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공략당해 버렸다-74화 (74/153)

74화

곱슬이랑 적당히 물장구를 치고 나와 이제 슬슬 쉬어볼까-라는 생각으로 파라솔로 다가가니 윤아가 음료수를 마시며 앉아있다. 명환과 상혁이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바다로 놀러간게 아닐까 생각된다.

" 윤아는 바다에 안들어가도 되니?"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다에 왔으니 한번 몸정도는 들어갔다가 나오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 말하니 윤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응, 들어가야지. 음료수만 마시고 곱슬이가 있는곳으로 가보려고. 으으~, 근데 나 수영은 못하니까 기껏해야 물장구를 치는 정도가 전부이겠지만."

" 애초에 바다에서 수영을 하려면 보통 수영장에서 하는 것보다 배는 힘들어."

고용한 수영장과 달리 바다는 계속 파도가 치는 탓에 보통 실력을 가지고 수영하는 것은 어렵다. 소금물이다보니 물에는 좀 뜨기 쉬울지 몰라도 움직이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다보니.

윤아는 나의 말에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천천히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뭔가를 말하고 싶은데 말해도 괜찮을까~라는 듯한 표정. 뭐지 윤아가 나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건가?

" 저... 수연아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 응?"

약간 어물쩍 거리는 어조로 윤아가 슬며시 입을 열어왔다. 이것을 물어봐도 괜찮은가 괜찮지 않은가 고민하는 것처럼 잠시 입을 오물거리던 윤아는 이내 결심한 듯 나를 바라보며 강하게 말했다.

" 혹시-라고 생각해서 묻는건데. 요즘 전과 달리 상혁이를 좀 신경쓰고 있는 것같아서."

윽.

예리하구나 소꿉친구! 겉으로는 티를 낸적이 없다고 생각되는데 대체 어디서 낌세를 눈치챈거지. 윤아의 말처럼 최근 내가 상혁이에게 신경을 쓰기 시작한게 사실이다. 특히 수학여행 이후로 스스로가 상혁이에게 뭔가 마음을 품고있는거 아닌가 싶을정도로 호감도가 올라가 있다는 것을 자각한 이후로 더더욱 그렇다.

특별히 말은 하지 않지만 전처럼 곱슬이가 상혁이에게 달라붙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할 수도 없게 됐을 뿐더러, 아침마다 윤아와 상혁이가 같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내가 전처럼 상혁이를 그냥 친구라고 생각하거나 무관심했으면 스스로 이런 반응을 하지 않겠지. 인정하기는 싫지만 내가 상혁이를 신경쓰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그렇지만..., 이것을 윤아에게 말해야하려나.'

보통은 여기서 나같은 캐릭터라면 '무슨 헛소리니? 소름끼치니 그런 소리는 하지마.'라는 식으로 답변을 해야하는게 옳다. 츤데레의 정석이라기보단 단지 부끄러우니까. 하지만 말야, 보통 애니나 게임이런것을 해보면 알지만 지금 그런 대사를 한다면 분명 나중에 영향이 온다니까.

이러니 저러니해도, 내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않다해도 지금 내가 상혁이를 신경쓰고 있는한 윤아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내가 여기서 상혁이에게 호감도가 더 올라간다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윤아나 곱슬이에게 더이상 감출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지금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게 될지 모를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답은 간단하다. 그냥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 예리하네. 윤아의 말처럼 나 최근 상혁이를 신경쓰는게 맞아."

"....에?"

내가 태연하게 이야기하며 윤아의 옆에 앉자 도리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윤아가 놀란듯 쳐다봤다. 뭐야 사실대로 말했는데. 이런 대답 예상하고 물은 것 아니었나?

" 왜 그러니? 예상하고 물은 것 아니었어?"

" 아, 아니 맞긴한데 너무 순순히 대답해서..."

윤아의 말에 나는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사실 고민했는데 윤아에게 거짓말하고 싶지는 않았어. 윤아가 상혁이를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이런 것을 거짓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솔직히 말하는 나의 말에 윤아는 조금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건 고맙기는 한데, 역시 수연이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좀 막막하네."

" 막막할 것까지야. 방금 말했듯 신경쓰이는 것일뿐이야. 윤아도 알다시피 최근 많은 일이 있었어. 그때문에 나의 마음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 뿐이고."

" 확실히 그건 그렇긴 하네. 으, 그러면 수연이는 상혁이를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이젠 거의 취조분위기다. 뭘 그런 것까지 물어봐~! 라고 대답해주고 싶지만 뭐 여자애들끼리고. 나로서도 속으로 끙끙 거리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나름 시원한 기분도 들었다. 윤아가 나의 마음을 상혁이에게 일일히 꼰지르는 가벼운 성격도 아니니까.

" 글쌔, 질투를 느끼기 시작한 정도?"

아마 딱 그 정도다. 아니... 음 사실 좀더 일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두도록 하자. 나도 나의 마음을 잘 모르는 판국이니.

" 으으, 그렇구나. 솔직히 수연이가 사실대로 말해줘서 기뻤어. 그렇구나~, 조금 그럴거라 생각하기도 했는데."

" 나로선 그런 녀석에게 이정도까지 호감도가 올라가 있다는게 굴욕이야."

" 아하하, 수연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네."

윤아의 얼굴은 한층 편해진 모습이었기에 나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윤아는 무척 관대한 성격이라고 해야하나. 전에 부실에서 미연시할때 깨달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을 다른 사람이 좋아한다고 해도 '같이 힘내자'라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곱슬이랑도 무리없이 친해지는 거겠지. 상혁이 한정으론 반정도 츤데레이기도 하고. 나같은 경우엔 올라운더 츤데레지만.

" 고마워 수연아. 불쾌한 질문이었을텐데 사실 그대로 이야기해줘서."

" 상관없어."

" 이건 속으로 비밀로 할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으으~, 그럼 나도 슬슬 바다에 다녀와야지. 저기보니 곱슬이도 나한테 손짓하고 있고."

윤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크게 기지게를 폈다. 윤아의 말처럼 곱슬이가 멀리서 혼자놀다 지쳤는지 이쪽의 파라솔을 향해 마구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말 기운이 넘치는 녀석이 아닐 수 없네. 방금전까지 나랑 그렇게 물장구를 치고 놀았는데 저렇게 쌩쌩하다니.

" 그럼 나 다녀올테니까 짐좀 지켜줘~."

" 응."

그렇게 말한 윤아는 종종 걸음으로 곱슬이를 향해 달려갔다. 아아~, 나도 드디어 파라솔 아래에서 쉬는구나. 묘하게 오자마자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바다에서 놀았더니 좀 피곤한 기분이다.

느긋하게 파라솔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나에게 쏠리는 시선이 많았다. 내가 예쁘기에 쏠리는 시선이기에 나름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수영복차림이다보니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나마 나에게 헌팅을 하려고 다가오는 사람이 없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청이 선배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상할 정도로 헌팅을 잘당하지 않는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은 많아도 차마 말을 걸 생각은 하지 못한다고 해야하나? 정말 예상외로 해변에서 가장 많은 헌팅을 당한 것은 곱슬이다. 성격도 활발하고 미인이다보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남성들이 접근하기가 쉽다고 해야하나.

뭐 나로선 이렇게 조용히 앉아있을 수 있다는게 너무나 다행이지만.

" 에, 어라?"

" ....?"

멍청한 목소리가 들려 슬며시 시선을 돌리니 익숙한 얼굴이 멍청한 목소리만큼이나 멍청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윽, 왜 하필이면 저녀석이 딸랑 혼자서 온거야?

" 저.... 윤아는?"

어색하게 말을 걸어오는 이녀석은 송명환. 전생으로 치면 나이지만 '나'라고 할 수는 없는 녀석. 지금의 이수연인 나로선 가장 만나기도, 말을 하기도 꺼려지는 상대다.

" 바다."

내가 짤막하게 대답하자 명환이 아하하, 그렇구나 라고 바보같이 말하며 웃는다. 뭐야 대체. 상혁이랑 단둘이서 계속 놀러다니더니만 갑자기 혼자 떨렁떨렁 이곳에는 왜왔데.

명환은 잠시 서서 어떡해야하나 고민하는 듯이 우물쭈물 거리다가 천천히 내 옆에 앉았다. 흘깃 옆을 바라본 나는 신경쓰이긴 했지만 애써 외면하는 심정으로 정면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 음, 저기 있잖아."

뭐야 또. 기껏 애써 무시하고 있는데 귀찮게 계속 말을 건다. 나는 아직 명환이에 대해서 전부 마음속으로 정리하지 못했고. 아직도 분하고 밉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 말을 걸어오니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 왜."

" 아니, 나를 좀 피한다고 해야하나... 싫어하는 것... 같아서..."

명환의 질문에 나는 솔직히 '싫다'라고 단칼에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왠지 내가 열등감을 느끼는 것같고 지는 것같아서 차마 그렇게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명환이가 분하고 싫고 밉다. 그것은 분명한 시실이다.

하지만 전부 부정하고 외면하고 싶냐고 한다면,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학여행에서도 상혁이 말을 해줬기에 어떻게 넘길 수 있었던 것도 '우선은 받아들이고 천천히 생각하자'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 그다지 그렇지는 않아."

" 그래? 휴우, 다행이다. 왠지 나는 네가 나를 싫어하는 것만 같아서."

그러면 묻지를 말던가. 흥, '명환'이 일일히 그런거에 신경쓰는 성격이었던가. 적어도 '나'는 그런거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텐데. 이런 다른점을 하나하나 마주볼 때마다 전생의 '나'와 지금의 명환이 명백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단지 상혁이를 만났고 만나지 못했고의 차이.

겨우 그 바보 하나때문에 이렇게 달라지다니. 뭐 애초에 나- 이수연이 태어난 것부터가 변화의 시작이긴 했지만.

마치-, 전생에 구하지 못했던 '나'를 이번 생애에서 구하기 위해.

" 너는 나에게 고마워 해야해."

" 응...? 그 일본에서 일 말이야?"

흥, 안알려줄테다. 내가 태어난 것만으로 네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스스로는 모르겠지. 그것은 오직 나만 알고있다. 이수연이 없으므로 생기는 일들에 대해서. 상혁이와 만나지 못하고 모두와 쓸쓸히 떨어진체 홀로 그렇게 살아간 명환이가 얼마나 쓸쓸했는지.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는지.

" 괜찮아?"

언제 왔는지 상혁이가 나와 명환이의 사이에 앉으며 말해왔다. '괜찮아'라니.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같잖아.

왠지, 눈물이 핑 돌뻔했는데 애써 참았다. 저런 가벼운 위로가 나에겐 얼마나 와닿는지.

이런 것을 볼때마다 이녀석은 정말 귀신같이 호감도를 올리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 응."

" 그거 다행이네."

씨익, 하고 웃으며 나에게 사과주스를 건내는 상혁. 내가 왠 음료수?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상혁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 아까 제대로 마시지 못했잖아? 명환이랑 같이 파라솔에 오는 길에 너 혼자 있는 것이 보이길래 생각나서 사왔지."

확실히 나는 아까 음료수를 제대로 먹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굳이 또 사줄 필요는 없었을텐데.

" 흥, 쓸데없이 오지랖은 넓어서."

" 이런게 성격인걸 어떡하냐."

나는 투덜거리면서 상혁이가 건내준 사과주스에 빨대를 꽂고 살며시 빨았다. 그것은 무척이나 달았다.

" ....고마워."

" 에? 뭐라고 잘 못들었으니 다시 말해줄래?"

이런 것까지 전형적인 미연시나 애니메이션 주인공 패턴이다. 정말 귀찮은 녀석이 아닐 수 없네.

" 됐어, 바보."

" 뭐, 뭐야. 진짜 작게 말해서 안들렸다고!"

작게 말했으면 잘 들었어야지.

상혁이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휙돌려버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왠지,

얼굴이 붉어져 있을 것 같았으니까.

============================ 작품 후기 ============================

내일부터 병실을 또옮기게 되는데 와이파이가 잘터질지 걱정이네요. 와이파이가 안터지면 인터넷을 못하니 폭풍 멘붕! 어제 루리웹에서 코스겔 들어갔더니 기가막힌 나데코 여장코스가 있더군요.

솔직히 깜놀.

사실 루리웹은 콘솔겜이나 그런거 정보를 얻으러 가서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물론 ㅂㄹㄹㅋ같은 것은 댓글로 자주 언급되기에 그런 것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어요.

추가--

어제 밤에도 입안 헐어서 잠을 하나도 못잔 탓에 쓰고 바로 잠들었다 일어나니 오타 포텐 터져있네요. 됐을 왰으로 쓰질 않나 묻다를 뭍다로 쓰지 않나(뭘 뭍힌건데) 아무튼 늦게나마 수정했습니다. 오타지적 감사드려요.

요즘 입안이 완전 만신창이라 말을 못하다보니 조금 멘붕했나뵈요

0