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담력시험 조가 결정되고 우리가 모인 곳은 별장의 뒷편이었다. 왜 별장의 뒤에 모이나 했더니 딱보기에도 음산해보이는 길이 별장의 뒷편에서 산속으로 쭉 이어져 있었다.
...정말로 산속에 들어가는 거야?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경호원 분들이나 가정부 분들이 매복해있다고 하니 생각만큼 위험할 것같지는 않았다.
" 이 길을 쭉 따라가면 지금은 아무도 가지 않는 작은 절이 있어. 거의 폐가 같은 모습이라고 할까♪ 그안에 내가 작은 방울을 세개 뒀으니 그것을 들고 사진을 찍은 뒤에 하나씩 가지고 내려오면 되."
" 엑?! 그 절같은 곳에 들어가서 사진까지 찍어야 되는 건가요?"
청이 선배의 말에 상혁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내 생각보다 정말로 그러한 것에 약한 모양인지 정말로 겁에 질린 듯한 모양새였다.
" 한심한 얼굴이네요. 정말이지 제 발목이나 잡지 않아줬으면."
지윤이는 그런 상혁이의 모습이 못마땅한지 옆에서 툴툴거리면서 말을 내뱉고 있었지만 상혁이는 그러한 것에 일일이 신경쓸 정신이 아닌 모양이었다.
더불어 나와 명환이는 그저 '아, 거기까지 걸어갔다오면 오래걸리겠구나-.'하고 생각하며 멍하니 서있을뿐 '무섭다'라던가 하는 분위기와는 하등 상관이 없었다.
그나마 윤아와 곱슬이는 나름 긴장한 모습이라 다행이지 자칫했으면 담력시험이라고 잔뜩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던 경호원과 가정부 분들이 실망할 뻔했다.
" 자아, 그럼 처음은 곱슬이 조가 출발하고 두번째는 수연이 조가 출발하고 마지막은 상혁이와 지윤이가 가면 되는거야."
" 에에~? 저희가 처음이에요?"
가장 먼저 출발해야된다는 이야기에 윤아가 화들짝 놀라며 청이 선배에게 말했다. 아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상혁이 못지않게 이번 담력시험에 대해서 긴장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 ...제가 놀라서 귀신분들을 해칠지도 몰라요."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곱슬이. 저 말보다 손이 먼저나가는 녀석이라면 분명 깜짝 놀라서 주먹부터 휘두를지도 모를 일이니 곱슬이의 말을 무시하고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역시 저녀석은 해로운 존재구나.
하지만 청이 선배는 상관없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며 아주 가볍게 답을 제시해왔다.
" 그럼 곱슬이는 양손을 묶고서 올라가야겠네."
" ....네?"
" 그리고 윤아가 천천히 묶인 손을 끌고 올라가면 되잖니?"
확실히 맞는 말인 것같기는 한데 평범한 해결책은 아닌 것같다. 거기다가 윤아가 곱슬이를 끌고 올라가는 것을 제 3자가 보면 산에 한명 묻으러 가는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뭐라고 반론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 진지하게 5초정도 고민했지만 이미 곱슬이의 양손을 밧줄로 청이 선배가 꽁꽁 묶고 있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뭐 어때 내 손이 묶이는 것도 아닌데.
곱슬이 녀석이라면 정말로 저렇게 묶지 않으면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모를 일이고. 개인적으로 발차기를 할지 모르니 다리도 꽁꽁 묶어버렸으면 하지만 그건 무리겠지.
" 혹시 수연이도 먼저 손이 나가거나 할 것같으면 말해♪."
" 아니요, 전 야만인이 아니니까요."
" 그럼 난 야만인이냐?!"
곱슬이의 손을 묶고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청이 선배의 말에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무리 깜짝놀라도 설마 주먹부터 나갈까. 물론 상혁이와 처음만났을때 녀석이 내 손을 붙잡아서 엎어매치기는 했어도 때린 것은 아니잖아.
흥, 그리고 애초에 여자 손을 그렇게 함부로 잡은 것부터가 문제라고.
" 너무 늦으면 좀 그러니까 출발하도록 해. 이 길을 따라서 쭉 올라가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 네, 네에."
" 으, 양손이 묶여서 뭔가 취급이..."
아무래도 청이 선배는 잔뜩 신이난 모습으로 윤아와 곱슬이의 등을 떠밀었다. 윤아는 담력시험이 긴장되는 듯한 얼굴로 어둠속에서 산속으로 쭉 뻗어있는 길을 보며 한숨을 쉬었고 곱슬이는 묶여있는 자신의 양손을 보며 꺼림직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아, 참고로 이번 귀신분장들에는 상혁이나 수연이가 부실에서 놓고간 각종 호러게임들을 참고로 했으니까 기대해도 좋아."
"... 네?"
" 예...?"
잠깐 잠깐 내가 부실에다가 무슨 게임들을 놓고갔더라. 난 호러게임은 그다지 즐겨하지 않으니 그냥 몇개정도만 사서 두고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던데. 령 제로정도? 딱히 그런 류는 플레이 하지 않아서... 다만 상혁이 녀석은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가져다 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 너, 뭔가 수상한 것이라도 둔 것은 아니겠지?"
내가 의심스럽다는 시선을 담아 옆에서 떨고 있는 상혁이를 보자 상혁은 약간 움찔한 얼굴로.
" 이상한 것은 가져다 놓지 않았어. 기껏해야 사일런트힐 시리즈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정도..."
조그맣게 이야기했다. 사일런트힐이나 바이오하자드라면 죄다 좀비물이잖아! 귀신과는 너무 분위기가 다르지 않아? 보통 이런 담력시험이면 하얀 소복 입은 귀신(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튀어나오는게 보통아니야?
" 후후후, 기대되지?"
방긋방긋 웃으며 이야기하는 청이 선배의 모습은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청이 선배 성격상 조잡한 퀄리티로 분장하거나 하지 않았을 것같은데... 나도 귀신이라면 몰라도 좀비들은 좀 움찔움찔할지 모르고.
무섭다던지 그건 둘째치고 좀비들은 생긴게 혐호스럽잖아. ...그 뭐시냐 좀 더럽고. 이런 산속에서 설마 땅에서 튀어나오는 연출을 하거나 하진 않겠지? 그런 짓이라도 한다면... 아아, 뭔가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질 것같아.
잠자코 있던 명환도 뭔가를 깨달았는지 약간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역시 전생의 '나'와 같은 면이 있는 것은 확실하네. 분명 싫어하는 것도 같겠지.
『 엄마아아아아아~!!!』
『 히이익?! 이건 뭐야, 바, 밧줄이이이이!!』
라는 비명들이 아련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역시나 곱슬이 녀석은 양손이 묶여있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튀어나왔을 좀비들과 진짜로 바이오하자드를 벌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비명소리가 점점 줄어 들어가며 시간이 대략 10분정도 흘렀을까. 청이 선배가 연전히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 수연이도 슬슬 출발해야지?"
" 아, 네."
시간도 어느 정도 지났으니 올라가도 되겠지. 솔직히 좀비들이 걸리긴하지만 그보다 신경쓰이는 것은 담력 시험내내 명환이와 가야 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마주 바라보는 것만해도 거북한 상황에 딱 붙어서 길을 올라가야 된다니.
걱정이다 걱정이야.
하아, 하고 작게 한숨을 쉬다가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지 지윤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관찰하는 듯한 시선이라서 무심코 움찔하며 뒷걸음질 칠 정도. 내 동생이지만 정말 시선이 무서운데. 내가 다른 사람을 빤히바라보면 그 사람도 나랑 같은 기분이 들려나?
' 내가 한숨을 쉬어서 바라본건가? 아니면 왜 저렇게 나를 빤히 바라보지?'
가끔 지윤이의 생각은 알 수가 없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겠지만 솔직히 나로선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 그럼 우리는 먼저 다녀올테니 여동생에게 이상한짓 하지 말도록해. 변태씨."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궁상맞은 얼굴로 서있는 상혁이에게 이야기하자 녀석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힘없이 이야기했다.
" 으, 지금은 그말에 일일히 반박할 기운도 없다.... 좀비는 정말 싫은데..."
" 호오, 그러면서 잘도 그런 게임을 가져다 놨네? 혹시 누구에게 괴롭혀지는게 취향이실까?"
" 대체 어디까지 변태인거냐 나는. 아니 그보단 그런데에 무서워하니까 공포게임이 재밌는 거라고."
음, 확실히 그 말도 일리는 있네. 확실히 귀신이나 좀비같은 것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공포게임을 살 이유가 없지. 나만해도 전혀 사모으지 않고 있고. 만약 내가 괴담이나 귀신을 무서워했으면 그런 류의 게임이 꽤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난 과거역행+환생한 케이스잖아? 그걸로 생각하면 영혼같은게 있다는 걸지도 모르고 귀신도 완전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겠네. 나도 꽤 삶에 미련이 많은체 죽었으니 자칫했으면 구천을 떠돌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저, 슬슬 올라가자. 청이 누나가 계속 보고 있어서."
" 아, 그래."
내가 계속 생각에 잠겨있자 기다리던 명환이 나를 재촉했다. 아마 옆에서 웃는 얼굴로 빨리 가라고 압박하는 청이 선배가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 수연아~."
" 네."
그래도 우리를 위해 이렇게 하나하나 준비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청이 선배는 확실히 좋은 선배네. 부활동도 내 입장에선 더할나위 없고 여름방학에 추억만들기에도 힘써주고. 가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성격이 나와는 달리 진짜 천사에 이러저러한 것을 많이 도와주는 것은 알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마영전에 신캐가 나와서 테섭으로 해보러 갑니다. 여러분.
전 겜덕이니까요. 아마 여러분이 하시는 대부분의 게임은 다하고 있어요. 헤헤헤. 언제든 같이 게임하실분은 말해주시길. 다만 롤은 부모님께서 건강때문에 하지 말라고오오오 해서 접속 못하는중!
오늘 내용은 좀짧은데 다음편은 좀 길 예정입니다. 담력시험편은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담력시험하러 들어가기 전까지의 과정을 쓰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 담력시험 시작하니 헤헤.
덤으로 이 글은 수연이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서 나오지 않았지만 상혁이는 수연이 뿐이 아니라 윤아와 곱슬이의 이벤트도 다 클리어 했습니다. 아마 외전형식으로 나올것같군요!
덤으로 슈타인즈 게이트도 원작+비익연리 달링도 클리어! 선형구속은 별로 땡기지가 않네요. 슈타게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이제 비타 새로나오는 게임만 기다리면 되겠네요. 넵튠이나 슬슬하면서... 영웅전설도 사야될려나요.
아 할 게임많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