사일연발시뮬레이션: 그럼 성인 두명에 미성년자가 세명인듯. 유유윳키님도 제가 알기로 고등학생임.
유유윳키★: 넹, 저는 올해 고3이에요. 헤헤, 수능따위!
휴식고딩: 날짜는 서코 하루전날 맞나여?
빨갛게익은곰: 네. 우선 서코 하루전날 만나서 좀 놀면서 통성명도하고 그러다가 이제 서코가야죠. 서코 안에서는 띠로다녀야할테니 그전날 만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취향이 다들 다르니 서코안에서는 같이 다니기 힘들듯.
유유윳키★: 님은 그냥 검은 긴생머리 여캐면 상관없이 좋아하잖아여.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헐 들킴.
휴식고딩: 진짜 모에님은 저희부에 있는 여자애를 보면 진짜 좋아하실듯. 검은 긴생머리가 완전 잘어울리는 예쁜애가 있는데.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미사일연발시뮬레이션: 헐 모에님 말 없어지심. 실존하는 검은 긴생머리 미소녀를 상상하시라 그런건가.
유유윳키★: 아무튼 저는 이게 두번째 정모인데 무척기대중. 더군다나 이번엔 저보다 어린분도 두분이나 계셔서... 작년엔 제가 막내였던지라.
빨갛게익은곰: 저번에 오셨던 분들도 왔으면 좋았을텐데. 이번에는 조촐하게 다섯명이네요. 작년에는 열명도 넘게 왔었는데.
휴식고딩: 그래도 만나서 어울리기엔 다섯정도가 좋을것같은데. 너무 많으면 이동할때 불편하니까요.
유유윳키★: 확실히 그런 것도 있네요. 인원이 적으면 몰려다닐때 편하져.
휴식고딩: 그나저나 모에님 갑자기 채팅을 안하시네. 정모날 오시는거 맞죠?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넴. 정모날은 꼭 갈게요.
딸칵. 딸칵.
그 뒤로 정모에 관해 좀더 이야기를 나눈 뒤, 대충 약속장소나 시간이 정해지자 피곤해진 나는 채팅창과 웹브라우저를 천천히 닫았다. 정모라-. 사실 이런데에 나가는 것은 처음인데 말이야. 혼자가긴 솔직히 부담되는게 사실이다. 아는 사람이라도 한명 같이 가자고 해볼까- 하고서 생각해 봤지만 이런 모임에 끌고갈만한 사람은 기껏해야 수연이정도다.
윤아나 곱슬이는 같이가자고 하면 오긴 오겠지만 솔직히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할 것같았고, 수연이 정도만이 이 모임에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같았다.
뭐니뭐니해도 수연이 녀석은 나 이상의 오타쿠니까.
' 한번같이 가자고 해볼까?'
수연이가 같이가면 카페에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라는 분이 아주 좋아할 것도 같고. 사실 카페에서 수연이 이야기를 해도 '그런 녀석이 현실에 어딨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터라 나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 좋아. 기왕 생각난김에 한번에...."
카페분들이야 저번부터 같이 올만한 친구가 있으면 데리고 오라고 했으니 상관없을 것이다. 핸드폰을 들고 수연이의 번호를 누르자 평범한 벨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신호음이 끊기며 반대편에서 무뚝뚝한 음성이-『여보세요.』
들려온 것은 맞는데, 뭐라고 해야할까. 수연이의 음성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르는 목소리냐고 하면 그것은 또 아니지만.
" ....으음, 지윤이니? 나 상혁인데 수연이좀 바꿔줄 수 있을까?"
『 정말로 구더- 아니 상혁이 오빠일줄이야. 설마 언니가 오빠를 평범하게 이름으로 저장해두었을 줄은 몰랐네요.』
평범하게 이름으로 저장해뒀다면서 '정말로 나일줄 몰랐다'니. 내가 그렇게 싫은거냐! 거기다가 분명 처음에 구더기라고 하려고 했지!
이렇게 똑바로 말해주고 싶지만 솔직히 나는 수연이보다 지윤이가 훨씬 무서운 관계로 고분고분 용건을 말하기로 했다
" 수연이한테 할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언니라면 방금 전에 샤워하러 들어갔어요. 수상하네요. 혹시 이거 지금 영상통화도 되는건가요? 언니의 알몸을 보려고 한다거나.』
" 내가 어떻게 수연이가 샤워하러 들어간줄 알고 전화를 한다는거냐! 거기다가 일반통화거든!"
내가 이렇게 전력으로 반박을 했지만.
『언니. 왠 변태가 할말이 있다는데 전화 받을거야?』
내말은 조금도 전달되지 않았다. 이래서야 당장은 전화통화하기가 글렀네. 수연이의 샤워가 다끝났을쯤에 다시 전화를 하는게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같았다.
곱슬이도 참 대단하지. 나는 지윤이랑 계속 말다툼할 정신력따위는 없는데 매번 그렇게 싸우다니 말이야.
『....흥. 언니가 핸드폰을 달라고 하네요. 혹여 갑자기 영상통화로 전환하거나 하지 마세요. 당장 신고할테니까.』
" 에, 진짜?"
『 물론이에요. 당장 신고할거에요.』
"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수연이가 정말 바로 달라고 한거야?"
『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러네요.』
예상외로 수연이는 지윤이의 말을 알아듣고 핸드폰을 달라고 한 모양이다. 이건 나로서도 상당한 의외라고 해야하나. 수연이라면 분명 샤워가 다끝나고 대부분의 볼일을 다 본후에야 나의 전화에 신경을 쓸 줄 알았는데 말이지.
내가 예상외의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데 핸드폰 너머로 샤워기의 물소리가 멈추며 차갑지만 부드러운 음성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어머나, 무슨 일이실까. 여자가 샤워하는 틈을 타서 귀신같이 전화하는 변태씨.』
" 아,아니. 거슬리면 샤워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전화할테니까 그리 급한 용건도 아니고."
『싫어. 난 일을 미루는게 싫으니까 지금빨리 말하도록 하렴.』
샤워실이라 그런지 수연이의 목소리는 조금 웅웅 거리며 울리듯이 들려왔다. 그래서인지 어째 샤워실안의 수연이의 모습이 상상되어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샤워하는 도중에 받았다고 했으니 지금은 분명 알몸.... 이 아니라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 음, 그게 말하자면 내가 그동안 활동하던 오타쿠 관련 카페가 있거든? 거기서 이번에 정모를 하길래 너도 같이 가면 좋을 것같아서."
이렇게 말하자, 나의 말이 의외였던 것일까 수연이는 잠시간 말이없었다. 하지만 이윽고 차분한 어투로 이야기를 했다.
『 미안하지만 무리. 나도 요즘 일이 있어서 다음주까지는 못움직일 것네. 분명 이 시기에 오타쿠 카페 정모라면 서코의 행사에 맞춰서 하는 걸테지? 아니라면 모르지만 내 생각대로라면 무리야. 』
" 그래...? 그거 아쉬운데. 기왕이면 같이가고 싶었는데."
『.....아무튼 그러니, 용건은 그것뿐?』
" 응? 아아, 그렇지. 용건은 이것뿐이야. 샤워하는데 전화해서 미안해."
으, 아쉽게 됐다. 수연이가 함께 간다면 조금 마음이 놓일뻔했는데 무리라면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이상하게 수연이의 말 속에 초조함이 느껴지는 것은 내 착각일까.
『 그래. 그럼 전화는 이만 끊어도 상관없겠지?』
" 응, 그래. 아 그렇지 그리고 방학인데 다음에 한번 또 만날 수 있으면 애들하고 같이 만나자. 저번 바다도 재밌었지만 기왕 여름방학이니 여러곳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 시간이 난다면 생각해볼게.』
수연이는 그렇게 말한 뒤 뚝,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참으로 매정한 녀석이라고 생각하지만 뭐 샤워하는 중에 전화한 것도 있으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동이다. 몸에 물기가 뭍어있었다면 춥거나 했을 수도 있고 충분히 귀찮을만 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물이나 한컵 마시고 올까.
전화통화를 하며 수연이와 이야기를 좀했더니 입이 조금 마른 기분이 들었다. 목도 축일겸 물을 마시기 위해 거실로 나오니 마침 청소하고 있던 윤아와 눈이 마주쳤다.
" 아-, 음. 점심은 아직인데. 상혁아?"
" 응? 아니 그냥 물이나 한컵 마시러 온거야. 오늘 청소당번이 너였었나?"
" 응. 오늘은 나야."
윤아와 나는 둘이 번갈아가며 집을 청소하고 있다. 사실 우리집에서 하숙을 하는 형태인 윤아인지라 청소정도는 자신이 하겠다고 했지만 혼자서 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같아 나와 같이 하는 형태로 번갈아 가면서 하고 있었다.
" 아참, 윤아야 혹시 이따가 같이-."
간만에 같이 밖에 뭐라도 사러 가볼까 하는 생각에 말을 하는데 윤아가 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명백한 거부의 표현이었다.
" 미안, 나 오늘 점심에 곱슬이랑 약속이 있어서."
" 그렇다면 뭐 어쩔 수 없지만..."
묘하게 요즘 이렇단 말이지. 내가 뭐 잘못했나? 나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컵에 물을 따르며 청소를 하는 윤아를 보았다. 평상시와 같지만 오랜시간 곁에 있었던 나에겐 무언가 윤아가 평상시와 다르게만 느껴졌다.
마치, 내가 중학생때 윤아를 거절했을때 안절부절 못하던 윤아와 같이.
'에이 설마. 요즘엔 나쁜일도 없었는걸.'
그냥 기분탓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애써 윤아를 외면하며 시원한 냉수를 목으로 들이켰다. 지금은 그저 일주일 뒤에 있을 정모에 신경을 쓰도록 하자.
============================ 작품 후기 ============================
정모편 초반부는 상혁이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여름방학편과 다음편인 마지막, 수연이 어머니의 생일편에선 상혁이의 시점이 상당히 많을 것같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휴가셔서 마음대로 컴퓨터를 쓸수없네요. 아무래도 건강상 걱정을 하시다보니.
덤으로 마지막 스토리는 제대로 정해놨는데 중간 부분부분을 생각해두지 않아서 쓰면서 점차 생각해야할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